범사에 감사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최근 삼례에서 만난 35년 양봉업 종사 전문가가 말하기를 꿀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모으는 꿀의 양은 작은 티스푼 1스푼이라고 한다. 꿀벌이 장성해 일을 할 수 있는 20여일 한 평생을 바쳐서 모은 꿀이 고작 그 정도라니 그동안 수도 없이 꿀차를 마시면서 단 한 번도 궁금하지 않았던 놀라운 사실을 마주했다.
보통 4~5스푼을 넣고 타먹던 꿀차는 꿀벌 4~5마리의 인생을 그대로 마셔버린 것이었다. 고귀한 생명체의 숭고한 헌신이 인간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희생으로 바쳐졌다고 생각을 하니 쉽게 떠먹던 꿀은 더 이상 그냥 꿀이 아니었다. 소중했고, 귀했고, 마음을 겸허하게 만들었으며, 무엇보다 꿀과 꿀벌의 존재에 대해 감사하게 되었다. 한동안 꿀벌에 대한 생각이 이어졌다. 새로 알게 된 신비로운 이야기, 꿀벌들의 수고를 많은 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었고, 동일한 감동과 감사가 꿀차 한잔으로 이어지길 소망했다.
이 세상은 누군가의 헌신에 의해 풍요롭게 채워진다. 그럼에도 우리의 무지함이 그 헌신과 희생을 감사하지 못하게 한다. 영국의 수필가 아이작 윌턴의 말처럼 우리는 복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복인지 모르기 때문에 감사하는 것을 잊고 산다. 결국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가치를 인정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는 그냥 된 것이 없었다. 무언가가 우리에게 오기까지, 우리 삶에 충족되기까지를 보면 늘 어떤 이의 수고와 헌신이 있기에 가능한 것들이었다. 식탁에 오른 반찬 하나에도 농부의 땀이 서려있고, 매일 사용하는 생활용품, 전자기기에도 그것을 만든 이들의 땀이 스며있었다. 무엇보다 빈손으로 태어난 한 생명이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책임감으로 보살핀 아버지가 계셨고, 어머니의 뜨거운 눈물이 있었다. 어머니 눈가의 주름과 아버지의 초라해진 뒷모습이 비로소 보일 때에야 그것을 헤아리게 되니 세상에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는 인생의 진리를 깨닫는 것은 왜 이리 오래 걸릴까.
비관적인 현실일수록 감사를 구해야한다. 감사할 것이 없다면 더더욱 감사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의 뇌는 감사할 때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상태가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감사함을 느낄 때 뇌의 좌측 전전두피질을 활성화 하여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고, 호르몬을 변화시켜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도록 돕는다. 결국 긍정의 감정은 고난 속에 회복력을 높이고, 감정의 선순환을 일게 하여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돕는다.
외식사업가 백종원씨가 한 인터뷰에서 방송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선한 척, 공익을 위하는 척, 남을 배려하는 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척하는 모습을 보고 좋아했고, 계속 그런 척을 하다 보니 그게 내 삶이 됐다. 하는 척을 하나 진짜로 하나 결과는 똑같았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는 척이라도 하다보면 정녕 그 모습이 생길 것이다. 감사하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현재 삶에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척이라도 해보고, 일상에 숨겨진 보석들을 발견하고 의미를 찾아갈 때, 진짜 감사한 일들로 삶이 채워질 것이다.
감사의 계절, 여기까지 삶을 이끌어주고 오늘을 존재하게 했던 모든 것에 감사를 그려본다. 우리 삶에는 돈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무수히 많았으며, 이는 우리 인생에서 삶을 누리고 만끽할 때 항상 상기해야 할 감사의 이유들이다. 당연한 것이 없는 세상에서 오늘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누군가의 도움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범사에 감사하자!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강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