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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을 여는 시] 모래내시장 풍경 - 이재숙

모래내 시장을 향해 골목 하나가 내달리고

젊은 여자는 아들의 손목을 잡고

두 발이 천천히 희미해지며 길 위에서

웃는 얼굴들이 시장바닥에 가득해지고

빠르게 입들이 움직이고

붉은 휘장이 열리고 안에서 손들이 나오고

해가 지고, 이어달리기처럼 달이 올라오고

달빛은 또 다른 샛길을 만들고

길 위에 세상이 진설되며 쌓이며 흩어지고

여자가 시장에서 빠져나올 때쯤

희고 눈부신 골목 하나 선뜻 따라 나오고

두 손이 무거워 골목은 느리게 흐르고

아이는 여자의 옷자락에 붙어 한 마리

나비가 되었다가 새소리가 되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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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떼어놓은 요즈음 사람 풍경이 그립다. 시장 모퉁이를 돌아서 눈부신 골목 두리번거리며 장바구니 가득 채우던 시장에 가고 싶다. 엄마 옷자락을 잡아당기면 호떡 가게에서 발을 멈추고, 찐빵 하얀 김이 모락모락 시장 사람들 사이사이 유혹할 때쯤, 자반고등어 흥정하는 여자가 눈에 보인다. 사람이 아른거리고 흥정하는 소리가 들린다. 봄나물 사러 모래내 시장 가야 할 텐데.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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