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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내 서재 - 신팔복

신팔복 내 어린 시절은 책이 귀했다. 농사만 짓고 살던 두메산골이라 책이 귀했다. 그래서 할머니들이 모여 길쌈하며 재담이 좋으신 분이 구전돼오던 이야기를 꺼내면 호기심이 발동하여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다. 장화홍련전을 들으며 몸이 오싹했고, 콩쥐팥쥐 이야기를 들을 때는 몇 번씩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긴장했던 숨을 후련하게 내쉬었다. 듣고 또 들어도 홍미 진진하고 감명 깊었던 이야기는 꼭 이웃 동네에서 일어났던 일 같아 오래도록 머리에 남았다. 학교에 입학해서 장끼전을 빌려다 읽으며 키득거렸다. 교과서도 물려받던 시절이라 동화책을 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중학생이 되어 진안읍내 사거리 서점에 들러보니 책이 꽉 차 있어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랜 기간 조금씩 용돈을 모아 처음으로 타잔을 사서 읽었고, 다음엔 보물섬을 사서 읽었다. 그때부터 서재가 무척 부러웠다. 교직 생활을 하면서 과학전문 서적을 비롯하여 단편소설, 문학 전집, 백과사전 등을 샀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살 때라서 여유 있는 방이 없었다, 아내와 힘께 쓰는 방은 세간 살림과 아이들 육아 용품으로 공간이 없었다. 그래서 많지 않은 책이었지만 툇마루에 보관해야 했다. 자녀들을 출가 시키고 빈 빙이 생겼다, 책장을 사고 책을 정리하여 자연스럽게 작은 내 서재가 만들어졌다. 컴퓨터로 인터넷도 즐기며 글도 쓰고 독서도 하는 장소로 오로지 내 전용 공간이 됐다. 평생교육원에서 수필 공부를 하면서부터 많은 문우들도 생겼다. 그들이 발간한 책을 보내주면 책꽂이에 보관하여 그런대로 서재의 흉내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장소가 생겨서 매우 좋다. 나는 책을 모아 두었지 읽는 것에 등한했다. 글을 쓰려면 풍부한 식견이 있어야 하는데, 주제도 모르면서 글을 쓰려고 했으니 엉터리였다. 마치 맥도 짚지 못하면서 침부터 꽂는 돌팔이와 같았다. 몸살을 않는 것처럼 머릿속만 어지럽고 글은 한 자도 나가지 않았다. 책상에서 앉아 상상의 나래를 펴고 창작을 해보지만 지금도 글쓰기는 쉽지 않다. 요즘은 서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 도서관과 복지관이 생겨서 이를 대신하고 있다. 전문 서적을 비롯해 문학, 철학, 종교, 과학, 경제, 사회, 복지 등 다양한 책들이 엄청 많다. 맘만 먹으면 구애받지 않고 독서를 할 수 있다. 가까운 인후도서관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대출해 오고 또 너른 공간에서 읽기도 한다. 시설이 쾌적하고 조용해 책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여름엔 냉방 겨울에는 난방이 잘 되어 휴식 공간도 되는 일거양득이다. 책에는 인생의 길이 있고 정보가 있다. 험난한 인생 항로에 등댓불이 되어 밝혀준다. 좋은 책은 말이 없어도 서로 통하는 친구처럼 시간과 공간을 넘어 작가와 대화할 수 있다. 독자는 감명 깊은 문장이나 새로운 것들을 깨닫게 되면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 진다. 은연중에 그의 고매한 인품을 닮고 싶어진다. 그게 독서의 매력일 거다. 내 서재는 보잘것없는 작은 공간이지만, 책을 읽을 때는 세상의 번거로움을 잊고 마음이 평화롭게 해주는 안식처다. 고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쌓아두기만 했던 책들의 먼지를 털어내고 세상의 깊이를 깨닫게 해주는 마음의 양식인 주는 독서삼매경에 빠져 볼까 한다. 젊을 때 날밤을 새워 책을 읽지 못한 것이 눈도 침침해지는 지금에 와서야 때늦은 후회로 남는다. 신팔복 수필가는 중등교사로 퇴직해 대한문학으로 등단했다. 전북문인 회원, 진안문협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수필집 <마이산 메아리>가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0.10.29 19:04

새만금과 김석철의 꿈

삽화=권휘원 화백 4년 전 타계한 김석철은 일찍부터 도시 설계에 주목해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건축가였다. 스스로 건축설계보다 여의도 마스터플랜 같은 도시설계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할 정도였으니 도시 설계에 쏟았던 그의 열정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서울예술의전당, 제주영화박물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건축물 말고도 여의도프로젝트나 경주 보문단지, 인천 밀라노디자인시티, 남예멘의 옛 수도 아덴과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신도시 설계 등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것도 그 덕분이다. 그가 내놓았던 도시 설계의 집적물이 있다. 그의 명저가 된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한계에 이른 한반도의 공간구조를 재편하고 새로운 도시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거시적 안목으로 천착해온 그의 공간 설계물들은 대부분 주목을 모았다. 그중에서도 새만금 바다도시와 호남평야의 도시연합은 갈등과 대립으로 이어져 온 새만금 개발 논쟁만큼이나 뜨거운 이슈를 불러왔다. 개발 초기부터 새만금을 주목해온 그에게 새만금의 미래는 황해공동체의 공동시장과 물류기지, 사계절 관광단지였다. 그는 항만 역할을 한 적이 없지만 항만으로서 서해안 어디보다 좋은 조건을 갖고 있는 새만금의 잠재력을 주목했다. 항만 물류의 국내외 여건이 변화하고 있는 환경에서 부산이나 광양이 컨네이너 중심 허브 항으로 동북아 권역 화물에 대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국경제가 급부상하면서 증가하게 될 중국 북안도시권으로의 항만 물량에 대비해 서해안에 새로운 거점 항만이 필요하다는 그의 분석은 설득력이 있었다. 눈길을 끌었던 내용은 또 있었다. 이 모든 새만금 미래의 기반을 수질문제에 두었던 점이다. 그의 제안은 구체적인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아마도 당시, 입 밖으로 꺼내는 일조차 금기시했던 해수유통의 논리를 담았던 것도 그의 제안을 진전시키는데 걸림돌이 되었을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논란이 되어온 새만금 수질과 해수유통이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섰다. 환경부의 새만금 수질대책 평가 보고서를 통해 10년 동안 3조원을 투입했지만 새만금 수질이 더 악화됐다는 결과가 공개되면서다. 담수화를 진전시킨다면 목표수질을 확보할 수 없다는 환경단체와 새만금 내부 개발 지연을 내세우는 전라북도가 해수유통을 두고 서로 다른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한국형 그린뉴딜의 모델로 만들자는 꿈을 내걸고도 새만금의 미래가 다시 부유하고 있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0.10.29 18:59

군산·남원의료원 새 원장이 해야할 일

지난 2013년 5월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이유로 내세운 경남 진주의료원 폐원이 큰 논란을 불렀다. 진주의료원 폐원 7년 뒤인 올해 초 경남은 코로나19 확진자 치료를 위한 공공의료시설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공공의료체계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공공 지방의료원과 관련된 눈에 띄는 자료가 나왔다. 2019년 전국 34개 지방의료원의 당기순이익이 156억원에 달했다는 내용이다. 도내에서는 군산의료원이 가장 많은 6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반면 남원의료원(-15억원)과 진안군의료원(-7억7000만원)은 적자였다. 공공시설은 민간시설과는 기능과 역할이 달라 이익과 적자 여부로만 시설 존립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없다. 공공시설이 지속적인 적자를 내면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하지만 공공시설의 이익도 결국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간다. 이익과 적자보다 공공시설로서의 역할과 기능이 더 중요한 과제다. 군산의료원은 당기순이익이 전국 최고지만 의료기기 노후화 정도도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의료기기 3526개 가운데 내구연수 초과기기가 2871개로 81.4%에 달한다. 순천의료원(84.6%)에 이어 전국 2위다. 남원의료원은 의료기기 내구연수 초과 비율이 63.1%, 진안군의료원은 0.1%다. 지방의료원은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안전망 기능뿐 아니라 신종 감염병과 같은 국가적 재난 발생 시 거점 치료병원 역할을 수행한다. 만성 적자도 문제지만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병원처럼 많은 이익을 내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지방의료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공시설이 수치로 나타나는 이익에 치중하는 데는 정치권 책임도 있다. 이익과 적자에 대한 정확한 원인 분석과 대안 제시없이 적자에 대한 경영책임 추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군산의료원과 남원의료원은 조만간 원장들의 새로운 임기가 시작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경영성과를 높이기 위한 이익 창출에 몰두해 보건의료서비스 향상을 외면해선 안된다. 수익보다는 지역주민의 건강증진과 지역보건의료 발전에 더욱 고민해야 한다. 정부와 자치단체도 공공보건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한 지원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10.29 18:55

여야 지원 약속할 때 전북 현안 해결해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경쟁적으로 전북 껴안기에 나섬에 따라 전라북도와 지역 정치권은 장기 표류 중인 전북 현안 해결의 호기로 삼아야 한다. 전북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은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비롯해 남원공공의대 설립, 한국탄소산업진흥원 설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 김천~전주 철도 개설 등 전북 현안이 그동안 줄줄이 발목이 잡혀 전혀 진척이 없었다. 특히 금융중심지 지정과 남원공공의대 설립은 야당과 부산정치권, 대한의사협회 등의 강력 반대로 표류를 거듭해오고 있다. 때마침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 체제를 꾸리고 당명 변경과 함께 호남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구애 활동에 나서면서 꼬였던 전북 현안의 매듭을 풀 기회가 찾아왔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호남동행 국회의원 16명을 지명하고 도내 14개 시군과 결연을 통해 지역 현안과 국가 예산 확보 등 소통창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또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27일 광주광역시에서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를 가진 데 이어 29일엔 도내 시장군수와 정책간담회를 열고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을 찾는 등 과거와는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제1 야당의 전북 공략에 위기감을 느낀 더불어민주당도 30일 전북도와 예산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전북관련 지원 활동을 펼치면서 맞불작전에 돌입했다. 다음 달 중순에는 민주당 지도부가 전주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와 예산간담회를 가진 뒤 한국판 뉴딜 사업 현장도 찾을 예정이다. 이처럼 여야 모두가 전북 공들이기에 나설 때 꽉 막혔던 전북 현안 해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송하진 도지사와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지난 28일 서울서 가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장기 표류 중인 지역 현안 해결에 굳건한 공조 의지를 밝힌 만큼 원팀 정신으로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이번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지역 발전의 호기를 놓치게 되고 전북 낙후를 면치 못하게 된다. 따라서 전북 정치권과 전북도는 직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현안 해결을 관철해내야 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도 전북도민과의 약속을 진정성을 갖고 이행해야 한다. 나중에 구차한 변명이나 엉뚱한 핑계를 내세운다면 전북도민들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10.29 18:55

인구주택총조사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미애 소장 귀댁의 아궁이 형태는 무엇인가요? 지금은 낯설지만, 1960년 인구주택총조사 조사원이 가가호호 방문하여 국민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주거시설물에 대해 물었던 질문이다. 1970년에는 문맹률이 높았던 시대상을 반영해 한글을 읽을 수 있는지를, 1980년대에는 대도시 인구집중으로 인한 교통문제를 반영한 질문이 등장했다. 또, 자동차의 대중화로 2000년부터는 자동차 보유 여부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2020년 올해에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한다. 우리나라의 인구조사는 과거 이른바 호구조사(戶口調査)라는 말로 삼한시대부터 고려와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근대적 의미의 인구조사인 인구총조사는 1925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본다. 과거와 현재까지 정책의 가장 중요한 지표를 관통하는 주제는 인구다. 인구 변화의 과거와 현재를 파악하고, 내일을 가늠할 수 있어야 지역과 국가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이처럼 인구주택총조사는 현재를 살고 있는 국민들의 생활과 삶의 변화를 파악하여 국가 주요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또한 사회통계로는 유일하게 읍면동 단위까지 자료를 제공하여 지역통계의 근간이 되고, 200종이 넘는 통계의 모집단으로 활용되는 국가와 국민에게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통계이다. 따라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는 국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2020 인구주택총조사는 행정자료를 활용한 등록센서스 방식의 전수조사와 국민 20%를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로 나눠 실시한다. 행정자료에서 수집하기 어려운 교육, 통근통학, 복지 등 심층적인 조사가 필요한 자료의 경우에만 국내 상주하는 전 국민의 20%를 읍면동별로 표본 추출하여 현장조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응답부담을 줄이고자 한다. 특히, 올해는 인터넷, 모바일, 전화조사 등 비대면 방식의 조사를 확대하여 실시하고 있다. 비대면조사는 현재 진행중이고 11월 1일부터 18일까지 조사원이 직접 방문하여 신속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테블릿 PC를 활용해 조사를 진행한다. 조사원이 코로나19에 대비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여 방문할 예정이며, 조사원이 방문하더라도 응답자가 원할 경우 언제든지 인터넷 또는 전화조사, 종이조사표 등으로 응답이 가능하다. 내 정보가 타인에게 노출되지 않을까?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조사내용 암호화, 내부망 사용을 통한 시스템 접근 제한 등 보다 강화된 보안장치를 마련하여 국민들의 소중한 정보를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다. 또한, 응답한 내용은 통계법에 따라 통계 작성 목적 이외는 절대로 사용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전북의 대표인 당신의 성실한 답변이 곧 우리 전북의 내일을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된다. 새로운 시대상이 도민 곁에 다가오길 기대하며 전북 대표로서 여러분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려주시기를 부탁드린다. 화창한 가을 인구주택총조사라는 통계축제에 도민 모두의 적극적인 협조와 관심을 당부 드린다. /김미애 호남지방통계청 전주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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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8 21:00

호남고속철도의 지반 침하와 과제

김윤덕 국회의원 호남 고속철도의 지반 침하가 심각하다는 것을 처음 수치로 확인하였습니다. 시공, 유지 보수, 설계 등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상임위에서 정식으로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 것을 제안합니다. 지난 10월 15일 한국철도공사, 국가철도공단 등을 상대로 열린 21대 국회 국정감사에서 필자는 여당 의원으로서는 드물게 호남 고속철도의 지반침하 문제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요청했다. 2020년 우리 지역을 달리고 있는 호남 고속철도의 지반침하가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호남 고속철도는 오송에서 익산, 정읍 등을 거쳐 광주 송정리까지 총 182.3km의 구간을 말한다. 총사업비 8조 7000억 원을 투입하여 2015년 4월 역사적인 개통을 맞이했다. 호남 고속철도는 호남권의 성장 잠재력 극대화는 물론 기업도시 건설, 공공기관 이전 등을 통한 국가 균형 발전과 지역혁신체계 구축을 뒷받침해 왔다. 이 같은 호평에도 불구하고 호남 고속철도는 당초 목표였던 350km/h에 미치지 못하는 구간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이유로 2015년 이후 노반 침하에 대해 지적이 이어져 왔으나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되지는 않고 있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가철도공단에서 발주하고 지반공학회에서 용역 한 호남 고속철도 노반 안정성에 관한 연구 자료를 어렵게 입수하고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총연장 182.3km 중 성토를 한 토공 부분은 차량기지를 제외하고 55.6km이며, 이중 무려 22.4%인 13.2km에서 허용 기준치인 30mm을 넘은 지반침하가 일어나고 있었다. 침하가 일어난 22.4%의 평균 침하량은 46.7mm이고 가장 침하가 큰 구간은 무려 140mm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또한 교량과 터널 부분 55곳 연장 40.18km에서도 허용치를 초과하여 침하가 발생하는 심각한 상황에 있는 것이다. 반면 경부고속철도는 기준치를 넘는 침하 구간이 전체의 3.7%에 불과하다고 보고서에 쓰여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각 기관들이 유지 보수를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부담해야 할 보수 공사의 규모가 큰 데다가 적용하는 공법에 대한 의견 차이로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보수작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호남 고속철도에 지반침하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것이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 부실 공사가 있었다면 마땅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고. 그다음으로 보강과 유지 보수의 적합한 방법을 찾아 즉시 실행해야 할 것이다. 열차 사고는 많은 승객을 싫고 운행을 하기 때문에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특히 철도의 지반침하가 발생하면 속도를 줄여 운행해야 함은 물론 열차의 소음이 심해지고 열차 탈선의 위험이 생기게 된다. 2018년 터키에서 폭우로 인한 지반 침하로 열차가 탈선하여 24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철도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열차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국민의 생명은 천금 만금을 주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가장 큰 임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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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8 18:42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물 건너 가나

지난 4월 총선에서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가속을 낼 것으로 기대되던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이 주춤거리고 있다. 어떠한 논의 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칫 이대로 물 건너 가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문재인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이다. 이같은 정책기조가 최근 한국형 뉴딜정책으로 급속히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모양새다. 문대통령도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한국판 뉴딜 회의를 주재하면서 지역균형 뉴딜이 한국판 뉴딜의 핵심 축이라며 적극 추진 의사를 밝혔다. 당정청이 지난 26일 개최한 한국판 뉴딜 워크숍의 핵심 안건도 지역균형 뉴딜이었다. 민주당도 다음달부터 전북을 비롯 권역 별로 지역균형 뉴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 계획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지역별로 이해관계가 얽힌 민감한 사안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1차 이전에서 이미 긍정적 효과를 입증했다. 2007년부터 지난해 말 까지 153개 기관이 이전을 마쳤다. 총 종사자 수 만도 5만여명에 달한다. 이같은 기관 이전 영향으로 수도권 인구는 2011년 처음으로 인구 유출이 유입 보다 많은 순유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이전이 거의 끝난 2017년 수도권 인구는 다시 순유입 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정부의 한국판 뉴딜 사업비 160조원 가운데 70조원이 지방에 집행되면 지역 현안사업 등을 추진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겨야 할 일이다. 반면에 정부가 지역균형 뉴딜에 집중하면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 동력이 약화되지나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혁신도시 시즌 2와 공공기관 2차 이전은 현 정부가 당연히 추진해야 할 과제다. 이 문제가 지역간 이해관계에 얽힌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또 내년 봄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한 대체재로 지역균형 뉴딜을 내세우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부정적 시각도 있는게 사실이다. 공공기관 이전은 표를 의식한 일회용 공약이 될 수 없고, 일부 지방만의 문제는 더욱 아니다. 정부는 지역균형 뉴딜 사업과는 별개로 공공기관 이전을 다뤄야 한다. 추진의지와 방향을 분명히 밝히고, 조속히 시행하는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공공기관 이전은 국가 미래를 향한 대승적 관점에서 다뤄져야 힐 사안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10.28 17:21

국민의힘, 제3금융중심지 지정이나 협조하라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이 계속 지연되면서 도민들의 우려가 크다. 과거 혁신도시 이전기관 배분 과정에서 정치적 차별을 경험했던 전북의 아픈 기억이 다시 되살아나는 듯 하다. 한국토지공사를 경남혁신도시에 빼앗기면서 대신 받아온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흔들기 재연도 걱정된다. 전북혁신도시의 성패는 제3금융중심지 지정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금융중심지 지정이 이뤄져야 금융기관이 모여들고 혁신도시 인프라도 확대될 수 있다. 전북혁신도시의 핵심 이전기관인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와 제3금융중심지는 사실상 한 몸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제3금융중심지 지정이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의 안정적 운용과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도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흔들기는 그동안 수없이 이어져왔다. 특히 영남 정치권과 보수언론이 앞장 서 왔다. 서울에 이은 제2의 금융중심지인 부산과 경남지역 국회의원들은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다. 부산상공회의소는 반대 성명까지 냈다. 지난 2017년 2월 기금운용본부가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해온 뒤 보수언론은 허허벌판, 가축 분뇨 냄새를 감내해야 하는 곳 등 폄훼에 열을 올렸다. 우수한 기금운용인력 이탈로 C급, D급만 남을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역설적이지만 가축 분뇨 냄새가 나는 허허벌판에서 C급, D급 운용역으로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기금 700조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얼마나 악의적인 기금운용본부 폄훼였던가. 전북 제3금융중심지는 당초 지난해 4월 지정과 함께 특화된 금융모델이 수립될 계획이었지만 지속적인 흔들기로 보류된 상태다. 이런 와중에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서울에 본사를 둔 자회사 설립, 서울사무소 활성화 등 해묵은 논란 재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29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전북 동행 국회의원들이 전북을 방문한다. 국민의힘은 도내 14개 시군마다 제2의 지역구 동행 의원을 지정했다.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전북과 동행하려 한다면 제3금융중심지 지정 등 현안에 대해 초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전북의짐이 아닌 전북의힘이 될 수 있을 지 도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10.28 17:21

내 고향 맛집, 군산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음식은 색과 향, 그리고 그 당시 행복했던 기억을 소환한다. 내가 어릴 적 군산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에서 운동회나 소풍, 자모회 모임 등 행사가 있을 때면 학교 바로 옆 빵집에서 핫도그, 소보로빵, 땅콩크림빵을 주문하였다. 여름에는 그 빵집에서 진하고 달달한 밀크셰이크를 먹으며 가끔 빵집에 방문하는 파란 눈의 미군들을 세상 신기하게 쳐다보기도 하였다. 물론 미군이 웃으며 인사하면 저기 멀리로 도망가기 일쑤였지만. 지금 그 빵집은 너무나도 유명해져 문 안으로조차 들어가지 못하고 멀리서 지켜봐야만 하는 첫사랑이 되었다. 중학교 때 매점에서 어묵국수와 빵을 먹으며 행복했던 기억도, 학교 정문을 내려가면 호롱박 모양의 작은 빨간 플라스틱 그릇을 들고 호호 불어가며 어묵국물을 먹던 기억도 난다. 100원짜리 어묵을 먹으면서 아 어묵으로만 배터지게 먹고 싶다고 아쉬워하며 입맛을 쩝쩝거리곤 했다. 엄마와 시장에 가면 매일 피순대를 만들어 판매하시는 할머님께 순대 1000원어치 주세요라며 1000원의 행복을 느꼈던 기억도 난다. 어릴 때부터 난 토끼탕, 내장탕, 갈비탕 등 각종 탕들을 즐겨 먹었던 것 같다. 특히 우리 동네 탕집은 잡내 하나 없이 맑은 국물에 내장탕을 지글지글 끓여주시곤 했다. 반찬으로는 배추김치와 깍두기는 물론이고 허파와 고기전, 미역부침, 콩나물 무침 등 탕 하나 주문해도 반찬까지 한 상 가득한 음식이 나왔다. 백반집 어디를 가도 박대나 조기구이, 생선탕, 나물 등 각종 반찬들이 한 상 가득이었다.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과 분식집에서 잡탕과 잡채를 시켜 몸보신(?)하는 마음으로 차가운 바람을 이겨내곤 했다. 영동의 통닭집에서 통닭을 주문하면 바삭하게 튀겨진 닭 한마디로 닭똥집까지 배달되었다. 그 황토색 닭 봉투가 오면 우리 식구 모두가 환호하며 눈치게임이 시작되었다. 누가 닭다리를 차지할지부터 남은 닭똥집은 누가 먹을지가 최대 사안이었다. 면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면순이여서 집 근처 칼국수 집에서 칼국수와 중화요리 집에서 짬뽕을 즐겨먹기도 하였다. 서울에 오고 난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학교 근처 음식점에서는 반찬으로 김치와 단무지가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각종 탕을 주문해도 나오는 반찬은 배추김치와 깍두기가 전부였다. 처음엔 도대체 뭘 먹으라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어 놀랐다. 군산에서는 어느 식당이든지 들어가면 맛있었는데, 여기 서울에서는 맛집을 수소문하며 찾아다녀야 저 멀리에 있는 맛있는 식당을 갈 수 있었다. 일반 반찬으로 제공되는 고사리와 콩나물 무침, 파김치, 갓김치, 고등어조림 등의 반찬들은 따로 단품메뉴로 사먹지 않는 한 찾기 힘들다. 단품메뉴들도 가격이 비싸서 여러 개를 사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냥 당장의 배고픔만 해결할 수 있도록 아무거나 입에 넣어야 하는 느낌. 여기 차가운 도시에서는 식사하다가도 늘 부족한 거 없냐며 반찬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는 고향 사람들의 인심과 따뜻함이 없다. 아, 겨울이 다가오는 요즘, 난 언제 고향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어릴 때 그렇게 정이 듬뿍 담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자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안분해야 하는 걸까. 먹을 때 세상 행복함을 느끼는 나는 지금도 차디찬 공장 어묵 하나를 입에 물고 차가운 방에서 칼럼을 쓴다.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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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8 17:21

제2의 종교개혁

삽화=권휘원 화백 10월 마지막 주간은 기독교계에서 기념하는 종교개혁주간이다. 503년 전 마르틴 루터가 로마 가톨릭의 부패와 타락상을 비판하면서 오직 성경으로, 오직 믿음으로 돌아가자고 촉구한 교회 개혁운동을 기리는 기념일이다. 3년 전 한국 교회는 종교개혁일 50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행사와 함께 대각성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초대형교회의 부자세습을 허용하고 일부 목회자들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나면서 한국 교회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시대를 맞아 현장 예배를 강요하던 일부 교회들을 통해 바이러스가 퍼지고 전광훈과 같은 엉터리 목회자들로 인해 지탄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더욱이 언택트 문화가 확산하는 비대면 시대를 맞아 한국 교회는 기로에 섰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독교 역사상 예배당 밖에서도 예배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교회는 위기를 맞고 있다. 온라인 예배를 선호하는 신자들이 늘어나면서 교인 수가 줄고 교회 재정도 감소하고 있다. 일각에선 한국 교회가 영국과 미국 교회처럼 교인은 떠나고 건물만 남는 공동화(空洞化)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를 내놓는다. 이러한 교회의 위기 속에 의식 있는 목회자들이 교회 개혁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교회 회복 연합운동을 펼치는 2020 다시희망은 종교개혁주간을 맞아 개신교 죄책 고백과 희망 선포의 날 행사를 가졌다. 이들은 교회 개혁을 위한 20개 조항을 내걸고 스스로부터 실천을 다짐했다. 교회 십일조의 사회 환원과 사회적 약자 구제, 교회 세습 불허와 전광훈 같은 개신교와 단절, 거짓 증언 행위 중단, 목회자들 영적 도덕적 불감증 단호 대처 등을 선언했다. 중견 목회자 그룹인 아드폰테스도 종교개혁 503주년을 기념해 공동 기도문과 설교문을 공개하고 교회 갱신과 공공성 회복을 결의했다. 지난해 서울 명성교회 부자세습 허용 당시에도 아드폰데스는 교회의 헌법 질서를 무너뜨렸다며 종교개혁 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었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구호이기도 한 아드폰데스(Ad Fontes)는 라틴어로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다. 한국 교회가 성공과 축복을 추구하는 기복주의, 돈과 물질을 앞세우는 맘몬주의, 교인 위에 군림하는 교권주의 등을 철저히 배격하고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오직 복음으로, 제2의 종교개혁운동이 필요할 때다. /권순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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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20.10.28 17:21

전북 발전 큰 그림 그릴 때

권순택 논설위원 대한민국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수도권공화국이라는 괴물을 만들었다. 사람과 돈이 수도권으로만 몰리는 수도권 블랙홀 현상을 자초함에 따라 국가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지방은 소멸위기에 처했다.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지역의 인구가 올해 들어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지역내총생산(GRDP)도 52%를 차지한다. 1960년 이전엔 전북 인구가 서울보다 많았다. 1955년 인구 통계를 보면 전북 인구는 213만 명으로, 서울 157만 명보다 56만 명이나 더 많다. 1960년엔 전북 240만 명, 서울 244만 명으로 엇비슷했다. 하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1980년 800만 명을 넘어섰고 1990년엔 1000만 명을 돌파했다. 대한민국이 아니라 서울민국, 서울공화국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서울지역 합계출산율은 0.7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그러나 전국에서 젊은 층이 서울로 몰려드는 반면 지역은 청년 유출에 따른 인구 절벽 상태에 놓였다. 지난해 SK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가 경기도 용인으로 결정됐다. 새만금 산업물류시설용지의 절반 정도인 448만㎡에 총 120조 원을 투자해 2만3000여 명을 고용하는 천문학적 투자프로젝트다. 구미 청주 등 비수도권 지역에서 하이닉스를 유치하려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안했음에도 SK는 용인을 선택했다. 연구개발(R&D) 인력을 뽑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지방은 구직난에 청년들이 떠나가는데 기업은 수도권을 벗어나면 구인난을 겪는 수도권 블랙홀 현상의 폐단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수도권 블랙홀 현상에 맞서 비수도권 연대가 시작됐다. 사람과 돈이 수도권으로만 몰리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광역자치단체들이 연합체 구성에 나섰다. 부산 울산 경남이 먼저 시동을 걸었다. 민선 7기 들어 동남권 상생발전협의회를 만들고 교육 교통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체계를 구축해왔다. 4조7000억을 투입, 김천에서 거제를 연결하는 남부내륙철도 등 초광역 교통인프라 등을 통해 동남권 메가시티 플랫폼 구축도 진행 중이다. 최근엔 아예 부산 울산 경남을 하나의 행정권으로 묶는 초광역권 설정을 추진 중이다. 부울경 800만 인구를 한데로 묶어 수도권에 대응하는 메가시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대구경북과 광주전남도 초광역권 구축에 적극적이다. 대구경북은 이미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를 가동 중이며 광주와 전남은 행정통합을 위한 준비단을 구성한다. 대전과 세종도 충청권 메가시티를 협의 중이고 경기 남부와 충청 중부권도 자치단체 차원에서 광역 발전축 마련에 나섰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국토연구원은 수도권 집중에 대응할 수 있는 초광역권 발전 전략을 권유하고 있다. 지방 대도시와 혁신도시 중소도시 및 주변지역 간 광역화를 통한 메가시티 구축을 제안했다.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강력한 지방분권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2차 한국판 뉴딜전략 회의에서 지역균형 뉴딜의 방안으로 초광역권을 제시했다. 국가발전 축을 수도권에서 지역 중심으로 전환시켜 지역에서부터 역동적 변화를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전라북도는 아직까지 초광역권 어젠다가 없다. 한 때 전라도와 제주를 관할하던 전라감영을 최근 전주에 복원했지만 호남의 변방으로 밀려난 상황에서 초광역권 설정마저 소외될 우려감이 높다. 전라북도는 민선 7기 들어 대도약협의회를 발족했다. 각계 전문가들로 협의회를 구성해서 전북 대도약을 위한 정책의제 발굴에 나섰다. 그렇지만 아직 주목할 만한 미래 대도약 프로젝트는 나오지 않고 있다. 거대한 변화와 혁신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제 전북의 미래 운명을 가를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시군 통합이나 특례시 정도로는 안 된다. 중국 상해 푸동지구의 드래곤 프로젝트처럼 새만금과 글로벌 금융중심도시를 축으로 서해안과 내륙을 아우르는 메가시티 구상을 적극 실현해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0.10.28 09:36

고삐 풀린 보조금

삽화=권휘원 화백 전주시 보조금은 고삐 풀린 망아지와 같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여론 뭇매는 물론 감사를 통해 혹독한 질타를 받는다. 매번 재발방지를 다짐하고 청렴서약을 하면 뭐하나. 그러함에도 돈의 유혹 때문에 잊을 만 하면 발생하는 상습 범죄유형이다. 올들어서도 잇따라 부정수급 의혹에 휩싸이면서 쌈짓 돈눈먼 돈 이라는 인식만 강하게 심어줬다. 어쩌면 손쉽게 이를 챙길 수 있는 데도 그렇지 못한 사람이 바보취급 당하기 일쑤다. 그 만큼 관리가 허술하고 구멍이 뚫렸다는 얘기다. 청소수거업체에 이어 이번엔 폐기물수거업체가 일냈다. 센터 이사가 자신이 대표로 있는 다른 업체에 직원 8명을 불법 파견해 4년간 10억원을 꿀꺽했다. 한 사람이 2곳을 운영하면서 용의주도하게 이를 챙긴 것이다. 재활용품 판매센터도 2곳 모두 한 업체가 운영하는 데 1곳은 무허가 건물이지만 20년 넘게 끄떡 없다. 대표 동생을 고용해 다른 직원보다 과다한 급여를 주는 것도 공공연해서 놀랄 일도 아니다. 검은 먹이사슬 이 청소업체와 폐기물 업체까지 뻗쳐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다. 드러난 것만 이 정도인데 수면아래 상황을 예측하면 걱정부터 앞선 게 사실이다. 한 마디로 시민혈세가 줄줄 새고 있는 데 다들 손 놓고 있는 형국이다. 공무원 개인 통장에서 돈이 빠져 나간다 해도 이렇게 안이하고 무책임할까. 짐작 컨대 그들도 은연 중에 눈먼 돈 이라는 통념에 사로잡혀 모럴 해저드에 빠지지 않았나 싶다. 논란을 불러 일으킨 전주시 쓰레기 행정의 현주소다. 2년 동안 업체대표 자녀와 친인척이 포함된 30여 유령직원에게 2억원 넘는 인건비를 빼돌리거나 782차례나 쓰레기 무게를 조작하는 편법도 서슴지 않았다. 청소차 97대에 적재함 밀폐화 명목으로 1억3천만원을 슬쩍한 업체 4곳도 적발됐다. 뿐만 아니라 대표 부인이 출근도 안한 채 남편 회사와 남편친구 회사에 사내이사로 등록하고 7년간 억대 급여를 챙기기도 했다. 또한 시청 전직 공무원이 이들 업체에 적을 두면서 시선도 곱지않다. 양심불량 사업주와 무사안일 공무원이 빚어낸 시민혈세 꼼수수령이 기가 찰 지경이다. 공무원의 방만한 보조금 관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녹록치 않은 경제여건에다 코로나 장기화로 소시민의 삶은 피폐하고 절망적인 상황이다. 골목상권이 붕괴되면서 자영업자는 하루하루를 버텨내기 힘든 형편이다. 이런 판국에 지방세를 조금만 연체해도 독촉장과 함께 부동산 압류통지가 날아 오고, 교통법칙금도 곧바로 미납안내와 함께 차량압류 고지서가 도착한다. 서민들 쥐어 짜면서 힘겹게 거둬 들인 혈세를 아끼고 요긴하게 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흠이다. 나사 풀린 쓰레기행정은 바짝 조이는 것이 해법이다. 스스로 자체 정화기능이 작동 안되면 외부 수사를 통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수밖에 없다. 보조금 환수는 말할 것도 없이 철저한 의법조치 만이 발본색원의 시작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0.10.27 21:27

새 경영체제 4대 그룹, 전북투자 관심 갖게 해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로 국내 4대 그룹(삼성현대SKLG) 모두 40~50대 젊은 총수들이 그룹을 이끌게 됐다. 대기업 집단의 특성상 총수의 권한이 막강한 점을 감안할 때 이들 기업 총수들의 경영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총수가 바뀐 4대 기업이 미래먹거리를 찾아 새로운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여 지역간 투자유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간 대기업 집단의 전북 투자는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 오늘날 전북의 위상이 초라한 데는 대기업 투자유치가 미흡했던 것도 주요 이유다. 국내 최대 기업 집단인 삼성의 전북 투자가 전무한 점이 무엇보다 아쉽다. 삼성은 서비스업 분야를 제외하고 제조업 관련 전북 투자는 외면했다. 삼성의 경제적 위상과 전국적인 투자 상황을 볼 때 전북으로선 규모 있는 투자 한 건 하지 않은 삼성에 서운함이 클 수밖에 없다. 다른 상위권 대기업 집단도 전북과 그리 친화적이지 못하다. 국내 4대 그룹의 도내 근로자 수는 6000여명에 불과하다. 현대자동차 완주공장 이후 4대 그룹의 전북지역 대단위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올해 SK 컨소시엄이 새만금에 2조 원을 투자해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센터와 창업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게 그나마 기대를 갖게 한다. 기업의 투자는 기본적으로 이윤을 먼저 따지기 마련이다.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기업의 투자를 강요할 수도 없다.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마당에 지역주의를 앞세워 기업의 뒷다리를 잡아서도 안 될 일다. 그러나 삼성을 포함해 대기업들의 오늘이 있기까지 국민적 성원이 뒷받침 됐다.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균형발전이 시대적 과제인 상황에서 대기업도 일정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대기업 집단의 전북 투자는 기업의 선한 의지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기업 집단의 투자 계획과 미래 전략 등을 분석하고 전북이 투자 적지임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리더 체제의 4대 그룹이 전북 투자에 관심을 갖도록 자치단체와 정치권,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으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10.27 19:45

전북 정치력 시험대 된 내년 국가예산 확보

국회가 내년 국가 예산안 심의에 착수한 가운데 전북 관련 국가 예산 확보가 전북도와 정치권의 정치력 시험대로 떠올랐다. 지난 2019년 국가 예산 7조 원 시대를 연 이후 3년 연속 7조 원대 예산 확보와 현안사업의 국가 예산 반영 여부가 정치력 평가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우선 1차 관문이었던 정부 예산안 반영 규모가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은 내년 국가 예산 확보에 청신호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전북 관련 국가 예산 규모는 총 875개 사업비에 7조5422억 원이다. 이는 올해 정부 반영액 7조731억 원 대비 4691억 원이 증액된 규모다. 그동안 새만금을 비롯해 전북 현안 관련 예산 반영이 제대로 안 되거나 미흡해서 국회 차원에서 증액 노력을 해왔던 점에 비하면 내년 국가 예산 확보는 비교적 순조로운 편이다. 그만큼 전북도의 국가 예산 확보 노력이 컸고 문재인 정부 프리미엄도 작용했다. 여기에 여야 모두 전북 예산 지원을 공언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특히 그동안 전북 예산 발목잡기에 나섰던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호남껴안기 차원에서 지원활동에 나선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국민의힘은 어제 광주광역시에서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를 개최한 데 이어 29일에는 당 지도부가 전주에 있는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을 찾아 전북 현안챙기기에 나선다. 또한 정운천 국민통합특별위위원장과 호남동행 국회의원 16명도 이날 도내 시장군수와 정책협의회도 가진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오는 30일 전북도와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전북관련 예산 지원에 나선다. 다음 달 중순에는 전북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와 예산간담회를 잇달아 가진 뒤 한국판 뉴딜 사업 현장을 방문한다. 국민의힘의 전북 공략에 맞서 민주당 텃밭 사수를 위한 맞불전략 차원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처럼 내년 국가 예산 확보의 호기를 맞아 전북 정치권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21대 국회 개원이후 국정감사까지 전북 국회의원의 활동과 역량을 보면 도민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남원공공의대 설립 등 지역 현안에 적극 대응하면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내년 국가 예산 확보를 놓고 정치권의 분발과 함께 정치력 발휘가 더욱 요구되는 때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10.27 19:45

국감에서의 정쟁·고성·추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김세희 정치부 기자 어디다 대고 당신이라고 이 사람이, 야, 박성중 - 이원욱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이 사람이 확 쳐버릴라, 나이도 어린 XX가 -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 지난 23일 국회 과방위 국감장에서 여야 의원들이 보여준 모습이다. 이들 사이에는 반말과 욕설이 난무하고 몸싸움 직전까지 번졌다. 결국 과방위는 11분 간 정회됐다. 안타깝게도 이런 장면이 낯설지 않다. 4년 내내 충돌과 공전으로 얼룩졌던 20대 국회의 데자뷔이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전반을 살펴봐도 다르지 않다. 상임위를 가리지 않고 답이 없는 정치쟁점만 되풀이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북한의 서해상 공무원 피격사건을 둘러싼 갈등 만이 뒤덮었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엉뚱한 질의가 나오는 일도 빈번했다. 일례로 과방위 국정감사에서는 서해 피격 공무원에 관한 질의와 군 감청장비에 대한 현장검증 요청이 있었다. 하지만 군 감청장비 검증은 정보위가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다. 보건복지위에서는 복지 이슈와 관련 없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을 수술한 의사의 출석 여부를 두고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14개 상임위의 3주간 국감은 그렇게 끝이 났다. 코로나 19로 경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부 부처가 민생정책을 잘 펼치고 있는 지 검증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그럴 기회조차 날려버렸다. 소상공인이 경제난으로 겪는 고통, 청년들의 실업문제 등은 안중에도 없다. 해가 갈 수록 악화되는 전북 경제 문제도 뒷전이다. 28일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예산입법 정국이 시작된다. 또 다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확장 예산안을 두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여야가 공수처와 예산을 둘러싼 정쟁에만 몰두하느라 민생현안과 전북현안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오피니언
  • 김세희
  • 2020.10.27 17:22

국민의힘 전북 방문에 부쳐

심용식 전 자유주의 전북포럼 대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전북을 방문한다. 전북의 발전을 위한 예산정책 협의와 전북지역 민심을 잡기 위한 열심은 바람직하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이므로 환영하며 그 결과가 국민의힘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결과로 나타나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어렵게 결정하고 시행하는 이 방문에서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의힘이 전북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기 기대하는 마음에서 몇 글자 적으려 한다. 전라북도의 경제적 위상이 약해지면서 도세가 많이 기울어졌지만, 경제적 빈곤 때문에 도민들의 지성과 양심까지 모두 내려놓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전북도지사의 정책들을 수용하여 경제적 예산을 많이 밀어준다는 것은 한편으로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생각 있는 전북도민들은 과연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자기 지역구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하겠느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결국 공치사로 끝나고 더 큰 원망만 들을 것 같다는 우려감이다. 예산 몇 푼으로 도민의 마음을 사려 했다는 비난과 역효과를 면치 못할 것이고, 상대 정당인 민주당은 쓸모 있는 바보, 국민의힘이라고 비웃을 것이다. 정당이 정치를 하는 것은 올바른 정강 정책으로 국민을 이롭게 하는 것인데 예산 몇 푼 지원하는 것으로 전북도민들의 마음을 사려 한다면, 도민들은 민주당을 적극적이고 견고하게 지지하는 것이 전북발전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것이다. 먼저, 국민의힘이 이번에 보여주는 정치적 행보는 과거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통합당 등이 보여주었던 방법들의 재탕에 불과하고,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격으로 그간에 우려 먹었던 보여주기 경제정책들(새만금, 탄소 등)을 재탕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측의 참신성 부재와 진정성 없음에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한 국민의힘 비대위가 전북도민들에게 진솔한 접근을 하지 않는다고 감히 단정적으로 지적하는 이유는, 그동안 보수정당의 당협위원장들의 역할이 심하게 위축되어서 시민사회 및 종교, 문화적인 사회적 소통과 포용의 부재를 타개하려는 노력을 전혀 보이지도 못했으므로 이번 전북방문에서 이러한 노력이 부재하다면 이번 국민의힘도 역시나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전북지역 민심을 사로잡고 싶다면 경제적배려도 중요하지만, 먼저 도민들과의 스킨십을 늘려야 한다. 스킨십을 늘리면 국민의힘에 진짜로 힘이 되고 도움이 되는 당협위원장들과 인재들이 모여들 것이다. 이렇게 도민들과의 스킨십을 늘리면서 국민의힘이 대한민국을 어떠한 사상과 철학에 근거한 정의와 공의와 올바름으로 국가를 이끌어 갈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전북도민들에게 국민의힘이 집권만 하면 전북을 잘살게 하겠다고만 하는 것은 곰소항에 새우젓 배만 들어오면 금가락지 사주겠다는 시골포구 건달의 허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와 주호영 원내대표는 임기가 끝나기 전에 이 일들을 이뤄내야 전북과 호남이 국민의힘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민심을 열어줄 것이다. /심용식 전 자유주의 전북포럼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0.10.27 17:22

공중보건의사 배치 제도 개선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의료계를 염려하시는 주인이신 국민과 국민의 건강을 걱정하는 의사들이 더불어 잘 사는 방안들은 많습니다. 저는 허준 선배님처럼 깊이 아는 전문가는 아닙니다. 또한 솔로몬 임금님처럼 폭넓게 보는 정책결정권자도 아닙니다. 하지만 제 업무에선 전문가보다 폭넓게 볼 수 있고, 정책결정자보다 깊이 알 수 있기에, 오늘은 제한된 의료자원(공중보건의사)의 효율적 배치에 대해서 두 분께 여쭙는 대신 현장의 정책제안자로서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2020년 현재, 몇 건물 건너마다 존재하는 의료기관, 지금의 상대적 풍요 이전에 우리 선조들께서는 의료서비스를 받기 무척 어려웠습니다. 의사가 없는 무의촌(無醫村, 농어촌 의료취약지역)이 허다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갖는 국방의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면허를 취득한 의사들에게 군의관공중보건의사의 역할로서 국방의무를 하도록, 보건소지소를 설치하고 공중보건의사를 배치하여 국민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서 지금껏 수많은 미담과 함께 그 공헌은 실로 대단했다는 평가입니다. 시간은 흐르고, 상황도 변합니다. 우리나라처럼 국민께서 열심인, 발전하는 나라일수록 세월과 함께 상황도 급변합니다. 애초 공중보건의사 배치는 의료취약지역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었기에 현재 의료취약지역을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족하나마 의사와 의료기관도 늘어 과거에 비하면 없다고 해야 할 의료취약지역이, 높아진 의식 수준과 문화 수준 그리고 함께 높아진 눈높이와 기대치에 따라, 개념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의료취약지역의 구분은 과거의 무의촌이 아닌, 지역 내의 의료 전문성과 접근성 등으로 판단합니다. 예로, 지역에 특정 과목(응급의학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의 전문의가 없으며, 교통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30분 이내의 접근성을 갖지 못한다면 의료취약지역으로 분류됩니다. 현재 공중보건의사의 배치 권한은 전적으로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만 지역 상황에 맞는 정책을 펼칠 수 있게 지방정부에 권한이 주어져야 합니다. 현재 배치기준 또한 배치 기관과 시설 중 보건소 또는 보건지소를 가장 우선순위로 정하고 있습니다. 공공의료 실현 및 강화를 위해 우선순위도 획기적으로 변해야 합니다. 예로, 14개 시군으로 구성된 전북지역에 여러 의료취약지역이 존재하는데, 복수의 지역에 부족한 특정 과목 전문의를 특정 시군의 보건소지소에 배치하는 것보다 거점병원에 배치하는 것이, 응급의료기관에 배치하는 것이, 119 구조구급 지도의사로 배치하는 것이, 더 많은 국민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기에 우선순위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현재 공중보건의사의 수행 업무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보건소지소에 머물며 하루에 10여 명 남짓의 지역민을 위한 단순(만성질환) 진료업무도 가치가 있습니다만, 다양한 의료업무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부족한 지자체 역학조사관으로 배치되어 감염병 대응 업무를 수행한다면,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세우는 형태의 원격의료(대면을 전제한 영상방문 진료 등)의 한 축을 담당한다면, 국민께 드리는 값진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까지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유한한 자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는 문제는 의료인력 양성 및 의료시설장비 구비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문제라 하겠습니다.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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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7 17:22

이재용 삼성과 전북

삽화=권휘원 화백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25일 향년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지난 2014년 5월 10일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켜 심폐소생술(CPR)과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고 삼성 서울병원에서 의식없이 병상에 누운 지 6년여 만이다.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으로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킨 기업인이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다 삼성은 이미 한 개인이나 가족의 차원을 넘어 국민적 기업이 되었고, 지금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 등 이건희 회장이 남긴 말들은 지금 우리 사회에 적용해도 통용될 수 있는 좋은 어록들이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기업이 아니라 철학과 문화를 파는 기업, 사회와 함께 하는 기업으로 더불어 사는 상생의 기업상을 구현해야 한다는 이 회장의 기업 철학은 존경할 만하다. 그러나 이 회장이 생전에 강조한 것과 달리 삼성은 사실 전북과는 상생하지 못했다. 자동차와 휴대폰, 전자제품, 컴퓨터, 보험과 증권, 금융 등 삼성이 만든 제품이 전북지역 곳곳에 퍼져 있지만 세계 초일류 글로벌 기업 삼성은 전북 도민들에게 상처를 준 기업으로 남아있다. 새만금 투자 백지화가 바로 그 것이다. 삼성은 지난 2011년 4월 27일 새만금 20조 투자 계획을 발표해 도민들을 설레게 했다. 2021년부터 20년 동안 20조원을 투자해 새만금에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정부, 전북도 등과 함께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5년 뒤 투자 여력이 없다며 백지화를 선언했다.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의 전북 투자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있던 전북 도민들은 큰 상처를 입었다. 14개 시군 거리마다 축하 플래카드가 물결을 이뤘을 정도로 컸던 도민들의 기대와 열망은 실망으로 전락했고, 투자양해각서의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면서 지역내 갈등도 심화됐다. 이건희 회장의 타계로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3세 경영체제에 진입하게 됐다. 이 회장의 와병 이후 사실상의 경영 전면에 나선 이 부회장은 삼성의 기업 비전으로 동행을 강조해 왔다. 이웃,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이라며 직원 채용은 물론 협력사와의 관계 등에서도 상생협력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전북은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삼성의 제조업 투자가 전무한 지역이다. 새만금 투자 무산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전북이 이재용 삼성체제에서 새로운 동행과 상생협력을 통한 치유의 지역으로 다시 조명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인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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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0.10.26 18:03

[최영호의 변호사처럼 생각하기] 주택의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하여

전세로 거주자인 의뢰인은 계약 종료 기간이 다가오자 좀 더 넓은 집을 구해 이사하고자 한다. 그런데 집을 구하던 중 전세 매물이 줄어 맘에 드는 집을 구할 수 없었다. 의뢰인은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됐다고 하는데, 다시 맘을 바꿔 현 주택에서 계속 거주할 방법이 있는지 물어왔다. 올해 7월 31일 임대차 3법이 시행됐다.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임대차 신고제를 내용으로 한다. 이 중 핵심은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계약갱신 요구에 규정되어 있다. 임대인이거나 임차인이라면 꼭 한번 직접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찾아 읽어보도록 하자. 먼저 기존 제도를 설명하면, 2년의 계약 기간을 보장하고(4조),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계약을 연장할 수 없었고, 계약 종료 전 6개월~1개월까지(20. 12. 10.부터 6개월~2개월 개정) 서로 계약에 대해 아무 말이 없으면 묵시적 갱신이 되는 것으로 보았다(6조). 6조의3 계약갱신청구권 조항이 신설됐다. 그 내용은 2년 계약이 종료되기 전 6개월~1개월(20. 12. 10.부터 6개월~2개월 개정) 사이에 임차인에게 갱신 청구권을 주었다. 임차인의 갱신 청구권을 행사하면 임대인은 법률에 규정된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거절하지 못한다. 사유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임대인(직계존속, 직계비속 포함)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이고, 임대인이 직접 거주한다고 했지만, 만약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임대하였을 경우 임차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의뢰인의 경우로 돌아가 보자. 의뢰인이 갱신청구 기간 내에 임대인에게 갱신을 청구하였다면, 법 시행 전 2년 넘게 거주하였거나, 임대인에게 나간다고 이미 말을 꺼내 놓았어도, 갱신청구는 유효하다. 다만, 임대인에게 갱신 거절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하는데, 이는 다음 회차에 적는 것으로 한다.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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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6 18:03

전북대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적극 활용해야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도내에 자리한 전북대 인수(人獸) 공통전염병연구소의 우수한 시설과 인력의 실질적인 활용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전북도는 올해 초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를 활용해 국립 감염병 연구소 분원 유치를 시도했다. 우수한 기존 인프라와 도내 연구 인력을 비롯 5년여 동안 수행한 연구 경험들이 동물을 매개로 한 감염병 연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전북대측은 전북도의 의견에 원론적으로 공감대를 나타내면서도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시각차를 뚜렷히 했다. 소속기관 전환 문제를 비롯 수의대를 보유한 대학으로서의 연구기능 위축 등을 들어 난색을 표시한 것이다. 전북도와 대학측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감염병연구소 분원 유치는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8일 질병관리청 산하의 감염병 연구센터를 국립 감염병연구소로 개편하는 질병관리청 조직개편 방안이 확정됐지만 국립 감염병연구소 분원 설치와 관련된 내용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설상가상 격으로 독감백신 사태 까지 겹치면서 전북도의 추진 동력은 급속히 약화된 게 사실이다. 지난 22일 국립감염병 연구소 장희창소장이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를 방문해 시설 등을 돌아보고 양 기관간의 공조체제 강화 의지를 보였지만 분원내지 감염병 연구 기관 지정 등에 관련한 언급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코로나19는 확산 추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겨울철을 앞두고 팬데믹(대유행)이 우려되고 있다. 또한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신변종 감염병 대응을 위해서는 동물을 매개로 하는 인수 공통전염병 연구 강화를 통한 효율적인 대비책 마련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에 뛰어난 인프라와 인력을 갖춘 연구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전북도와 대학이 소통을 통해 분원 유치에 힘을 합치는 것이 과제이지만 그에 앞서 우선 국립 감염병연구소와 대학측이 공동 연구 등을 통해 협업을 강화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도내 정치권도 이 사안에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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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0.10.2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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