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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로컬푸드 완주용진농협에서 배워라

농협이 단독매장으로 운영하는 도내 로컬푸드 직매장 5곳 중 4곳이 3년 연속 적자란다. 군산원예농협이 운영 중인 로컬푸드직매장과 박물관직매장 등 2곳에서 2018년 2억 9000여만 원, 2019년 4억 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전주농협이 운영하는 로컬푸드직매장 중화산점과 평화점 2곳도 2018년 4억 5300만 원, 4억 5200만 원의 적자를 냈다. 매년 적자가 누적되면서 농협은 이들 직매장의 존폐를 걱정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의 적자 운영은 직매장이 그만큼 활성화 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직매장에 따라 상황이 다르겠으나 소비자층을 끌어들이는 노력이 미흡했고, 다양한 품목을 입점 시키지 못한 게 주된 이유다. 로컬푸드 직매장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함께 활성화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로컬푸드는 기본적으로 농산물을 소량으로 수집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용이 높고, 해당 지역의 농산물로 모든 먹거리를 공급하기 어려우며, 중소농가의 참여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높을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반면 소비자들이 가까운 장소에서 신선한 농산물을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고,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로 유통경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농협의 경우 공기업으로서 신뢰성과 생산자를 조합원으로 갖고 있는 강점도 크다. 그럼에도 적자에 허덕이는 것은 경영 효율화나 매장 활성화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그 점에서 도내 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완주 용진농협 직매장의 성공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2년 용진면에 개장된 로컬푸드 직매장은 주변 여건을 분석하며 5~6년간 치밀하게 준비했다. 수확부터 포장, 가격 책정, 매장 진열, 재고 관리 등 모든 과정을 생산자가 담당토록 관련 교육도 꾸준히 실시해오고 있다. 적자 매장들이 용진농협과 같은 노력과 열정을 배울 필요가 있다. 농협 직매장을 포함해 도내에 40개 가까운 로컬푸드 직매장이 있다. 직매장이 수익을 극대화 하는 게 능사는 아니지만 적자 누적으로 문을 닫게 되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손실이다. 전북도 차원에서 로컬푸드 활성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세우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10.26 18:03

서민 울리는 불법 대출광고, 꼼꼼히 확인해야

김용실 금융감독원 전북지원장 급전이 필요하던 주부 A씨는 한 업체의 「누구나 대출 가능」 광고를 보고 1주일 뒤 80만원을 갚는 조건으로 50만원을 빌렸다. 정상적으로 돈을 갚은 A씨는 추가 거래실적을 쌓으면 연 24% 금리로 300만원 대출이 된다는 말에 2주일 뒤 190만원을 상환 하기로 하고 140만원을 대출받았다. 그러나 사정이 생긴 A씨는 약속보다 1주일 늦게 돈을 갚았다. 돈이 계속 필요하던 A씨가 앞서 안내받았던 300만원 대출을 문의하자 대부업체는 1주일 연체료 38만원을 먼저 내도록 요구하였다. A씨는 연체료를 입금하였으나, 업체는 심사후 대출금을 지급하겠다는 말만 남긴후 연락두절되었다. 결국 A씨는 한 달간 190만원을 대출하고, 308만원을 상환하는, 무려 연리 745% 고금리 불법대출의 피해자가 된 셈이다. 최근 코로나19 등 경기 악화로 어려워진 서민을 노리는 불법 대출광고 및 고금리 급전대출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1주일 후 50만원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30만원을 대출하는, 이른바 「30-50대출」등 고금리 대출피해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신고센터」에 접수된 불법 대출광고, 고금리 대출 등 피해건수는 총 3619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2%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불법 대출광고는 문자메시지, SNS, 검색포털 게시판 등을 통해 주로 저신용 등급자, 일용직 근로자 등 제도권 대출이 어렵거나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는 취약계층을 노린다. 저금리 금융지원, 정책자금 서민대출, 신용등급 무관 등의 광고 문구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의 햇살론, 국민행복기금과 유사한 명칭 및 로고를 사용하면서 정부의 서민지원대출을 사칭하거나, 대출신청 즉시 현금대출이 가능하다고 홍보하여 서민을 유혹한 후 결국 고금리 대출을 받게 하는 수법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같은 불법 대출광고는 개인정보 도용, 보이스피싱 등 추가 피해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어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불법 대출광고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긴급한 자금이 필요한 경우에도 반드시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여야 한다. 특히 대부업체 등을 알아보는 경우에도 등록된 업체를 이용해야 한다. 제도권 금융회사 여부는 금융감독원 「파인(fine.fss.or.kr)」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서민금융진흥원 등 공공기관은 문자메시지, SNS 등을 통해 서민대출 상품을 직접 광고하거나 대출을 권유하지 않는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햇살론 등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겠다는 광고도 실제로는 고금리 대출을 받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출에 필요한 서류 만들어 드림 등으로 유혹하는 불법 광고에 절대로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재직증명서 등 대출 관련 서류를 위조해주고 고액의 수수료를 수수하는 이른바 작업대출은 소비자까지 형사 처벌될 수 있는 심각한 범죄임을 명심해야 한다. 불법 대출광고 피해증가의 이면에는 안타깝게도 서민의 어려워진 경제적 사정이 자리 잡고 있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불법 대출광고에 기재된 전화번호로 연락하지 않도록 하시고, 금융회사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경우 금융감독원 「파인」의 서민금융지원제도를 검색하거나 서민금융 1332로 전화하여 본인에 맞는 맞춤대출상품을 상담받으시길 추천해드린다. /김용실 금융감독원 전북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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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6 18:03

생(生)은 ‘의미’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데

소재호 한국예총 전북연합회장 죽은 뒤에까지 의미로 남지 않는 일이라면 하지 말라 미켈란젤로의 준엄한 훈도이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살아서도 의미요, 사후에도 의미인 것이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의미 있는 일이란 가치 있는 일일 터요, 크게는 인류를 위해서, 작게는 이웃이나 가족을 위해서 보람있게 공헌하는 일일 터이다. 태양이 하루의 난간에 걸릴 무렵에 스스로 무위도식(無爲徒食)했다고 반성될 떄 그 무위로 난파된 시간들에 대한 회한이 가슴을 칠 것이다. 소설에서도 주인공의 생애 중 가장 응축된 정채(精彩) 있는 부분만을 다룬다 하였는데, 바다의 파도만큼이나 굽이쳐 오는 온갖 사상(事象)이 의미 없이, 또는 가치 없이 명멸하여 인생을 덮쳐 지나가고 만다면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무슨 보람된 것이며 무슨 존엄한 것이겠는가. 선종(禪宗)에서 수행하며 무념무상에 드는 면벽(面壁)하는 일도 무위도식으로 보는가 하는 의문도 든다. 아침을 열며 귀한 시간을 명상한다면 이 또한 무의미의 일인가. 깊이 사유(思惟)에 골똘하며 침잠(沈潛)에 드는 일은 역시 무의미요, 무가치인가. 다만 그 수도와 그 사유로 연유하여 큰 철리(哲理)를 얻어 인류에게 인문학적 큰 업적을 남긴다면, 아니면 이로 말미암아 다음 날에 자신이 한층 고귀한 삶을 누리게 된다면, 수천 수만 번 연습으로 골프채를 휘둘러 골프왕 타이거 우즈에 이른다면 그 수도와 수련의 과정을 무위로 셈할 일은 아닌 성싶다. 그리고 또한 자기 성찰로, 자기 정신 도야로 시간을 낭비한다고 여기면 이것 역시 무의미의 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러나 여기에서 인문학적 철학적 의미론을 부각시켜 갑론을박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으로서 마땅이 사람에게 유익한 일을 찾아 도모하고 시혜하는 일로 국한하는 협의의 일반적 의미론에 안주하고 싶다. 의미 있다, 의미 없다의 구분법은 인정물태(人情物態) 제반이 아니라 가시적 물상의 이룸에만 국한할 일은 물론 아닌 성싶다. 필자는 여기서 의미 유무를 근원적 본질에 입각해 생각하지 않고, 애초에 의미가 존재해 있었던 게 아니라 사람이 의미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하는 창조적 의미론에 매달리고 싶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어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중략)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앟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라는 시구를 인용해 본다. 여기서 의미는 상징성을 띤다. 또한 의미란 내가 만들어 부여하는 것이란 암시를 품는다. 우리의 만남은 큰 의의가 있었어 우리 모임은 유익한 의미가 있었어하고 언급했다면 사람들 일상의 만남도 의미의 창조가 아니겠는가. 자꾸자꾸 이토록 의미를 창조해 간다면 생은 빛나게 될 것이다. 노자의 무위자연은 예술에서나 찾고, 현실의 유의미를 찾아 나서자. 꽃을 심으며, 음악을 감상하며, 독서하며, 사람과 사람끼리 만나며 하루를 묶어 내자. 가족끼리 정리를 쌓고 효도하며, 상추 심고 가꾸며 하루씩 유의미로 묶자. 그 하루하루들이 축적되어 빛나는 인생이 되리라. 이토록 참 의미를 쌓는 인생을 펄펄 휘날리자. /소재호(한국예총 전북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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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6 18:03

세계적인 생활체육도시 전북, 그 시작은 2022 아·태 마스터스대회

이강오 사무총장(2022 아태마스터스대회 조직위원회) 지난해 10월 스위스 로잔, 2022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대회를 유치하기 위한 프리젠테이션 순간의 떨림, 그리고 지구촌 생활체육 제전의 전북도 유치가 확정되던 그때의 기쁨과 환희, 그 모든 것들이 일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한 감동으로 남아있다. 송하진 지사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준비하고 노력하여 전국에서 유일하게 7년 연속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겠다는 당찬 목표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는 순간이었다. 2017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까지 7년 연속 대규모 행사 개최에 성공하면서 전북 도민의 기상과 자긍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 성장과 스포츠 발전, 청소년 문화 향유 저변을 크게 넓힐 수 있게 되었다. 아태 마스터스 대회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모여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전 세계의 생활체육인이 함께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공인한 생활체육 분야의 국제 종합스포츠 이벤트이며, 규모 면에서도 올림픽, 월드컵에 버금가는 대규모 국제행사이다. 전북에서 개최되는 2022 전북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대회(6월10일~18일)는 26개 종목에 70여 개국 1만30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하고 가족 등 동반자까지 포함하면 최대 4만여 명이 전북을 방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대회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이다. 실제로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방문객 총 지출액 295억 원(투입액의 3.9배), 생산부가가치효과 807억 원(투입액의 10.2배)으로 지역 숙박업 및 식음료업종을 중심으로 하는 관광산업 활성화는 물론 지역경제의 매출 증가와 관련 산업 발전에 직접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아울러 특산품, 식품, 기계, 탄소산업 설명회 등으로 해외 투자유치와 지역기업 해외진출은 물론 지역제품 수출 증대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경제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생활체육 저변확대 및 여가문화의 다양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전북을 세계에 알리고 브랜드 가치를 한껏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치의 오차없이 완벽한 대회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참가자 모집, 관광프로그램 개발, 홍보마케팅, 자원봉사, 경기운영, 교통수송, 숙박, 안전방역 등 각 분야별 세부 실행계획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전북을 비롯한 국내 생활체육의 저변을 넓히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 주변의 생활체육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누구나 일상에서 생활체육을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2022년에 우리 지역에서 열리는 2022 전북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대회가 그 시작이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생활체육의 영문 표기는 SPORTS FOR ALL이라고 한다. 모두를 위한 스포츠라는 뜻이다. 이는 올림픽 헌장의 기본 철학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전라북도의 영문 표기는 무엇이 좋을까?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 전라북도를 ALL FOR SPORTS, 생활체육의 모든 것으로 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태 마스터스 대회라고 하는 대규모 국제 생활체육 이벤트를 통해 우리 전북이 세계적인 생활체육의 도시, 바로 ALL FOR SPORTS의 도시로 도약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이강오 사무총장(2022 아태마스터스대회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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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6 18:03

생중계로 드러난 익산시의회의 민낯

송승욱 기자 익산시는 지금 주요업무 결산보고 시즌이다. 한 해를 돌아보면서 잘한 부분은 격려하고 잘못한 부분은 개선점을 찾아 내년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다. 그 중심에 시의회가 있다. 업무 추진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비판, 대안 제시 등 제 역할을 얼마나 잘 하는지 시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겠단 취지로 의정활동 생중계 시스템이 도입됐다. 시대의 흐름이자 지역사회의 요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의 개인 역량이 이같은 흐름을 좇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몇몇은 잦은 중복 질의로 시간을 잡아먹으면서 주위의 피로도를 높인다. 카메라가 돌고 있으니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다는 심산인 듯하다. 집행부가 제출한 보고자료를 제대로 살피거나 언론 보도만 봐도 알수 있는 것을 확인하는데 소중한 시간을 허비한다. 동료 의원이 먼저 질의하셨는데라는 식으로 시작하는 질의는 대개 앞선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수준에 그친다. 인구나 일자리, 시청사 등 관심이 쏠리는 현안은 너 나 할 것 없이 내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듯하다. 자료수집에 열중하는 경우도 있다. 자료를 받아 공부를 하겠다는데 누가 말리겠느냐 만은, 진즉 그랬으면 오죽 좋았을까 한다. 지난해 결산보고 시즌에는 자료요구가 한 건도 없다가 올해는 최다 요구의 영예를 안은 의원이 있기에 하는 얘기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경우도 있다. 직전 동료 의원이 질문해 답변된 내용을 되풀이하는 건 다반사고, A라고 답변했는데 B라고 이해하고 B-2라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카메라에 어떻게 비춰지느냐는, 발언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발언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다. 초딩들도 안다. 벼락치기는 어떻게든 티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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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승욱
  • 2020.10.25 17:50

전주시 폐기물 위탁처리 어디 이래서

전주시 위탁을 받아 대형폐기물을 수집 운반하는 업체가 대행료를 부정 지급했다는 비위 의혹이 제기됐다. 전주시생활자원재활용센터가 직원 8명을 별도의 회사인 덕진구재활용센터에 불법 파견하고 2017년부터 지금까지 10억 원이 넘는 돈을 지급해 덕진센터의 배를 불리고 있다고 시센터 직원들이 주장했다. 청소대행업체들의 수억 원대 보조금 횡령 사실이 잇따라 드러난 데 이어 이번에는 대형 폐기물 수집운반 업체의 비위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전주시 폐기물 위탁처리 행정에 난맥상을 보여주고 있다. 전주시의 폐기물처리 업무와 보조금 관리에 큰 구멍이 뚫리지 않고서야 한두 곳도 아닌 여러 곳에서 이리 잇따라 문제가 불거질 수 없는 노릇이다. 대형 폐기물 업체의 직원 파견에 대해 전주시와 센터 측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 일단 대표의 배를 불렸던 청소대행 업체와 달리 자원재활용센터의 경우 직원 파견에 따른 직접적 이득이 업체 대표에게 돌아간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전주시는 센터 2곳에 대한 운영이 이미 과업지시서에 포함됐기 때문에 불법 파견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고, 센터 역시 전주시 지시에 따라 1곳을 추가 운영한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조금 사업의 생명은 투명성에 있다. 전주센터와 덕진센터는 엄연히 별도의 독립된 업체다. 단지 같은 사람이 두 센터의 대표를 겸하고 있다는 이유로 직원 파견을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업무의 책임성과 투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기업도 그럴 수 없을 진데 시 보조금을 받는 업체에서 이런 편법이 이뤄져서야 되겠는가. 재활용센터는 중고물품의 교환과 재사용가능한 대형폐기물의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법에 따라 시군별로 한 군데 이상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인구가 20만 명을 초과하면 그 때마다 한 군데의 재활용센터를 추가로 설치운영해야 한다. 1개 센터의 인력으로 2개의 공간을 운영하는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일 뿐 이런 법률 취지에도 맞지 않다. 전주시는 청소대행업체의 비위와 관련해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 관리 개선방안 TF팀을 꾸려 다각적인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형폐기물 처리와 관련해서도 같은 맥락에서 획기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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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0.10.25 16:51

바뀌어야 할 도민의식

/삽화=권휘원 화백 1995년 민선 단체장 선거가 실시된 이후 계속해서 특정당 후보들이 싹쓸이했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논 당상이었다. 자연히 공천권자에게 줄서기 마련이었다. 선거가 한낱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선거비용이 아까울 정도였다. 지사 시장 군수 도의원 시군의원 공천권을 총재나 국회의원들이 갖다보니까 심지어 공천장사를 한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선거때마다 공천을 둘러싸고 각종 잡음이 불거졌다. 일부 단체장은 공천 받을 때 쥐어준 돈을 회수하려고 인사때마다 매관매직을 일삼았다. 지금은 당원 50% 일반시민 50%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공천자를 결정한다. 하지만 제도 자체가 투명성을 확보한 것처럼 돼 있지만 실제로는 선거기술자가 공천자로 결정될 소지가 다분하다. 월 1천원씩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하면 당원이 되므로 재력 있는 사람이 얼마든지 당원을 모을 수 있다. 결국 보이지 않게 돈 선거를 조장하고 있다. 후보자의 역량과 능력 검증없이 당원만 많이 모으면 공천을 받을 수 있어 투명성 확보와는 거리감이 생긴다. 시장 군수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고도의 판단력이 종합적으로 요구되는 자리다. 주민들의 행정 수요가 늘어나면서 갈수록 전문성이 필요하다. 4차산업혁명을 맞아 미래에 대한 통창력도 중요하다. 이처럼 다양한 경험과 식견을 쌓은 사람이 앉아야할 자리를 인기영합주의에 편승한 사람이 운좋게 앉다보니까 지역발전이 안된다. 인구가 줄고 자원이 빈약한 전북은 역량있는 인물이 단체장으로 뽑혀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걱정스럽다. 각종 선거 때마다 대다수 도민들이 특정당 일변도로 가기 때문에 지금은 민주당 공천을 못 받으면 아예 선출직에 도전할 생각을 버려야 할 정도다. 지방선거 때마다 특정당 후보가 당선되는 구조가 고착화된 게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돼버렸다. 높게 쌓아올린 그들만의 성에서 경쟁의 정치가 안 이뤄진 것이 문제다. 표 모으는 것도 먹이사슬구조로 만들어 놓아 조그만 사업이라도 할려면 현직자에게 줄서야 하는 형편이다. 모처럼만에 야당인 국민의힘이 전북예산을 챙겨주겠다고 서진정책을 펴지만 진정성을 의심 받아 민주당이 더 주류로서 견고해졌다. 9명의 국회의원이 당선된 사실에서 입증 되었다. 다음번 지방선거도 똑같은 현상이 반복될 것이다. 민주당 싹쓸이가 예상되면서 무소속 단체장이 나올지가 관심사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유력하므로 현직자들이 굳이 복잡하게 큰그림을 그리기 보다는 인기영합주의에 편승하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이 영혼없이 현직 단체장의 사병처럼 돼 있는 것도 고질병이다. 경제 지표상 꼴찌를 차지한 전북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려면 도민들이 생각을 바꿔 역량있는 사람을 단체장으로 뽑아야 한다. 교언영색으로 일관한 단체장을 그대로 뒀다가는 전북발전은 백년하청이 될 수 있다. 도민들이 깨어 나지 않으면 전북은 가망이 없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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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0.10.25 16:49

경제논리 밀려 안전 위협받는 호남권 철도

호남권 철도의 시설 노후가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데도 경제 논리에 밀려 개량 보수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가 더불어민주당 김윤덕의원(전주 갑)을 통해 입수한 국가철도공단의 노후 철도시설의 개량 투자계획에 따르면 2021년에서 2025년 까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노선별 운임 수익 등 경제성이 높은 경부 고속선과 수도권 광역 철도를 내년부터 우선 보수하고, 경제성이 떨어지는 호남권 등 다른 노선은 2023년 이후 시행한다는 것이다. 철도 투자 계획은 노선별 이용 실적과 수요 예측에 따라 경제성을 분석하도록 돼있다. 등급 평가 결과 경부선은 10점을, 호남선과 전라선은 겨우 6점으로 집계됐다. 산업시설의 집중으로 경제활동이 활발하고, 그에 따라 인구가 밀집된 경부선 권역의 등급 평가가 높게 나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사리에 맞지 않는 그런 논리로는 호남권은 열악한 인프라로 지역활력 저하 등의 악순환만 거듭될 뿐이다. 경제성 위주 논리와 정책을 버리지 않는 한 현 정부의 정책기조인 지역균형 발전은 요원하다. 또한 경제성만 고려한 평가기준은 안전을 도외시한 설정이다. 실제 지난 15일 국감에서 공개된 호남 고속철도 노반 안정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호남고속 철도의 토공 구간 55.6㎞ 가운데 13.2㎞(23.7%) 구간이 허용 침하량(30㎜)을 초과하는 지반 침하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평균 침하량은 46.7㎜이고, 최대 침하량은 140㎜에 달했다. 이에 비해 경부 고속철도의 경우 허용 침하량(30㎜)을 초과하는 구간은 3.75%에 불과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 고속철도의 지반침하는 자칫 열차의 탈선 등으로 대형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성에 근거한 개량 투자계획으로는 호남 고속철의 개량 보수 공사는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많은 승객이 이용하는 열차의 특성상 열차사고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철도의 생명인 안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안전은 수익보다 더 중요하다. 국가철도공단 등은 경제성 보다는 안전을 중시, 개량 보수가 시급한 노선 부터 우선 순위를 두고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시설 개량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10.25 16:49

‘연극정신’과 ‘헝그리정신’ 사이 어딘가에 예술이라는 보물섬이 있을까?

송원 배우다컴퍼니 대표 스물 한 살의 겨울, 오디션을 보고 극단에 들어갔다. 잘은 모르지만 나는 단원이 되었고 단원이 되면 공연을 할 수 있다고 했다. 6개월간 청소와 인사, 설거지를 배웠다. 먼저 극단에 있던 사람들을 선배님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배웠다. 언제 어디서도 본적은 없지만 서로 익숙한 듯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은 분명 나보다 먼저 시작한 사람들 일 것 이라는 눈치도 배웠다. 그들을 모두 선배님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그들은 나에게 몹시도 사적인 것을 자유롭게 물어보았고 언제나 반말을 했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절대 사적인 것을 묻지 말아야 하며 의견이 달라도 토론하는 것은 몹시 버릇없는 행동 임을 배웠다. 성격이 좋거나, 성실하거나, 분위기를 띄우거나, 빠릿빠릿하거나 여하튼 어떤 이유로든 단원으로서 좋은 평판을 갖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배웠다. 연극을 하기 전 사람이 되어라 라는 문구를 그 예로 배웠다. 7개월 째 부터는 공연연습이 시작되었다. 나는 경력도 없고 인맥도 없는 아주 어린 배우이기 때문에 어떤 급여나 페이는 받지 않는 것이라고 배웠다. 아! 오히려 아마추어인 나에게 수강료를 받지 않고 무대를 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을 감사히 알라 배웠다. 그렇지만 연습에 방해되는 그 어떤 아르바이트도 하지 말라고 배웠다. 나의 정체성은 배우이기도, 아마추어이기도 했다. 몸매와 얼굴과 실력과 나의 모든 것은 언제나 평가의 대상이었지만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배웠다. 연극은 원래 배고픈 것이라는 통념과, 요즘 것들은 헝그리정신이 없다는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의 일침 속에서 나의 20대는 예술이라는 보이지 않는 보물섬을 찾아 표류했다.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이 곳에서 살아남고 싶었고 이 곳에서 잘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아무것도 잘 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리고 스물다섯의 겨울, 극단대표의 성추행으로 인해 극단을 탈퇴하고 예술이라는 보물섬은 찾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 뒤로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전 극단에 있던 다른 또래 동료 네 명도 극단을 탈퇴했다며 우리끼리 공연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가슴이 뛰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30만원씩 돈을 모았다. 우리끼리 역할을 분담했다. 대본을 찾고 포스터를 만들고 무대를 구상하고, 소품을 만들며 안무를 짜기도 하고 밤새 연습을 했다. 준비 기간 내내 우리는 자주 다투고 많이 웃었다. 아무도 혼나지 않는 이곳에서는 다툼을 통해 성장했고 우리는 다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공연당일 엄청나게 많은 관객들이 몰렸지만 선배들은 우리 작품을 혹평했다. 우리 연극은 실패한 걸까? 그런데 우리 공연이 왜 성공해야하지? 공연을 마치고 내게는 그들에게 되물을 힘이 생겼다. 이 글은 2020 연극의해 전국청년연극인 공론장에서 눈물을 꾹 참으며 한자 한자 발표한 위계폭력 경험담 중 일부이다. 현재를 사는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어떤 창작자로 존재해야 마땅한 것인가 묻고 싶었다. 또 사업수행과 더 나은 결과물제출이라는 기존의 예술지원방식이 무엇을 놓치는지 말하고 싶었다. 지금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창작환경 속에서 더는 아픈 경험담이 연극정신이라고 일컬어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미 너무도 불균형한 지역문화예술계의 권력관계 속에서 우리는 어떤 목소리에 귀 기울어야 할까? /송원 배우다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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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5 16:26

발로하는 투표(vote with feet)는 가능할 것인가?

김미정 전라북도 인재개발원장 2020년!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하지만 대도약의 기틀을 다지고자 노력했던 한해로 기억되기에는 너무나 많고 새로운 일들이 한꺼번에 닥쳐온 해인 것 같다. 지역에 새로운 위기와 기회를 제공했던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덮어버리고 코로나 19라는 새로운 감염병이 전 세계를 뒤덮었고 글로벌 기후변화에 따른 기록적인 폭우와 수해가 그 뒤를 이었다. 8월 이후의 감염병 재확산은 방역 강화를 통한 경제활력화와 일상성회복이란 화두를 멀어지게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그 싸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공동체의 위기 앞에서는 항상 공무원들과 민간영역의 헌신과 노력이 있어왔고 지금도 그 헌신과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미증유의 4차추경 편성을 통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제시하고 한국형 뉴딜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추동해나가는 모습들은 공적영역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앞서서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과거와는 달리 중앙정부 차원의 일사불란한 결정과 집행의 모습들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전국 최초의 선제적인 추경편성, 위험시설 영업 중단에 대한 신속한 지원금 지급, 착한 임대료운동 등은 전북에서 시작하여 전국으로 확산된 주요한 지역발 모범사례들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감염병의 확산 양태에 따라 지역을 달리하여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를 결정하고 지역에 적합한 방역을 수행하는 모습 또한 달라진 지역의 역량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주요 이슈에 대한 대응의 신속성과 정교함의 차이가 지역별로 발생하는 지금의 현상들이 발로하는 투표(vote with feet)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고민하고 더 더욱 노력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사람들이 더 좋은 삶의 질을 제공하는 지역을 찾아 자유롭게 이주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이 개념은 경제 지리학자 찰스 티보(C. Tiebout)가 주창한 것으로 지방자치의 이념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는 수도권에서만 적용되는 개념이었다. 이제 그 논의는 수도권을 넘어 모든 지역에서 경쟁과 협력을 통해 발전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토대로 작용하고 있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역의 공무원과 민간이 소통하고 협업하는 문화가 있어야 함을 지금의 상황을 통해 알 수 있다.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을 아우르는 새로운 전북형 인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올해 제정되어 시행된 청년의 날 기사를 보면 전북도청의 청년비율이 40%에 이르고 있고 그중에는 90년 이후 출생한 공무원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또는 위드 코로나 시대의 전북형 인재는 새로운 시대적 특성과 아울러 세대적 특성 그리고 전북인으로서의 지역적이고 문화적인 특성을 골고루 아우르는 통합적 인재상이어야 한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통합적 특성을 견지하고, 핵심역량(competency)을 갖고 있으며 이를 지역에서 올곧게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계속적으로 길러내야만이 발로하는 투표를 통해 지역의 성장과 미래가 지속될 것이다. 전북 또한 그간의 노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발로하는 투표가 우리 지역에서 가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대응하여 현재를 기회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김미정 전라북도 인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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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5 16:26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미영 전북지역교육연구소 대표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또래들과의 놀이이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놀이를 통해서 사회화의 과정을 거치며 타인을 인식하고 자아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코로나19 시대에 아이들에게 원격교육,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활은 친구, 이웃, 지역사회 속에서 인간관계를 맺고 자아정체성을 형성해가야 할 성장기 아이들에겐 적신호라서 걱정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가 헤쳐 나가야 할 과제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중앙대 김누리 교수의 인터뷰기사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자신의 독일 유학 중 수업 시간에 놀란 적이 있는데, 단테를 아느냐는 교수의 질문에 자신도 아는 단테의 신곡을 학생들 대다수가 모른다고 해서 의아했다고 한다. 그러나 독일학생들이 안다고 하는 것은 자신처럼 제목만 아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 대해서 읽어보고 살펴보고,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쳤을 정도가 되어야 안다고 표현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려면 깊이 호흡하고 사고하며, 되씹어볼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해볼 수 있는 것이 독서이다. 다독 위주, 상식위주, 자기만족적인 책읽기가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책을 선정해 같이 읽고 함께 얘기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성장기 아이들은 부모와의 대화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학교에서 독서교육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학교의 독서교육은 평가 체제, 대학입시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학부모의 평가 불신으로 인한 서술형 문제 출제의 어려움, 사교육비 문제와 교육양극화로 입시에서 서술형, 논술고사가 사라져가는 상황은 참으로 안타깝다. 일본은 이미 2013년부터 비판적 창의적 역량을 기르는 논술형 교육과정으로 IB(국제바칼로레아)를 공교육에 도입한 이후 현재 약 200여개 학교에 적용하고 있다. 창의성과 다양성을 준비해야 할 미래교육의 방향에서 보면 전국의 학생들이 동일한 EBS강의로 똑같이 학습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답답하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려면 단답형 정답만을 구하는 학습이 아닌 교사들의 다양한 교육내용과 방법을 학생 개인별 맞춤형으로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열정을 가진 교사들이 학습콘텐츠를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 행정지원과 교육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교육이어야 한다. 자신의 삶과 연결된 생태적 교육으로 협동학습을 하면서 지식과 생각이 깊어지면 아이들은 학습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학교에서 자신의 삶과 분리된 교과서 중심의 학습은 배움의 즐거움이 사라지고 삶의 만족도도 떨어진다. 2018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 의하면 한국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는 71개 대상국가 중 65위로 최하위권이었다. 배움의 즐거움을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은 격렬한 대입을 치르고 나면 손을 놓는다. 이러한 결과는 2013년 발표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서 우리나라 성인들의 역량은 청년층(16~24세)에서는 평균보다 높으나 이후세대(25세~65세)에서는 OECD 평균이하로 떨어지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격차가 커지는 결과로 나타났다. 미래사회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면 자기주도적인 평생학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는 조용한 교육혁명,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 /이미영(전북지역교육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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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5 16:26

지역 주택건설 공사 지역업체 참여 확대하라

대형 주택건설업체들이 지역 주택건설 시장을 장악하면서 지나친 분양가 상승과 지역내 전문건설업체들의 일감 축소 등 여러 문제점들이 되풀이되고 있다. 자금력이 풍부해 주택 건설부지 매입에서 부터 우위에 있는 대형 주택건설업체들은 10여 년 전부터 도내 주택건설 시장을 싹쓸이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왔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전국 브랜드 선호 경향이 가세하면서 전북 토종 주택건설업체들은 속속 무너졌다. 제일건설과 계성건설 정도가 그나마 전북 주택건설업계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외지 대형 주택건설업체의 전북 시장 잠식은 높은 분양가 책정과 지역 전문건설업체 경영난을 부른다. 자체 협력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대형 주택건설업체들은 지역 업체에 일감주기를 꺼린다. 공사 현장에서 필요한 건설인력은 타 지역에서 공급받을 수 없지만 자재와 장비 공급 등은 지역적 제약이 덜해 얼마든지 협력업체 독식이 가능한 구조다. 지역 업계와 자치단체의 노력으로 지역 전문건설업계의 공사 참여가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하도급 비율이 40~~50% 정도로 낮은 편이다. 자체 협력회사에만 하도급 입찰 참여자격을 부여하던 외지 대형 주택건설업체들이 지역업계와 자치단체의 반발로 2018년부터 지역업체에도 입찰참여를 허용한 결과다. 지난 2018년 30%에 그쳤던 전주지역 공동주택 건설현장 하도급률은 지난해 45%로 증가했지만 아직도 낮은 수준이다. 경북 포항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역 건설업체의 하도급 참여율을 65%까지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와 전주시는 지난 21일 전주시 서신동 감나무골에 1986세대 규모의 대단위 재개발 아파트 시공을 맡은 포스코와 한라건설 측에 지역업체 참여 확대를 요청했고,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다행스런 일이지만 지역업체 참여 확대가 감나무골 공사 현장 한 곳으로 끝나선 안된다. 지역에서 진행되는 주택건설 공사에 지역의 인력과 자재, 장비 사용이 더 확대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돼야 한다. 지역 전문건설업체도 행정의 지원에만 의존하지 말고 외지 업체에 뒤지지 않는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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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2 22:32

지방대 죽이는 대학역량평가 개선해야

정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가 지방대학 죽이기나 마찬가지여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교육부에서 실시하는 대학평가는 지난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시작으로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로 바뀐 뒤 내년에 3주기 평가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학령인구가 격감하는 지방대학을 전국에서 지원자가 몰리는 수도권대학과 동일하게 평가함에 따라 지방대학에 절대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 이후 2018년 입학정원 비교분석 자료를 보면 전북지역 대학 정원 감축권고는 4700여 명으로, 정원 대비 18%에 달했다. 경북충남 17%, 전남세종 16%, 인천울산 7%, 서울 1%에 비하면 전북지역 대학들이 대학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았다. 더욱이 내년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를 앞두고 지방대학들은 더욱 암울한 상황을 맞고 있다. 학령인구는 계속 줄어드는 데다 젊은 층은 취업을 고려해 서울소재 대학 진학을 위해 지방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내년 대학기본역량평가에서 신입생재학생충원율, 교육비환원율, 전임교원확보율 등 7개 평가지표에서 일정 기준을 넘겨야 하며 미충족 지표 수가 3개 이상인 경우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하게 된다. 특히 내년에는 신입생충원율 항목에 대한 배점이 10점에서 12점으로 높아짐에 따라 지방대학 죽이기라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원자가 몰려드는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교육균형발전과 지방대학 발전을 저해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교육부는 대학평가 결과에 따라 신입생 정원을 조정하고 장학금 등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결국 대학역량평가는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 간 재정지원을 차별화하면서 서울소재 대학만 지원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때문에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의 불공정 경쟁구도속에서 획일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지방대학이 설 자리를 잃게 되면 지방소멸 위기는 더 가속화되고 결국 지방은 궤멸할 수밖에 없다. 현행과 같은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는 지방대학을 고사시키고 지역균형발전을 가로막는 만큼 반드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특성과 여건을 반영해서 지방대학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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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0.10.22 20:58

계남정미소의 외로운 싸움

삽화=권휘원 화백 진안 마령면사무소에서 백운면으로 넘어가는 넓지 않은 2차선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순하게 자리 잡은 계서리 계남마을이 있다. 좁은 마을길을 한참 들어가야 만나게 되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인 계남 마을에는 1년에 한 두 차례 외지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진다. 마을 입구에 자리한 오래된 방앗간, 계남정미소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까닭이다. 농촌의 대부분 방앗간들이 본래의 쓰임을 다하고 문을 닫기 시작했을 즈음, 계남정미소도 문을 닫았다. 가뜩이나 오래된 방앗간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자 금세 낡은 공간이 되어 방치됐다. 그러나 1년 만에 이 남루한 공간은 다시 새로운 쓰임을 얻었다. 2006년 문을 연 공동체 박물관 계남정미소 다. 문화공간이 된 계남정미소는 금세 이름을 알렸다. 공간의 새로운 주인이 된 사진작가 김지연씨는 마을 사람들의 기억과 경험을 공유하며 마을공동체의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일깨우는 다양한 기획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계남정미소는 2012년 가동을 멈췄다. 가중되는 경제적 물리적 어려움이 원인이었다. 휴관에 들어갔던 계남정미소는 다행스럽게도 2016년, 가까스로 동력을 찾아 다시 문을 열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문화기획자들의 지원이 힘이 됐다. 다시 문을 열던 날, 김관장은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1년에 한두 번이라도 그 명맥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이루어졌다는 말로 기쁨을 전했다. 그 뒤 4년, 계남정미소는 김관장의 소박한 바람, 꼭 그만큼만 공간의 쓰임을 지켜가고 있다.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자치단체마다 지역문화를 살리려는 노력과 투자가 더해지고 있는데도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계남정미소의 현실적 환경이다. 사실 계남정미소는 쓸모를 잃고 사라져가는 수많은 농촌마을의 오래된 공간들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통로가 되었다. 마을공동체의 의미를 되살리고 방치된 낡은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모범적 사례로 이름을 떨쳤으니 그것만으로도 역할이 빛난다. 부활했으나 여전히 꺼져가는 불씨처럼 간신히 생명을 붙잡고 있는 계남정미소의 존재가 안타까운 것은 그래서다. 계남정미소가 1년에 한차례 여는 기획전이 시작됐다. 젊은 사진작가 장근범의 아시아 프로젝트 전시회로 당분간 계남정미소에는 외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다. 진안의 귀한 문화자산이 된지 오래, 스스로 성장하여 지역을 빛내고 있는 계남정미소의 외로운 싸움에 지역사회의 힘이 더해졌으면 좋겠다. 계남정미소의 힘찬 가동(?)을 보고 싶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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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0.10.22 16:46

[병무상담] 1976년 이후 복무자 군번 확인

현행 주민등록번호는 1976년 이후 제정되어 이전의 군복무 사항은 주민등록번호로 확인이 불가능하므로 군번을 아셔야만 병적증명서를 발급 받으실 수 있으며, 군번 확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국가 또는 참전용사(625, 월남) 유공자로 국가보훈처에 이미 등록된 경우에는 본인 또는 가족이 관할 지방보훈지청에 군번을 요청하면 확인이 가능합니다. 만약, 국가보훈처에 등록되지 않은 경우에는 첫째, 주소지 관할 주민센터에서 구 원장(구 주민등록표)을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둘째, 각 군 본부에 군번 확인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확인대상자의 제적등본, 군 입대 당시 본적주소성명생년월일과 복무부대, 복무기간 등 알고 계신 모든 사항을 기재하여 신청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군번 확인을 위해 작성해야 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성명은 공부상 성명(한자)과 집에서 부르던 아명, 생년월일은 공부상 생년월일과 실제 생일(음력), 그리고 본적, 주소, 입대 당시 주소, 입대 당시 훈련소(부대), 복무부대, 전역일자, 전역사유(만기, 병제, 명예제대, 의가사 등), 기타 군 복무와 관련된 내용을 자세히 작성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넷 신청방법은 국민신문고 또는 각 군 본부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민원마당 민원신청」에서 신청하시면 되고, 우편신청은 <육군> 충남 계룡시 신도안읍 부남면 사서함 501-57호 육군본부 민원실(우 32800), <해군> 충남 계룡시 신도안읍 부남면 사서함 501-290호 해군 역사기록 관리단(우 32800), <공군> 충남 계룡시 신도안읍 부남면 사서함 501-307호 공군본부 민원담당자(우 32800)로 신청하시면 됩니다. 군번이 확인된 경우에는 가까운 병무청을 방문하거나 시도, 시군구, 읍면동 주민 센터에서 어디서나 민원으로 신청하시면 병적증명서를 발급 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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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2 15:50

근근이 먹고산다 - 나태주 시인

나태주 시인 우리 집은 아빠가 선생질을 해 근근이 먹고 산다. 지금도 이 문장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파온다. 이 문장은 우리 집 아들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다닐 때 여름방학 숙제로 쓴 일기장에 들어 있던 문장이다. 마침 그때는 나도 아들아이가 다니던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던 시절인데 여름방학이 지나고 여름방학 숙제 검사를 하던 아들아이 담임선생님이 일부러 나를 불러서 보여준 문장이기도 하다. 아들아이가 일기장에 쓰기는 했지만 이 말은 애당초 아들아이의 것이 아니다. 아이의 엄마가 아들아이에게 자주 해준 말이다. 그러기에 아이가 그것을 외워두었다가 마침 일기장에 아무것도 쓸 거리가 없는 날 이 말을 기억해내고 무심히 옮겨 적은 것이다. 우리가 살던 집, 아주 작은 단독주택 앞에는 동네 사람들이 홍가가게라고 부르던 조그만 구멍가게가 있었다. 그 가게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들이 여러 가지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아들아이는 그 장난감들에 눈독 들여 살았다. 들락날락 가게 문을 드나들며 엄마에게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랐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에게 장난감을 넉넉하게 사줄 만한 돈이 아내에게 있을 까닭이 없었을 터. 늘 푼돈으로 쪼개어 써도 돈이 부족한 형편이었다. 쌀값, 연탄값, 반찬값을 제하면 남는 돈이 별로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아이는 새로운 장난감에 마음을 뺏기고 자꾸만 엄마에게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랐으리라. 그럴 때마다 아내가 아이의 등짝을 한 대씩 때리면서 했던 말이 바로 그 말이다. 우리 집은 아빠가 선생질을 하여 근근이 먹고산다.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던 아이나 아이의 등짝을 때리며 경각심을 심어주던 아이의 엄마나 그것을 바라보던 나는 참으로 한심한 인물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한심한 사람은 바로 나. 그래, 학교 선생으로 일한다는 사람이 아이에게 장난감 하나 시원시원 사주지 못하고 아내에게 그런 소리를 하게 만들고 또 아이에게는 그걸 또 일기장에 쓰게 했단 말인가! 이제 와서 가족들에게 참 미안하고 송구한 심정이다. 근근이란 말은 일상 흔하게 쓰이는 말이 아니다. 어렵사리 겨우란 뜻의 부사이다. 또 이 말은 한자에 그 뿌리를 둔 말이기도 하다. 근근이에 쓰여지는 근(僅)이란 글자는 여러 가지 뜻인데 한결같이 부정적이며 마이너의 뜻이다. 겨우, 거의, 가까스로, 다만, 단지(但只), 희미하게(稀微--), 적게의 뜻이 그것들이다. 정말로 그 시절 우리 가족의 삶이 그러했다. 매우 왜소하고 매우 부족하고 매우 썰렁하고 매우 춥게 살던 시절이다. 아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형편이나 상황이 조금 바뀌긴 했지만 우리가 사는 것은 근근이 어렵게 사는 삶이다. 시간이 그렇고 건강이 그렇고 인간관계가 그렇고 세상 돌아가는 형편이 두루 그러하다. 오늘날 우리는 단군 임금 이래 가장 잘 사는 세상을 살고 있다. 들쑥날쑥이 있기야 하겠지만 의식주가 그런대로 해결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한껏 보장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이런 나의 발언이 선뜻 짐작이 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대로 나잇살이나 먹은 내 눈으로 보기엔 우리는 지금 분명히 잘 사는 사람들이다. 그냥이 아니라 기적처럼 잘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불평불만이 많고 자기만 낙오자라고 투덜거린다. 마이너라고 루저라고 한숨을 짓는다. 모두가 상대적 비교 탓이다. 자기의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남의 것만 흘낏거린 탓이다. 남의 것을 부러워하기에 앞서 자기의 것을 소중히 아름답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자기 자신을 보다 더 사랑하고 아끼고 자랑스럽게 여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자존감을 높여야 할 일이다. 근근이 먹고 산다는 이 말을 우리는 지나치게 부끄럽게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상 우리는 모두 오늘날도 여전히 근근이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오히려 안쓰럽고 아름답고 눈물겨운 사람들이다. 비록 근근이 먹고 살지만 마음만은 더욱 너그럽게 부드럽게 풍부하게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 길이 정말로 물질로 마냥 풍요로운 오늘날 우리가 잘 사는 길이라 생각한다. /나태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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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2 15:50

코로나19, 연대와 공동체 정신으로 극복하자

유진섭 정읍시장 정읍시는 추석 이후 코로나19 지역 발 감염 확산으로 전국적 관심의 중심에 섰다. 정우면 양지마을에서 12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정읍시는 선제적 대응의 일환으로 양지마을에 이동제한 조치를 취했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지역 발 감염으로 이동제한 조치를 취한 최초의 사례여서 양지마을 주민들과 시민들은 무척이나 불안하고 당황했었다. 그러나 정읍시는 대응매뉴얼에 따라 관계기관과 협력해 의연하고도 엄정하게 대처했다. 먼저, 양지마을 주민과 접촉자 264명에 대한 역학조사를 마쳤고, 다행히 전원 음성으로 판정됐다. 그리고 이동제한 조치 중인 양지마을 주민들을 위한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마스크, 소독제를 비롯해 김, 장조림 등 반찬류까지 꼼꼼하게 챙겼고, 지역농협과 연계해 농작물 수확을 도왔다. 현장 원스톱 민원실 운영과 함께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의 긴급상황에 대비, 공중보건의와 응급차량도 배치했다. 정읍시민들과 관내 기업인들의 온정도 답지했다. 이동제한 기간 내내 도시락 봉사가 이어졌고, 수십 건의 물품이 전달돼, 양지마을 주민들에게 큰 힘이 됐다. 정읍시는 이러한 시민 모두의 마음에 힘입어 1인당 5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했다. 그리고 10월 17일, 모든 양지마을 주민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판명돼, 정읍시는 10월 19일 오전 10시부로 양지마을에 대한 이동제한 조치를 해제했다. 처음 정우면 양지마을에 대한 이동제한 조치를 결정하고, 시장으로서 마음이 매우 무거웠다. 향후 마을주민들이 겪어야 할 고통이 먼저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을주민 대다수가 고령자여서 자칫 때를 놓치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이동제한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결과적으로 더 이상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정읍시가 효과적으로 대응했다고 볼 수 있겠다. 필자는 이번 정우면 양지마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미증유의 세계에 마주 선 우리는 새로운 가치체계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자본주의의 절대적 아이콘으로 등장했던 서구의 합리적 개인주의는 비판적 반성에 직면했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코로라 괴물에 맞서 싸울 다윗의 돌팔매는 다름 아닌 공동체의 연대, 헌신, 타인에 대한 신뢰 등 인류의 삶을 떠받치고 있는 보편적 덕목인 것이다. 그것은 우리 선조들의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의 정신과 맞닿아 있고, 고대 그리스 현자들이나, 동양의 성인들이 오래전부터 강조해 온 고유의 가치들이다. 인류는 위기를 극복하면서 진보한다. 인류가 코로나19를 잘 극복해 낸다면, 세계시민사회는 더 성숙할 것이고, 진정한 지구화, 세계화가 지구공동체라는 이름 아래 진행될 것이다. 나아가 인류의 전지구적 연대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정읍시민은 이번 양지마을 이동제한 조치 과정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격리된 고통을 감내하는 양지마을 주민을 위해 수많은 온정을 베풀었고, 지역경제가 얼어붙었지만 다수의 소상공인들은 손해를 감수하며 어려운 시기를 같이 이겨냈다. 지면을 빌어 공동체에 대한 연대, 헌신을 보여주신 정읍시민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리며, 코로나19는 아직 진행 중이니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여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겠다. 아울러 정읍시도 향후 코로나19 대응에 즉각적, 전방위적 조치로 시민의 건강과 안전 사수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며, 반드시 코로나19를 극복해 나갈 것이다. /유진섭 정읍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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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2 15:50

시안(詩眼)으로 본 사계(四季) - 김계식

▲ 김계식 시인 허기진 새 몇 마리 어지럽게 지저귀는 소리 끝으로 밝아오는 여명 숨을 몰아쉬던 바람도 밤새 묻은 어둠을 떨쳐내고 있다. 화창한 날에 아른거리는 아지랑이도 채 다가서기 전 풍전세류로 비웃음 당하던 수양버들이 엄동 속 온기 휘어잡아 연녹색 푸름으로 춘산을 입짓하며 화해를 손을 내민다. 어찌 하늘의 드높음 만이랴. 생명 가진 것들의 짙은 소망 그 생기로 피어나는 숨결인 걸. 새로운 봄소식 먼저 맞이할 수 있는 언덕에 올라 발목 잡은 젖은 시간을 털어내며 꿈으로 봄기운으로 맑은 새벽을 맞는다. 봄을 맞는다. 아직도 허연 눈발을 뒤집어쓴 이른 봄 산자락의 게으른 봄 마중이다, 입춘에 어렵사리 불려나온 우수(雨水)의 살얼음 풀리는 소리 들린다. 어디서 그 소릴 들었는지 진흙 질컥한 짚신 바닥을 동구(洞口) 정자나무가 땅 위로 드러난 노근(露根)에 쓱쓱 닦고 있었다. 새벽 기침(起沈)을 어려이 참고 아랫목 뭉그적거리는 노인과 달리 터진 바짓가랑이 불알 내보이는 아이놈 벌써 이른 봄산에 안달한다. 언치가 부담스런 외양간 누렁이 논밭 갈던 두려움 까맣게 잊고 틈둑 보드라운 새 풀잎 냄새에 되새김질하는 아래턱이 더욱 바쁘다. 두어 장 넘어감을 인지한 지금에야 게으름에 젖은 무르팍에 힘을 모으는 늦깎이 봄 마중. 폭염(暴炎) 몸 사릴 때 붙박임보다 작은 부유(浮游)릍 감사하는 부레옥잠은 하늘 피어나는 흰 구름 빛깔을 굳히고 땡볕 줄곧 갈라대는 쓰르라미 소리를 점철하며 벌써 여리게 들어서는 살살이꽃 하늘거림을 꿈 그리듯 숙연하다. 익힌 인연으로 감지하는 나는 옥비녀에 서린 설움 닦아내는 한 줄기 바람 폭염 그늘로 파고들며 푸는 회오를 그냥 모르쇠 하고 있다. 상사화 피는 계절 허공을 향한 울부짖음, 메아리마저 내려앉을 곳을 잃었다. 더 붉게 타오르는 열정으로 소진을 까맣게 모르는 부단한 재연(再燃)이었다. 이윽고 또 이울고 찾을 길 없는 빛과 소리 어렴풋한 방향을 짚어 솟아나는 푸른 잎사귀는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이루어낼 해후(邂逅)이더냐. 같은 이름으로 불려도 끝내 등진 대답 언제 어디서 하나 될 것인가. 가림없이 내리쬐던 한여름의 열기, 밤 시간 점철하는 귀뚜라미의 호곡으로 한풀 껐여 양지로 뜨겁고 음지로 시원한 얼룩빼기가 된다싶더니 마당 한복판으로만 더 두터운 햇볕은 붉은 고추 닦달하고 콩 꼬투리 비집어 콩알을 세다가 물러감을 앙탈하는 뒷자락 가을은 그렇게 시나브로 다가왔다, 익어가는 벼이삭 따라 변해가는 토실한 메뚜기는 손 빠른 아이의 손에 붙잡혀 피 꽃대로 만든 꿰미에 어린 살과 등껍질 사이로 꿰이던 날이다. 내일도 모르는 놈 퇴화된 입에 생식기만 내세우는 놈이라고 비아냥거렸던 하루살이가 그냥 부러웠다. 세상 으스대던 벗어진 이마면 무엇 하며 튼실한 날개면 무엇 할 것인가? 생각에서 운명까지 시베리아 툰드라 동토(凍土)가 운해를 넘어 보료로 보이던 날, 사뿐히 내 려앉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뇌리를 채워진다. 하지만 다행히도 말로 바꾸지 않고 깊이 묻어둔 결과인지 우랄산맥을 넘을 때 덜커덩 기체 내려앉는 이상기류를 운명 아닌 현실로 받아들이며 오싹 오금 저린 순간을 맞았다. 생각-말-행동-습관-성격-운명 이런 절차로 생각이 끝내 운명이 되는 거라면 그날의 내 심신은 지금 영원히 녹지 않는 빙벽 속에 갇히고 말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솔깃이 인다. /김계식 김계식은 정읍에서 출생해 전주교육청 교육장을 역임했다. 창조문학으로 등단하여 시집 <돌부처의 푸념>외 24권을 출간했으며, PEN문학상, 전북문학상, 전북시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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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2 15:50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 감독기구

▲ 김상설 감정평가사 정부는 617, 710, 84 부동산대책을 통해 보유세 인상과 대출규제 등의 수요억제책, 세입자보호를 위한 임대차 3법, 수도권 중심의 공급확대정책을 발표했다. 더 나아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부동산감독기구의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시장의 교란행위가 날로 진화하고 있어 정부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감정원이란 공기업이 한국부동산원으로 이름이 바뀌어 시행(2020.12.10.)을 앞두고 있다. 한국감정원법 제1조를 보면, 설립목적은 부동산시장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고 부동산시장에서의 소비자 권익보호와 부동산 산업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란 명칭과 목적 어디를 봐도 부동산감독기구라 칭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주요 업무는 부동산가격 공시업무, 부동산투자회사에 대한 업무검사 및 감정평가 타당성조사, 주택청약 업무, 기타 부동산의 시장동향과 관련 통계조사 등이다. 불과 4년 전에한국감정원이란 이름으로 설립된 1000여명에 이른 방대한 조직이다. 현 정부에서 부동산시장이 안녕하지 못하다면, 부동산시장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해 설립된 기관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따져봐야 할 게 아닌가. 때마침 한국감정원의 명칭을 한국부동산원으로 바꾸고 기능을 보완하여 감독기관으로서의 새출발을 앞두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설립후 4년 동안 설립목적에 걸맞게 부동산감독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여 왔는지 주무부처로서 깊이 되돌아 봐야할 시점이다. 부동산시장의 안녕과 별 관계 없는 수익성을 위한 업무가 많지는 않은지, 감독기구로서 조직규모가 너무 방만하지 않은지, 특히 민간 전문가가 충분히 수행가능한 분야인 감정평가 관련업무 등 민간시장을 과도하게 침법하지는 않았는지 등등. 우리나라는 국토가 협소하고 더구나 산지가 65%나 차지하므로 대부분의 인구가 거주하는 도시의 규모는 더욱 협소한 나라이다. 일부 보수언론의부동산정책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는 투기적 수요가 많고 공공성이 강한 부동산시장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한가하고 무책임한 주장이다. 실거래가신고제도가 시행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부동산시장 안정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 그 이유는 실거래가보다 낮은 저가신고가 많기 때문이며, 그에 대한 실질적인 심사기능이 결여되어 있다. 저가신고는 탈세로 국가재정을 좀먹고, 투기세력이 발붙일 터전을 제공하여 왔다. 분양권 불법전매행위, 아파트가격 담합행위, 허위매물, 아파트 공사비 부풀리기, 기획부동산의 투기행태, 위장전입 등 부동산 감독기구의 역할이 필요한 분야가 즐비하다. 부동산감독원, 부동산거래분석원, 한국부동산원등 명칭과 설립목적이 유사한 기관을 중복설립하여 예산낭비와 시행착오를 반복해서는 안될 것이다. 과거 수십년 간 수많은 부동산대책을 시행하여 왔지만, 사후약방문처럼 사후 대응책만으로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여러번 학습된 결과이다. 정부로부터 독립된 예방적이고 항구적으로 부동산 시장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는 부동산 감독기구의 설립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의 명목만 감독기구인한국부동산원의 기능까지 포괄하여 투기세력을 예방하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명실상부한 감독기구를 설립하여야 할 것이다. /김상설 감정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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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2 11:04

농협의 억대 연봉

/삽화=권휘원 화백 농협중앙회 정규직 직원 연봉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소속 의원마다 농협중앙회 직원의 억대 연봉 문제 등을 잇달아 제기하면서 농협의 존립 목적을 거론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정규직 2023명 중 연봉이 1억 원이 넘는 직원은 839명으로 29.4%에 달했다. 직원 3명 중 한 명 정도가 억대 연봉자인 셈이다. 농협중앙회 억대 연봉자는 지난 2015년 381명으로 전체 직원 대비 11%에 그쳤지만 5년 새 2배 이상 늘어났다. 반면 농협중앙회의 현금수지 적자는 지난 2017년 4148억 원에서 2019년 5098억 원으로 더 악화됐다. 농협중앙회는 적자 폭을 메꾸기 위해 매년 농업금융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차입해오고 있는데 차입금 규모가 지난 2017년 12조4000억 원에서 2019년 13조4000억 원으로 1조 원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른 이자 비용도 2017년 3169억 원에서 2019년 3343억 원으로 늘어났다. 농협중앙회의 현금수지 적자에도 직원의 평균 임금은 9148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 직원의 성과급 지급액도 계속 늘어나 지난 2015년 1인당 400만 원 수준에서 지난해 800만 원 수준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달 농협중앙회 창립기념일에는 직원들에게 540억 원이 넘는 지원금과 기념품을 지급했다. 지난해까지는 1인당 100만 원대를 지급했지만 올해는 곱절을 올려 200만 원 상당을 지급했다. 농협의 주체인 농민 조합원들은 올해 코로나19 사태와 54일간의 최장기 장마, 그리고 잇따른 태풍 여파로 큰 시름에 차 있다. 벼 수확철이지만 일조량 부족과 백수현상 등으로 지난해보다 수확량이 20% 정도 줄어들어 울상이다. 다른 작물들 작황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농가 평균 소득이 4000만 원을 넘어섰지만 실제 농업소득은 110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농사지어서는 먹고 살 수 없는 게 농민들이 처한 암울한 현실이다. 그런데도 농협 직원의 억대 연봉과 성과급 창립지원금 등 돈 잔치를 벌이고 있는 현실에 농민 조합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 비애감마저 들게 만든다. 직원을 위한 농협인지, 농민을 위한 농협인지 그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권순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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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20.10.2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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