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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일 칼럼] 대법의 사필귀정을 기대한다

전북 도민들은 2036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지로 전북 전주가 선정된 것을 무척 반겼다. 그간 뭣 하나 제대로 돌아간 것이 없는 황무지 같은 척박한 상황이었는데 올림픽 개최지 후보 도시라는 기적 같은 일이 만들어지면서 전북에도 오색영롱한 무지개가 떠올랐다. 전북은 과거에는 인재들이 많이 배출돼 그 어느 지역보다도 교육 경쟁력이 강하다고 자부해왔었다. 하지만 산업화 부진에 따른 경제력 낙후로 교육분야까지도 낙후를 거듭, 어느 때부턴가 회복 불능의 지경까지 다달았다. 전북교육은 진보교육감이 들어선 이후 사사건건 교육부와 대립각을 세운 바람에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학생 인권만 귀하게 여긴 나머지 교사들의 인권은 실종되다시피 했고 학력신장에 소홀히 하면서 하향평준화를 가져와 전국에서 가장 낙후지역으로 돌변했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 서거석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학력신장을 최우선시 하겠다고 다짐, 교육혁신을 꾀한 결과 전북교육청이 교육부 평가에서 전국 최우수 교육청으로 2년 연속 선정되는 쾌거를 이룩했다. 사실 전북교육은 지난 2022년 교육감 선거 때 서 교육감이 당시 상대 후보가 제기한 동료 교수 폭행의혹에 대해 SNS 및 방송 토론회에서 어떤 폭력도 없었다라며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평지풍파를 가져왔다. 상대후보측이 끈덕지게 서 교육감을 흔들어댔지만 1심 판결은 무죄로 끝났다. 1심 재판부는 피해 교수로 지목된 이 교수의 발언이 오락가락한 바람에 신빙할 수 없다고 봤던 것이었다. 이 교수가 1∼2회 경찰 조사에서 서 교유감으로부터 뺨을 맞았다고 진술했지만 이후 진행된 경찰 검찰 조사 법정에서 여러번 진술을 바꿔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게 1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벌금 300만원을 구형한 검찰 구형보다 더 많은 500만원을 선고한 것이었다. 허위 사실 공표의 경우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로 된다. 2심 재판부는 2020년 대법원 선고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토론회에서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기준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던 것. 하지만 서 교육감이 SNS에 게시한 글에서 '저는 동료 교수에게 폭력을 행사한 일이 전혀 없습니다'라고 적은 문구 등에 대해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 유죄를 인정했던 것이다. 이는 1심과 다른 판결일뿐 아니라 SNS 게시물에 다른 잣대를 적용한 2심 판결은 이례적이어서 대법 판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무튼 대다수 도민들은 서 교육감이 전북대 총장을 연임하면서 혁신을 추구, 전북대 위상을 크게 끌어올린 점을 높이 평가하고 교육자로서 청빈하고 올곧은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그에게 계속 전북교육을 맡겨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특히 서 교육감이 줄곧 전북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학력신장에 가일층 노력한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면서 그의 재산을 들춰봐도 청백리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의 이 시대의 사표라고 칭송한다. 지금 전북은 국내 올림픽 유치 도시로서 예전과 다르게 도민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전북교육도 함께 발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서 교육감이 교육자적인 양심상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1심 판결에서 나왔기 때문에 더 이상 갑론을박하거나 소모적 논쟁을 벌이는 것은 무의미할 뿐더러 전북사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질 않을 것이다. 마치 내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서 교육감을 여론을 빌미삼아 짓밟아 보려는 것은 공정한 게임이라고 볼 수 없고 비겁한 행동일 뿐이다. 새아침에 희망을 걸듯, 오는 15일 대법의 명쾌한 판결로 전북교육의 희망을 걸어본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5.05.06 18:18

[사설] 전주올림픽 새 대통령이 책임지고 유치를

6월 3일로 예정된 장미대선의 구도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의외의 변수가 속출하면서 대선 국면은 예측불허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으나 선진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것이기에 결과 못지않게 그 과정 또한 민주적이면서도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 새 정부가 짊어진 과제는 시급하면서도 중요한 것이 수두룩하겠으나, 전북에 국한할때 2036올림픽 유치와 새만금사업에 초점이 모아진다. 새만금사업은 그동안 한 세대가 넘게 계속돼 온 것이기에 지금부터는 속도를 붙이는 것이 관건이다. 무엇보다도 올림픽 유치는 비단 전북을 떠나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국제무대에 우뚝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차기 정부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핵심 과제라고 할 수 있다. 88올림픽을 통해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일거에 도약했던 성공의 경험을 우리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살려야 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으로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전 지구촌을 통틀업 상위 10위권에 랭크돼 있으나 지금 이 상황에서 멈추는 것은 곧 탈락과 퇴보를 의미한다. 따라서 다시한번 머리끈을 졸라매고 새로운 도약에 나서야 할 중차대한 시점이다. 차기 대통령이 올림픽 유치에 올인해야만 할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대통령은 항상 큰 곳을 쫒아야 하지만 급한곳은 더 먼저 가야한다. 올림픽 유치는 크기도 하지만 급한 문제다. 이제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 대한체육회나 문체부에 맡겨서는 올림픽 유치는 물건너 간다. 신임 대통령이 상황판을 갖다놓고 매일 챙기고 내로라하는 굴지의 상공인들을 대동해 뛰고 또 뛰어도 될까말까한 초대형 프로젝트다. 올림픽 유치의 성패가 신임 대통령의 첫 성적표가 될 수 있다. 며칠전 영호남 8개 시도지사들은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가 특정 지역의 의제를 넘어, 지방 연대의 상징 과제라는 점에 공감했다. 이들은 특히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에 국가가 적극 나설것을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전북은 물론, 부산·대구·광주·울산·전남·경북·경남 등 8개 시도지사들이 이같은 목소리를 낸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면서도 의미있는 일이다. 앞으로 서울 등 수도권 역시 상당수 종목을 개최해야 하지만 2036전주올림픽은 반세기 넘게 진행된 수도권 중심 초대형 국제행사 유치 관행을 넘어서는 시도다. 지방도시가 중심이 되는 올림픽을 통해 전북과 영호남이 함께 성장하고, 나아가 국가발전의 새 틀을 만드는 것은 정치정략적 차원을 떠나 신임 대통령이 확실히 해야 할 과제임을 거듭 강조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5.06 16:44

[사설]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이 민주주의 지킨다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27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일정을 보면 11일 대선후보 등록이 마감되며 12일부터 22일간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게 된다. 일정이 빠듯한 가운데 이번 대선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단일화를 둘러싸고 파열음이 커지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의 파기환송심에 전면전 태세다. 여기에 이례적으로 대법원이 끼어들어 대선판을 흔들어 놓았다. 국민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가 후퇴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경제를 다시 살리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선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무소속 에비후보로 등록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가 최대 관건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삐걱 소리가 나고 있다. 당내 후보를 선출한 첫날부터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 후보를 압박하고 있으나 김 후보는 마이웨이 행보에 나섰다. 단일화 방식과 범위, 시기 등은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시각에는 김 후보나 한 후보 모두 계엄과 탄핵에 협조한 내란 동조세력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나라를 엉망으로 만든데 대한 사죄나 반성도 없이 무슨 염치로 선거에 나섰는지 의문을 가진 국민들이 많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위기 국면을 맞았다. 사실상의 사법쿠데타이자 선거 개입으로 보고 법관 탄핵 등 국회 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5개의 재판이 윤 정부와 검찰이 이재명 죽이기를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했던 전례에 비추어 잘못은 없는지 되돌아 봤으면 한다.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 무엇보다 이례적인 것은 비선출 권력인 사법부가 과도한 속도로 선거에 뛰어든 점이다.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재판부의 윤석열 구속취소를 비롯한 잇달은 특혜, 이번 조희대 대법원장의 석연찮은 속전속결 재판 진행은 사법불신을 자초했다. 갈등을 조정하고 국민을 통합해야 할 대법원이 오히려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분안하게 한 결과를 낳았다. 이처럼 정치권과 사법부가 혼란한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야 할 주체는 국민일 수밖에 없다. 결국 불투명하고 불안한 이번 대선과정에서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이 중요하게 되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5.06 16:44

[새벽메아리] 예술업에 대한 경계와 위계 논쟁, 그리고 질문들

“장르나 학력이 예술의 본질을 규정하는가?”, “미대를 나오지 않아도 미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슈가 다시금 공론화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이러한 주제의 콘텐츠를 영향력있는 유투브 채널이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그들은 흔히 미술씬, 아트씬이라 말하는 예술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나 예술업 종사자들의 전공여부, 학위, 유학파나 비유학파 등에 대한 논쟁을 다양한 관점에서 다룬다. 예술 분야에서 기획을 하는 기획자 역시도 자연스레 이런 논쟁의 곁에 가까이 있게 된다. 예술계 위계와 경계에 대한 사회적 문제제기는 기획 프로젝트의 과정,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복잡하고 오래된 질문들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전 기고문에서 언급했다시피 지역에서 아티스트 레지던시와 기획 전시, 아트페스타 등을 운영하며 다양한 예술가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시각예술분야, 공연예술분야의 현업 예술가들과 소통하다보면, 사회 곳곳에서 경험하는 선긋기과 넘을 수 없는 장벽에 대한 이야기를 왕왕 듣게된다. 미술 작가가 대학에서 미술 전공을 하지 않았어도 인정받으며 작품도 팔리고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최근까지도 작가의 ‘출신 논란’이 곳곳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소위 예술업을 하는 사람의 조건을 규정하는 데에는 지금도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화재를 바꾸어, 미술 작가들과 함께 하는 미술 프로젝트 구성과정을 잠깐 언급해보고자 한다. 기획자가 하나의 미술 전시나 프로젝트를 만들 때 기획 방향에 적합한 작가 구성은 프로젝트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작가 선정 시 작가의 활동 경력, 장르, 작품성 등을 두루 살피게 된다. 이때 여러 고려 사항이 있지만, 단연 우선이 되는 것은 ‘작가로서 행위, 흔적들이 얼마나 작품활동에 집중되어 있는가’이다. 여기서 ‘집중’은 작품을 하는 데 쏟은 시간과 노력, 실험정신 등 작가가 자신의 일(미술)을 대하는 몰입적 태도이다. ‘성실함’으로도 표현되는 이것은 작가로서 행하는 삶 자체를 존중할 수 있도록 해주며 작가가 아닌 사람과 구분지을 수 있는 척도가 된다. 마찬가지로 작가를 서포트하고 성장시키는 업계 관계자들 역시 늘 예술의 경계에 잘 있는지를 평가받고 선택 받는다. 예술을 하기 전은 ‘예술계 외부인’이었을지 몰라도, 예술을 업으로 삼고 작가로 활동하거나 기획자, 사업가가 된 사람들은 그 분야에 오롯히 집중하는 예술노동자들이다. 즉 업의 본질은 예술이라는 것에 얼마나 강력하게 집중하고 있는가, 그리고 여러 사회적 불편함을 감내하고라도 각자의 언어로 꾸준히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에 있다. 요즘 예술계에서는 국내외 혁신을 말하며 경계의 확장, 예술과 타 분야간의 융합을 시도하느라 분주하다. 확장과 융합은 필연적으로 과거의 규정된 선을 넘어서거나 층위을 넘나들게 된다. 새롭고 이질적인 것을 일정 속성 안으로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확장과 융합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술계가 시대적 전환을 원한다면 현존하는 시스템의 일부나 전부를 변화시키고 실험하고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을 경계와 위계에 가두려는 행위가 현장으로 이어진다면 다시금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지금 이 시대의 ‘예술가’란 어떤 사람인가?, ‘예술 노동’의 역할을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들이다. 예술계에서 바라 마지않는 다양성 존중과 공존으로의 의식 전환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본질적인 탐구가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김현정 디자인에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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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5.05.06 16:43

[오목대] 시나리오 작가 송길한

<만다라> <우상의 눈물> <짝코> <안개마을> <길소뜸> <티켓> <씨받이>. 1970~8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영화들이다. 〈짝코〉는 반공영화의 상징적 이름이 됐고, <만다라>와 <씨받이>는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주목받았다. 이 영화들을 세상에 내놓은 사람, 시나리오 작가 고 송길한 선생(1940년~2024년)이다. 사실 한 편의 영화가 이룬 성취가 감독의 전유물로 인식되었던 지난날, 시나리오 작가의 존재는 부각되지 않았다. 70여편 영화를 남긴 그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가 그에게 특별상을 수여했다. 덕분에 ‘전주국제영화제의 시작’을 기억하게 하는 그의 존재는 더 특별(?)해졌다. 송길한은 전주가 고향이다. 북중과 전고를 거쳐 대학 입학을 위해 서울로 갔지만 여러 이유로 학업을 중단했다. 대한석탄공사 입사 시험에 합격해 직장생활을 했지만, 내놓을만한 직장은 딱 거기까지다. 막노동부터 시장 공판장 잡일까지 가리지 않고 일을 했던 그는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흑조>가 당선되면서 데뷔했다. 첫 영화이기도 한 <흑조> 이후 그는 가장 바쁜 시나리오 작가가 됐다. 10여 년 동안 밀어닥치는 시나리오 주문(?)에 무엇을 쓰는지도 모를 정도로 기계처럼 주문을 받고 생산하는 글쟁이로 살았던 그를 자성의 시간으로 불러들인 것을 80년 광주항쟁이었다. 그즈음 임권택 감독을 만났다. 몸담았던 영화제작사를 그만두고 임 감독과 10년 동안 10개 영화를 연이어 써냈다. <짝코>를 시작으로 한국영화사에 굵은 궤적을 남긴 영화들이 이때 쓰였다. 그를 고향에 다시 부른 것은 전주국제영화제다. 영화제 초기 그는 부집행위원장을 맡아 영화제 틀을 다졌다. 변영주 감독의 <지역 영화사-전주> 시나리오를 맡아 오랫동안 기억되지 못했던 전북의 영화 역사를 기록하는데도 열정을 쏟았다. 그를 인터뷰로 만난 것은 7년 전이다. 그는 영화의 역할을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삶의 고통을 드러내고 함께 고민하며 치유하고 북돋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 올리기>를 끝으로 작업을 중단했지만 좋은 시나리오 한편 남기는 일을 소망으로 삼은 이유도 거기 있었다. 그러나 ‘시대 정신을 담은 깊고 탄탄한 시나리오로 독립영화 정신을 가진 감독을 만나 좋은 영화 한 편 만들어보고 싶다’던 그는 결국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떠났다. 전주영화제가 올해로 스물여섯 해를 맞았다. 들여다보면 영화제의 노정 위에 수많은 사람의 열정과 시간이 놓여있다. ‘독립과 대안’을 내세워온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신과 가치가 지켜진 것도 그들 덕분 일터. 기억은 힘이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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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05.06 16:42

[기고] 새 대통령의 농촌 대선 공약 실천을 위한 제언

농협 조합장으로서 그리고 농촌지역의 한 농부로서 대선이 다가올 때마다 항상 마음이 무거워지곤 한다. 선거때만 되면 농업과 농촌을 위한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당락이 결정되고 나면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농업은 지금 존폐의 갈림길에 직면해 있다. FTA 확대, 기후 위기 등 글로벌 환경이 갈수록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뿐만 아니라 고령화 저출산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농촌 현실이 개선되기는커녕 피폐화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비상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요즘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과는 다르게 농업을 위한 정치적 관심은 다른 분야에 비해 줄어든 게 사실이다. 단기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정책이 아닌 지속 가능한 농정 철학과 비전을 가진 국가 지도자가 긴요한 시점이다. 나는 농협 조합장으로서 현장의 목소리를 매일같이 듣고 몸소 체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농사를 지어도 남는 게 없다”“자식들에겐 절대 농사만 큼은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말들이 각박한 농촌 세태를 간접적으로 대변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차기 대통령은 반드시 농업의 가치를 국가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결단력있는 인물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농업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식량 주권의 근간이며 환경과 생태를 지키는 공익적 기능을 가진 분야다.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국가적 인식 전환과 실질적 보상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농업은 깨끗한 물과 공기, 아름다운 경관, 생태계 유지 등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가치를 정책으로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지원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공익형 직불제의 확대와 현실화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농업인은 국가의 뿌리를 지키는 사람들이다. 선거철마다 들리는 “농업인을 위한 공약”이 이제는 실질적인 정책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특히 차기 정부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보장하고 청년농,귀농인의 정착을 위한 제반 여건 조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농지 확보와 초기 정착 지원은 물론 기술 교육 등 실질적 지원과 함께 안정적인 판로 확보와 가격 지지 정책.디지털 농업 인프라확대 등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농협은 조합원과 농업인의 삶을 지키기위해 전국 곳곳에서 묵묵히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그러나 농협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가 차원의 강력한 의지와 정책적 뒷받침없이는 미래 농업의 희망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농촌에 “한표”를 구하러 오는 자리가 아니라 농촌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나는 농민이 진정한 애국자라고 생각한다. 다른 재화나 용역은 지난 수십년동안 적게는 몇 배, 많게는 몇십 배로 인상되었으나 쌀값 만은 오히려 수십 년전 가격보다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이같은 불합리한 수익 구조를 번연히 알면서도 어디에서 부터 손을 써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보니 가슴이 답답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이기에 진정한 애국자라 해도 손색없는 농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줘야 한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통을 분담하려는 진정한 지도자를 꿈꾸고 있다. 정파나 이념을 떠나 누구보다 농업의 가치를 이해하고 진정성있게 실천할 지도자가 선택되기를 200만 농업인은 간절히 소망한다. 임인규 전주농협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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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5.05.01 18:24

[사설] 국가 유공자 예우 더 과감하게 해야한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유행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헌신한 이들에 대해 대한민국은 부끄럽게도 제대로 예우하지 못했다. 우리 주위에서도 이같은 사례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김구, 안중근, 윤봉길 의사처럼 대표적인 이들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름없는 숱한 호국영령들은 그동안 저 세상에서도 마음편히 쉬지 못했다. 친자식이나 손자손녀들이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응분의 보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사의 변곡점마다 헌신했던 수많은 호국영령에 대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모두 부채의식을 가지고 그들의 숭고한 뜻을 높이 받들고 이런저런 이유에 의해 어려움에 처한 가족들이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해야한다. 조국을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해 대한민국이 제대로 보답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국가로서의 존재 의미가 없다. 미국의 경우 다양한 인종과 민족, 다른 종교와 출신 성분을 가진 이들로 구성돼 있어도 일단유사시 서로 앞장서서 국가를 위해 나서는 것은 집단을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해 무한한 존경과 보답을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직시절 독립유공자를 3대까지 예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보훈 정책은 안보를 튼튼히 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나 당연한 언급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우리 사회는 갈 길이 멀다. 신임 대통령도 앞으로는 독입운동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이 영원히 사라지게 만들어야 한다. 일례로 유공자의 장례와 유해 해외 봉송 때 의전을 격상하는 것 등은 사소한 듯 해도 상징적 의미가 있다. 며칠전 조국을 위해 헌신했음에도 단순히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관련 사실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국립묘지에 모셔지지 못했던 무연고 국가유공자 유해 3위가 임실호국원에 안장됐다. 국가보훈부는 무연고실에 안치되어 있던 국가유공자 유해 93위를 찾아 전국 6개 국립묘지에서 합동 안장식을 거행했는데 이의 일환이다. 국립임실호국원에는 전남 순천·목포 출신의 6·25, 월남전 참전 유공자 유해 2위와 전주 출신의 월남전 파병 유공자 유해 1위 등 총 3위의 무연고자 국가유공자 유해가 모셔졌다. 늦었지만 의미있는 일이다. 우리 정부와 국민은 수 많은 영웅들의 희생과 공헌을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5.01 18:23

[사설] 땅꺼짐·수해 예방, 노후 하수관 정비 급하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땅꺼짐(싱크홀)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안전하다고 믿었던 일상 공간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사고가 발생하고, 인명피해로까지 이어졌으니 시민들은 심리적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다. 땅꺼짐은 단순한 일회성 사고가 아니다. 도시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다. 이런 땅꺼짐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노후 하수관’이다. 낡은 하수관에서 새어 나온 물에 지하의 흙이 쓸려 나가면서 땅밑에 빈 공간이 생기게 되고, 결국 지표면이 무너져 내린다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 7년(2019년~올 4월)간 도내에서 발생한 땅꺼짐 사고는 모두 75건에 이르고, 이 가운데 53건(70.7%)이 하수관 손상으로 인해 발생했다. 30년 이상 된 낡은 하수관이 전국 각 도시의 땅밑에 얽혀 있으니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게다가 노후 하수관은 여름철 집중호우 시 침수 피해를 키우기도 한다. 관이 막히거나 깨져 배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노후 하수관으로 인해 물이 빠지지 않고 역류해 도시 한복판에 물난리가 나는 침수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땅꺼짐 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전국 각 지자체가 노후 하수관 정비사업 추진 계획을 속속 밝히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땅꺼짐 사고 예방을 위한 정밀 지반탐사와 노후 하수관 정비사업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20년 이상 경과된 하수관로 3959㎞에 대해 정밀조사를 차질없이 완료하고, 이미 구조적 문제가 확인된 307㎞ 구간을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막대한 예산이다. 가뜩이나 빠듯한 지자체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노후 하수관 문제는 단순한 시설물 유지 관리 차원을 넘어,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지원에 나서야 하고, 지자체에서도 우선 순위에 두고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예고 없이 발생하는 땅꺼짐 사고는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도시의 불안 요소다. 기후위기 시대, 올여름에도 극한 폭우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철저한 사고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 하수관 정비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우선 첨단 장비를 동원한 하수관로 정밀 조사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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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5.01 18:23

[금요칼럼] 따뜻한 5월에 기억되는 일들

'가정의 달'인 5월이 될 때면 머릿속에 기억나는 일들이 있다. 부모님의 은혜와 희생을 생각하며 어버이에 대한 감사한 마음, 제자의 성공을 보면서 기뻐하는 스승의 마음을 회고해보면 봄날씨처럼 마음이 따뜻해진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방영중인 '폭싹 속았수다'라는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제주 태생의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같은 관식이의 삶에서 우리 부모님 세대 삶의 모습과 자식을 위한 부모님의 희생과 헌신 등의 모습이 비춰지며 매회 드라마를 볼 때마다 마치 우리 부모님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눈시울 붉어지며 콧등이 시큰거린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부모님의 모습과 함께했던 일화가 떠오른다. 중학교 시절, 어머니가 정성껏 준비한 점심 도시락을 잊고 등교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 내 이름을 외치며 도시락을 들고 뛰어오시는 어머니가 보였다. 아들이 굶을까 싶어 체면 가리지 않던 어머니 모습이 지금도 선연히 남아있는 것은 당시 어머니의 애정을 모르고 부끄러운 마음에 짜증만 냈기 때문이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종종 그때 그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걸 보면 못난 나의 행동에 대한 자책이자 반성이지 않을까 싶다. 아버지와도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필자의 아버지는 당시의 다른 아버지들처럼 희로애락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분이셨고 고생스러운 삶을 그저 담담하게 살던 분이었다. 중학교 입학시험을 치르던 날이 떠오른다. 고사장에서 시험을 보고 있는 동안 아버지는 12월 한겨울 날씨에 교문 앞에서 기도하며 종일 서 계셨다. 시험이 끝나고 나가니 아버지는 '고생했다. 밥 먹으러 가자.'라며 중국집으로 필자를 데리고 가셨고 별말 없이 짜장면을 나누어 먹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상하게 그 당시가 뇌리에 남아있다. 얼마 전 미국에서 사는 여동생과 통화를 하며 처음 듣게 된 이야기인데 필자가 박사학위 시험에 통과했다는 국제전화를 받으시곤 너무 기쁘신 나머지 그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셨다고 한다. 감정표현을 잘 안 하시던 아버지에게 그런 모습이 있었다니! 또, 그렇게 기뻐하셨다니! 돌아가신 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부모님은 필자를 포함한 네 자녀를 공부시키고 독립할 수 있도록 고생과 희생을 했지만 조용하고 덤덤하고 꾸준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불평 없이 불만 없이 필요한 순간에 꼭 필요한 것을 내어주셨다. 그때는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지도해주셨던 헨켈교수님도 부모님과 같은 분이다. 재직 중이던 대학을 휴직하고 유학을 떠났기에 정해진 기간 내에 학위 논문을 마무리해야 했던 사정을 고려하여 필자보다도 훨씬 더 신경을 쓰셨다. 좋은 논문을 쓰기 위한 필자의 노력을 존중하면서도 '박사논문은 그 분야에 학문을 시작하는 단계이다.'라고 말씀하시며 좀 더 하고 싶은 내용은 박사 후에 심층적으로 연구를 펼쳐나가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에 책임지듯이 헨켈교수님은 한-독 국제 공동연구를 제안해서 연구과제 제안서를 손수 준비하고 본인의 뛰어난 연구실적을 바탕으로 본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몇 번이고 정부에 설명하였다. 막 박사학위를 취득한 초년병인 필자는 교수님 도움으로 수준 높은 국제연구의 공동기여자가 될 수 있었다. 2년간 열심히 했던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신의 일처럼 기뻐하시던 기억이 난다. 무심하게 살아왔지만 돌아보면 온통 감사할 일로 가득하고 특별히 내 인생에 불을 밝혀 앞길을 편히 갈 수 있도록 말 없는 다정으로 나를 응원해주신 분들이 있다. 언제나 묵묵히 곁을 지켜주신 부모님,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등대가 되어주신 스승님. 5월의 푸르고 따뜻한 계절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존경하고, 또 그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부모님, 스승님을 떠올릴때면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동화가 생각난다. 울창해진 나무가 숲을 보호하며 자연을 살리다가 나중에 장작이 되어 태워지는 것처럼 자녀, 제자를 위한 희생을 기뻐하는 삶을 살아가셨음을 새삼 느낀다. 올해 가정의 달에는 이미 세상을 떠나신 부모님과 스승에 대해 회고하면서 감사를 기억하고 그분들에게 말로 다 전하지 못했던 감사의 마음을 모아서 자녀와 제자들에게 내리사랑의 마음으로 전해주고 싶다. 오덕성 우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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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01 18:22

[청춘예찬] 펜 한자루에 청춘을 담고-5

코로나19 팬데믹의 시작은 세상 모두에게 비극을 가져왔다. 겨울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봄은 버텨봐야지, 여름이 가기 전엔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겠지... ...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팬데믹 상황은 지난하기만 했다. 사람들의 이동, 모임, 아주 작은 공간의 공유조차도 제한되는 비극에 우리 모두가 지치고 자포하게 되었다. 경제 활동의 위축은 그림 작업에의 몰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매일 뉴스와 발병 수치, 통계를 들여다보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걱정이 쌓여갔다. 한해, 두 해 전전긍긍하며 버텨내었던 청년몰은 삽시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가장 오래되고 사랑받았던 가게부터 차례로 폐업을 선언했던것이다. 나 또한 수많은 갈등과 고민에 휩싸였다. 이곳을 떠나야 할 것인가? 그렇다면 이곳을 나간들 나는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혼자 인적 드문 전주의 곳곳을 거닐게 되는 시간이 길어졌다. 하지만 정겹고 따스한 나의 동네는 어릴적 추억과 함께 복잡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을 잊게 해주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걸었던 거리는 고달픈 현실을 뒤로한 채 과거의 향수와 감성을 자극했다. 곧 사라질, 언제 허물어질지 모를 옛 건물들의 조악한 슬레이트 지붕마저도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몇 번이고 찾아가서 눈에 담았다. 그리고 그 찰나의 시간과 공간, 하늘을 담기 위해, 나는 펜을 들고 그리기 시작했다. 무념무상에 푸욱 빠진 채 드로잉을 하고 있자면 현실과 분리된 채 그린다는 행위의 즐거움만이 나를 지배하곤 했다. 그리곤, 이 소소한 즐거움을 한 장 두 장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과 공유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시간이 지나며 코로나19 상황은 조금씩 개선 되어 갔다. 백신을 몇 차례 맞고 마스크를 쓴 채 활동과 모임이 자유로워졌고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썰렁해졌던 공간에 기웃하며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나의 위로 드로잉들이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 골목길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며 사람들에게 하트를 하나 둘 받더니, SNS를 통해 외주 작업 의뢰도 한 건 두건 들어오기 시작했다. 꽉 막혀있던 경제 활동에 한 줄기 빛이 새어 들어온 것이다. 전주시 연하장 드로잉 일러스트, 전주시 도정 소식지 삽화,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일러스트, 경기도 광주시 일러스트, 연화정도서관 개관 기념 엽서, 국립현대미술관 소식지 삽화, 태권도원 드로잉 캘린더 제작, 부산항만공사 홍보 일러스트 시리즈 등이 바로 가뭄에 단비같았던 작업들이다. 게다가 <드로잉으로 전주를 담는 작가-박성민>을 타이틀로 KBS전주 방송에도 얼굴을 비추는 행운도 얻었다. 위기가 기회이듯 나는 보다 열정적으로 내 그림의 콘셉트와 콘텐츠를 기획하고 연구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해줄, 위로해줄 그림이 무엇일지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해석해서 풀어낼지를 매 순간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작은 도시의 이름 없는 그림 작가가 마음껏 진정성과 노력을 담아낼 수 있었던 유일한 수단인 SNS에 ‘좋아요’와 팔로워가 늘어갔다. 떠오르는 기억으로 가장 벅찼던 순간은 국립무형유산원 개최 홍보 영상에 주인공으로 출연 제안을 받았던 순간이다. 우리나라 무형 문화 유산을 드로잉으로 펼쳐내는 나의 모습이 영상으로 담기게 될 거라는 담당자의 설명에, 가슴이 뻐근할 만큼 벅차올랐다. 박성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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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01 18:22

[병무상담] 재신체검사를 다시 받고 싶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Q 병역처분변경원을 신청하고 신체검사를 받은 결과 7급 재신체검사대상으로 나왔습니다. 재신체검사를 다시 받고 싶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현역병 입영 대상자, 보충역, 예비역 중 질병 또는 심신장애가 있는 사람은 병역처분변경원 신청을 통해 신체검사를 다시 받을 수 있습니다. 병무청에서는 신체검사 결과 일정기간 경과관찰 또는 치료가 필요한 질환 등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 7급 재신체검사대상으로 처분하고 일정기간의 치유기간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병역처분변경원 신체검사 결과 7급 재신체검사대상인 사람이 재신체검사를 받고 싶지 않다면 별도의 증빙자료 없이 치유기간 만료 전일까지 ‘병역처분변경신청 취하서’를 제출하면 됩니다. 서식은 ‘병무청홈페이지 - 민원신청 또는 민원서비스 – 민원서식 - 병역처분변경 신청 취하서’를 출력하여 작성 후 방문이나 팩스로 제출가능합니다. 병역처분변경원 신체검사결과 서류보완, 위탁검사가 의뢰된 사람은 각각 기한 만료 전일까지 취하서를 제출하면 됩니다. 또한, 중앙병역판정검사소(대구광역시 소재) 신체검사 대상인 사람은 그 신체검사 전일까지 ‘병역처분변경신청 취하서’를 제출하면 됩니다. ‘병역처분변경’을 신청한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재신체검사 또는 중앙병역판정검사소 신체검사를 받지 않은 경우에도 병역처분변경원을 취하한 것으로 봅니다. ‘병역처분변경신청 취하서’를 제출한 사람 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재신체검사 또는 중앙병역판정검사소 신체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은 병역처분변경원 신청 전의 역종으로 처분되며, 같은 병명으로 6개월 이내에 병역처분변경원 신청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역종은 병역의 종류(현역, 예비역, 보충역, 전시근로역) 또는 병역판정검사에서 판정되는 신체급수를 의미하며, 신체급수는 1~7급으로 나뉘는데 1~3급은 현역병입영대상자, 4급은 보충역, 5급은 전시근로, 6급은 병역면제, 7급은 재신체검사입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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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01 18:22

[오목대] 유산 14만원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1일 선종했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그가 남긴 유산이 100달러(약 14만원)라고 전했다. 평생 그의 청빈한 삶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세계 가톨릭 신자 13억명의 영적 지도자인 교황에게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2500유로(약 405만원) 가량의 월급이 주어진다(월급이 4600만원이라는 보도도 있음). 교황은 재위 12년뿐만 아니라 추기경에 임명된 2001년 이후 월급을 모두 교회에 기부했다. 76세 때인 2013년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 이름처럼 가난하고 약한 자의 수호성인이었다. 교황청 개혁을 비롯해 빈곤 퇴치, 환경문제, 난민 보호 등에 앞장섰으며 성 소수자와 무슬림, 비신도들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2014년 8월, 4박5일 일정으로 방한한 교황은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의전차량으로 방탄 리무진 대신 소형차인 ‘쏘울’을 택했으며 헌구두에 낡은 가방을 직접 들고 다녔다. 가장 먼저 팔을 벌려 만난 사람은 세월호 사건으로 슬픔에 빠진 유족이었으며 그들이 건넨 노란 리본을 끝까지 단채 기도를 올렸다. 세월호 유족들에게 “울어도 됩니다. 그러나 결코 희망을 놓지 마십시오”라고 위로해 큰 울림을 주었다. 또 위안부 할머니와 장애인, 북한 이탈주민, 외국인 근로자들과도 함께했다. 남북문제에도 관심을 가져 방북도 추진했다. 겸손하고 근검한 평소의 성품처럼 묘지석도 고급 대리석 대신 증조부 고향에서 가져온 돌에 고황의 라틴어 이름 만을 새겼다. ‘프란치스쿠스’. 생몰연도, 재위기간도 새기지 않았다. 이처럼 청빈하게 살다간 종교인은 우리나라에도 없지 않다. 성철스님과 법정스님, 김수환 추기경 등이 그들이다. 법정 스님은 “장례식도, 수의도, 관(棺)도 짜지 말고, 사리도 찾지 마라”고 유언했다. 평소 ‘무소유’ 등 30여권의 베스트셀러에서 나온 인세 수십억원은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부처님에게 3000배를 올려야 만나주기로 유명했던 성철 스님은 돌아가실 때 염의(染衣) 한 벌과 돋보기, 검정고무신 한 컬레만 남겼다. 또 우리나라 최초의 추기경인 김수환 추기경은 선종시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비상금 300만원을 통장에 남겼으며, 사후 그의 뜻에 따라 자선단체에 기부되었다. 이들 종교인 외에도 진주에서 한약방을 운영했던 김장하 선생은 종교인 못지않은 유산을 남겼다. 100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평생 번 돈 300억원을 장학금으로 주었으며 “돈은 똥과 같아서 모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된다”는 돈철학을 남겼다.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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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25.05.01 18:21

[데스크창] “군산 특수목적선 선진화 단지, 정부 결단이 필요하다"

전북자치도와 군산시가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해 온 ‘특수목적선 선진화 단지 조성 사업’이 장기 표류의 기로에 서 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지역 조선 산업 회생의 핵심 동력으로 떠올랐던 이 사업은 정부의 지지부진한 움직임 속에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다. 사업 추진을 위해 수년간 발로 뛴 전북자치도와 군산시의 노력과 지역민들의 기대와 열망은 정부의 흐릿한 의지 때문에 허공에 흩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 특수목적선 선진화 단지는 단순한 지역 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다. 조선업 기반이 붕괴한 전북자치도와 군산이 생존을 걸고 도전하는 일이다. 이는 수도권과 대기업 중심 구조에 맞서 대한민국 산업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제조업의 뿌리를 지키려는 시도다. 그러나 지금 정부의 태도는 무관심 그 자체다. 재정 지원은 감감무소식이고, 사업 타당성 검토는 끝이 없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지방을 철저히 외면하는 중앙정부의 민낯이다. 전북은 이미 ‘새만금 자동차수출복합센터’ 좌초라는 아픈 선례를 경험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뚜렷한 수요 분석과 시장 연계 전략 없이 추진된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부지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고, 행정 성과를 앞세운 전시 행정의 대표적 사례로 남았다. 특수목적선 선진화 단지마저 같은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군산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HD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이후, 군산은 경기침체와 고용 위기를 온몸으로 감내해 왔다. 지역 산업생태계는 위축되었고, 인구 유출과 소상공업 붕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 긴 그림자를 되돌릴 유일한 기회가 바로 이 특수목적선 선진화 단지다. 고부가가치 특수선박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성장세에 있고, 한국 조선업의 기술력은 충분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이 사업을 단순한 검토 대상처럼 취급하며, 지자체와 줄다리기를 해서는 안 된다. 국가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수도권과 대기업 중심의 산업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 기반을 조성해야 할 때다. 더는 핑계도, 회피도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장밋빛 청사진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운영 전략과 확실한 수요 기반,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와 지자체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다. 정부는 말로만 ‘지역 균형발전’을 외치지 말고, 특수목적선 선진화 단지를 통해 그것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 재정 투입을 늦출 이유가 무엇인가. 수요 검토, 입지 분석, 사업 타당성 등은 이미 수년간 검토되었다. 문제는 실현 의지다. 행동이 없으면 의지도 없다.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전북자치도와 군산시 역시 중앙정부의 책임만을 탓하며 방관해서는 안 된다. 더 강하게 요구하고,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정부 탓만 하며 기다릴 시간이 없다. 실현 가능한 사업 타당성 확보는 물론, 글로벌 수요 분석, 기술 고도화 계획 등 보다 정교한 청사진을 정부에 제시해야 한다. 또한, 조선 기자재 기업들과의 협업 모델, 지역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산학 협력 체계를 구축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특수목적선 선진화 단지는 군산만의 과제가 아니다. 이는 한국 조선업의 미래 경쟁력을 되살릴 시험대이며, 지방 제조업의 부흥을 알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책임을 나누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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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정곤
  • 2025.04.30 18:38

[타향에서] 백석 시인과 김영한의 거룩한 사랑

살랑살랑 봄바람은 온 누리에 꽃을 피우고, 뽀송한 생명들을 어루만지며 사랑을 피우는 봄날, 아름다운 순정을 전한다. 일제 강점기 때 시인 백석은 천재적인 재능과 훤칠한 외모로 많은 여성들에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가 사랑했던 여인은 기생 김영한 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못지않은 절절하고 가슴 뭉클한 사랑을 나누었다. 백석은 함흥 영생여고에서 영어 교사로 재직하던 1936년 어느 날 회식 자리에 갔다가 기생이던 김영한을 보고 첫눈에 반하고 만다. 잘생긴 얼굴에 로맨티시스트 시인은 그녀를 옆자리에 앉히고서 손을 잡으며 하는 말 “오늘부터 당신은 영원한 내 여자야.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기 전 까지는 우리에게 이별은 없어요” 라며 진심을 전한다. 이후 백석은 이백(당나라시대 시인)의 시구에 나오는 자야(子夜)라는 애칭을 김영한에게 지어줬다고 한다. 그렇게 둘은 첫눈에 반해 연인이 되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였다. 부모님께서 기생과 동거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강제로 다른 여자와 혼사를 치르게 한다. 그러자 백석은 첫날밤 집을 나와 연인 자야에게로 간다. 그리고 자야에게 만주로 도망을 가자고 제안을 했다. 자야는 보잘 것 없는 자신이 백석의 장래에 누가 된다는 염려로 단호히 거절을 하였다. 할 수 없이 백석은 혼자 만주로 떠나기로 마음을 먹고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만주에서 홀로 자야를 기다리며 유명한 시 <나와 나타샤와 힌 당나귀>를 짓는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나타샤를 사랑해서/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나타샤를 사랑하고/눈은 푹푹 내리고/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소주를 마시다 생각한다/나타샤와 나는/눈이 푹푹 쌓이는 밤/힌 당나귀 타고/산골로 가자/출출이 흐르는 깊은/산골로 가 살자/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면/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이야기 한다/산골로 가는 /아름다운 나타샤는/나를 사랑하고/어데서 힌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응앙응앙 울 것이다. 그러나 간절한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1945년 해방이 되자 백석은 자야를 찾아 함흥으로 왔지만 그녀는 이미 서울로 떠나고 없었다. 그녀를 그리워하며 세월을 보내고 있는데 3.8선이 그어지고, 이어서 6.25 전쟁으로 남과 북으로 갈라져 영원한 이별이 되고 만다. 이후로 백석은 평생을 홀로 자야를 그리워하며 살다가 북에서 1996년에 운명(殞命)한다. 서울에서 살던 자야(김영한)는 대한민국 3대 요정 중 하나인 대원각을 세워 부를 이루며 성장을 거듭하였다. 훗날 자야는 시가 1,000억 원 상당의 대원각을 아무 조건 없이 법정스님에게 시주를 하였다. 그 대원각이 현재 서울 성북동에 있는 길상사(吉祥寺)다. 자야도 평생 백석을 그리워하며 살았다고 한다. 폐암으로 1999년에 세상을 떠났다. 살아생전에 어느 날 기자가 물었다. “1,000억 원의 재산을 시주한 게 아깝지 않느냐”고 물으니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1,000억 원의 재산은 그 사람 시 한 줄만도 못 합니다” 라고 했다 한다. 평생 동안 백석을 절절한 마음으로 그리워하며 순정으로 살아 왔던 것이다. 유언으로 “내가 죽으면 화장을 해서 길상사에 눈이 많이 내리는 날 뿌려 달라” 고 하였다니, 백석의 시처럼 눈이 푹푹 내리는 날 백석을 죽어서라도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오동근 재경남원문인협회 기획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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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30 18:36

[의정단상] 6·3 대선의 시대정신‘국민통합’

대한민국은 지금 분열 중이다. 12·3 내란은 현직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친위 군사 쿠데타로 대화와 타협을 배제하고, 상대를 말살하고, 군정으로 영구집권을 하겠다는 저열한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탄핵이 판결되는 넉 달의 긴 시간을 겪으면서 우리 대한민국의 오늘에 가장 심각하게 드러난 것이 극단적인 분열이었다. 보수든 진보든 진영의 이익과 권력 앞에서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과 이에 동조하는 여당 정치인, 성직자들이 반대편에 대해 욕설을 일삼고 폭력을 조장했다. 그들의 선동으로 발생한 서부지법 사태와 각종 집회 장소에서의 폭력은 마치 해방 이후 좌우 대립으로 혼란했던 1945년을 보는 듯했다. 대다수의 국민은 6·3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의 첫 번째 과제가 ‘국민 통합’이 되어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 3년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분열은 극에 달했다. 국민경제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으며 물가는 치솟고 실업과 폐업이 늘었으며 소득은 줄고 주가는 폭락했다. 또한 우리 사회를 지탱하던 민주주의와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지켜낸 자유와 인권의 가치는 최악의 위기를 맞고 말았다. 평화와 안보마저 정쟁과 권력 유지 수단으로 전락하는 동안 대한민국의 국격이 추락하여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과제는 사라지고 수도권 집중은 더욱 심화되었다. 의료시스템마저 붕괴되어 병원을 헤매다가 사망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났다. 정치와 행정이 과거의 틀에 갇혀 보수니 진보니 다투고 있는 동안 분열의 숙주는 이렇게 3년간 커져왔다.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는 6·3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의 정치와 행정은 여야를 막론하고 진정 어린 반성과 성찰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민의 삶이 피폐해지고 트럼프 2기가 불러올 약육강식의 무한대결의 세계질서와 AI 중심의 초 과학기술 신문명 시대 앞에서 진보니 보수니 하는 이념이니 감정이나 하는 것들은 사소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국민을 통합하고 세계로 나아갈 것”은 물론“내란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할 것”과 “민생을 회복하고 경제를 살려낼 것”을 주장했다. 민주당의 금기였던 박정희, 이승만 묘역을 참배하고 선대위에 보수인사를 영입하면서 “대통령은 국민을 크게 통합하는 우두머리”임을 강조했다. 아직 확정은 되지 않았지만 국민의힘 대선후보들 역시 하나같이 분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민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이 국민 통합을 통해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우뚝 설 것인지, 파괴적인 역주행을 계속해서 세계의 변방으로 추락할지가 결정되는 역사적 분수령이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이번 대선을 통해 공존과 소통의 가치를 복원하고,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되살리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성장의 기회와 그 결과를 고루 나누는 것이 양극화를 완화하고 함께 잘 사는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국민의 명령을 수행하기위해 훼손된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성장을 회복시키며 격차를 완화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국민 통합의 길이 될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을 통해 먹사니즘을 해결하고 불평등과 절망, 갈등과 대결을 극복하는 동시에 국민 대통합으로 희망과 사랑이 넘치는 ‘국민행복시대’,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윤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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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30 18:35

[오목대] 그레이트 게임과 전북의 입지

그레이트 게임(The Great Game)은 1813년부터 1907년까지 100년 가까이 계속된 러시아와 영국 사이의 패권 경쟁을 이르는 말이다. 부동항을 찾아 남으로 진출하려는 러시아와 이미 러시아 남쪽 전역에 걸쳐 식민지를 가진 영국은 사사건건 부딪치며 지축을 흔드는 것처럼 국제무대에서 경쟁했다. 크림 반도에서 발발한 크림전쟁을 비롯해서 아프가니스탄 전쟁, 한반도 일대에서 벌어진 러일전쟁 또한 큰 틀에서보면 그레이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러일전쟁의 경우 외형상 러시아와 일본의 대결이지만 영국, 미국 등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영국, 러시아, 미국 등과 전쟁을 치른 아프가니스탄은 어쩌면 그레이트 게임의 가장 큰 희생양 이라고 할 수 있다. 1907년 러시아와 영국간 협상을 끝으로 그레이트 게임은 외형상 종결됐으나 미국과 중국이 관세전쟁을 치르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레이트 게임은 진행형이다. 그런데 강자가 아닌 약자의 입장에서는 그레이트 게임 같은 지축을 흔드는 상황이 벌어질 때 판단한번 잘못하면 끝이다. 속된말로 졸면 죽는다. 역사의 변곡점마다 지도자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나라가 망하고, 백성이 도륙을 당하는 일은 수없이 많았다. 국제흐름을 읽지 못한채 화를 자초했던 병자호란은 말할 것도 없고 임오군란과 동학혁명때 국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세를 불러들인 지도층의 무능과 오판은 통탄할 일이다. 프랑스의 침공 위협에 놓였던 태국이 영국을 끌어들여 결과적으로 영ㆍ프의 중립지대로 남으며 독립을 보전했던 실용외교는 상황 판단을 잘못해 식민지로 전락했던 조선과는 너무나 대조된다. 그레이트 게임은 비단 국제관계에서만 벌어지는게 아니다. 지방화 시대를 맞아 각 지역간에 벌어지는 각축전은 흡사 그레이트 게임이 진행되는 국제 외교무대나 마찬가지다. 짧게는 반세기, 길게는 한세기가 넘게 축소지향적 모습을 보여왔던 전북은 지도급 인사들의 잘못된 판단에 기인한 바 크다. 재작년 새만금잼버리 사태는 사실 여야간 그레이트 게임의 희생양 이라고 할 수도 있다. 집권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민주당이 격돌하는 와중에 불거진 것이 바로 전북의 새만금잼버리였다.야당의 한 축을 희생양 삼아야만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집권당 국민의힘은 무서운 노림수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민주당은 화끈하게 전북 편을 들어주지 않은것이 바로 새만금 예산 아니었던가. 막판에 민주당이 힘을 실어주면서 일부 복원되기는 했으나, 타 시도 예산은 모두 늘어난 반면, 전북만 감소하는 기가막힌 일이 벌어졌다. 당초부터 새만금잼버리는 독이 든 성배라는 우려의 시각이 없지 않았으나 어쨋든 이를 두고두고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고래싸움이 격화하면 할 수록 눈치없는 새우는 등이 터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지난 일은 잘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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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4.30 18:35

[사설] ​농진청 개인정보 유출, 2차 피해 예방 손놨나

최근 SK텔레콤 유심(USIM) 정보 해킹 사태로 우리 사회가 어수선한 가운데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 '축사로' 회원 정보를 무단으로 보관하던 외주업체의 사이트가 해킹당하며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해당 사이트 회원들의 아이디와 이름, 생년월일, 휴대전화 번호, 집 주소, 농장 정보 등 농민 3000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이후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농진청 홈페이지와 농촌진흥사업종합관리시스템 등에서 무려 47만여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그런데 농진청의 사후 대응이 문제다. 사과는 있었지만 향후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 예방 조치가 너무 미흡하다. 농진청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하고, 해킹 사실과 비밀번호 변경을 안내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게 전부다. SKT 해킹 사건과 관련해 사측과 정부 부처, 관련 기관, 금융권 등이 전방위로 협력해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선제 조치에 적극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게다가 농진청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의 농민이라는 점에서 더 적극적이고 세심한 대응이 필요했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농민들의 불안감을 악용한 보이스피싱·스미싱 등의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농업인 대부분이 디지털 취약계층인 고령자로 웹 접근성이 떨어진다. 2차 피해로 인해 우리 농촌에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인구유출과 노령화로 공동체 붕괴 위기에 놓인 우리 농촌의 ‘소멸시계’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급하다. 더 적극적이고 신속한 2차 피해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유출된 계정 중 아직껏 비밀번호를 변경하지 않은 농민 회원을 대상으로 피해 방지 대책을 거듭 안내해야 한다. 더 나아가 금융기관의 협조를 얻어 정보 유출 피해자들의 금융계좌를 특별관리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따라야 한다. 아울러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도 총력을 쏟아야 한다. 사고 경위를 철저히 규명하고, 면밀한 원인 분석을 통해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인구절벽 시대, 우리 농촌의 기반을 뒤흔드는 엄청난 사회적 문제를 부를 수 있다는 책임감을 갖고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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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4.30 18:35

[사설] 전북 공공기관, 장애인기업 제품구매 늘려야

전북 지역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의 장애인 고용 촉진을 위한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제도 이행이 여전히 미흡하다. 4월 29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도 공공기관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실적'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연간 총구매액의 1% 이상을 지정된 중증장애인 생산품에서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올해는 이 의무 비율이 1.1%로 상향됐다. 이에 도내 지자체와 관련 기관들은 모두 이 기준을 준수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해 놓은 상태이다. 그러나 우선구매 비율을 법정 기준치 이상으로 달성하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몇몇 기관은 우수한 실적을 보였지만 대다수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기관별로 살펴보면 전북자치도는 광역자치단체 중 높은 실적을 보여 구매 비율 2.11%를 기록했다. 기초단체 가운데는 완주군이 중증장애인 생산품 구매율이 10.64%로 전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익산(1.54%), 정읍(1.22%) 등 3개 지역만이 법정 기준을 넘었고, 나머지 11개 지역은 의무 비율에 도달하지 못했다. 군산(0.32%)이 가장 낮았으며, 임실(0.50%), 고창(0.56%), 부안(0.61%), 무주(0.62%), 진안(0.64%) 순으로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1.06%(전국 7위)의 비율을 기록했다. 산하 교육지원청 중에서는 임실교육지원청이 2.13%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정읍, 고창, 장수, 진안 등이 기준을 초과했고. 최저 수준인 무주(0.30%)를 비롯해 순창, 남원, 부안, 김제, 완주 등 6곳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또 새만금청, 새만금개발공사, 전북대병원 등 기관들이 상당 수 미준수하여 법정 기준치(1.1%)를 충족 못하는 실정이다. 사실 이 같은 의무 미충족 상황은 공공기관들이 사회적 경제 분야 등 다수의 우선구매 제도이행으로 중증장애인 생산품의 구매 비율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 목적을 위한 제도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구매율 미달 시 구체적인 제재 조항을 마련하고,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 체계를 구축해 이러한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 이를 통해 함께 사는 전북의 이미지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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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4.3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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