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견디는 종이 한지는 보존성과 친환경성, 전통성 등에서 그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지난해에는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공식 신청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등재 여부는 내년 말 최종 결정된다. 전통한지는 닥나무 껍질을 원료로 장인의 손기술과 공동체 협업으로 제작되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유네스코 등재와 함께 전통한지의 우수성과 가치를 전 세계에 더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전통문화 계승과 산업 활성화 노력이 요구된다.
전통한지의 본고장은 당연히 전주다. 전통문화유산의 명맥을 잇기 위한 기술 전수 노력이 요구된다. 후계자 양성과 교육 인프라 구축, 산업 기반 강화 등이 핵심이다. ‘한지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 시행하고 있는 전북특별자치도를 비롯해 전주시·완주군 등 지자체에서 전통한지 계승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전주천년한지관에서는 전통한지 후계자 양성, 한지 예술활동, 원료 수급 등 전통한지 문화 확산과 보전·계승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와 프로그램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실제 전통한지 제조 현장인 완주 대승한지마을에서는 제조 기술을 전수할 후계자를 찾지 못해 홀로 남은 장인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전통한지가 내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앞두며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전통문화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장인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다. 얼마 남지 않은 장인들이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 기술을 배워 전통문화를 계승하겠다는 사람도 없다. 지자체가 전통한지 보존·계승 사업을 번지르하게 홍보하는 중에도 생산현장에서는 체험자가 아닌 후계자를 찾지 못해 아우성이다. 이대로라면 천년 전통문화유산의 명맥이 끊길 수도 있다.
전통문화의 명맥을 안정적으로 이을 수 있는 실질적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후계자 양성을 위한 체계적 교육과 산업 기반 강화, 행정적 지원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성과를 내 수 있다. 전주천년한지관 등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는 시설의 운영 방식과 프로그램도 전통문화 전승에 맞춰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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