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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오는 9일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기로 발표함에 따라 일선 학교가 개학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로 인해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세 차례나 연기했지만 연간 수업 일수와 입시 일정, 학습권 등을 고려할 때 무작정 개학을 연기할 수만은 없기에 온라인 형태의 개학을 결정했다. 정부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 검토해 온라인 개학을 결정했지만 전국적으로 한 번도 시행해보지 않은 온라인 개학이라 선결돼야 할 문제점이 적지 않다. 우선 초중고교의 모든 학생이 온라인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온라인 수업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에도 컴퓨터 단말기와 인터넷 접속이 보장돼야 한다. 컴퓨터 단말기가 없거나 다자녀 가정에 대해선 온라인 학습 환경 지원이 필수적이다. 특히 농산어촌지역 등 인터넷 접속이 원활하지 못한 곳에도 온라인 수업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소득 수준이나 도시와 농촌지역간 학습 격차가 발생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일선 학교에서도 온라인 교육 인프라와 교사의 온라인 수업 진행 역량이 갖춰져야만 혼선이 발생하지 않는다. 온라인 수업 인프라가 갖췄어도 대면 수업 진행만큼 학습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문제다. 우리 초중고교 현장에서 전면 원격수업을 진행해본 경험이 전혀 없기 때문에 대면 수업처럼 온라인 수업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8년 발간한 중등교육 온라인 개방형 교육체제 구축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중고교생 중 원격수업을 들어본 경험이 있는 학생은 0.3%에 불과하다.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어도 아이들의 적응기간이 필요하고 특히 스스로 온라인 수업을 받을 수 없는 초등학교 저학년에 대한 대책 마련도 요구된다. 전북도교육청과 일선 학교에서는 온라인 개학에 차질이 없도록 대비해야 한다. 온라인 학습 인프라와 수업 진행, 또한 학생들의 학습 확인과 출석 점검, 생활 지도 등 제반 사항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온라인 수업에 따른 학습 사각지대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김형중 전 전북여고 교장 기발한 해프닝성의 거짓말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게 해주는 사월의 첫날이다. 16세기 후반 무렵부터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영국과 미국을 거친 서양의 전통문화가 바다를 건너와 이제는 추억으로 묻혀가는 만우절(April Fools Day)날이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가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온 국민들이 가뜩이나 긴장을 풀지 못한 채로 하루하루를 넘어가고 있다. 세상인심이 일상을 외로운 삶으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닌가 하고 모두의 마음이 무거울 것이다. 자연의 섭리는 수은주를 끌어올려 겨우내 움츠렸던 수줍은 생명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렇게 푸른 날개를 펴가며 생동하는 희망의 달(?)인데도 영국의 시인 토머스 엘리엇은 그의 시 황무지에서 왜 잔인한 달이라고 읊었을까? 우리들 모두 거울에 비추이는 내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현실에서의 자신을 한 번쯤 되돌려 짚어보면 어떨까. 어떤 일이 종료된 뒤 개운치 않은 찌꺼기 같은 것들이 남아 있을 때, 그 상황을 때로는 나 자신을 돌아다보며 바로잡으려하거나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이런 때일수록 새삼스레 삶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정리해서 도전해보는 것도 틀에서 벗어나는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다. 똑같은 상황에서 헤쳐 나가는 수단과 방법이 다른 것은 사람마다 생각하는 정도와 그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길을 걷다가 돌부리에 부딪히면 누구는 걸림돌이라 투덜대고, 어떤 사람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지나칠 것이다. 눈이 떠 있는 동안에 걸림돌과 난관들을 수없이 겪어 가면서 그것들을 딛고 가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경험으로 축적이 된다. 컵에 물이 반절이 남았을 때, 반절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람과 아직도 반절이나 남았다고 여유를 갖는 사람과는 인생을 운전하는 모습이 다르듯이. 인생살이에서 정답은 없다. 저 사람은 부유하기 때문에, 그 사람은 잘 생겼기 때문에, 당신은 머리가 좋기 때문에 그들 모두는 매우 행복할 것이다. 라는 논리는 그 원인이 소멸되거나 약해지면 바로 무너질 수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웠음에도 건강이 좋지 않았음에도, 시험에 여러 차례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은 끝내 시련을 견뎌내면서 보란 듯이 일어서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집념은 뭐든지 해낼 수 있는 강인한 의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뜻을 이루지 못한 사람은 실패한 핑계를 찾아내어 변명을 늘어놓지만, 하고자 한 일을 이뤄낸 사람은 어떻게든 해내야겠다는 굳은 의지로 방법을 모색했을 것이다. 방법의 모색과 핑계거리 찾기,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인 시각은 종이 한 장의 차이에서 오는 가치관과 생각의 차이다. 혼돈의 갈림길에서는 명확한 선을 그어야 거기에 알맞은 정답을 끌어 낼 수 있다. 현재는 과거를 바탕으로 한다. 매순간 우리들이 마주하는 것들이 쌓여가면서 탄탄한 미래가 이뤄지듯, 주어진 환경에서 자기를 보살피고 단련시켜 만들어가는 노력이 삶을 윤택하게 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가겠노라고 생각만 하고 망설이다가 첫발을 내딛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평생을 그 자리에 머물러있어야만 한다. 삶에 필요한 지혜는 모든 환경과 경험과 대인관계에서 차곡차곡 쌓여간다. 현실이 조금은 답답하더라도 목적을 향해 전력을 다하면 생각이 현실로 바꿔져 있을 것이다. /김형중 전 전북여고 교장
조상진 객원논설위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를 덮쳤다. 중국에서 발원한 바이러스는 두 달 넘게 전 세계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확진자가 100만 명에 육박하고,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구 선진국이 더 취약함을 드러냈다. 콧대 높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납작 엎드렸고 일본에서 개최될 하계올림픽도 연기되었다. 앞으로 바이러스의 습격은 더 강력해질 것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 정부들은 쩔쩔매고 있다. 국경 봉쇄에도 불구, 방역에 허둥대고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가 일상화되었다. 더 큰 문제는 경제 후폭풍이다. 음식숙박업에서 항공업에 이르기까지 경제 팬더믹이 몰고 온 파고는 실업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경제연구기관은 이번 사태로 중국 900만명, 미국 740만명이 해고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도 2명 중 1명이 감염보다 감원에 떨고 있다. 이렇게 위기에 몰리자 각국은 돈을 풀어 방어벽을 치고 있다. 미국은 2조2000억 달러(2684조원), 독일은 1조 유로(1344조원), 일본은 56조 엔(629조원)을 경기부양책으로 내놓았다. 국내 총생산(GDP) 대비 1030%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우리나라도 140조원 규모를 책정했다. 여기에는 정부가 소득하위 70%인 1400만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이에 앞서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나섰다. 감염병으로 죽기 전에 굶어 죽겠다는 신음이 터져 나오는 위기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가장 먼저 선수를 친 곳이 전주시다.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으로, 중위소득 80% 이하 5만명에게 52만7000원을 선불카드로 지급키로 한 것이다. 이를 신호탄으로 전국 자치단체가 봇물 터지듯 나섰다. 재난긴급생활비(서울), 취약계층긴급지원비(경기), 긴급생활안정자금(충남), 긴급생계자금(대구) 등 이름도 다양하다. 이들 자금은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매출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명목이다. 뒤늦게 전북도도 뛰어들었다. 집단감염위험시설 1만3064곳에 7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재난기본소득은 초기에 포퓰리즘이라며 부정적 의견도 있었으나 찬성의견이 압도적으로 높다. 415 총선을 앞둬서인지 야당도 찬동했다. 하지만 재난기본소득은 본래 의미의 기본소득이 아니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에 따르면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개인단위로, 무조건적으로, 자산조사나 노동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현금이다(A basic income is a periodic cash payment unconditionally delivered to all on an individual basis, without means-test or work requirement.) 기본소득의 역사는 꽤 오래이나 우리나라에선 2000년대 이후 논의되기 시작했다. 대중적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2016년 성남시 청년배당을 시행하면서 부터다. 이후 경기도는 이재명 지사가 2019년 청년기본소득을 도입했고, 올해는 코로나 위기를 맞아 전체 도민에게 10만원씩을 지급키로 했다. 전북에서도 2017년 흥미로운 실험이 있었다. 4명을 선정해 6개월간 매월 50만원씩 지급하는 쉼표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기본소득은 재원마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누적돼온 자본주의의 모순과 복지국가의 위기, 그로 인한 빈곤과 차별배제 등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적극 검토할 시점이 아닐까 한다. /조상진 객원논설위원
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근래 일어난 전염병 중 가장 심각하다. 사망인원수로 보면 독감보다 낮지만 무서운 감염속도가 가히 전 인류를 경악시키는 수준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전라북도는 이 어려운 시기를 비교적 잘 피해가고 있지만 아직은 마음을 놓을 단계는 아니다. 우리 도는 관리하기 어려운 이번 역병사태에서 얻는 교훈을 살려 미래를 대비하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한다. 물론 이번 코로나바이러스가 급속히 전파된 이유는 국가의 초기대응미숙이라고 하지만 이후 우리 선진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과 사고에 대응하는 모든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다행스럽게 큰 불길을 잡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여겨진다. 이 과정을 보면서 우리 전라북도는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심각한 의료사고에 대비하기 위하여 할 일을 꼼꼼히 챙겨봤으면 한다. 그 첫째는 의료기관의 확충이다. 거점병원으로 전북대 병원이 있으나 이번같이 폭발적으로 환자가 발생할 때 과연 거점병원 한 곳으로 감당이 가능할 것인가. 사고는 항상 최악의 사태를 예상하여 대비해야 하는데 지금의 환자수용능력을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 전라북도에는 국가가 정하는 의료시설로 거점병원 외에 남원의료원, 진안의료원, 그리고 군산의료원이 있다. 어찌하여 가장 인구가 많은 전주와 익산, 완주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공공의료원이 설립되지 않았는가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거점병원이 전주에 있으니 안심된다는 생각은 최악의 사태를 감안하지 않는 경우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도 지역의료원의 역할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의료원은 평소에는 지역의 취약계층과 가까이 돌봐야 할 지역민의 의료편의를 위하여 봉사하고 의료재난 시에는 이에 대응한 신속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설과 의료 인력을 갖춰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생명보호와 안전관리가 최우선 임무이다. 전라북도는 과연 대구와 같은 대형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러기 위해서 첫째 거주인 분포로 봐서 의료요구도가 높은 전주, 완주, 익산에 공공의료원 개설이 시급하다. 건립용지와 건축물은 폐교나 유휴용지를 활용하면 소요예산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고 여의치 않을 경우 신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도의 최고관리자와 시군 책임자가 머리를 맞대면 빠른 시일 내에 현실화 할 수 있는 일이다. 국가도 이번 비상사태를 맞아 지역별방역, 의료시설확충에 관심을 갖고 있으니 차제에 우리 지역에 꼭 필요한 공공의료원을 증설하여 평소 지역민의 의료수요를 충족하고 만약의 비상사태에 대비할 준비가 필요하다. 공공의료시설이 있어야 용이하게 병상확보가 가능하다. 두 번째로 의료 인력의 확보이다. 지역의과대학에서 배출하는 의사와 군의관들, 그리고 간호사들을 의료원에 정기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행정체계를 갖추었으면 한다. 의료수준은 앞선 시설과 능력 있는 의료진의 확충에 비례한다. 이런 조치에 따른 예산확보는 행정지도자의 몫이다. 이지역보다 인구수가 적은 목포의료원의 운영실태를 잘 검토해서 기준을 삼았으면 한다. 이번 사태를 귀감으로 전라북도의 의료체계를 합리적으로 확충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양시찬 전주 인후초 4학년 계절이 바뀌면 새 소식을 전달하는 알리미 봄소식 알리미는 파릇파릇 새싹들 새 학년 소식은 3월 달력과 새 친구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알리미는 매화꽃! ============================= △좋은 동시를 쓰려면 새로운 눈으로 발견하는 마음이 우선이지요. 코로나 때문에 온 세상이 어수선한데, 파릇파릇 새싹들과 3월의 달력, 눈에 띄는 매화까지 시찬이 눈길에 딱 잡혔네요. 그러고 보면 시찬 학생이야말로 봄을 알리는 알리미가 아닐까요? /박서진(동화작가)
워셔액(자동차 세정제)은 자동차 앞뒷면 유리에 묻은 진흙 먼지 등의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워셔액의 평균 에탄올 함량은 33.5%로 알코올에 민감한 소비자가 이를 흡입하는 경우 현기증이나 두통이 발생할 수 있는데도 대부분 제품에 함량표시가 없어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워셔액 20개 제품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실태조사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워셔액은 주로 물(60~70%), 알코올(30~40%), 계면활성제(5% 미만) 등으로 구성된다. 현재, 워셔액은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 지정 및 안전표시기준(2019.2.12. 시행)에 의해 관리되고 있으나 시행 후 3년 경과 규정에 따라 조사대상 워셔액 20개 제품은 종전 기준인 위해우려제품 지정 및 안전표시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조사 대상 워셔액 20개 제품의 평균 에탄올 함량은 최소 23.8%에서 최대 36.1%로 평균 33.5%였으나, 이 중 13개(65.0%) 제품은 함량 표시가 없어 소비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에탄올 함량이 표시되어 있지 않아 알코올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함량을 확인하고 구매할 수 없는 상태로서 에탄올 함량 표시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제품 내 에탄올 함량을 표시한 7개 제품 중에서도 1개 제품(14.3%)만이 표시 함량과 실제 함량이 일치했고, 나머지 6개 제품은 표시 함량과 실제 함량의 차이가 최대 14.1%p에 달해 표시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워셔액 20개 모두 메탄올 안전기준(0.6% 이하)을 충족하고 있었다. 위해우려제품 지정 및 안전 표시 기준에 따라 자가검사번호를 부여 받은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은 종전 기준에 따른 표시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제품 1차 또는 최소 단위 포장의 보기 쉬운 곳에 품명, 종류, 모델명,제조연월 등의 일반 표시사항과 자가검사표시를 표시하여야 한다. 조사대상 워셔액 20개 중 5개 제품(25.0%)이 일반표시 사항 중 1개 이상을 표시하지 않았고, 자가조사대상 워셔액 20개 중 1개 제품(5.0%)은 자가검사번호가 아닌 자율안전신고필증번호를 표시하고 있었다.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되는 다양한 소비품목에 대해 안전성 테스트 및 실태조사 등을 진행하여 소비자의 안전할 권리와 알권리가 충족될 수 있는 소비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 보다 자세한 안전실태조사 결과는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소비자 문제 발생 시에는 전북소비자정보센터 ☎282-9898번으로 문의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북소비자정보센터
이선홍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미래의 IT 트렌드를 한눈에 보는 세계 최대 가전제품 박람회인 CES 2020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이번 박람회의 최대 화제는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모빌리티 플랫폼이었다고 한다. 자동차 전문기업인 현대자동차가 사람의 조작없이 스스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이동수단을 선보인 것이다. 이 플랫폼은 고객에게 끊임없이 자유로운 이동과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현대자동차의 의지를 구체화한 것이다.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기존의 산업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제조, 금융, 유통, 통신 같은 전통적 산업군에서 파괴가 일어나고 있다. 골드만삭스, 스타벅스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오래전에 기업 생존을 위해 산업간 경계를 허물며 정보기술회사로 거듭났으며, 통신사인 SK와 KT 역시 기존 통신서비스에 인공지능이라는 혁신을 주도하고 있고, 금융사들 역시 소프트웨어 기업을 천명하는 등 변화의 물결은 전산업으로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빅뱅 시대를 맞아 제조공장도 변신하고 있다. 확실한 변화는 스마트공장 도입으로 첨단정보통신기술이 제조공정에 도입되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불량률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까지 우리나라는 1만2660개 스마트공장이 보급되었으며, 올해 5000여 곳을 추가로 보급할 계획이다. 스마트공장의 예산도 올해 4150억원을 책정하여 지난해 대비 대폭 인상되었다. 스마트공장 전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오는 2022년까지 3만개 중소기업을 스마트공장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창원국가산단은 지난해 정부의 스마트산단 프로젝트에 선정돼 2022년까지 해마다 2000억원 이상의 재원이 투입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삼성 SDS와 다쏘시스템코리아를 유치했다. 창원 스마트산단이 완성되면 생산유발액 6조2000억원, 부가가치 유발액 1조70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정부, 지자체가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필수가 되어버린 스마트공장의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 전북의 상황은 많이 부족하기만 하다. 전라북도와 전북벤처중소기업청이 중심이 되어 제조 현장의 경쟁력 제고와 산업체질 개선의 일환으로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있지만, 도내 기업에는 2019년말 기준 347개사로 조사되어 전국의 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공지능을 통해 자율운영이 가능한 고도화단계의 전 단계인 중간2단계의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기업들은 주로 경기, 경남, 울산 등 산업이 발달한 곳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전북기업들은 단 한 곳도 2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생산 모니터링 수준의 기초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생존을 위해 우리 기업들은 체질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급변하는 산업의 패러다임 속에서 우리 기업이 갖추어야 할 핵심전략은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여 효과적이고 신속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그 돌파구는 단연코 스마트공장이라 확신한다. 우리 기업들은 수없이 많은 위기를 극복하였던 DNA를 지니고 있다. 위기를 잘 극복하면 또 다른 성장 기회가 오는 법이다. 지금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난 속에 있지만, 기업의 생존과 미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스마트공장에 에너지와 열정을 집중했으면 한다. /이선홍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전영기 무주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 2020년 4월 15일은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일이다. 하지만 선거가 보름정도 남은 현재 후보자 등록이 끝난 상황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국회의원선거보다는 코로나에 온통 관심이 쏠려있다. 한쪽에서는 선거연기를 주장하지만 아직까지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논의가 되었다는 뉴스는 보도되고 있지 않다. 이렇게 코로나 상태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이번 국회의원선거가 깜깜이 선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많은 유권자들은 자기 지역구에 누가 출마했는지에 대한 정보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당수의 후보자들은 지역 유권자와의 1:1 대면을 중단하고, 전화나 온라인 중심의 비대면 선거운동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특히 의정보고서 등을 통해서 주민들에게 자신의 비전과 의정활동을 알릴 수 있는 기존 의원들과는 달리 신인 후보자들은 자신을 알릴 기회가 부족하다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렇다면 과거 우리는 우리의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선거에서 후보자 또는 정당을 투표할 때 얼마나 많이 알고 투표를 할까? 과거 전북에서는 선거 때마다 인물이나 정책비전보다는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경향이 심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심지어 정책이나 비전보다는 묻지마 투표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권자들이 이러한 우려를 벗어나서 후보자나 정당의 정책이나 공약을 보고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정책이나 공약을 확인을 알아야 할 것이다. 후보자 또는 정당이 어떤 정책을 갖고 있는지 어떤 공약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모른 채 정책선거를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정책이나 공약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첫째 선거기간 중 각 세대마다 발송되는 선거공보를 보고 정책이나 공약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다음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정책공약 알리미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현재 이 사이트에는 정당의 10대 정책을 공개하고 있으며, 선관위에 등록된 50개 정당 중 41개 정당에 관한 정책이 공개되어 있다. 또한 4월 5일부터는 지역구 후보자들의 선거공보가 PDF파일 형태로 유권자들이 보기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내 지역 후보 보기검색란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후보자들을 간편하게 검색할 수 있고, 후보자나 정당별 주요 공약들이 한 눈에 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또한 지역 유권자들이 직접 제안하고 정책으로 실현시킬 수 있도록 희망공약 제안할 수 있는 공간도 함께 갖추어져 있다. 마지막으로 SNS나 온라인을 통한 정책이나 비전을 확인하는 것이다. 인터넷 환경이 우수한 대한민국에서 정책이나 공약을 알리고 유권자들과 홍보하는 소통방식은 아주 유용할 것이다. 또한 이는 지금까지 후보자의 얼굴 알리기나 연고망을 동원하는 데 의존하던 기존의 선거운동을 충분히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관위의 노력만으로는 정책선거가 부족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보고 투표하고 선거 후에 정당과 후보자가 정책과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실천하는지 확인하는 현명한 유권자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할 것이다. /전영기 무주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 범죄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는 데 비해 수사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사회적 충격을 던져준 N번방박사방 사건처럼 온라인에서 자행되는 불법행위가 기승을 부리는 데도 제때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SNS 등에서 발생하는 이런 범죄는 점차 지능화 추세를 보이며 날로 악랄함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청소년아동대상 불법 몰카와 성관련 음란물이 마구 유포됨으로써 어린 학생들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제작유포하거나 소지한 아동 성착취 범죄가 무려 3906건이나 발생했다. 더욱이 청소년아동을 대상으로 SNS를 통한 범죄 유혹이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범죄 양상도 갈수록 다양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매년 저질러지는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는 수사인력은 크게 모자라 지방의 경우 수사관 한 명이 한해 300건에 가까운 사건을 떠맡는 경우도 다반사다. 수도권에 비해 지방의 현실은 매우 열악한 형편이다. 현재 도내 26개 분야에 180명의 경찰이 전문수사관 인증을 받았지만 사이버 관련 전문 수사인력은 8명이 고작이다. 이중에서도 2명은 사이버도박, 1명은 사이버 개인정보침해 전문가다. 사이버 성범죄 및 다크웹 추적, 음란영상물추적분석가 등 전문 수사인력 증원이 절실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해외에서 주로 이뤄지는 사이버 범죄특성에 따라 수사인력의 전문성이 유난히 강조되는 대목이다. 과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소라넷과 같은 각종 불법 음란사이트의 경우도 국내 온라인 주소를 통해 유포되는 것이 아니라 2~3곳의 해외 주소를 우회해 경찰 추적을 피해왔고, 마약 거래와 불법무기, 개인정보 거래 범죄도 국내 수사가 힘든 해외를 무대로 이뤄지고 있다. 사정이 이런 데도 경찰 수사인력은 급증하는 사이버 범죄에 따라가지 못하고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급속히 보급된 인터넷을 악용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선 수사 전문인력을 늘리는 한편 사이버 각 분야 우수인력을 영입하고, 민간 자문을 받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사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강상태를 보이던 전북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 주말사이 3명이 늘어나면서 비상이 걸렸다. 3명의 확진자 모두 국외 입국자로 프랑스와 영국 미국 등지에서 어학연수나 근로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귀국했다. 이들은 무증상자로 분류돼 공항 검역을 통과했고 공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전주에 도착한 것으로 드러나 방역당국에서 역학조사 및 접촉자 파악에 나섰다. 이처럼 코로나19 진정국면에서 추가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어선 안 된다. 전라북도에선 유럽과 미국지역 입국자뿐만 아니라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해 자가격리 조치에 들어갔다. 인천공항을 통해 도내로 들어오는 시외버스도 하차 장소를 전주 월드컵경기장으로 일원화하고 소방본부 등의 협조를 얻어 승객의 자택 이송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의 코로나19 관리체계보다 더 엄격하고 촘촘한 방역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게 전라북도의 의지다. 이러한 철저한 방역체계 구축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을 무시하는 시민들이 드러나 자칫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에선 4월 5일까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지만 봄나들이에 나선 상춘객들이나 일부 유흥주점 등지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 도내 벚꽃 명소와 도시근교에 있는 둘레길, 모악산 강천산 등을 비롯한 명산 곳곳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장사진을 이뤘다. 하지만 보행로에서 일방통행을 잘 지키지 않아 사람들이 뒤섞이고 일부는 아예 마스크를 벗거나 턱에 걸친 채 산책하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특히 둘레길이나 등산로에선 행렬이 꼬리를 물면서 2m 거리두기는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도심에 위치한 유흥주점도 사회적 거리두기에는 관심 밖이다.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전주 신시가지 감성포차에는 손님과 종업원 모두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고 밀폐된 실내 공간은 환기조차 제대로 안 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시민들이 답답함을 토로하고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와 방역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은 꼭 지켜야 한다. 마스크 쓰기와 2m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을 무시하면 결국 본인 자신에게 화가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 경유차가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있다. 경유차의 엔진인 디젤엔진은 1890년대 독일 기술자 루돌프 디젤(Rudolf Diesel)에 의해 개발됐다. 경유의 영어 단어인 디젤도 그의 성에서 따왔다. 디젤엔진은 냄새와 소음에도 불구하고 연비와 힘이 좋은 장점으로 트럭이나 건설기계등 출력이 높아야 하는 대형차종에 주로 이용됐다. 1970년대 들어 유럽에서는 승용차에도 디젤엔진을 장착해 타기 시작했다. 자동차 회사들은 가솔린을 연료로 쓰는 가솔린엔진 보다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적다는 점을 들어 클린 디젤이라고 내세웠다. 당시만해도 최근들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나 매연등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때였다. 우리나라도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경유차를 친환경차로 분류해 주차료와 혼잡통행료 감면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며 경유차를 권장했다. 값도 휘발유에 비해 싼데다 연비까지 높기 때문에 경유차 이용이 늘면서 점유율이 2012년 42.8%까지 기록했다. 전체 등록 차량의 절반 정도가 경유차였던 셈이다. 경유차는 운행중 질소산화물(NOx)과 미세먼지등을 배출한다. 경유 자체에는 질소(N) 성분이 없지만 고온고압상태에서 연소하는 방식으로 공기중의 질소와 산소(O)가 반응해 질소산화물이 생성된다. 반면 휘발유차는 이러한 질소산화물 생성 기회가 적어 질소산화물 배출이 적은 편이다. 질소산화물은 골치 아픈 대기오염 물질 가운데 하나이다. 산성비를 유발하고, 미세먼지와 연관된 스모그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디젤엔진의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유럽에서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1제 등을 적용하는 한편 자동차 제조사들은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개발 장착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5년 폴크스바겐이 이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져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임을 확인 시켜준 꼴이 됐다. 우리나라도 환경부가 클린디젤 정책을 폐기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폐지하면서 노후 경유차에 대해서 일정기간에는 운행을 제한하는등 경유차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섰다. 전북도가 내일(4월1일)부터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시 도내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단속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한때 연료 소비 효율로 국가적인 장려까지 받았던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미운털이 박힌 것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중소형 경유차는 서민들이 생계용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차종이다. 오염물질 배출 덩어리로 몰아 급하게 퇴출시키기 보다는 보다 효율적인 저감기술 개발 및 친환경 차 보급과 균형을 맞춰가며 점진적인 시행이 바람직할 성 싶다.
신정일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우리 땅 걷기 대표 길을 걷다가 어느 순간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서 아! 하고 말을 잇지 못하면서 경탄을 금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 아름다운 경관이 그 순간 가슴 속에서 잠자고 있던 영혼에게 말을 건넨 것이다. 괴테의 <파우스트>에도 그와 비슷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파우스트 박사의 영혼을 앗아가려고 온 메피스토텔레스에게 파우스트가 말한다,내가 순간을 향하여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하고 말을 한다면 너는 나를 꽁꽁 묶어도 좋다. 그럼 나는 기꺼이 멸망해도 좋으리라. 그런 아름다운 경관을 바라보고 경탄하면서 무아지경에 빠져 있을 때, 그때는 누가 내 목을 쳐가도 좋고, 나를 붙잡아가도 괜찮은 것이다. 일순간에 그 자신을 잊어버리는 보석같은 풍경들이 우리들 곁에 있는데, 그 보석의 진가를 아는 사람은 극히 적다. 경주시의 바닷가에 꽃처럼 펼쳐져 동해바다를 수놓고 있는 읍천리 주상절리가 있다. 그 주상절리가 온 나라에 알려진 것은 2011년 무렵이었다. 원래 군 초소가 있어서 2007년 부산 오륙도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해파랑 길을 처음 걸을 때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런데 우리 땅 걷기의 제안을 통해 해파랑 길이라고 명명된 그 길을 두번 째 걷고 있다가 초소에 사람이 없어서 들어갔는데, 그 초소 앞에 통천의 총석정에 기둥처럼 서 있는 주상절리와 달리 바다에 연꽃처럼 주상절리가 펼쳐져 있었다. 그때 그 경이로움과 경탄으로 촬영한 사진이 <우리 땅 걷기>를 통해 언론에 알려진 뒤 그때까지 집 한 채 없었던 그곳이 대처가 들어섰다. 후일담이지만 그때 나와 함께 그 길을 걸었던 사람들이 그곳에 땅을 샀더라면 큰 돈을 벌었을 것인데, 그 진가를 너무 늦게 알았던 것이다. 중국의 장가계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이 불과 몇십 년 밖에 안 된 것처럼 읍천리 주상절리가 있었던 것을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얼마 전에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회에서 변산의 직소폭포 일원을 국가명승으로 심의 의결했다. 국립공원안에 있던 명소로만 알려졌던 것을, 산림청 국가 신림문화자산으로 선정했다가 이번에 국가 명승으로 승격시킨 것이다. 전라북도에 그러한 곳이 여러 곳이 있다. 임실군 덕치면 구담리에서 동계면 회룡마을의 물돌이동을 지나 장군목에 이르는 구간, 용궐산과 무량산 사이의 섬진강이 바로 천하의 절경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곳이 국가 명승이라는 것을 모른다. 진안 용담의 섬바위에서 감동마을로 이어지는 금강 벼릿길이나. 조선시대 혁명가인 정여립이 꿈꾸었던 대동사상을 품고 있는 진안 죽도와 천반산 일대의 절묘한 풍경도 명승 중의 명승이다. 또한 부안 개암사는 백제 부흥운동의 역사를 간직한 우금산성이 있고, 이매창의 문학의 산실이기도 하며 원효굴이 있는 울금암의 절묘한 풍광을 간직한 곳이다. 변산의 아름다움은 그것만이 아니다. 전나무 숲이 아름다운 천 년 고찰 내소사와 변산의 풍경. 그리고 여암 신경준의 자취가 서린 순창 강천산 자락의 강천사 주변 풍경도 훌륭한 명승 유적이다. 이런 문화유적들을 국가에서 명승으로 지정하도록 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네 눈이 미치는 곳에 네 보물도 있느니라 <마태복음> 6장에 실려 있는 말과 달리, 보물이 아니라고 여겨서 그런지 우리 곁에 있는 보물을 모른다. 사람도 역시 그러하다. 내 곁에 보물 같은 사람이 있는데, 그 보물을 알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 그 보물을 찾고 있다. 우리 모두 내 곁에 있는 보물을 찾아내고 보존하자. /신정일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우리 땅 걷기 대표
위병기 정치경제 에디터 1991년 6월 치러진 제4대 도의원 선거 때 도내 52명의 당선자 중 무소속은 진안 출신 임수진(훗날 군수역임) 단 한명이었고 나머지 51명은 모두 민주당(당시엔 신민당)이었다. 그때 민주당 공천을 받고도 도의원 선거에서 떨어진 단 한명이 바로 진안 이충국 후보였는데, 무려 30년이 지난 오늘 진안군수 재선거에 무소속 이충국 후보는 민주당 전춘성 후보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외형상 민주당 공천을 받은 전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해 보이는 상황 속에서 과연 무소속 이 후보가 어떤 파괴력을 보여줄지 관심사다. 며칠 전 무소속 박용근 도의원은 민주당 복당을 신청했는데 이는 두말할 나위없이 6월 말로 예정된 후반기 원구성 과정에서 의장이나 부의장을 하기 위해서다. 단체장 선거가 2년도 더 남았지만 벌써부터 지역정가 일각에서는 정헌율 익산시장이나 유기상 고창군수가 당적을 어떻게 유지하고 갈지가 화두로 떠오른지 오래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뚜렷한 양강구도를 형성하면서 전북에서는 야권 인사들이 앞다퉈 민주당 입당이나 복당을 외치고 있다. 2년 전 민평당 도지사 후보로 나섰던 임정엽 후보(완주진무장) 마저 탈당하면서 총선 후 민주당 복당 의지를 공공연히 피력하고 있다. 도내에서 민주당 쏠림 현상이 얼마나 강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총선에서 전북은 민주당 후보 10명이 절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 정가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야권 후보 중 전주병 정동영(민생당), 군산 김관영(무소속), 정읍고창 유성엽(민생당), 남원순창 이용호(무소속) 정도가 나름의 경쟁력이 있을 뿐 다른 지역의 경우 집권 민주당 후보에 대적하기에는 버겁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면 과연 총선 이후 전북 정치권의 위상은 어떻게 될까. 정세균 총리가 실낱 같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전북 출신 차기 대선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전북의 정치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도내 민주당 후보 10명 중 3선 출신 이강래 후보를 제외하면 모두가 초선 또는 재선에 불과하다. 3선은 돼야 상임위원장이라도 맡는 국회 관례를 감안하면 21대 들어 도내 국회의원의 입김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설혹 정동영, 유성엽, 김관영, 이용호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당장 민주당에 들어오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뚜렷한 양강 구도 하에서 제3당이나 무소속의 활동 공간은 넓지 않아 보인다. 수도권에서 활동해 왔던 유력한 정객들도 하나 둘 떠났기에 총선 이후 전북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당선권에 있는 도내 후보 중 선수(選數)는 적어도 집권 수뇌부와 코드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퍽 다행이다. 당선 후 당이나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후보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수도권에서 활동 중인 출향 정치인의 두터운 후광을 얻어낸다면 전북의 정치적 위상이 꼭 걱정할 일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기는 하다. 이번 총선은 단순히 누가 되느냐의 차원이 아니다. 지역구 하나씩만 따져 보면 민주당 후보냐, 아니냐의 대결임에 분명하지만 유권자들은 한 가지를 더 생각해야 한다. 과연 어느 게 더 전북 전체적인 덩어리로 볼 때 도움이 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어떤 선거 결과가 나와도 총선 후 전북정치권의 중량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많기에 최종 선택을 앞둔 지역민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초중고 개학이 4월 6일로 예고된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중대한 전환기를 맞아 학생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개학을 하는 만큼 수업준비 등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도 최근 개학후 학생들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등 큰 혼란에 빠진 싱가포르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개학일에 대한 깊은 고민에 들어갔다. 우선 등교 개학과 온라인 개학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놓고 후속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이르면 오늘중 개학일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학부모에 이어 교사들도 4월 6일 개학이 힘들다는 의견이 절대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노조연맹의 인터넷 긴급 설문조사 결과 교사 75%가 개학일을 연기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교육 플랫폼 NHN에듀가 학부모 4만명을 설문조사 했는데 현재 수준이면 개학해도 된다 는 의견은 6.4%에 불과했다. 그런데다 시도교육감들도 28일 간담회를 갖고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개학연기가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북교육청도 개학과 맞물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신속 대응감염병 관리지침 및 매뉴얼을 발표했다. 그렇지만 이런 기본 예방조치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담당자의 무사안일한 근무자세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예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도내 유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151곳에 열화상 카메라 272대 설치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미 구매했거나 구매 예정인 카메라가 사람 체온측정에는 부적합한 산업용으로 밝혀졌다. 38.5℃의 고열이 있거나 34℃의 저체온이 있어도 정상 체온으로 측정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대두된 것이다. 예산낭비와 함께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정부에서도 초중고 개학을 앞두고 지난 22일부터 개학 전날인 다음달 5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이 기간동안 코로나19 사태의 조기종식을 위한 선제적 조치를 권고하고, 위반땐 행정제재도 병행한다는 원칙이다. 교육당국도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 부응해 개학을 앞두고 있는 학생 안전관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 등록이 마감되면서 4.15 총선의 막이 올랐다. 전북의 경우 10개 선거구에서 44명의 후보가 등록, 평균 4.4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지난 제20대 총선의 평균 경쟁률 4.7대 1과 비슷한 양상이다. 투표일까지 16일 남겨둔 이때쯤이면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마련인데 이번 선거는 딴 판이다. 선거답지 않은 냉랭함이 선거판을 휘감고 있다. 새로운 인물을 뽑는 기대 보다는 자칫 최악의 저조한 투표율로 이번 선거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이나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이같은 분위기는 일상의 모든 분야를 마비시키고 있는 코로나19 사태가 직접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유권자들과의 대면접촉이 어렵고, 다중이 모이는 공간이 형성되지 않다보니 선거운동은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후보들은 애가 타고, 유권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후보 면모도 모르고, 정책도, 공약도 모르는 깜깜이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후보와 유권자와의 직접적 대면이 어렵다면 간접적으로라도 후보를 유권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유권자들이 후보를 가장 손쉽게 검증할 수 있는 기회인 언론사등 주최 토론회가 도내 상당수 민주당 후보들의 미온적 태도로 아직까지 한 번도 성사되지 않고 있다. 아직 계획도 없다. 선관위 주최 토론회 정도만 참석한다는 복안인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여론조사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인데 굳이 토론회에나가 상대로 부터 공격당해 득표율을 감소시킬 필요가 없다는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된 잘못된 인식이다. 유권자를 기만하고 알 권리를 철저히 무시한 처사다. 시민단체인 전북참여연대를 비롯 전북 기자협회. 도의회 출입기자단 등이 일제히 성명을 내고 민주당의 오만을 비판하고 나선 것도 그 ㅤㄸㅒㅤ문이다. 총선은 국가정책 수립과 아울러 지역현안을 풀어갈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다. 그에 걸맞는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 유권자들은 공보물 등을 꼼꼼히 살펴 후보자 면모, 공약, 정책부터 검증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 올바른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수도권 등 밖에서 보면 아직도 전북은 변방이다. 전주시의 전통문화도시와 맛고을을 빼면 농도 이미지가 진하다. 대단위 산업단지가 확충된 것도 아니고 관광권이 제대로 조성된 것이 아니어서 전북을 찾는 관광객이 늘지 않고 있다. 외부인들과 이해관계가 별로 없어 왕래도 그저 그렇다. 새만금사업이 성공하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지금까지는 고요한 아침 바다 마냥 동트기 직전 같다. 수원 성남 용인 고양 부천 등 수도권은 웬만하면 100만이 넘는다. IT산업 유통 물류 등이 발달해 전국 각지에서 일자리를 찾아 속속 모여든다. 가히 상전벽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가는 것을 느낀다. 고인 물이 없다. 밖에서 새물이 계속 유입되므로 도시가 역동적이다. 이들 주민들은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시시콜콜하게 남의 이야기 할 시간도 없고 끼어들지도 않는다. 기업가는 비지니스 경쟁을 통해 기업을 발전시키고 개인은 부를 모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에만 몰두한다. 모두가 기계적으로 움직여 사람사는 냄새가 풍기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생업으로 바삐 움직이고 IT를 바탕으로 물류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도시 자체가 활기차다. 그에 반해 전주는 어떤가. 전통문화도시요 교육도시로 그 명성을 쌓아온 전주시가 산업화에 뒤쳐지면서 발전의 속도가 더디다. 시내에서 10분만 벗어나면 청정한 산으로 둘러싸여 특히 맞벌이 공직자가 살기 좋다. 각종 생활물가도 비싸지 않아 돈을 마디게 쓸 수 있다. 하루벌어 하루 사는 일당직 노동자들은 일감이 없어 무척 살기가 팍팍하다. 요즘같이 코로나19가 발병할 때는 더 힘들다. 원래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으면서 산다. 물론 어려운 여건을 극복해서 새로운 역사도 만들지만 거의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전주는 인구 65만의 도청소재지지만 농촌지역이 많아 구매력이 떨어진다. 가맥집이 많은 건 전주경제의 취약성을 반증한다. 오래동안 한곳에 머물러 살면서 형 동생 문화가 만연해 익명성 보장이 안된다. 가맥집에서 한잔 한 사사로운 일도 그 다음날이면 퍼진다. 외지인 한테 배타적이다. 생활이 어렵다 보니까 밤놔라 감놔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머리가 좋고 시간이 많다보니까 공적인 이슈에 관심이 많다. 한마디로 종합경기장 개발과 대한방직개발문제에 관심이 많지만 분명 본질이 다르다. 종합경기장은 토지소유주가 시청이어서 얼마든지 공론화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방직은 사유재산이어서 김승수 전주시장이 다뤄야 할 행정행위다. 김 시장이 검토중이라고 한 목소리는 제대로 안들리고 사공들의 목소리만 크게 들린다. 행정행위를 놓고 정치논리가 끼어들어 감놔라 배놔라 한 것은 잘못이다. 전주발전의 단초가 될 대한방직 개발문제를 시에서 원칙대로 법대로 처리하면 그만이다. 그걸 공론화 위원회를 통해 검토한 것은 시장의 권한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전주시도 산토끼를 잡으러 다닐 일이 아니라 (주)자광이 2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것부터 처리하는 게 순리다.
김성수 조각가 아침 6시반, 알람 소리와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은 후 삼례에 있는 작업실로 향한다. 운전대를 잡은 왼손의 붕대 안의 상처는 전보다 많이 아물었지만, 움직일 때마다 욱신거리는 통증에 계속 신경이 쓰인다. 지난 1월 21일 구정을 앞두고 손을 다쳤다. 4인치 그라인더로 금속판을 자르던 중 회전하는 절단날이 왼쪽 집게손가락 위를 덮쳤고 깊게 들어간 날은 피부를 찢고 인대를 스쳤다. 급한 대로 작업실에 갖춰놓은 구급함 붕대로 지혈하고 허겁지겁 도착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10여 바늘을 꿰맨 후 수술은 마무리되었고 다행히 신경은 무사하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작업하거나 그림을 그릴 때 왼손을 사용하기에 작가 생명을 좌우할 수 있었던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아직도 왼손 검지는 깊게 말리지 않아 불편함이 있지만, 밀린 작업 진행을 위해 오늘도 작업실에 도착했다. 지난겨울은 봄을 시샘하지 않는 듯 몹시 춥지 않아서 작업하기 딱 알맞은 온도였다. 묵직한 망치로 금속판을 두드리고 불꽃이 튀는 용접작업을 하는 필자는 더운 여름보다 시원한 겨울을 선호한다. 가끔 망치질할 때 생각을 비우기도 하지만 곧 다가오는 작업실 월세라든지, 다음 달 생활비를 생각하며 한탄 섞인 망치질을 하기도 한다. 오늘은 오전 내내 1제곱미터 넓이 분량의 금속판을 두드렸다. 농사짓는 분들이 솟아나는 볏모를 보며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려나. 잘리고 두드려진 금속판들을 보면 말할 수 없는 보람이 느껴진다. 2009년에 데뷔해서 올해로 작업 11년 차 조각가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작업실에서 시나브로 완성되어가는 작품을 볼 때 생애 첫 작품을 바라보는 것처럼 뿌듯함과 희열을 느낀다. 고된 망치질 덕에 허기를 느껴 점심을 간단히 먹고 돌아와 오후에는 용접을 진행했다. 망치질에 비하면 용접은 나름 신선놀음이지만 섭씨 1,500도의 강한 알곤가스 용접의 빛에 눈이 종종 화상을 입곤 한다. 조각가의 숙명이려니 하고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차가운 물수건을 올린다. 예술의 범주에서 놀고 있지만 고된 노동력을 수반하는 작업성향 덕에 노동자의 옐로칼라가 훨씬 잘 어울리는 듯하다. 언제까지라도 이 재밌는 놀이(?)를 계속하고 싶지만 내 몸이 버텨줄까 하는 걱정과 함께 못 버티면 그때 가서 할 수 있는 작은 작품을 만들면 되지! 하고 위안을 하곤 한다. 조각가들은 고된 작업성향으로 인해 실제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은 다른 미술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요즘은 부드럽고 가벼운 재료와 오브제를 사용한 개념 위주의 작품들도 많이 볼 수 있지만, 재료의 물성을 기본바탕으로 하는 작업의 형태는 전통적인 조각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북에서 활동하는 대략 40~50명 정도의 조각가들은 대부분 노동력을 수반하는 땀 흘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재료와 숙성기간, 음식을 담는 그릇이 다르면 그 맛이 천차만별 다르듯 각각의 조각가의 신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개성 있는 작품들은 그저 경이로울 수밖에 없다. 3D프린터가 나오고 기술이 고도화되는 시대로 흐를수록 만드는 행위의 기본이 되는 시간과 땀의 소중한 가치는 오히려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작업을 마치고 어둑해진 길을 나서며 보람찬 하루를 보냈는지 자신에게 되묻는다. 난 오늘도 뜨거웠는가? 오늘도 이렇게 조각가의 하루가 지나간다. /김성수 조각가
바다 숲에 풀어 놓은 내 꿈을 거둬 줄줄이 엮어놓고 멀뚱히 세상을 바라보는 네 눈은 무심의 절정 끝도 갓도 없는 바다를 머금고 짭쪼롬하게 세월의 간을 맞추려는 네 몸뚱어리는 순응의 극치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 굴비라는 이름에서 비굴하지 않다는 게 보여 일렬로 묶여있어도 굽히지 않는 너의 자존. -------------------------------------------------------------- △ 회개와 속죄로서 정화하려고 하는 시인의 모습이 보인다. 내가 굴비를 바라보는 눈매가 아닌, 굴비가 세상을 짭조름하게 머금는 세월의 간을 맛보는 시인. 네 몸뚱어리는 순응의 극치라며 일렬로 묶여있는 굴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인의 마음이 참 아름답다. 엮어놓은 굴비보다 낮은 자세로 바라보아야 그 소리가 들린다. 용서와 화해를 실천하려고 할 때 굴비가 세상을 바라본다고 느낀다. /이소애 시인
김동영 전북학연구센터장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후보들의 정책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선거는 후보가 지역이나 국가를 위해 더 나은 정책적 비전을 제시하면 시민들은 어떤 정책이 나의 삶을 변화시킬지를 선택하는 정책경쟁의 장이 되어야 한다. 프랑스의 정치철학가인 알렉시 드 토크빌은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했다. 유권자는 후보들의 정책에 대해 엄정하게 검토하고 비판하면서 더 좋은 정책을 만들도록 심판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후보들은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더 좋은 정책으로 화답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비슷비슷하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뻔한 공약보다는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황당한 공약이 낫다고 생각한다. 국내외 정치후보자들의 공약을 보면 처음 들었을 때는 말도 안되고 황당했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생각해보면 꽤 괜찮은 공약들이 있다. 25년 전 대통령후보로 나왔던 허경영은 결혼하면 1억, 출산하면 3000만원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미래 인구감소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 이 공약을 주목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2020년 현재 아동수당으로 월 10만원씩 9년 간 1080만원, 출산장려금 250만원, 보육 누리과정 지원금 월 30만원씩 6년 간 2160만원을 다 합하면 3000만원이 넘는다. 일시불로 지급하자는 공약은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미래의 인구감소문제를 예견하고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가치있는 공약이었던 셈이다. 일본의 참의원 선거에서는 고독 담당 장관직을 새롭게 신설하자는 이색적인 공약이 있었다. 65세 이상 노인이 30%를 차지하는 일본에서 혼자 사는 노인의 40% 이상이 고독사를 당한다고 하니 혼자 사는 노인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실제로 필요해 보인다. 이미 영국에서는 2018년에 현대인의 외로움을 사회적문제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외로움 담당 장관직(Minister for Loneliness)을 세계 최초로 신설한바 있다. 개인적 문제였던 외로움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정부의 정책적 노력으로 이를 해결하고자 시도하는 것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대통령 민주당 예비후보였던 마이크 그레이블은 석유고갈과 고유가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전역에 풍차 500만대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에너지와 환경문제는 전세계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세계 각국은 석유, 석탄 등과 같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로 재생에너지 확장정책을 쓰고 있다. EU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32%, 중국은 35%, 미국은 48%까지 확대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에너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으로 풍차를 만들겠다는 공약은 돈키호테같은 황당한 정책이지만 뻔한 공약보다는 차라리 황당한 공약이 그 심각성과 정책적 환기를 해 준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현재 국회의원 후보들은 표가 안되는 정책보다는 직접적으로 표로 이어질 수 있는 조직활동에 전념하는 모양새다. 학연, 지연, 혈연을 통해 사람을 소개 받고 만나고 출근길과 퇴근길에 인사를 하는 것이 선거운동의 전부가 된 듯하다. 후보들의 공약은 비슷비슷해서 분별력이 별로 없고, 공약을 보고 후보를 선택하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 정책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정치꾼은 다가오는 선거만을 생각하고, 위대한 정치인은 다가오는 세대를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후보들을 정치꾼으로 만들 것인지 정치인으로 만들 것인지는 유권자의 행동과 선택에 달려있다. /김동영 전북학연구센터장
해마다 2천만 명이 찾아오는 관광 도시 베네치아의 운하가 맑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보도된 영상과 사진을 보니 예전의 탁했던 운하에 깨끗한 물이 흐르고 물속을 오가는 물고기들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강물이 투명해졌다. 베네치아 운하에 맑은 물이 흐르는 것은 60년 만이라거나 믿기 어려운 일이라는 주민들의 인터뷰가 더해진다. 현지 주민이 아니라도 깨끗한 물을 안고 흐르는 베네치아 풍경이 놀랍고 반갑다. 물이 맑아진 비결은 코로나 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도시를 일주일동안 봉쇄한 결과다. 물이 맑게 보이는 현상이 근본적으로 수질 개선이 됐기 때문이 아니라 도시 봉쇄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운하를 드나드는 곤돌라와 모터보트 등 수상교통 수단이 줄어들어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진단이 있지만 변화된 운하의 풍경이 전하는 울림이 작지 않다. 사실 베네치아는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으로 환경 폐해를 겪고 있는 대표적 관광도시로 꼽혀왔다. 어디 환경 폐해뿐이던가. 관광자본을 끌어들여 상업적 관광을 부추기고 밀려드는 관광객들이 도시를 점령하면서 일상적인 삶을 침범당한 오래된 상점이나 주민들은 결국 쫓겨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을 맞은 지도 꽤 오래다. 한때 인구 30만 명에 이르렀던 베네치아가 5만 명 도시로 전락한 것이 그 증거다. 오죽했으면 주민들이 입항하려는 크루즈를 향해 피켓과 깃발을 흔들며 관광객을 막아서는 시위에 나섰을까. 어찌됐던 코로나 19로 일상이 무너진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베네치아 운하의 역설적인 결과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된 모양이다. 맑아진 운하 소식에 백조가 돌아왔다는 트윗이 화제를 모으더니 백조가 떠다니고 돌고래가 헤엄치는 사진까지 등장했다. 아쉽게도 이 사진들은 베네치아가 아닌 다른 곳에서 찍은 가짜뉴스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자연의 회복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풍경이 바로 그것일 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거리가 한산해진지 여러 날이다. 전주 시내를 걷다보니 봄 햇살이 쏟아지는 거리에서 자주 눈에 띄는 걸개들이 있다. 국가관광거점도시 선정을 축하하고 기대하는 현란한 문구들의 행진이다. 잠시 멈춤이 된 상황을 벗어나면 관광거점도시를 향한 수많은 정책이 기획되고 실행될 것이다. 그만큼 기대가 크지만 과잉관광 폐해로 되돌릴 수 없는 환경을 안게 된 세계적 관광도시들을 보면 우려가 적지 않다. 몰려오는 관광객들로 화려했던 이탈리아가 겪고 있는 오늘의 위기를 마주하니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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