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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집행 도시공원 매입 못할 바엔 해제하라

오는 7월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을 매입할 것인지 해제할 것인지가 관심이 높다. 예산이 뒷받침 된다면 보전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러나 매입에는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무작정 매입만 고집할 수도 없다. 사유권 행사를 제한 당해 온 토지 소유주들의 민원도 큰 부담이다. 전주시에 따르면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은 덕진, 효자묘지, 인후, 기린, 산성, 완산, 다가, 화산, 황방산, 천잠, 삼천, 안행공원 등 모두 12곳이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개인 사유지를 도시계획시설상 공원으로 묶어놓은 구역이다. 7월 일몰제가 시행되면 매입하거나 해제해야 한다. 해제되면 토지주는 재산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예산이 문제다. 2020년 6월부터 현재까지 매입한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부지는 1.86㎢ 가운데 0.55㎢다. 34%에 불과하다. 예산은 1489억 원이 소요됐다. 나머지 66%의 공원구역 매입에도 수천억 원이 들어갈 것이다. 전주시는 덕진, 효자묘지, 인후공원은 공원 내 사유지를 전체 매입하되 나머지 공원은 예산에 따라 축소 매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보상률은 덕진공원 30.9%, 효자묘지공원 46.3%, 인후공원 22.3%다. 전주시의 재정 여건상 공원 내 사유지를 전부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해제할 수도 없다. 모두 매입하자니 예산이 문제이고, 해제하자니 난개발이 우려되는 것이다. 들자니 무겁고 놓자니 깨지는 격이다. 전주시는 일몰제 시행 전까지 협의를 통한 보상절차를 진행하되 협의가 안되면 지방토지수용위원회의 공탁 절차를 거쳐 해당 부지를 강제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젠 7월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과감하게 결정해야 할 때다. 엄밀한 기준을 만들어 보존가치가 있는 구역과 그렇지 않은 구역을 엄격하게 구분해야 한다. 그런 다음 보존가치가 있는 구역은 우선순위를 정해 매입하되 불필요한 구역은 과감게 해제해야 한다. 이 방법이야말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매입하지도 못하면서 장기간 묶어두는 것은 행정권한의 남용이다. 수십년간 사유재산권을 침해 당한 소유주들의 민원을 외면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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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2.16 14:26

[금요수필] 눈 내리는 날 아침

눈 내리는 날이면 누구에게나 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 무슨 생각이 나느냐는 질문이다. 나이, 남녀, 태어나고 성장한 곳, 삶의 터전, 생활 방식과 취향에 따라 답이 다를 것이다. 난 펄펄 눈이 오는 날이면 몸과 맘이 포근해지는 고향 생각이 난다. 옛 가족과 작은 집, 친구와 마을 사람들, 산천과 들판이 내 가슴에 정情으로 차곡차곡 쌓여 있어 그럴 게다. 겨울밤이 깊어지려면 얼마나 남았을까? 골목, 집 앞 도로, 아파트 울타리 뒤 인도에 눈발이 흩날린다. 자동차 눈을 쓸고 앞 유리와 보닛(bonnet)을 골판지로 덮어 사방에서 밀어닥칠 센 눈바람을 막았다. 어릴 적 눈이 내리면 문구멍으로 밖을 내다보듯 몇 번 현관문을 열어봤는지 모른다. 대낮같이 쌓인 환한 눈발을 보고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눈을 떠보니 새벽 네 시 반, 눈은 내리다 잠을 잔 것 같은데 소복소복 쌓여 있었다. 좀 기다리다 영상 새벽기도회에 참석했다. 눈이 기도회에 나온 교우들의 발길을 막았는지 찬양 소리가 작게 들렸다. 내 맘과 귀는 찬송과 말씀, 기도보다 눈이 쌓인 밖에 가 있었다. 앞집에 잠을 깨울까 봐 눈을 이층계단부터 부삽으로 조심조심 긁어내리고 비로 쓸어 대문 밖으로 퍼냈다. 먼저 앞집 대문까지 쓸어 며칠 전에 눈 내린 날 빚을 갚으리라 생각하며 대문 밖에 나와 굽은 허리를 폈다. 눈은 어느새 앞집 김 사장님도 새벽잠을 일찍 깨웠는지 눈을 쓸며 나온 게 아닌가? 인사를 나누며 함께 골목을 쓸었다. 운동경기 패자처럼 마음이 언짢았다. 집 앞 인도를 같이 쓸었다. 김 사장님은 아파트 뒤 인도까지 쓸어주었다. 옆집 박 과장님도 앞서 싸리비를 들고 나왔다. 자기 집 앞과 인도를 쓸었다. 소리 높여 이른 아침 인사를 나누었다. 박 과장님 옆집에 사는 장 선생님도 인도를 쓴 뒤에 아들 출근차의 눈을 쓸며 인사를 했다. 도로 건너편 님도 집 앞이 도로지만 싸리비를 들고나오길 은근히 기다렸다. 느닷없이 삼십 년 넘게 이웃사촌의 정을 나누며 살다 이사 간 홍 선생님도 생각이 났다. 어릴 때 여덟 살 위면 벗을 하며 말을 놓았다. 홍 선생님은 더 나이 차이가 나지만 눈이 내렸다 하면 질세라 금세 싸리비 소리와 인人기척도 없이 쓸고 들어가 버리기가 일쑤였다. 새 이웃 김 사장님도 미안할 정도로 눈 내리는 날 아침이면 더 부지런하다. 우리는 이웃이 없어져 가는 도시 문화에 묻혀 살고 있다. 눈 내린 날 아침에 이웃 남정네가 넷이서 눈을 쓸며 인사를 나눈 건 이사 오고 처음이다. 서른세 해 만에 만난 정경이라 추억거리로 그려두고 싶다. 오늘 아침엔 어릴 적 눈 내린 고향, 아름다운 풍경인 겨울왕국이 세워졌다. 밤새 쌓인 눈이 내 맘에 고향처럼 포근한 정을 느끼게 했다. 남은 겨울도 들사평 마을에 두어 번 더 밤새 눈이 펑펑 내렸으면 좋겠다. △ 정석곤은 관촌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해 <대한문학> 수필 등단했다. 안골은빛수필문학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전북문인협회 회원으로 <풋밤송이의 기지개> 등 수필집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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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2.13 18:28

[청춘예찬] MZ세대를 거부합니다

오늘(14일) 진행하는 전북대학교 입학식 취재를 준비하다 보니, 체감하지 못했던 ‘2025년’이라는 존재가 드디어 피부에 와닿는다. 대학생이 된 이후부터는 신년이 다가옴을 1월도, 학기가 시작하는 3월도 아닌 2월에 느낀다. 매년 2월 중순이 되면 입학식을 비롯한 신입생 환영 행사들이 연이어 시작하기 때문이다. 신입생들 역시, 1월은 드디어 성인이 됐다는 오묘한 감정으로 보내고, 굵직한 교내 행사가 진행되는 2월이 돼서야 진정으로 성인이 됐다는 것을 체감할 것이다. 어느새 익숙해진 이 공간에 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다 보니, 문득 ‘나’라는 존재를 돌아보게 된다. 어쩌다 보니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학생’이라는 역할과, 책임을 중시하는 ‘기자’라는 역할을 입학과 동시에 얻게 되면서 생성된 이중적인 자아에 대해서다. 그렇기에 최근 나이에 맞지 않게 떠오르는 생각이 종종 떠오르곤 한다. 예를 들면 “조직 생활하려면 본인을 조금 굽히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거 아닌가?”, “요즘 애들은 고생하는 걸 너무 싫어하네” 따위의 생각들이다. 물론 개인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자신을 잃으라는 말도 아니다. 다만, 자신이 맡은 일이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면 기꺼이 응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이라는 신분을 가지면서 학보사에서 일하다 보니 여기저기 돌아다닐 기회가 많았다. 이런 조건 덕분에 나이에 비해 다양한 인간상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상대를 무시하는 사람, 사실관계도 제대로 파악 못 했으면서 일단 큰소리부터 치는 사람, 거만한 사람 등 주변을 살피기보다 본인만 생각하는 사람들을 적잖게 만났다. 하지만 그중 가장 불편하고 불쾌한 인간들은 무언가를 실행하려고 노력조차 안 하는 부류와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부류였다. 흔히 미디어에서 표현하는 MZ세대의 모습이자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표현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들을 보고 ‘역시 MZ세대 특징’이라며 지적한다. 즉 일부로 인해 전체가 평가받는 참담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디어에서나 볼 법한 MZ세대의 모습을 실제로 보니 생각의 전환이 시작됐다. 일상 속 예시를 들면 친분이 있는 누군가가 무거운 짐을 들며 끙끙대더라도 빤히 쳐다보고 있다거나, 조금만 일이 어렵고 힘들면 더 해보지도 않고 쉽게 포기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이런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예의를 강조하고, 근성을 중시하는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 된 거 같은 기묘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특이하게 부모님의 말씀이라면 잘 듣지 않던 자녀들이 “거짓말하면 안 돼”라는 부모님의 말씀만은 너무 잘 듣는 거 같다. 이에 따라 ‘선의의 거짓’이라는 말 역시 사라지는 거 같다. 돕기 싫으면 안 돕고, 하기 싫으면 “그래도 해볼게요”라는 말 대신 “안 할래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때론 자신의 본성이 아니더라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가려면 본성처럼 보이려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랑 안 맞는 거 같아도 한 번쯤은 가면을 쓸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사회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요즘 어떠한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상대를 배려하기보다, 자기 자신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대이다. 본인 개성을 먼저 강조하기 전,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건 어떠한가? 이예령 전북대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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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2.13 18:28

[금요칼럼] 어쩌다 마주친 새들의 눈

작년 전 겨울이었던가, 서울 중랑천에 원앙 200여 마리가 떼로 나타났다고 많은 매체들이 화려한 원앙 떼 사진을 앞다투어 연일 보도한 적이 있었다. 원앙이 떼로, 그것도 200마리가 넘게 떼를 지어 나타난 일은 세계 최초의 일이라고 전문가들의 입을 빌렸다. 모두 ‘세계 최초’를 앞세웠다. 그런데 그 세계 최초에 세인들은 그리 관심을 보이지 않은 듯했다. 강연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그 ‘최초’를 보았느냐고 물어보아도 그 보도를 보았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래전 강길 십리 길을 걸어 출퇴근할 때였다. 강물을 지척에 둔 길이었다, 길은 차가 다닐 정도로 넓게 나 있었지만, 풀과 나무가 너무 오래 자라 있고, 또 그 길을 이용해야 할 경제성이 없어서 그런지 2년 동안 차도 걷는 사람도 거의 보지 못했다. 이슬 때문에 나는 반바지를 입고 출근해서 긴바지로 바꿔 입어야 했다. 어느 날 강물이 쉬어 가는 소(沼)에 물결이 요동치고 있었다. 물결을 일으키는 그 물체(?)는 등과 머리를 드러내놓고 헤엄을 치고 있었다. 오싹 겁이 나고, 혼자 놀래 주위를 둘러보았다. 용이 못된 구렁이가 우리 마을 근처 큰 호수(그 용소가 지금은 없다.)에 살았다는 말을 듣고 살았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니, 수달 두 마리였다. 수달을 너무 오랫만에 본 것이다. 출근해서 신문을 뒤적이는데, 우리나라에 수달이 멸종되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신문사로 전화했다. 기자님은 수달이 멸종되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고 못 박았다. 나는 아침에 분명히 수달을 보았다고 한 번 더 말했다. 원앙 떼가 서울 중랑천에 세계 최초로 200여 마리가 나타났다는 그 기사의 화제 성에 내가 놀랐던 것은, 지난 3. 4년 동안, 수달이 나타났던 그 강에 원앙이 208마리 정도까지 날아와 한겨울을 지내다가 갔다는 ‘사실’이었다. 어떻게 208마리 정도라고 그 숫자를 거의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느냐고요? 사진을 찍어 세어 보았으니까요. 어떤 해는 청둥오리 떼와 원앙 떼가 마을 앞 강을 가득 메우고 ‘찬란’하게 먹이를 찾아 먹기도 했다. 3년 전부터는 홍 머리 오리들이 외진 강물에 와서 살다 간다. 작년과 올해부터는 댕기흰죽지 오리리가 여러 마리가 강물에서 놀고 있다. 청둥오리, 비오리, 호사비오리는 철새다. 호사비오리는 멸종 위기 새다. (이 오리에게 총 쏘면 크게 벌 받는다.) 논병아리와 쇠오리, 쥐오리는, 토종 오리다. 토종 원앙도 몇 마리 산다. 어떤 해에는 물닭, 깃털이 우아한 호방 오리도 왔다 갔다. 참, 내, 원, 몇 년 전부터 가마우지도 온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나는 가마우지가 우리 마을 산천하고 어울리지 않게 너무 검고 커서 정서적인 불쾌감과 거부감이 있다. 우리 마을 앞 강에 와서 한겨울을 나던 원앙 떼는 어디로 가버렸는지 나는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새 연구가 한 분이 남원에 사신다. 그분의 말에 의하면 원앙들은 기온이 자기들에게 맞고 먹이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고 아주 조심스럽게 말한다. 어느 날 나는 길을 걷다가 길가 숲에서 붉은 머리 오목눈이와 눈이 마주친 적이 있었다, 새가 그 작고 까맣게 환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작고 선량한 눈을 보고 하마터면 울 뻔했다. 그렇게 겁 없고 작고 선량한, 아름다운 눈을 처음 마주친 것이다. 며칠 전 흰 댕기 죽지 오리 사진을 확대해 보다가 또 놀랐다. 또, 정말, 진짜로, 참말로 그렇게 아름다운 테두리 속에 눈을 두고 있다니, 검은 바탕에 그 작고 똥그랗고 또렷한 눈가 테두리는 놀랍게도 노란색이다. 나는 숨이 막힐 정도로 그 눈이 서늘하여서 하마터면 사랑한다고, 말을 해 버릴 뻔했다. 나는 나만 외롭게 알고 있어야만 하는, 새들의 경이로운 생태와 태도들을 간직하고 있다. 누구에게 말해 보았자 사람들은 새들의 선량한 눈 따위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나는 익히 알고 있다. 어쩌다 새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나는 어디서 읽었던 임마누엘 칸트에 대한 이 글이 생각나곤 한다. ‘칸트는 참으로 선량한 사람이다. 바로 이것이 그가 오늘날에도 세상에서 의미를 잃지 않은 이유다.’ 선량은 눈에 고이 간직되어 있다.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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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2.13 18:25

교육현장 잠재적 위험요소 철저한 점검을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그것도 믿을 수밖에 없는 교사에 의해 상상하기도 힘든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우리 사회가 분노와 충격에 빠졌다. 학생을 보호해야 할 교육자가 오히려 잔혹한 방식으로 무고한 아이의 생명을 앗아간 일은 우리 모두가 함께 아파하고 책임져야 할 사회적 비극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는 다시 한 번 학교 내 안전문제를 철저히 점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절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선 하늘양 아버지가 눈물로 호소한 일명 ‘하늘이법’ 제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심신미약 교사들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하교하는 저학년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게 해달라’는 하늘양 아버지의 호소를 우리 사회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정부 차원에서 교사들의 정신건강을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해야 한다. 우울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초등학교 교직원(공무직 포함)이 2020년 4819명에서 2023년 9468명으로 3년 새 약 2배로 늘었다는 조사 자료도 나왔다. 우리 정서상 정신질환의 경우 이를 알리는 것은 물론, 병원 진료를 받는 것조차 극히 꺼려한다는 점에서 그 수는 더 많을 수 있다. 게다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더라도 교사가 먼저 밝히거나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면 학교가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장치도 없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교직원들을 평소에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급하다. 아울러 초등 저학년 늘봄학교 귀가관리 강화 등 학교 안전시스템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전면적인 안전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보여주기 식으로 반짝 추진하는 형식적 절차에 그쳐서는 절대 안 된다. 우리 아이들의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교육현장부터 다시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아이들의 안전에 위협이 될 만한 요소와 위험징후를 세밀하게 살피고, 이를 토대로 학교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다시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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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2.13 14:58

[오목대] 송대관·김수미의 고향사랑

“꿈을 안고 왔단다 내가 왔단다/ 슬픔도 괴로움도 모두 모두 비켜라/ 안 되는 일 없단다 노력하면은/ 쨍하고 해뜰 날 돌아온단다” 한때 전국민의 희망가로 불렸던 노래가 조용히 울려퍼졌다. 9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가수 송대관의 영결식장에서다. 이 자리에는 태진아, 설운도, 김성환, 박상철, 강진, 김수찬 등 연예인 70여 명이 참석해 합창했다. 이 노래는 산업화와 함께 유신정권으로 숨막히던 시절, 국민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건네 준 송대관의 대표 곡중 하나다. 정읍 출신인 송대관은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응급실을 찾았다 심장마비로 숨졌다. 향년 79세. 지난해 10월 군산 출신 탤런트 김수미가 75세로 떠난데 이은 비보다. 송대관은 할아버지가 독립만세 시위를 주도해 징역을 살고 아버지도 6·25때 실종되는 바람에 어렵게 컸다. 어린시절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어야 할만큼 가난했다. 초등학교를 4군데 다녔고 전주 영생고에 진학해서는 야간으로 옮겨 신문 배달과 이발사 보조노릇을 했다. 하지만 끼가 넘쳐 고교때 KBS 전주방송국 전속가수로 발을 딛게 되고 서울로 올라가 가수로 데뷔했다. 이후 직접 가사를 쓴 해뜰날(1975)이 쨍하고 떴으나 칼러TV 시대 개막으로 그것도 잠깐이었다. 1980년 처가가 있는 미국으로 이민갔다 향수병을 이기지 못해 돌아왔다. 귀국 후 정 때문에(1989), 차표 한 장(1992), 네박자(1998), 유행가(2003), 분위기 좋고(2009)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 등으로 빚더미에 올라앉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석달 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김수미는 만능 엔터테이너다. MBC 탤런트로 입사한 후 1980년 농촌드라마 ‘전원일기’에 일용엄니로 출연했다. 당시 나이 32세였다. 22년 2개월간 방영된 이 드라마에서 수다스러운 시골 할머니 역할을 맡아 국민배우로 각인되었다. 또 걸쭉한 입담의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와 뛰어난 요리솜씨로 유명했다. 이들의 특징은 고향사랑이 남다른 점이다. 고향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왔다. 2022년에는 고향사랑기부제 홍보를 위해 전라북도 명예홍보대사에 위촉되었다. 송대관은 방송가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그대로 사용했다. 한번은 방송국 간부가 표준말을 쓰라고 권유하자 “현철(부산 출신)이가 서울 말 쓰면 나도 쓸께”하면서 넘겼다. 또 단풍철에 내장산 관광지를 알리는 ‘정읍 송대관 가요제’를 열기도 했다. 김수미는 1990년대 말, 전북 프로야구단 쌍방울 레이더스가 모기업 부도로 해체 위기에 놓이자 후원회장을 맡아 발벗고 나섰다. 최불암, 유인촌, 고두심, 유승준 등 정상급 연예인을 동원해 쌍방울 살리기 자선공연을 했고 ‘1인 1만원 구좌갖기 운동’을 벌였다. 이밖에도 박근형(정읍), 김성환(군산), 현숙(김제), 진성(부안), 김용임(익산), 임현식(순창), 이문식(순창), 이경실(군산), 박명수(군산), 김태연(부안)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전북의 큰 자산이다. 오랫동안 국민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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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25.02.13 11:37

전북의 얼 담아낸 가람 이병기 전집 출간

전북 익산 출신인 근현대 최고 국학자 가람 이병기(1891∼1968) 선생의 업적을 정리한 '가람 이병기 전집' 30권이 출간됐다. 만 10년 넘게 준비해 출간한 것으로 실로 감개무량한 일이다. 전북대학교는 지난 12일 이 사업을 마무리하고 완간 기념식 및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좀 생소할 수 있으나 가람 선생은 전북 근현대 최고 국학자 겸 시인으로 자랑스런 전북인이다. 윤동주 시인이 그랬던것처럼 단 한 줄의 친일 문장도 쓰지 않은 항일 문학가로도 알려져있다. 현대시조의 변별에 획을 그은 대표적인 인물로, 시조의 이론을 정립하여 고시조와 현대시조를 구분 가능하게 한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시조시인으로 널리 알려져있으나 사실은 우리말 강의와 수호 운동 등에 적극 참여한 독립유공자로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언어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민족 주체성을 형성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전주보통학교와 한성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휘문고등보통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많은 시조를 발표했다. 1939년 발표된 ‘가람 시조집’은 그 가치가 무궁무진하며 광복 후 한민족의 고전 문학을 현대어로 고치는 일에 힘쓰기도 했다. 전북대학교 문리대 학장·서울대학교 강사·중앙대학교 교수 등을 지내면서 그는 꾸준히 문학활동을 해왔다. 가람 이병기 전집은 단순히 한 문필가의 전집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가치가 너무 크고 웅장하다. 어떻게 보면 전북의 얼을 제대로 담아냈다고 할 수도 있다. 전북이 자랑하는 위대한 교육자에서 한국 근현대 문학사의 체계를 정립하고 학문적 유산을 보존하는 한편, 한국학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전집 출간이 하나의 끝이 아니고 시작점이 돼야 한다는 거다. 솔직히 전북에서도 그동안 가람 선생에 관한 조명이 조금 인색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부터 더 활발히 연구하고 한국 근현대 문학사 체계를 제대로 정립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앞에 놓여있다. 특히 가람의 둥지나 마찬가지인 전북대에서는 이번에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지만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전북도, 전주시, 익산시 등 자치단체에서도 앞으로 더 큰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차제에 전북을 넘어 중앙 차원에서도 한국학을 위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 그의 노력에 화답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2.13 11:32

오수개 있음에 임실이 있네

전북 임실군 오수면은 의견의 성지나 다름없다. 모름지기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충견의 사연을 간직한 곳이다. 때는 신라 말~고려 초, 술에 취해 풀밭에 잠든 남자에게로 들불이 엄습했다. 곁에 있던 개는 수십수백 번 물을 오가며 제 몸을 적셔 주인을 살리고 죽었다. 그는 개를 묻고 무덤에 지팡이를 꽂았다. 지팡이는 자라서 나무가 됐다. 개 ‘오(獒)’, 나무 ‘수(樹)’, 오수라는 지명의 유래다. 이 동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인 오수개를 내가, 아니 우리가 부활시켰다. 1996년 오수면 청년회의소(JC) 심재석 회장과 의기투합해 이듬해 ‘오수견 연구위원회’를 결성했다. 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국견세계화추진위원장 자격으로 내가 위원장을 맡았다, 한홍률 서울대교수, 최인혁 전북대 교수, 민속학자 천진기 관장, ‘얼굴박사’ 조용진 교원대 교수 등 사계의 권위들을 연구팀과 육종팀으로 모셨다. 여기에 정관일 오수개육종사업소장의 헌신이 더해졌다. 티베탄마스티프에 주목했다. 적당히 긴 털에 물을 묻혀 불을 끌 정도의 몸집과 체력을 갖춘 오수개의 조상으로 가장 유력했다. 이 견종을 순종교배(퓨어브레드 브리딩) 방식으로 육종했다. 흑색 수놈 3두(흑 2·황 1)와 암놈 7두(흑 5·황 2)로 시작했다. 숱한 시행착오와 난관을 극복한 끝에 오수개는 어느덧 제 모습을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오수개는 처음부터 핫이슈였다. ‘순종’으로 확정되기 전인데도 마리당 3000만~5000만원을 낼테니 분양해 달라는 애견인들이 있었다. 물론, 안 팔았다. 혈통이 완전히 고정되지 않기는 했다. 그래도 오수개라는 존재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들 차 버렸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수개는 그렇게 ‘만들어 낸’ 품종이다. 행여 천연기념물로 지정 받을 생각은 해서는 안 된다. 정체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어느 토종개(?)를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 1000년을 타임슬립해 탄생한 오수개는 오수와 임실, 나아가 전북을 상징하는 보배가 돼야 한다. 충의의 오수개는 기록, 달리말해 출전(出典)이 명확하다. 스토리텔링 만으로 세계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알프스’하면 세인트버나드가 떠오르 듯 오수개는 임실의 상징물이 되기에 충분하다. 플란다스의 개, 충견 하치코는 결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덤이다. 30년 전 오수개를 역사에서 불러내겠다고 선언했을 때의 비상한 관심이 좋은 보기다. 1990년대 아날로그 시절의 모든 매체가 일제히 이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임실은 들어봤지만, 오수는 생소하기만 한 사람들에게 오수를 각인하는 효과를 거뒀다. 하물며 지금은 IT시대다. 파급력이 빛의 속도다. 노스탤지어에서 소환해 낸 오수개와 함께 장밋빛 미래를 향해 걸어야 한다. 오는 5월 초 오수 의견공원 일대에서는 어김없이 의견문화제가 열린다. 벌써부터 기다져진다. 과거 의견문화제에서 아이러니한 상황을 겪었다. 지금은 전주로 옮겨 메뉴도 바꿨다는 개고기 음식점이 오수에서 성업 중이었다. 의견 행사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외쳤던 기억도 생생하다. 다른 곳도 아닌 오수에 보신탕집이 웬말이냐는 요지였다. 윤신근 서울 윤신근박사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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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2.12 18:15

백릉채만식작가기념사업회 출범은 한국문학사에 큰별

하늘과 땅도 우러러 볼 백릉 채막식 선생은 우리나라 문학사는 물론, 세계적인 불멸의 작가로 평가받아 마땅하리라고 본다. 그러함에도 태생지인 군산마저도 초라한 문학관하나 만들어놓고 2003년도에 제정한 채만식문학상(소설분야로 한정)을 시상해오다 2018년부터 옥의 티 친일관련으로 인해 중단됐다. 그런가하면 군산시 임피면 생가는 흉가로 험궂은 상황이다. 이토록 방치되어있는 생가 같은 처지가 백릉 채만식 작가의 명성은 묻혀 들어가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많은 연구논문 발표가 있는가 하면 크고 작은 행사가 있기도 했지만 진정 채만식 작가를 망라한 기념 사업회는 창립의 실마리가 없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채만식 작가에 관심을 가져온 백영기 연극연출가 등 몇 명이서 2023년부터 2년 동안 채만식의 한을 풀기위한 <매듭>이라는 주제로 군산 월명공원 등에서 음악, 연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연을 해왔다. 특히 이들은 불멸의 명작 <탁류> 소설을 발행하는 등 200편에 가까운 희대의 작품을 통해 우리 민족정신을 보여 오다 몹쓸 질병과 호구지책으로 본의 아니게 일제를 찬양하는 시, 소설 몇 편을 발표한 것이 친일이라는 발목에 잡혀 천추의 한을 담고 살아오다 젊은 나이에 요절했음이 너무 마음아파 한을 풀기위해 2년 동안 채만식 정신을 기리는 공연 등을 해왔다는 것이다. 한 맺힌 작가 채만식은 자신의 문학정신을 팔았다는 죄책에 8.15해방과 더불어 속죄의 글 ‘민족의 죄인’ 작품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워지지 않는 친일이라는 한을 풀어주자는 것이 이들의 공연이다. (1902년 7월21일 출생 1950년 6월11일 사망)그러나 3년째를 맞으면서는 자신들을 리드해줄 인사를 찾던 중 필자와 함께 사업을 하기로 했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으나 후회스러운 일로 생각하면서 1월초 임원들과 협의아래 지금까지의 산발적 행사보다는 조직적이고 활성화 책으로 정식 ‘백릉채만식작가기념사업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오는 2월 18일 오후 3시 군산 JB문화공간에서 전북문단 원로와 각계인사,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역사적인 팡파르를 울릴 계획이다. 필자는 “한국문호의 대부 채만식 작가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 문화예술발전에 기여하고자 출범시켜 채만식의 한限 매듭을 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새로운 포맷, 새로운 형식의 이야기들을 더 모던하고 더 유쾌한 감독의 연출로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인 군산의 대표적 이미지 메이커로 자리매김하기로 했다. 앞으로 법인으로 발족시켜 주요프로그램과 써브 프로그램으로 나누어 채만식 문학제를 제정, 추모식, 문학상, 학술토론회, 청소년 백일장대회, 토크콘서트, 전국청소년 낭독 극 페스티벌, 탁류낭독 극, 탁류포차 채만식과 놀자, 시낭송 콘서트, 채만식 작품 개사전, 시민 채만식을 묻다, 전국 실버가요제(채만식 시 개사곡), 월명공원 제3회 편백 숲 토요상설무대 등 그동안 못 보아온 다양성의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어우러지는 공연을 통해 작가 채만식의 삶에 대한 진면목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그동안 채만식에 대한 비우호적인 면이 전혀 없지 않았으나 그에 앞서 인간 채만식의 뛰어난 작품성과 처참할 정도의 삶에 대한 내면세계를 그동안에도 양론이 있는 줄로 알고 있지만 지금쯤은 다시 재조명해볼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군산이 낳은 세계적인 천재작가로 추앙받아야할 채만식작가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혼만이 하늘을 맴돌고 있음을 우리는 절절히 가슴에 담아야할 것 이라고 생각한다. ‘백릉채만식작가기념사업회’ 큰별 하나를 보자. 채만식은 영원하다. 김철규 전 전북도의회 의장·백릉채만식기념사업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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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2.12 18:14

개발과 환경은 수레의 두 바뀌, 함께 이끌어야 새만금은 성공한다

새로운 문명이 열리는 곳, 새만금. 미래 신산업 및 첨단기술 허브, 친환경 스마트 도시 등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새만금의 도전은 우리 모두의 꿈이자 희망이다. 그러나 새만금이 첫삽을 뜬지 30 년이 넘어가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새만금이 희망고문 아닌 명실상부한 전북의 보물단지가 되는 길은 무엇일까. 바로 ‘환경과 개발의 공존’을 통한 친환경 개발이다. 새만금호의 물과 환경이 살아야 그 기반위에 관광레저산업도 가능하고 수산업도 첨단 농업도, 재생에너지와 RE100 신산업이 성공할 것이다. 물고기 등 생명이 살수 없는 새만금에는 사람의 친수활동도 수변도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만금 친환경 개발에 심각한 걸림돌이 있다. 바로 수질오염이다. 정부는 새만금호의 수질 개선을 위해 2020년 12월부터 현재까지 하루 2회, 1시간 남짓 호수물과 바닷물을 섞는 ‘해수유통’을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유기물질과 총인의 총량 농도가 각각 37%와 19%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수심이 깊은 곳을 중심으로 수질악화가 심각하다. 2023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조사에 의하면 새만금호 수심 5~6m이하에 용존산소 농도가 평균 3.5mg/L이하(5mg/L이상 필요)로 떨어져, 생물이 생존하기 어려운 빈산소 수역이 형성되어 있다. 또 방조제 외해역의 어획량이 감소하여 어민들의 피해도 심각한 실정이다. 따라서 새만금 사업 성공의 전제조건인 새만금 물을 살리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먼저, '새만금 해수유통 공식화’ 선언이 필요하다. 새만금호는 현재 해수유통 중이고 농업용지에 필요한 용수는 새만금호가 아닌 별도의 담수공급 대책이 세워져 있다. 되돌릴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제는 해수유통을 공식선언해야 향후 그에 맞게 후속 정책 방향을 재설계할 수 있다. 조만간 열릴 새만금위원회가 그 기회이다. 다음으로, 획기적인 해수유통량 확대가 필요하다. 물론 안전과 개발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 현재 새만금은 갑문 두 곳에서 하루 2회, 1시간 남짓 해수를 유통하고 있다. 해수유통 확대를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해수 유통시간을 더 늘리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갑문을 추가 설치하면서 조력발전 추진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방법이 외해보다 –1.5m로 설정된 새만금호의 관리수위를 넘어 침수나 매립고에 영향을 미쳐 새만금 사업의 안전과 개발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을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해수유통량을 관리하여 관리수위를 넘기지 않거나 관리수위를 넘기더라도 홍수 위험이 없는 평시에는 홍수위 이하로 관리하고, 홍수기에는 충분히 물을 빼내고 방수제를 지금보다 높이 쌓는다면 침수 위험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관리수위는 1989년에 설정된 것으로 농림축산식품부의 ‘해면간척용배수 설계’에 적시된 담수호 기준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해수유통을 전제로 한다면 지금의 관리수위 기준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새만금은 환경과 개발, 안전까지 함께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수질 개선을 기반으로 조력발전 추진, RE100 산업단지 구축 및 이차전지 기업 집적화, 어획량 확대 등을 담보할 최적화 방안을 모색해 나가면서 깨끗한 수질을 경쟁력을 삼아 친환경 관광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깨끗한 물이 흐를 때, 지속 가능한 성장도 함께 흐른다. 안호영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완주진안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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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2.12 18:14

전북,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강화해야

전북특별자치도가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정책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장애 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은 장애예술인의 창의적 가치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문화적으로 더욱 풍부해지도록 돕는 취지로 제정되었다. 문화예술진흥법 15조 2항(장애인 문화예술 활동의 지원)에 의하면 국가와 지자체는 장애인의 문화예술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장려․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행·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국가와 지자체가 설치한 문화시설은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장애 예술인의 공연·전시 등을 정기적으로 실시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구체적으로는 작업 기회를 보장하며, 경제적 어려움이나 물리적 제약으로 인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최초로 실시한,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예술인 중 62.2%가 전업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으나 고용형태에 있어 정규직 비율은 6.1%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전북자치도에 따르면 2025년 추진하는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사업은 3개 사업으로 사업 총예산은 1억 3000여만 원에 불과하다. 문제는 전북도가 장애 예술인 창작활동에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는 예산 증액이나 신사업 발굴에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또한 해마다 장애 예술인 활동을 위한 예산은 편성하고 있지만, 재원 부족 등의 이유로 예산 증액이나 신사업 발굴 계획이 없는 상태다. 따라서 장애 예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닌 일반 문화예술 사업에서 장애 예술인에 대한 가점을 확대해 예술 활동을 보장한다는 계획을 적극 확대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조선시대엔 ‘관현맹인’ 제도를 두어서 시각장애인 가운데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을 뽑아 장악원에 소속시켜 자립케 하였던 역사를 문화예술의 중심, 전북도에서 참고할 만하다. 아울러 장애 예술인의 문화 예술 활동 참여가 어려운 이유 중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약한 것도 큰 몫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인식 변화 개선을 위한 노력도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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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2.12 15:54

홍범도 장군과 전북의 외국인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을 계기로 사람들은 카레이스키 라는 단어를 새삼 주목했다. 고려인은 1860년 무렵부터 1945년 사이 두만강 북방 연해주로 농업이민, 강제동원, 항일독립운동 등을 위해 이주한 이들을 일컫는다. 일제강점기 만주로 이주한 사람들은 조선족이고 연해주로 간 사람들은 고려인이라고 불린다. 러시아어로 ‘카레이스키’라고 부른다. 주지하다시피 소련 독재자 스탈린은 카레이스키와 일제의 내통을 의심, 결국 1937부터 연해주의 카레이스키 17여만명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켰다. 카레이스키와 더불어 130년 한국 이민사에서 가장 슬픈 삶을 영위한 이민자는 중남미 ‘애니깽’”이다. 선인장의 일종인 애니깽(에네켄)에서 유래했는데 선박용 로프 재료였던 애니깽 농장으로 팔려가면서 시작된 슬픈 이민사가 바로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한 장면이다. ‘카레이스키와 애니깽’ 전혀 무관한 듯한 두 단어가 담고있는 함의가 이처럼 무겁다. 한세기가 훌쩍 지나면서 요즘엔 전세계에서 대한민국을 찾는 이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동남아, 중앙아시아 등지에선 단순 관광이 아닌 생계를 위해 한국을 찾는 이들이 급증 추세다. 2023년 기준 전북의 외국인 거주자는 5만2799명으로 전북 전체 인구의 2.99%에 달한다. 특이한 것은 충남 거주 외국인이 무려 12만6837명으로 거주 비율이 가장 높다. 충북은 7만1311명, 경남 11만7235명, 전남 6만2493명 등이다. 도내 시군별 숫자는 군 단위가 대략 1천명 이내인데 완주군은 5095명으로 많아 눈길을 끈다. 정읍시가 4218명, 김제시가 3413명, 고창군이 2251명 등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최근들어 결혼이민자 수는 정체상태인데 외국인유학생과 외국인근로자가 급증하는 특징이 있다. 이젠 외국인거주자를 이방인처럼 보는 시각을 바꿀때가 됐다. 현지인과 외국인이 함께 하지 못한다면 지역발전은 말할것도 없고 대한민국이 한번 더 도약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아직도 다문화가족의 경우 특히 자녀들이 각종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극도의 인구감소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가사 도우미인 ‘필리핀 이모’ 제도까지 도입됐는데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상황이다. 노예제도가 있던 미국에서 흑인 출신 대통령이 나오는데 200년이 넘게 걸렸다. 대한민국에서도 이젠 외국인 출신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나왔다는게 뉴스가 돼선 미래가 없다. 다양성과 포용을 배제할 때 그 사회는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계기로 외국인 거주자들이 각종 문화 활동이나 스포츠 활동에 아무 부담없이 참여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시민의식도 크게 바뀌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도와 시스템으로 그 장치를 마련하는게 급선무다. 카레이스키와 애니깽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잊어선 안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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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2.12 13:37

서해 EEZ 골재채취 갈등, 대책 마련해야

정부가 서해 EEZ(배타적경제수역) 골재채취단지의 지정기간을 1년 6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어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11일 군산에서 ‘서해 EEZ 골재채취단지 지정변경 해역이용영향평가서 주민공람 및 공청회’를 열었다. 서해 EEZ 골재채취단지의 지정기간 만료일(올 9월)이 다가옴에 따라 그 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행정절차다. 국토교통부는 지속적인 바닷모래 공급을 위해 지난 2020년 8월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 서쪽 26㎞ 부근 9.58㎢의 서해 EEZ 해역을 5년의 기간을 정해 신규 골재채취단지로 지정했고, 이번에 그 기간을 연장할 방침이다. 향후 국토교통부는 해양수산부와의 협의를 거쳐 서해 EEZ 골재채취단지 지정기간 연장 방안을 확정하고, 오는 6월 ‘제7차 골재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골재채취 기간은 2027년 2월까지로 연장되고, 채취 계획량도 당초 2512만㎥에서 3262만㎥로 30% 가량 늘어나게 된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수도권 등 건설 현장의 원활한 골재 수급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활한 골재 수급은 건축자재의 품질은 물론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불가피성이 인정된다. 하지만 생존권을 요구하는 어민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바닷모래 채취 기간을 연장할 때마다 어민들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그동안 서해 EEZ에서의 골재 채취를 놓고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2018년 12월을 끝으로 한 차례 중단됐다가 정부가 2020년 8월 골재채취단지를 신규로 지정하면서 1년 9개월 만에 재개됐다. 이 때도 군산과 고창·부안 지역 어민들이 신규 지정을 강력 반대했지만 소용 없었다. 이번 군산 공청회에서도 어민들은 해양생태계가 파괴된다며 바닷모래 채취기간 연장에 크게 반발했다. 바닷모래를 대량으로 파내면 어족자원 서식과 산란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어업소득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국가 차원의 골재수급 계획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바닷모래 채취는 해양생태계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근 해역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오고 있는 어민들의 반발도 필연적이다. 정부는 주민 지원 및 어업피해 대책과 함께 가공모래·재생골재와 같은 대체재 마련 등 대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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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2.12 12:55

문화예술 기획자와 예술가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진짜 협업’

문화예술 기획자와 예술가 간 협업의 관계 형성은 각자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고, 잘 해낼 수 있는지 최대한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통상적으로 기획자는 일정 프로젝트나 사업의 전반적인 수행계획을 마련하고 예산 확보부터 집행·정산을 담당한다. 그리고 전시나 행사 등 문화예술 이벤트의 연출감독을 도맡아 하는 경우도 있다. 기획자가 프로젝트를 구성했다면, 이에 적합한 예술가는 실행 구성원 또는 참여자, 공동연출자 등의 역할로 합류하여 공통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그렇다면, 실제 현장에서는 이렇게 각자 부여된 역할을 다하며 협업의 관계가 온전히 유지되고 있을까? 만약 각각의 입장에서 협업을 지속하고 싶다거나 그 반대의 경우라면, 어떠한 이유에서일까? 이러한 물음과 함께 시작한 고민은, 어느새 기획자와 예술가가 동반적인 입장에서 찾고 실행해야 할 협업에 대한 정의, ‘진짜 협업’에 대한 정리로 이어졌다. 그간의 경험에서 묵과했던 협업의 걸림돌들을 살펴보고, ‘진짜 협업’을 위한 요건을 몇 가지 공유해본다. ‘진짜 협업’의 요건 첫 번째는 일하는 태도에 관한 것, ‘책임감 있는 협력’이다. ‘책임감 있는 협력’은 함께 일한다는 관점에서 상호 결정한 수행일정에 대한 시간관리, 업무적 우선 순위 지정, 집중을 의미하며 이들은 기본 중에 기본 요건이다. 기본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실제 협업 과정에서 친분이나 개인 사정을 핑계로 가볍게 여겨지기 쉬운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획자와 예술가 서로가 업무적 긴밀함과 의존도가 높은 관계일 때, 해당 프로젝트에 쏟는 시간이 우선적이지 않을 경우 불협화음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두 번째 요건은, 예술가나 기획자 각자의 전문성을 존중하되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직간접적인 경험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요건의 부재 시,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가짜 협업’이 될 수 있는 결정적 요인이기도 한데, 몰이해를 묵인하며 일하는 관계에서는 지속 가능한 협업을 기대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기획자의 예산 확보 과정이나 집행의 수고로움, 예술가가 감당하는 창작의 수고로움을 상호 알지 못하면, 이는 전체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일의 실행과 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러한 부분을 좀 더 알고 인정하는 사람을 찾게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진짜 협업’이 견고해질 수 있는 ‘지속 가능함에 대한 신뢰감’을 갖추는 것이다. 우리가 협업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홀로 하는 것보다 협업을 통해 각종 위기 상황을 협력해 해결하고, 일하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분배하여 완료할 수 있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뢰감이 협업 관계 간에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한다면, 지속 가능함에 대한 동력을 잃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진짜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위 세 가지의 요건은 결코 단순한 것들이 아니다. ‘가짜 협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 것도 지역 기획자로서 지속해서 함께 일할 예술가를 찾기 어렵다는 애로사항에서 시작되었고, 이러한 직접적인 문제인식은 현재의 협업구조와 일하는 태도까지도 깊이 들여다보도록 만들었다. 지역의 다양한 문화예술 협업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협업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기에 앞서, 그 안에서 부딪치고 화합하는 협업 당사자들이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과 논의가 진지하게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 김현정 디자인에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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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2.11 18:54

대통령의 명연설과 아무 말 잔치

역사적 순간마다 영감과 용기를 준 명연설이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1863년>, 존 F. 케네디의 <나는 베를린 시민이다-1963년>, 넬슨 만델라의 <자유를 향한 긴 여정-1994> 등 기억되고 있는 대통령들의 명연설도 그 대열에 있다. 2008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선 캠페인으로 진행한 첫 대중연설에서 미국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명연설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를 남겼다. 섬세하고 명쾌한 문장에 열정과 감동을 담은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직면한 경제적,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참여와 협력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의 탁월한 리더십과 소통 능력을 보여주는 이 연설에 국민은 환호했다. 특히 그가 내세웠던 구호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공감의 힘이자 오바마의 상징이 되었다. 그 자체로 역사가 된 명연설은 적지 않다. 전쟁과 빈곤, 인종차별과 이념의 첨예한 갈등이 빚어낸 위기에서 용기와 희망을 전한 이 명연설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간결한 문체와 대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이다. 자신이 가진 식견을 내세우지 않고 ‘간결한 문체’와 ‘쉬운 말’을 구사하는 일은 간단할 것 같지만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명연설의 힘도 결국은 소통이고 공감에 있는 셈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을 지낸 강원국 씨는 두 대통령으로부터 배운 좋은 연설문 쓰기의 비법을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쉬운 말로, 가장 많은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글쓰기로 꼽는다. 덧붙인 비법의 중심 또한 배려와 공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내는 말에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군대를 써서라도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를 차지하겠다며 그린란드의 천연자원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더니 이번에는 “가자지구 장악”을 내놓았다. 지난 4일,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연 공동기자회견을 통해서다. 가자지구는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됐지만, 지난 1월 15일, 양국의 합의로 지금은 휴전 중이다.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트럼프의 허황한 발언에 중동 국가들의 반발이 거세다. 각각 독립국으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내놓았던 바이든 시절의 약속과도 배치되는 발언에 ‘아무 말 잔치’란 비판이 이어진다. 국가와 국가를 분열시키며 인종주의를 부추기고 빈곤의 재난을 불러들인다는 우려도 크다. ‘대통령의 말’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 새삼스러워지는 때. 나라 안팎이 따로 없다./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5.02.11 18:53

내게 꼭 필요한 국민연금 서비스를 지금 만나보세요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나라도 만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노후준비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자는 700만 명을 돌파해 이제는 주위에서 국민연금을 받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수급자분들로부터 국민연금의 효용성을 직접 듣는 기회가 많아지다 보니 국민연금의 필요성을 느끼는 분들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 지사도 설 연휴 기간 친지들과 노후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눠서인지 연휴가 끝나고 상담을 위해 방문하는 고객분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고객분들의 문의는 대부분 어떻게 하면 나의 연금액을 늘릴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비결은 의외로 단순하다. 연금보험료를 증액하거나 가입기간을 늘리면 된다. 연금보험료 증액이 부담된다면 먼저 가입기간 늘리기에 집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민연금 수급 전에 반환일시금 반납, 군복무·실직기간 추후납부, 임의(계속)가입 등을 활용해 가입기간을 늘려 나의 연금액을 늘릴 수 있다. 연금제도 특성상 가입기간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국민연금은 가입기간 중의 연금보험료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연금보험료 지원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소규모 사업장(두루누리), 농어업인, 구직급여 수급자(실업크레딧), 가사관리자 및 납부재개 지역가입자 등이 요건에 따라 연금보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소정의 가입기간을 충족한 다음에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국민연금 수급자가 된다. 국민연금 수급이 시작되면 매년 전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반영하여 인상된 연금액을 지급하기 때문에 연금액의 실질가치가 보장된다. 사적연금과 비교되는 공적연금만의 특장점이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은 올해에도 2025년 1월부터 연금액을 2.3% 인상 지급하여 연금액의 실질가치를 보장하고 있다. 기초연금의 경우 2025년 최대 금액이 월 34만 2510원으로 인상됐는데 국민연금공단 지사에서는 전국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와 더불어 기초연금에 대한 상담 및 신청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노후준비 전문가가 제공하는 노후준비서비스도 운영한다. 재무뿐만 아니라 건강, 여가, 대인관계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맞춤형 노후설계를 할 수 있다. 우리 지사는 올 한해 육군 제35보병사단, 전주대, 전북여성가족재단 등과 협업해 국민연금 미래가입자인 군장병 등 청년, 경력단절 여성 등에게 국민연금을 바로 알리고 합리적인 금융소비와 자산관리 등 맞춤형 노후준비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그리고 올해는 국민연금공단이 전주로 이전한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그간 국민연금기금은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했다. 2023년 연간 수익금이 126조 7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익률(운용수익률 13.59%)을 전주에서 이뤄냈다. 2024년 11월 기준 기금적립금이 1185조 2000억 원이고 수익금은 이미 2023년보다 6조 9000억 원 많은 133조 6000억 원이어서 전주에서 다시 한 번 연간 수익금 역대 최고 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편, 국민연금공단은 2024년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 전북 소재 중앙기관과 공직유관단체 중 최고 등급을 획득한 바 있다. 친절, 정확, 신속, 투명한 업무 처리는 우리의 대표 브랜드이자 자부심이다. 우리 지사 직원 모두는 을사년 새해에도 전주·완주 시민의 생활 안정과 행복한 삶을 위해 청렴한 자세로 지속가능한 연금과 복지서비스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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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5.02.11 18:53

‘페넬로페의 베짜기’ 새만금, 언제까지⋯

“이 베를 다 짤 때까지만 기다려 주세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름다운 여인 페넬로페는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수많은 구혼자들에게 시달렸다. 그녀의 남편인 트로이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는 10년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분노를 사 고향으로 돌아가는 바닷길에서 다시 10년의 세월을 허비해야 했다. 그 사이 구혼자들의 등쌀을 견뎌내기 어려웠던 페넬로페는 시아버지의 수의를 짜기 시작했고, 이 베짜기가 끝나면 한 사람을 선택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고는 낮에는 베를 짜고, 밤이 되면 짜놓은 베를 풀어버린 후 다음날 다시 짜기를 반복했다. 여기에서 ‘페넬로페의 베짜기’라는 말이 나왔다. ‘쉴 새 없이 무언가를 하는데도 끝나지 않는 일’, ‘언제 끝날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을 가르킨다. 새만금이 꼭 그렇다. ‘단군 이래 최대 역사(役事)’라는 수식어 속에 1991년 첫 삽을 뜬지 3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기본계획은 바뀌고 또 바뀌었다. 금방이라도 실현될 것 같은 장밋빛 청사진이 발표돼 잔뜩 기대를 품으면 어느 순간 슬그머니 풀리면서 다시 처음이다. 법정다툼과 사업 추진체계 변경도 잦았다. 관할권을 둘러싼 내부 갈등도 이어졌다. 그야말로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정권이 8번이나 바뀌었다. 선거 때마다 새만금은 전북지역 단골 공약이었다. 매번 각 정당 후보들이 장밋빛 청사진을 앞다퉈 내놓았다. 역대 정권의 공약이 말잔치로 끝났다는 사실을 반증한 것이다. 말만 국책사업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임기 내에 새만금 개발을 완료하겠다’고 했다. 믿지 않았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 정부가 새만금잼버리 파행을 빌미로 새만금 SOC 적정성 재검토와 기본계획(MP) 재수립 절차에 들어가면서 다시 시간을 허비했다. 사업을 중단하고 8개월에 걸쳐 추진된 SOC 재검토 결과 ‘사업 적정성’이 입증됐다. 공항과 철도, 도로 등 새만금 SOC 사업이 모두 적정하게 추진된 것으로 재차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사업 지연의 책임은 물을 길이 없다. 그런데 새해 벽두부터 다시 새만금이 도마위에 올랐다. 이번엔 국제공항이다. 지난해 말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가 도화선이 됐다. 사고 직후 무안공항 주변이 철새도래지라는 점을 들어 입지선정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후 화살은 지방공항의 열악한 시설과 적자운영 실태를 지적하는 쪽으로 향했고, 결국 새만금국제공항을 비롯해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은 지방 신공항이 타깃이 됐다. 급기야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등 7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전국 신공항백지화연대’가 10일 국토교통부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의 공항은 필요없다’며 신공항 건설계획 폐기를 촉구했다. 생태계 파괴와 경제성 문제 등을 이유로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본궤도에 오른 새만금 핵심 SOC사업이 정부의 사업 적정성 재검토 절차를 통과한 지 1년도 안 돼, 그것도 올해 착공을 눈앞에 두고 다시 살얼음판이다. 물론 조류 충돌 위험성 등 ‘안전’ 문제는 몇 번이라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하지만 지방 신공항의 필요성을 전면 부정하는 성급한 판단은 안될 일이다. 올해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여야 후보들이 전북 공약으로 다시 새만금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30년을 훌쩍 넘긴 미완의 사업인데다 시급한 현안이 많아 지자체와 지역정치권에서도 이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안타깝다. 전북이, 전북도민이 새만금에 발목을 잡혔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숙제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 전북의 현안 과제에서, 그리고 주요 선거공약에서 새만금을 찾아볼 수 없게 될 날을 기다린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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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02.11 16:45

전주월드컵경기장 주변 개발 서둘러라

녹지나 학교, 공원 등의 도시계획시설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법률에 따라 기반시설 중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한다. 민간 소유의 토지를 도시관리계획시설로 지정할 경우, 시민들은 정부가 그 땅을 매입할 때까지 이용의 제약을 받아왔다. 명의만 자기재산일뿐 사용, 수익, 처분 등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는데 커다란 애로가 있음은 물론이다. 공공기관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소유자 개개인으로서는 죽을 맛이다. 재산권 행사에 심대한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질적 민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가 기간 제한 없이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만일 도시관리계획 고시일로부터 20년이 지날 때까지 미집행 상태일 경우 도시관리계획시설 결정의 효력은 상실된다. 이제나 저제나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려왔던 민원인들은 시설 결정 효력 상실만을 고대해왔다. 그런데 또다시 자치단체가 도시계획 시설을 추진한다면 민원인들의 심정은 어떨까. 전주월드컵경기장 인근 토지가 도시계획상 체육시설지구로 묶인지 올해로 20년이 됐다. 일몰제에 따라 도시계획시설 해제를 앞두고 있는데 전주시가 체육시설지구 집행을 이유로 도시계획시설 해제 유예를 추진하면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전주시는 내년부터 토지를 매입하는 등 실질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부 토지주들은 전주시의 정책으로 인한 사유재산권 침해가 너무 크다며 즉각적인 도시계획시설 해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003년 그린벨트에서 해제됐는데 곧바로 2005년 도시계획시설(체육시설)로 지정됐다고 한다. 실질적으로 반세기 동안 땅이 묶인 셈이다. 전주월드컵경기장 장동, 반월동 부지 94만 8000㎡는 2005년 7월 체육시설지구로 지정됐다. 육상경기장과 야구장, 실내체육관 등 종합스포츠타운을 조성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사유지 16만 3374㎡는 체육시설지구로 지정된 지 20년이 다 되도록 사업이 추진되지 않았다. 전주시는 해당 토지를 매입해 족구장, 테니스장, 농구장 등을 갖춘 생활체육공원을 조성할 계획인데 무엇을 하든 절차를 빨리 밟아야 한다. 그린벨트는 그렇다고 쳐도 체육시설로 묶어놓고 20년 동안 허송세월을 하고 또다시 묶겠다는 발상은 과연 합리적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익도 중요하지만 사익도 충분히 보장받아야 한다. 이젠 좀 절차를 서둘러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2.1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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