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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껍데기는 가거라

12.3 윤석열이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한달여가 지났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멘붕에 빠져 멍해 있는 것같이 보인다. 해가 바뀌면 새해에 어떤 목표를 갖고 열심히 살아 가겠다고 다짐도 하지만 아직도 안정이 안된 탓이지 그런 모습이 안보인다. 그날 밤 너무도 놀란탓인지 대다수 국민들이 시도 때도 없이 뉴스 속보를 보고 있다. 지금은 이념적으로 가릴 것 없이 국민들이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고 후회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통상 사람을 평하거나 판단할 때 신언서판을 그 기준으로 내세운다. 여기에 학벌이 판치는 우리사회에서는 어느 고등학교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를 중요시 하게 여긴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 지역도 무척 따진다. 탄핵시계가 빨라 지면서 올 대선을 벚꽃이 필 때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헌재에서 탄핵 판결을 하면 2개월내에 대선을 치르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벌써부터 여야 양측이 대선이 치러질 것을 대비해서 전략짜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국힘은 이재명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최대로 부각,선거법 항소심 판결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하고 민주당 등 야권은 헌재가 탄핵심판을 빨리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한다. 아직도 계엄충격이 가시지 않았지만 국민들의 가슴 한켠에는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별의별 짓을 다 겪을 수 있다면서 만약 대선이 치러질 경우 제대로 된 인물을 뽑겠다는 각오들로 넘쳐난다. 이제 우리사회도 껍데기만 보고 평가하는 사회가 안되었으면 하는 마음들이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알 수 없다는 말이 있듯 그 만큼 사람 속내를 알기가 여간 쉽지 않다. 통상 사람을 평가할때 학경력 위주로 유무능 한가를 가리지만 겉만 보고는 제대로 그 사람의 속내를 알 수 없다. 속빈강정이란 말이 있듯 겉만 번지르르 한 것 갖고 평가하면 자칫 실수할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어중이 떠중이들이 선거판물을 흐려 놓고 있다. 깜냥도 안되는 함량미달들마저 선거판에서 얼굴을 드러내놓고 깐족거린다. 지역에서는 그 사람의 인물됨됨이가 깜냥이 되는지 안되는지를 따진다. 도지사나 교육감도 똑같다. 느닷없이 천둥에 개 뛰어드는 것처럼 깜냥이 안되는 사람이 선거판에 뛰어들어 판단을 흐리게 한다. 국민들은 이번 비상계엄을 통해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어떤 국가적 피해를 당하는가를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에 다시는 그런 불상사를 겪지 않도록 인물을 잘 뽑아야 할 것이다. 전북에서는 익산시장 자리가 가장 뜨겁고 치열하다. 정헌율 현 시장이 3선인 관계로 다시 출마를 못하기 때문에 그 자리를 놓고 조용식 전 전북경찰청장, 건교부 제2차관이었던 최정호 전 부지사, 행자부 차관이었던 심보균 익산도시관리공단 이사장 그리고 신인가점을 노리고 벚꽃필 때 출마선언할 최병관 행정부지사 등이 거론된다. 월드컵 축구처럼 예선 전 때는 강팀이 맞붙지 않지만 토너먼트로 올라와 결승 때 일합을 겨뤄야 하는 것처럼 민주당 경선을 놓고 한판 대결이 벌써부터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알맹이가 틀실한 인물이 선출되길 바란다.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5.01.19 16:52

지역 차원의 진료공백 대책 제시하라

설 연휴 진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응급진료체계 운영계획 등 여러 방책을 내놓고 있다. 22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를 '설 명절 비상 응급 대응 주간'으로 정하고 문 여는 병원, 약국 운영현황을 점검·안내하겠다는 것이나 응급진료 전문의 진찰료 및 응급의료행위 가산, 거점 지역센터 운영, 비상 진료평가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정부가 이같은 대책을 밝힌 것은 설 연휴 진료공백으로 인한 혼란과 생명의 안정성이 크게 위협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금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얘기다. 지난해 추석 당시에도 고위험 산모, 신생아 등에 대해 조속한 이송·전원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뜻대로 이행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환자들이 많았다. 특히 이번 설 연휴는 최소 6일에서 최대 9일에 이른다. 최근 호흡기 질환 환자가 크게 늘고 치료도 장기화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 응급의료기관과 응급시설에서 비중증 응급환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최대 과제로 부상해 있는 것이다. 관건은 의료인력과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대응이다. 정부가 아무리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의료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헛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또 의료기관의 능동적인 대응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전북지역 의료현황에 따르면 전공의는 현원이 415명인데 비해 출근자 수는 33명(출근율 8%)에 불과하다. 레지던트 역시 현원은 313명이지만 출근자 수는 30명(출근율 9.6%)에 그치고 있다. 이런 실정에서 진료수가 추가 인상이나 응급실 1대1 전담관 배치 등의 대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또 최근 급증하고 있는 호흡기 감염병과 관련, 합동대책반을 구성해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성이 없어 이 역시 전시적인 대응에 그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지역실정은 지역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지역 차원의 촘촘한 대책을 마련,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전북특자도를 비롯한 각 자치단체는 지역주민들이 안심하고 연휴를 보낼 수 있도록 응급체계 확보 등 지역 차원의 실행계획을 제시하길 바란다.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해 생명이 위협 받는 일이 있다면 의료당국도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1.19 13:54

두려워도 한 발짝

대학가의 비좁은 한 자취방, 어두운 공간 속 휴대전화 불빛은 오늘도 환하게 켜져 있다. 부지런히 하루를 보낸 후, 따뜻한 이불 속에 누워 휴대전화를 보는 것은 이제 하루 끝의 행복으로 자리 잡았다. 어쩌면 ‘부지런히’라는 단어를 붙임으로써 나의 행위를 합리화하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누워 꽤 오랜 시간 동안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보다 보면 어느새 훌쩍 지난 시간에 ‘헉’ 소리가 절로 나온다. 작디작은 고철 덩어리에 붙잡혀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고 잠을 청해야 한다는 자신에게 실망한 것이다. 그렇게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눈을 감으며 다짐한다. “아, 내일은 진짜 10분만 보고 자야겠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책을 열 페이지라도 보고 자야지. 아직 1월이니까 올해 진짜 달라질 수 있어.” 1월은 세상 사람들의 ‘생각’으로 우글우글 모인 집합소 같다. 누구는 담배를 끊겠다고 몇 년을 거듭하며 마음을 다잡고, 누구는 연애하겠다고, 또 누구는 올해 저축을 잘 해보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올해 1월, 나는 성인으로서의 세 번째 삶과 맞닥뜨렸다. 스무 살의 1월은 생각보다 아쉬운 입시 결과에 쌉싸름한 감정이 절대적이었고, 스물한 살의 1월은 조금씩 대학에 적응해 가는 나의 모습에 만족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 스물두 살의 1월은 조급한 마음으로 가득한 듯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이 대기업에 취업하고, 거금을 들여 유학길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 나 자신이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 사람들처럼 작아진다. 특히 밤이면 밤마다 보는 인스타그램이 이런 나의 소심한 마음을 더욱 자극한다. 물론 인스타그램에 무언가를 올리는 것은 인간의 과시 욕구에 기저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보다 훨씬 잘난 타인을 비교하다 보면, 마음 깊은 곳에 큰 구멍이 뚫려 허한 감정을 숨길 수 없게 된다. 그렇게 감정은 허하지만, 영혼만큼은 수분을 잔뜩 머금은 솜처럼 바닥 끝으로 내려가고, 또 한없이 내려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쿵’하고 무언가에 부딪힌다. 그럼,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저 사람들을 마냥 부러워하는 것이 큰 의미 있는 시간일까?” 얼마 전, 스무 살 1월에 기록한 수첩을 읽어봤다. 나의 수첩은 단순 일기장 개념이 아니다. 그 당시 느꼈던 감정과 목표 등을 적어 놓은, 이 세상에서 그 당시의 나를 가장 잘 아는 ‘이예령 스무 살 종합 백서-1월 편’인 셈이다. 읽다 보니 고작 한 달의 기록임에도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는 감정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꽤 흥미로웠다. 어느 쪽은 이 세상에 ‘슬픔’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단어는 전부 모아놓았고, 또 어떤 쪽은 ‘희망’으로 가득했다. 그때는 심각한 고민이었지만, 이제 와서 보니 이런저런 혼란스러워하는 감정들이 전부 귀여웠다. 이에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걱정들도 몇 년 후면 다 귀여워질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기 가득했던 영혼의 솜이 보송하게 마른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앞서 언급했듯, 1월은 새로운 생각과 마음가짐의 집합이다. 여러 생각을 하나, 둘 정리하다 보니 스물두 살 1월에 느끼는 조급함이 나쁜 거 같지는 않았다. 조급함을 느낀다는 것은 본인이 타인으로부터 자극을 받았다는 것이고, 이는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을 뒤따라갈 수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 감정을 절대 가벼이 하지 않고 두려워도 한 발짝 나아갈 것이다. △이예령 편집장은 전북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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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6 15:38

새들의 시

아침밥 먹고 빨래 개서 옷장에 정리하고 빨아 놓은 빨래를 거실에 잘 털어 널었다. 빨래를 널거나 소파에 앉아 빨래를 개고 있는 내 모습을 내가 생각하면, 내가 착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보르헤스’의 시를 읽다가 시집을 배 위에 올려놓고 이불속에 누웠다. 방바닥의 따사로운 온기가 몸으로 전이 되어 왔다. 내 몸과 이불 속의 온도가 일치되는구나, 하면서 정신이 가물가물 스르르 잠이 들었다. 포근한 온기로 푹 잤다. 낮잠을 길게 자고 일어나니, 겨울이 겨울 같다. 몸이 환하게 개여 가뿐하였다. 밖에 나갔다. 하늘이 청명하였다. 정말 맑았다. 고개를 들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을 둘러보았다. 산 능선들이 선명하다. 눈부신 겨울 하늘이다. 오랜만에 본 하늘 같다. 강을 건넜다. 낙엽이 쌓여 있는 오솔길을 걸었다. 참나무 잎이 수북하다. 참나무 잎은 두껍고 미끌미끌하다. 발밑에서 부서지는 바스락 소리가 듣기 좋다. 자꾸 뒤가 돌아보아진다. 강길인데, 어쩐지 깊은 숲속 길 같다. 물속에 잠긴 돌들을 오래 바라보았다. 한번도 말을 해 본 것 같지 않은 물속 돌들은 깊은 침묵 속에 잠겨 있다. 자갈들이 밟히는 길이 끝나고 흙길이 나타났다. 따뜻한 양지다. 흙 위에 낙엽들이 쌓여 폭신폭신하였다. 멧돼지들이 땅을 뒤집어 놓았다. 뒤집힌 땅이 마치 서툰 사람의 괭이질 솜씨 같다. 든든하게 땅에 뿌리를 박고 서 있는 막강한 나무들을 올려다보았다. 나무들이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사람도 저렇게 삶에 구차함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나무들은 비겁하지도 않고 다른 나무를 속이지 않을 것 같다. 따로 무엇을 강하게 주장 하지도 남을 욕할 것 같지도 않을 것 같다. 누구를 지저분하게 이기거나 누구에게 비굴하게 지지 않을 것 같다. 불의를 모를 것 같은 반듯하고 당당한 나무들 곁에 서 있으면 내가 졸아든다. 오래된 나무들은 아무 데나 서 있어도 넘볼 수 없는 고결한 인격을 갖춘 상상 속의 어떤 인물 같다. 내가 사는 마을 앞에는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150년도 더 되었다고 한다. 우리 마을에 사셨던 서춘 할아버지가 심었다고 한다. 서춘 할아버지는 평생 홀로 사셔서 자손이 없다. 이 느티나무가 할아버지의 자손이다. 느티나무의 천년을 넘게 산다고 한다. 이 느티나무는 살아 숨 쉬는 나의 책이다. 나는 이 나무를 78년째 바라보는 중이고, 77년 동안이 나무 아래를 지나다녔다. 하루도 빠짐없이 나는 이 나무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지금도 봄이 오면 까치가 집을 수리하고, 새잎이 피고 꾀꼬리가 날아와 운다. 여름밤이면 둥근달이 나무 위를 지나간다. 가을이면 단풍 물든 느티나무 잎이 강물에 떨어지고 겨울이면 나뭇가지마다 하얀 눈이 쌓여 놀라운 마을 풍경을 그려준다. 이 느티나무는 해마다 새로운 정부를 세워주는 나의 나라다. 날이면 날마다 지치지 않고 새로운 시를 써주는 놀라운 ‘시 나무’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아는 게 인문이다. 보고 배우고 익혀 새로운 세상을 만나 사람을 귀하게 가꾸며 자기가 하는 일을 잘하도록 가르치는 게 책이라면 내게 이만한 책이 없다. 흐르는 강물에 몸을 씻고 날마다 새로운 역사를 써서 보여 주는 이 책은 공부도 하지 않고, 학교도 가지 않고, 책도 안 읽는다. 지금도 강 건너 큰 소나무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는 것 같다. 어느 날 나는 이 나무가 불러주는 시 한 편을 받아 적었다, ‘나무는 정면이 없다/바라보는 쪽이 정면이다/나무는 언제 보아도/ 완성되어 있고 /언제 보아도 다르다/ 나무는 경계가 없어서 /자기에게 오는 모든 것들을/받아들여 새로운 정부를 세운다/ 달이 뜨면 달이 뜨는 나무가 되고/새가 날아 와 앉으면/ 새가 앉은 나무가 된다/ 나무는/바람의, 눈송이들의, /새들의/詩다’ -졸시‘새들의 시’ 전문.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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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6 15:37

해외주식을 배우자에게 증여하면 절세가 될까

얼마전 찾아온 의뢰인은 꾸준히 미국주식에 투자를 해왔습니다. 1억원을 투자한 주식이 3억원까지 올라 매도를 고려하였으나 해외주식의 경우 양도소득세가 부담이 되어 고민이라고 합니다. 배우자에게 해외주식을 증여 후 매도할 경우 양도세를 부담해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듣게 되어 상담을 의뢰하였습니다. 국내주식의 경우 양도차익이 발생하더라도 대주주가 아니라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세금을 고려할 필요가 없으나 해외주식의 경우 해당연도의 양도차익이 250만원 초과하게 되면 초과액의 22%의 세금을 부담해야합니다. 의뢰인은 1억원에 취득한 주식을 같은 해에 모두 처분한다면 2억원의 양도차익이 발생하여 대략 4400만원의 양도세를 부담해야합니다. 만약 배우자에게 증여 후 매도하면 양도소득세는 어떻게 될까요? 의뢰인이 최근 10년간 증여한적 없는 배우자에게 현재 시가 3억원인 주식을 증여했다고 했을 때 배우자는 6억원까지 공제가 가능하여 증여세를 내지 않고 주식을 보유하게 되고 그 주식을 3억원보다 같거나 낮은 가격에 매도하면 양도차익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양도세가 없습니다. 배우자에게 증여하여 4400만원을 절세하는 셈이 됩니다. 여기서 주의해야할 점은 양도소득세 이월과세라는 규정입니다. 이 규정은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으로부터 받은 자산을 일정기간 안에 양도하는 경우 증여자의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양도세를 계산하는 규정입니다. 2024년까지는 부동산등에 대해서만 적용되었으나 2025년부터는 주식에도 적용이 될 예정입니다. 만약 의뢰인이 2025년 이후에 배우자에게 주식을 증여하고 1년안에 매도한 경우에 배우자의 취득가액은 3억원이 아니라 의뢰인이 취득한 1억원으로 양도세를 계산하여 절세가 어렵게 됩니다. 따라서 배우자가 취득가액 3억원을 보장 받기 위해서는 증여일로부터 1년이 지난 후 매도 해야 절세가 가능하다는 점을 숙지해야합니다. /조정권 세무회계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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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6 15:37

벚꽃 동네를 행화촌으로 바꾼 이야기

'행화촌'이란 말은 옛사람들이 주막집을 은유 한 말이다. 은유란 말은 암유(暗喩)란 말과 동의어인데, 그 '아름답게 숨겨짐'을 이미지로 씌운다. 이런 주막집이란 으레 길손 나그네가 가만가만 찾아들게 마련인, 적막한 시골길 외딴 길섶 어디쯤에 없는 듯이 자리한 칸막이 초막집이다. 외로움으로 마냥 눈시울 붉힌 주모 아낙 하나 덩그러니 뜰을 지키는 주막이다. 궁색한 나그네에게는 돈이 없어도 그냥 탁배기 한 잔 쯤은 넌즈시 정내미로 건네는 소박한 주막 말이다. 실바람으로 머릿결 살랑이는 청보리 이랑이 시야 가득 펼쳐지고, 언뜻 초막을 비껴 살구나무 한 그루 산뜻하게 서 있다. 느긋이 봄기운이 만창할 때 저녁노을 지피면 살구꽃 피고 이어서 막걸리 한 잔까지 연상되는 그런 정경이 우리네 추억으로 오버랩된다. 살구꽃에 얹히는 백야의 그림 한 폭으로 은은한 달빛 서리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때 보름달은 아니고 막 배불러 오는 상현달이 소슬한 초막에 어리비치면 더 좋을 성 싶다. 노을빛은 신선이 마신다는, 저 멀리 소동파의 적벽부에 언급되는 유하를 연상시킨다. 한국 고유의 서경이며 서정성 여문 한국 시골 동네의 정경은 그야말로 별유천지 비인간 시인 셈이다. 이 때 이호우의 시조 <살구꽃 피는 마을>이 가슴 출렁이며 읊조려지는 것이다.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뉘집을 들어서면은 반겨 아니 맞으리. 바람없는 밤을 꽃 그늘에 달이 오면/술 익는 초당마다 정이 더욱 익으리니/나그네 저무는 날에도 마음 아니 바빠라. 내 고향은 남원 덕과 만도리다. 산 겹겹 휘휘 둘러 시냇물은 산자락 감아 돌고, 안에 감춰진 시골 동네이지만 지금은 앞길 신작로레 살구나무를 줄줄이 심어서 일컬어지기를 행화촌이라 한 것이다. 그런데 몇십 년 전에 내가 주동하여 출향인들에게 모금해 벚나무를 심었었다. 벚꽃이 만발할 즈음 고향에 가면 너무 벅찬 환희에 휩싸이기도 했었다. 동구에 들어서면 우선 벌 소리 윙윙거리고 봄은 무르익어서 춘정이 이글거렸다. 그러나 얼마 후 나의 조부가 왜정 치하에서 독립운동한 사실이 밝혀지고 나 또한 독립유공자 유족으로 정부의 증서를 받은 이후에는 벚꽃 마을을 조성했던 사실이 부끄러워진 것이었다. 또한 동구에 호암시비공원湖巖詩碑公園을 축성한 뒤로는 그 부끄러움이 더했다. 꿈속에서도 부끄러움에 소스라쳤다. 벚꽃은 일본 국화가 아니던가. 시비공원은 임진, 정유왜란에 맞서 항 일 투쟁하던 선비들 시비로 세워졌기 때문이다. 고경명 장군을 비롯해 우리 선조 소산복 할아버지 등 항일 선비들 20여기 시비인 것이다. 그래서 다시 뜻을 세워 벚나무는 모두 베어내고 역시 출향인 모금으로 살구나무 동네를 조성했던 것이다. 벚나무 원산지는 제주도라 했고 살구나무 원산지는 중국이라 알려졌기로 이 교차된 아이러니로 인해 묘한 감정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제 그야말로 행화촌이 된 우리 동네는 이 전라도 땅에 자랑스런 마을이 된 셈이다. 살구꽃 핀 마을엔 배타도 아니고, 벽을 치고 지나는 동네가 결코 아니다. 술 익고 정 익는, 인간 정신이 샘솟는 동네다. 우리 동네에 산뜻한 주막집 하나 세우고 싶다. 오는 이, 가는 이 옷소매 잡고 술잔 나누고 싶다. 한국 고유의 인심을 모락모락 가꾸고 싶다. 그러나 시대가 시대인 만큼 그럴 순 없고, 잘 아는 시인 묵객 몇이라도 불러 살구꽃 그늘에 멍석 펴 놓고 술잔치 거나하게 벌이고 싶다. 내 인생 마무리될 즈음 팔순 잔치를 이렇게 한 번 벌려봐? 상상만 해도 마냥 즐겁다. 이 삭막한 세상 한 귀퉁이라도 인정이 꽃 피는 그런 그림 하나 그리고 싶다. △소재호 시인은 <현대 시학> 시 천료했다. 전북예총회장, 전북문인협회장, 석장문학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녹색시인상과 성호문학상, 목정문화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집 <압록강을 건너는 나비> <초승달 한 꼭지>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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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6 15:36

노인 나이 기준

노인의 나이 기준은 몇 살이 적절할까. 조선시대의 기본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에는 나이를 기준으로 규정을 달리하는 조항이 나온다. 우선 60세는 여러 가지 역(役)에서 해방되는 나이다. 군역을 담당하는 양인 남성이나 공노비는 16세에 복무를 시작하여 60세가 되면 풀려났다. 60세는 육체적인 노동에서 벗어나는 나이였던 셈이다. 관료로서 일할 수 있는 나이는 이와 달랐다. 조선시대 관료는 중앙관료와 지방관으로 나뉘는데, 지방관에 대해서는 “65세가 지난 자는 지방관으로 임명하지 않는다.”고 하여 65세로 임용 연령을 제한했다. 반면 중앙관료의 은퇴 기준은 70세였다. 70세는 또한 자녀의 봉양을 받아야 하는 나이로 인정되었다. 부모의 나이가 70세가 넘으면 아들 한 명을 군역에서 면제해 주었고 강도나 살인의 죄를 저지른 경우가 아니면 수감하지 않는 등 여러 은전(恩典)을 베풀었다. 80세 이상이 되면 혜택이 더욱 많았다. 80세 이상의 노인에게는 노인직(老人職)이라고 하여 신분에 관계없이 1품의 품계(品階)를 하사하였다. 또 관료의 경우 부모가 80세 이상이면 두 아들이 관직을 사퇴하고 귀향할 수 있었으며, 부모가 90세 이상이면 모든 아들이 역에서 면제되었다(우리 역사넷). 나이가 들수록 국가에서 노인을 더 우대해 준 것이다. 하지만 조선시대 왕의 평균수명이 48.1세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혜택을 받은 노인은 많지 않았다. 또 중국 고전인 『예기(禮記)』는 10년 단위의 연령 범주를 설정하고 명칭을 부여하고 있다. 각각에 대해 기대되는 사회적 역할을 규정함으로써 연령지위를 구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를 전거로 삼았다. “사람이 태어나서 10살이 되면 유(幼)라 한다. 이때는 배운다. 20세가 되면 약(弱)이라고 한다. 이때 관례(冠禮)한다. 30세가 되면 장(壯)이라고 하며 이때 아내를 갖는다. 40세가 되면 강(强)이라고 하며 이때 처음으로 벼슬을 한다. 50세가 되면 애(艾)라 하며 이때 관정(官政)에 복무한다. 60세가 되면 기(耆)라고 하며 이때는 남에게 지시하여 시킨다. 70세가 되면 노(老)라고 하며 이때가 되면 가사(家事)를 아들에게 전한다. 80세와 90세를 모(耄)라고 하며, 7세의 어린이를 도(悼)라고 한다. 도(悼)와 모(耄)는 비록 죄가 있을지라도 형신(刑訊)하지 않는다. 100세가 되면 기(期)라고 하며 이때가 되면 부양된다.” 2500년 전의 고전인데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 놀랍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기준은 65세다. 이는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에 근거한다. 44년이 지난데다 기대수명이 대폭 늘어나면서 나이 기준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노인회는 지난해 10월, 정부에 노인 기준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5세로 매년 1년씩 상향 조정하자는 공식 제안을 했다. 보건복지부도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노인연령 조정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올해는 이러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까. (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01.16 15:35

중장년층 디지털 소비자 피해 위험수위

디지털 소비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이 주요 소비계층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이들을 겨냥한 사기 수법이 위험 수위에 가까워지고 있다. 날이 갈수록 오프라인 보다는 온라인을 통한 거래액이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인터넷 취약 계층인 중장년층의 피해를 막기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정원 증가분의 절반에 달하는 15명을 지급결제리스크 감독및 검사 강화 분야에 투입할 계획이다. 소위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등으로 전자지급결제 분야에 대한 감독·검사 수요가 커진 때문이다. 지난해 발생한 '티메프 사태'는 디지털 플랫폼의 구조적 취약점이 표면화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사태를 계기로 전자상거래시스템상 '거래 안전성'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고, 결국 법 개정을 통한 통신플랫폼사업자에 대한 규제 및 정산기일 등에 대한 지침이 마련됐다. 문제는 이러한 일이 먼 남의 일만이 아니라는 거다. 지역사회의 경우 생활용품 소비자안전을 위한 감시 시스템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소비 패턴은 엄청난 디지털 전환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온라인 거래가 급증하면서 그에따른 피해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전북소비자정보센터(소장 김보금)에 접수된 지난해 소비자 상담 및 피해구제 건수는 총 1만 5262건으로, 전년(1만 4889건) 대비 2.5% 증가했다. 그런데 온라인거래 피해가 전체의 34.5%에 달했다. 이는 전년(29.2%) 대비 5.3%p 상승한 수치다. 모바일 기반 거래는 3.4%p, 국내 온라인 거래는 1.7%p 각각 증가한 반면, 오프라인 매장 거래 피해는 6.1%p 감소했다. 문제는 50대가 26.0%로 가장 많은 피해를 신고했다는 점이다. 40대(25.7%), 30대(19.7%) 보다 많았다. 상대적으로 디지털 소비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을 겨냥한 사기 수법이 앞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다. 이제 시대적 흐름을 보면 중장년 층 또한 유튜브와 네이버밴드 등 SNS 활용을 더 많이 할 수밖에 없다. SNS 광고를 통한 전자상거래 피해상담 건수가 급증 추세인 만큼 제도적 보완 못지않게 중장년층 소비자 역시 각별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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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1.16 13:55

알맹이 없는 ‘설 민생안정 대책’, 실효성 의문

모두가 행복해야 할 설 명절을 앞두고 서민들의 마음이 어느 때보다 무겁다. 지난 연말 이후 우리 사회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지역경제가 꽁꽁 얼어붙었다. 장기 불황 속에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허리띠를 졸라맨 서민들의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 특히 골목상권은 내수 침체에 고사 직전까지 내몰려 있다. 게다가 새해 지역 건설업계의 위기가 더 심각해지면서 민생안정과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북특별자치도가 15일 지역경제 활성화와 취약계층 생활부담 경감, 도민안전 대응에 역점을 둔 ‘설 명절 민생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알맹이가 없다. 해마다 발표되는 명절 민생대책과 다를게 없고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불확실하다. 특히 관심을 모은 ‘지역사랑상품권 할인율·구매한도 확대’ 시책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월 구매한도를 최대 100만원으로 상향한 것은 반길 일이지만, 전주·익산·군산 등 도내 주요 도시에서는 기존 할인율(10%)을 변경하지 않았다. 전국 각 지자체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해마다 명절 때면 지역사랑상품권 특별 할인 행사를 해왔는데 올해 도내 주요 도시는 이에 동참하지 못한 것이다. 지역화폐와 관련된 국가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각 시·군이 자체 예산만으로 사업을 운영하다보니 인구가 많은 도시에서는 예산 문제로 할인율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 설 명절을 앞두고 도내 상당수 지자체가 주민 1인당 20~50만원씩의 민생회복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가운데 역시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전주·익산·군산 등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설 명절을 앞두고 전북특별자치도에서 발표한 민생안정 대책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서민생활 안정에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예산에 발목이 잡혀있는 지자체에서 서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대책을 내놓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민생회복이다. 지자체와 지역정치권에서 당장 민생안정에 역점을 둔 ‘추경 확보’ 전략을 마련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당장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안정 대책을 추가할 필요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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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1.16 11:54

서울에서 만난 전북- 태조 이성계

중학교 수업 시간에 들은 이야기입니다. ‘고려 말 왜구가 아지발도라는 소년 장수를 앞세워 쳐들어왔다. 아지발도는 얼마나 용맹하고 싸움을 잘하던지 고려군이 크게 밀렸다. 그는 온몸을 갑옷과 투구로 감싸고 있어 칼이나 활도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이성계가 멀리서 활을 쏘아 투구를 맞춰 벗겨냈다. 그 틈에 이성계의 의형제인 이지란이 아지발도의 얼굴에 화살을 쏘아 맞췄다. 아지발도의 몸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아올랐고, 지금도 바위가 피로 물들어 붉은색을 띈다. 그래서 피바위라고 불린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지요. 남원시 운봉읍에 있는 황산대첩비와 피바위에 관한 전설같은 이야기입니다. ‘정말로 활을 쏘아 그렇게 정확히 맞출 수 있나’라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하는 걸 보면 왜구를 물리친 무용담이 재미있었던 건 분명합니다. 전주로 유학을 갔던 고등학교 시절, 어느 가을 경기전에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은행나무는 왜 그리도 크고, 왜 그리도 노란색을 가졌는지. 지금은 한옥마을과 함께 한 해 1,5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지만, 당시만 해도 그저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있는 곳에 불과했지요. 서울에는 정동(貞洞)과 정릉동(貞陵洞)이 있습니다. 비슷한 이름이지요. 이름이 비슷한 건 유래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이성계의 본부인은 청주 한씨였습니다. 태종 이방원 등 8남매를 낳은 신의왕후이지요. 그런데 이성계가 본부인이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부인을 맞이했습니다. 바로 신덕왕후 강씨이지요. 신의왕후는 조선이 개국하기 약 1년 전에 사망해 개성에 묻혔습니다. 따라서 개국 당시에는 신덕왕후가 왕비였지요. 태조는 신덕왕후를 무척이나 사랑했습니다. 덕분에 신덕왕후 소생인 여덟째 방석이 세자로 책봉되었지요. 왕자의 난이 일어난 배경입니다. 조선의 법도에 의하면 도성 안에는 묘지를 쓸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태조가 신덕왕후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이를 무시했지요. 경복궁에서 보이는 지금의 덕수궁 옆 영국대사관 부근 언덕에 신덕왕후의 능을 조성한 것입니다. 한 마디로 ‘조선의 사랑꾼’인 셈이지요. 문제는 태조 사후에 일어났습니다. 이방원이 왕자의 난을 통해 태종이 된 후 신덕왕후의 능을 현재의 정릉동 자리로 옮긴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능의 석물들을 파내어 청계천 광통교를 지었습니다. 백성들이 사실상 왕후의 능을 밟고 다니게 된 것이지요. 태종의 복수심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어쨌든 이런 연유로 서울에는 두 개의 정릉동이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장을 하다 보니 ‘릉’이 없어져 먼저의 정릉동에서 ‘릉’자 하나를 뺀 것이지요. 그렇다면 태조는 사후에 어떻게 되었을까요. 지금의 구리에 있는 동구릉에 묻혔는데, 바로 건원릉입니다. 건원릉은 다른 왕릉과 다른 점이 있지요. 봉분이 잔디로 덮힌 다른 능과는 달리 억새로 덮여 있습니다. 태조는 조상들이 있는 함흥에 묻어달라 유언했지요. 하지만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왕릉을 조성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타협책으로 함흥에서 흙과 억새를 가져와 봉분을 만든 것이었습니다. 태조는 조선을 건국했습니다. 두 명의 왕비와 여섯 명의 후궁이 있었지요, 열네 명의 자녀도 두었습니다. 그런데 사후에는 곁에 누가 남았을까요. 정릉과 동구릉을 걸으며 생각합니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양중진 변호사는 대전지검 공주지청장, 춘천지검 강릉지청장, 수원지검 제1차장 등을 거쳐 마음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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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5 18:21

끝내 농망정부의 길을 걸을 것인가

12월 3일, 날벼락과도 같았던 비상계엄이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었고, 이로 인한 국민적 충격과 상처는 쉽사리 치유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와 선관위에 군대를 투입하고, 정당한 법 집행을 거부하며 관저로 들어가 중무장이 가능한 경호처를 방패 삼아 결전을 불사했던 모습은 전쟁 그 자체를 연상케 했다. 애석한 것은 전쟁 상대가 다름 아닌 ‘국민’이요 ‘헌정질서’라는 점이다. 지난 2년 반의 임기 내내 불통과 독선으로 일관해온 대통령이라지만 그 끝이 이렇게까지 잔인하리라곤 그 누구도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불법·위헌적인 비상계엄으로 종지부를 찍은 정권의 불통과 독선은 사실 우리 사회 곳곳을 이미 병들게 하고 있었다. 그 피해를 가장 크게 보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농업이다. 윤정부 취임 이후 우리 농업은 파괴되고 농민은 말살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업은 국민의 먹거리와 생명을 책임지는 기간산업으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정부의 책임 있는 정책 수립과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윤정부는 농업을 철저히 방치했다. 지난해 유례없이 잦은 비와 고온, 폭우로 인해 농작물이 썩고 잠기며 가축이 죽어나가는데도 정부는 이에 상응하는 실효적 대책을 내놓은 것이 없다. 역대급 쌀값 폭락에도 찔끔 대책만 내놓아 쌀값을 더욱 떨어뜨리더니, 2024년산 수확기 쌀값마저 지난해에 비해 9%가량 주저앉게 만들며 무능·무책임의 극치를 보였다. 심지어 물가 폭등의 책임을 농산물에 떠넘기며 수입농산물을 무분별하게 들여와, 국내 농업생산기반을 파괴하는 결정타를 날렸다. 무능하면 귀라도 열어야 하는데 오히려 정반대였다. 민주당은 농업에 닥친 기후재난의 피해를 줄이고, 농민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농업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양곡관리법, 농안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등‘농업민생 4법’을 추진했지만, 정부는 국회의 입법권 무시로 일관했다. 필자는 22대 국회 들어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로 활동하면서 농업민생 4법 추진에 깊게 관여했던 사람 중 하나로, 의정 활동 속에서 이 정부의 불통과 독선을 뼈져리게 경험했다. 농업민생 4법은 이미 21대부터 논의되어 온 법안이다. 양곡관리법의 경우, 정부에 수년간 논의와 협의를 요구가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성의 있는 대안이나 중재안을 제시한 적 없이 농민단체와의 합의 부족 등을 핑계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더구나 함께 본회의를 통과한 한우산업지원법의 경우, 정부도 모든 내용에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별법 제정이 아닌 축산법 개정으로 가능하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철저한 독선이고 입법권 무시다. 22대에 들어와 법안에 대한 논란을 최소화하고자 정부의 재량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안으로 개선하고 수차례의 협의를 통해 농민단체와의 합의도 이끌어냈지만, 이번에는 ‘농업을 망치는 농망법’이라는 막말을 쏟아내며 여론을 호도하고 여야합의를 운운하더니 권한대행 체제에서마저 거부권을 행사하게 만들었다. 기후 재난 피해, 농산물 수급불안, 농업소득 감소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점에 동의하고, 입법 필요성도 공감한다고 하면서 대안 마련은 극구 거부하는 농식품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리는 불통과 독선의 끝은 파멸이고 어리석은 국가 리더가 벌인 무모한 정치 도박의 대가는 5100만 국민이 장기 할부로 갚게 된다는 사실을 목도하고 있다. 현재 농업·농촌의 위기는 절박하다 못해 처절한 수준이다. 정부가 끝내 농망의 길을 걷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당장 야당과 농업계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원택 의원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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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5 18:21

전주시, 세계적 문화산업 중심이 되는 조건

대한민국 대표 문화도시인 전주시는 전통을 잇고, 혁신을 입혀 세계적인 문화산업도시로 나아가기로 했다. 노은영 전주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1월 14일 문화·관광·체육 분야 4대 추진 방향을 제시하며 “전주시를 한국의 문화산업수도로 거듭나게 하여 전주의 미래 경제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전주시가 제시한 4대 추진 방향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대한민국 대표 문화도시 조성, 지속가능한 체류형 관광도시 조성, 천년 고도 전주, 역사문화도시 도약, 명품 스포츠 관광도시로의 발전 등이다. 이를 위해 전주시는 공간적으로 2024년 결정된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 건립, 대한민국 ‘문화도시’ 선정을 바탕으로 전주만의 차별화된 역사·문화·관광 콘텐츠 운영과 이를 위한 시설을 조성하기로 했다. 그리고 팔복동 옛 휴비스 여성기숙사를 미래 기술과 예술 콘텐츠가 융합하는 ‘미래문화 생산기지’로 조성하고 새로운 글로벌 영화·영상의 중심도시 생태계도 2034년까지 만들 계획임을 밝혔다. 또한 옛 전주종합경기장 야구장 부지에 ‘전주시립미술관’과 ‘한국문화원형 콘텐츠 체험전시관’, 완산주차장 부지에 ‘음식관광 창조타운’, 국립무형유산원 서편 부지에는 ‘무형유산 복합문화시설’을 착공할 계획을 제시하였다. 한편 전주만의 특색 있는 관광자원 조성을 통해 한옥마을에 편중된 관광자원을 전주 전역으로 확대하고 지난해 여러 축제를 함께 모아 시행한 ‘전주페스타’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를 연중 펼치겠다고 하였다. 또한 전주호남제일문 복합스포츠타운을 조성해, 2036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인프라를 조성하는 등 명품 스포츠 관광도시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이 같은 광대한 계획을 이루는 것은 결국 시민, 세계인 모두 공감할 ‘내용’ 즉, 제대로 된 콘텐츠 확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전주시의 글로벌 문화산업도시 확장형 계획이 단순한 건축사업, 유사내용 재탕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를 위한 학자, 전문가 참여가 요청된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다행히 이같은 공간 조성 위주의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한 전주관광재단도 본격적인 출범을 앞두고 있다니 훌륭한 사람들로 채워져 명실상부한 ‘세계적 문화산업도시’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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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1.15 18:21

2036년 하계 올림픽 유치, 꿈이 아닌 실현 가능하다

지금으로부터 63년 전 당시 미국대통령이었던 케네디는 수많은 대중앞에서 이런 연설을 합니다. “미국은 앞으로 10년 안에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 표면에 인간의 발자국을 남길 것이다” 라며 목청을 높였다. 그때는 어느 누구도 이 말을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은 모두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 상태가 절정으로 치닫는 엄중한 시기였다. 달에 먼저 도착하는 건 국운이 걸린 일종의 도박에 가까운 게임이라고 여길 정도였다. 모두가 어렵다고 느꼈지만 미국은 마침내 1969년 7월 20일 아폴로11호가 달에 착륙하면서 이를 현실로 만들어냈다. 우리 전북에도 그런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세계한인 비즈니스 대회를 성공 개최함으로써 자신감을 회복한 뒤 이번엔 2036 하계올림픽 유치에 나선 것이다. 전북의 재도약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한다. 올림픽 유치는 단순한 스포츠행사를 넘어 전북의 지속가능하고 포용적 발전을 이루기 위한 위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가능성 또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2032년 35회 올림픽개최지인 호주 브리즈번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곳은 서울경기와 같은 수도권은 물론 경제중심지 또는 광역도시가 아니지만 올림픽유치 경쟁에서 승리한 도시이다. 인구 수나 브리즈번시의 특성, 시설 등에서 대도시와 큰 차이를 보였지만 성공한 것으로 미루어 우리 전북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브리즈번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권고 사항인 “저비용 고효율” 의 전제 조건을 충실하게 이행한 점이 높은 점수로 연결됐다는 설이 파다했다. 브리즈번은 전체 경기장의 84%를 기존 시설을 활용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호주 정부와 주 정부등 중앙 부처가 똘똘 뭉쳐 국민들과 혼연일체 지원으로 2021년에 유치권을 따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이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 또한 막연한 구호 대신 전북만의 특성과 장잠을 최대한 부각해야한다. 전북 올림픽 유치의 시사점은 또 있다. 2028년 제38회 올림픽 개최지인 미국의 로스엔젤레스를 주목해야 한다. 뉴욕, 댈러스, 보스턴을 비롯해 센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워싱턴DC, 필라델피아 등 여러 도시와 내부 경쟁을 했다는 사실이다. 당초 보스턴이 개최 후보지로 선정되었으나 재정난을 이유로 포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로스엔젤레스로 돌아갔다. 이는 곧 지자체의 재정 문제가 올림픽 유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이다. 지금껏 올림픽은 2024년은 유럽, 2028은 북미대륙, 2032년은 오세아니아대륙에서 개최된 만큼 2036 올림픽은 아시아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금세기들어 중국 베이징과 일본 도쿄에서 올림픽을 개최했기 때문에 유력한 후보지로 한국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문제는 국내 개최지 경쟁인데 정치적 혼란이 큰 서울시보다 고유한 멋과 전통이 살아 숨쉬는 전주가 최적지로 적합하다고 본다. 비수도권 주도의 문화올림픽은 대한체육회 내부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전북 도민과 전주 시민의 열렬한 성원은 도내 곳곳에 걸려있는 플래카드를 보면 알 수 있다. 오랜만에 도민 모두가 하나되는 2036년 올림픽 유치의 대장정에 희망과 도약의 기운이 함께 하길 기원한다. 27조원 대의 경제 효과를 가져올 전주 올림픽유치. 그건 꿈이 아닌 실현가능한 프로젝트이다. 박건후 전주농협 교육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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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5 18:20

금연거리 유명무실, 성숙한 시민의식 ‘절실’

담배연기 없는 도시를 추구하기 위해 전국 각 지자체들이 실외까지 금연구역을 속속 확대하고 있지만 흡연자들의 비협조로 그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전주시도 ‘금연환경 조성 및 간접흡연 피해 방지 조례’를 제정해 지난 2013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조례에 따라 교육시설 주변과 한옥마을 등 시내 곳곳이 금연거리로 지정됐다. 하지만 흡연자들이 이를 무시하면서 시민 건강과 쾌적한 거리 조성을 위해 지정한 금연거리가 유명무실해졌다. 금연거리 곳곳에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이고, 버젓이 연기를 내뿜는 흡연자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과 현수막이 곳곳에 설치돼 있고, 단속을 통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별 소용이 없다. 한해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한옥마을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아예 흡연부스를 설치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기껏 금연거리를 지정해놓고 그곳에 흡연부스를 설치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는 않을 것이다. 조례를 통해 금연거리까지 지정한 전주의 실태가 이러니 다른 지역의 길거리 흡연 실태는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흡연자들의 길거리 담배꽁초 무단투기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1995년 쓰레기종량제 전면 시행 이후 거리에 공공 쓰레기통이 사라지면서 시내버스 승강장 주변과 도심 인파 밀집지역 곳곳에서 길바닥에 널려 있는 담배꽁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운전 중 차창 밖으로 불붙은 담배꽁초를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는 몰상식한 운전자들도 여전히 있다. 간접흡연의 피해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길거리나 버스정류장 등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발암물질이 포함된 그 연기를 완벽하게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아이들이나 노인처럼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담배 연기가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전국 각 지자체가 속속 조례를 제정해 실외 금연구역을 늘리고 있는 이유다. 금연거리 정착과 쾌적한 거리환경 조성을 위해 지속적인 캠페인과 단속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과태료를 올리고 단속을 대폭 강화한다고 해서 곧바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내 이웃을 배려하고 도시환경을 생각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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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1.15 12:39

지정환 신부와 가난의 대물림

임실읍내에 가면 아주 작은 카페 하나가 있다. 이름도 좀 특이한 ‘임실 디디에 카페’가 바로 그것이다. 디디에∼ 디디에∼ 어디에선가 들어본 듯한 단어다. 맞다. 디디에 세스테벤스(Didier t'Serstevens)라는 파란 눈의 서양인, 그가 바로 지정환 신부 아니던가. 선교사로 한국에 파송됐던 벨기에 출신의 가톨릭 신부인 그는 임실 치즈의 아버지다. 지정환 신부가 1964년부터 마을 주민들과 함께했던 곳이 '임실 디디에 카페'로 변신했다. 천주교 전주교구 소속 신부로 세례명은 디디에, 임실 지씨(任實 池氏)의 시조가 바로 지정환 신부다. 한동안 잊혀진 듯했던 지정환 신부가 지난달 18일 벨기에 브루노 얀스 주한대사가 임실군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다시 조명되고 있다. 대사 일행은 심민 임실군수 등과 면담하고 임실치즈테마파크, 임실치즈역사관 등을 둘러보며 지정환 신부의 업적을 회고했다. 지난해 10월 임실N치즈축제 때에는 임실군이 '벨기에의 날'을 지정·운영했고, 11월 벨기에 '국왕의 날'엔 임실군이 초청받기도 했다. 작은 농촌지역 군에 불과한 임실군이 오늘날 벨기에와 두터운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것은 단 한사람, 지정환 신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랜 식민지배와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난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작고 가난했던 임실에 왔을때 사람들은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벨기에는 부자인데, 한국은 왜 가난한가”라고 말이다. 그러자 지정환 신부는 답했다. “벨기에는 할아버지들이 희생을 많이 해서 잘살고, 한국은 조상들이 기술을 배우지 못해 못산다. 여러분이 희생해서 자손들은 잘살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라고 말이다. 지금 죽을 고생을 해야만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다는 거다. 사람들이 가난함에도 일하지 않는 것을 보며 이대로 있으면 계속 가난이 대물림될 것이 뻔한 상황이기에 지금 행동하고 희생하라고 강조한 것이다. 무려 60년이 지났지만 현 상황에서도 울림이 있는 말이다. 지정환 신부는 주로 임실에서 활동했지만 그가 전한 메시지는 비단 임실에 국한하지 않는다. 지역소멸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전북은 지금 뭔가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가난의 대물림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 비해 계속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면 그것은 곧 가난이 더 심각하게 대물림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지금은 발상과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다. 모든 의사결정과 집행과정이 과거와 같은 관성에 의해 이뤄지는 시스템이라면 앞날이 더 어두워질것은 불을보듯 뻔하다. 60년을 한국인으로 살았던 파란눈의 이방인 지정환 신부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며 일갈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으려면 지금 당장 죽을 각오로 희생하고 뛰어라”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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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1.15 10:29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2025 교육 변혁 과제

못다 핀 교단의 꿈 지난 2006년 도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무리한 민원과 과중한 업무로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은 범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부당하고 비상식적인 학부모의 요구가 ‘늘상 벌어지는 일’처럼 되어버렸다. 2022년 정신질환으로 휴직한 공립학교 교직원은 6,530명으로 또다시 최대치를 경신하였고, 교사가 기피직업이 되면서 일본의 학교는 만성적인 교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023년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전국의 교원이 검은 옷을 입고 국회의사당 앞에 모였다. 국회에서는 교권 5법을 통과시키고 교원의 처우를 개선한다고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있었으나 교원들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시급한 해결 과제, 교권신장‧행정업무경감‧처우개선 교권 보호 5법이 개정되어 정당한 교육활동은 아동학대로 보지 아니하도록 하였으며, 교원이 아동학대 조사‧수사를 받게 될 경우 교육감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되었다. 또 학교별 민원 대응팀 설치 등을 통해 악성 민원에 대한 대응체계가 구축 되었다. 하지만 서이초 교사 순직 1주기를 맞이하여 실시한 교원 설문조사 결과에는 서이초 사건이 심각한 교권 추락 현실을 사회에 알린 의미는 컸지만, 실제 교권 보호제도 개선은 체감되지 않았다고 나타났다. 교권 5법 개정 이후에도 전국 각지에서 교원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졌으며 초등생에게 뺨을 맞는 교감선생님도 전국 언론에 올랐다. 체험학습에서 버스 운전기사의 과실로 사고가 났음에도 인솔교사는 법정에 섰으며, 다툼을 중재하기 위해 서로 사과하라고 지도한 교사는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했다.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후속 법안 개정과 제도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막기 위해 정서적 아동학대 범위를 명확히 해야하고, 악성 민원이나 무분별한 신고에 대해서는 민‧형사 책임을 묻는 법과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더하기만 있고 빼기는 없다는 교원의 행정업무도 학교업무지원센터의 활성화를 통해 걷어내야 하며, 교원이 오롯이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제공도 필요하다. 최근 3년간 공무원 보수 인상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보수인상률은 –7.2%이다. 2024년 신규 교사(초등)의 임금 실 수령액은 약 231만원 정도로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가 조사한 2023년 비혼 단신 근로자(1인가구) 생계비인 246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본급과 각종 수당 인상을 통해 교원의 처우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교육이 미래고, 교육이 희망이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국가백년지대계인 교육은 늘 중차대한 논제이고 화두였다. 국가 동량(棟樑)인 미래 인재 육성은 가장 중요한 국가 대사이자 높은 가치의 활동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악성민원과 왜곡된 아동학대 신고로 인해 대한민국 교육은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 교원이 사회적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인식 개선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위한 법령의 개‧제정, 제도 개선은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다. 전문직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 가르침에 집중할 수 있는 근무 여건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며, 사회적 지위를 인정 받기 위해 처우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교육은 미래이자, 희망이다. 공교육의 훼손으로 가치 있는 민주시민으로의 성장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흑으로 뒤덮일 것이기에, 교원의 행복을 찾아 온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오준영 회장은 교원단체 한국교총 2030청년위원장, 전북교총 정책연구위원장을 역임했고, 전북교총 역대 최연소 평교사 출신 회장으로 선출돼 교권보호를 통한 교육력 회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오준영 전북특별자치도교원단체총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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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4 18:54

새만금 지역 망해사 부근 만경강에 서해안 국가 정원을 조성하자

바다와 만나는 강의 하구에 아름다운 절이 날아갈 듯 서 있는데, 그 절이 김제시 진봉면 심포리에 있는 망해사(望海寺)다. 만경강이 서해와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 절, 이름 그대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이 절은 올해 10월, 국가유산청에서 국가 명승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바다가 아닌 새만금을 바라보고 있는 절이다. 98킬로미터 사행하천이었다가 일제 때 직강화로 인해 82킬로미터로 줄어든 만경강의 하구는 김제시 진봉면과 군산시 회현면 사이인데, 바다를 바라보는 절인 망해사가 놀랍게 변신했다. 새만금개발사업이 시작되고, 불과 몇 년 사이 군산시와 김제시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만경강 하류에 광활하게 펼쳐진 갈대숲이 자연스레 만들어진 것이다. 이 곳 망해사 일대와 심포항, 그리고 새만금 지역 일부분을 어떻게 개발하면 좋을까? 현재 대한민국에 두 개의 국가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남해안에 순천만 국가 정원과 동해안 울산에 태화강 국가 정원이 지정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망해사 부근 서해안에 ‘망해사와 새만금지역 일부를 중심’으로 한 국가정원을 조성한다면 국가 균형 발전면에서도 바람직하고 지지부진한 새만금지역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일석 몇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국가정원이 만들어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로 이곳 망해사 일원과 심포 일대 새마금 지역을 전북자치도와 김제시, 그리고 군산시에서 김제시 청하면의 근대문화유산인 새창이 다리에서 망해사 지나 심포에 이르는 만경강 갈대숲을 잘 보존하여 그곳에 최소한의 편의 시설을 만든다면 훌륭한 생태공원이 조성될 것이다. 두번 째 만경강 건너에 있는 군산시 옥구읍 월연리 수산리 일대의 갈대숲을 환경 친화적인 구름다리로 연결하고, 사람들이 걸어다닐 수 있는 길을 조성하여 군산시와 김제시를 잇고 작은 배를 띄우면 좋을 것이다. 군산시의 근대문화유산과 김제의 벽골제, 금산사 일대, 그리고 정여립이 대동계를 조직했던 금구 일대의 문화유산과 결합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세번 째, 허황하면서도 돈키호테 같은 생각이라고 여길지 모르는 얘기지만 만주벌판이나 몽고 초원 같이 광활하게 펼쳐진 새만금에다가 게르도 짓고, 양이나 말들도 풀어놓아 비행기를 타지 않고서 즐기는 몽고체험장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겨울에 눈이 많은 김제와 부안지역의 특성에 알맞을 것이다. 네 번째 김제의 심포항은 예로부터 생합이라고 불리는 대합이 주산지였다. 이곳에 새로운 형태의 먹거리 타운을 조성하고, 나라 안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호남평야와 부안의 변산반도 국립공원을 연계하여 관광코스를 개발한다면 나라 안에 이름난 관광지로 부상할 것이다. 망해사와 새만금 지역 일원은 여러 가지 여건이 조성되어 있어서 많은 재원을 투자하지 않아도 새만금지역의 관광자원과 맞물려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울산이나 순천지역보다 서울근교에서 위치가 가깝기 때문에 하루 코스 관광지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꿈을 꾼다. 지는 해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망해사에서 만경강 가로 살포시 내려가 황동규의 시 ‘기도’의 한 대목을 떠올려도 좋으리라. 새만금 사업으로 재탄생한 새만금 지역과 국가명승으로 지정된 망해사 부근에 조성된 서해안 국가정원, 어서 가서 보고 싶지 않은가? /신정일 우리 땅 걷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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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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