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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과 선과 고랑

책방 앞으로는 아이들이 많이 지나다닌다. 학원 차를 기다리다 ‘지금 몇 시예요?’ 하고 물으러 들어오는 아이들, 책장의 그림책 표지에 홀려 엄마 손을 잡아끌다 저지당하곤 못내 발걸음을 옮기는 아이들, 길 건너에 친구를 두고 홀로 책방에 들어와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금세 ‘다시 올게요.’ 하고 나가는 아이들도 있다. 내가 책방을 연 이후 가장 기다리는 손님은 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와 자기만의 취향을 찾아가는 아이들이다. 어릴 적 정읍 시내에는 ‘개미음악사’라는 음반 판매점이 있었다. 시내에서 집에 오려면 개미음악사 앞에서 버스를 타야 했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늘 가게 쇼윈도에 붙은 포스터들을 살피거나, 새 음반의 출시 예정일이 전지에 빼곡이 쓰인 목록을 읽었다. 이름을 알고 있는 음악가의 소식은 기뻤고, 모르는 음악가의 소식이 쓰여 있으면 가게에 들어가 주인 아주머니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샘플로 청음을 할 수 있는 음반은 청음도 해 보았다. 지금도 좋아하는 음악가의 새 앨범을 기다리는 마음은 비슷하지만 음악을 손쉽게 얻을 수 없던 그 시절에는 좋아하는 가수의 새 앨범 출시를 앞둔 몇일은 개미음악사의 문턱이 닳도록 오가며 출시일을 확인했다. 문을 빼꼼 열고 아주머니께 ‘OO 앨범 언제 나와요?’ 물어보기 바빴다. 라디오나 pc통신을 통해 알게된 음악이 생기면 ‘이런 앨범을 구할 수 있나요?’ 하고 물어보기도 했다. 나의 음악 취향은 이 시기에 개미음악사에서 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올해 처음으로 친구들과 손을 잡고 책방에 와서 책을 고르는 아이들을 만났다. 책방을 열고 기다린지 꼭 3년 만이다. 그들이 이곳에 와서 찾는 책이 없어도 좋고, 제목을 알아두었다가 인터넷으로 구매해도 좋다. 내가 개미음악사에 드나들며 알게 된 음악가들과 앨범을 떠올리면 책방에서 아이들이 만날 작가들과 책들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아이들이 수줍게 책방의 문을 열고 들어와서 한참을 재잘거리며 고른 책들은 그들의 인생 어딘가에 조그마한 점처럼 남아 있기도 할 것이고, 가늘고 긴 선 혹은 굵고 깊은 고랑이 될 수도 있다. 책방의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작은 도시일수록 직접 만지고 고를 수 있는 취향의 가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정읍에 다시 왔을 때, 개미음악사가 없어진 자리를 보며 들었던 헛헛한 기분이 책방의 앞날을 계획하는데 꽤 많은 동력이 되었다. 작은 도시에서 아이들이 취향을 충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테지만, 훗날 어디에 가서든 내가 살던 곳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 취향을 채울 수 있는 가게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고 싶었다. 언제까지고 정읍의 아이들이 책방을 취향의 공간으로 추억할 수 있도록 열심히 갈고 닦고 벼려서 녹슬지 않아야지 했다. 사실 욕심껏 말하자면 지금은 부모님 손을 잡고 오지만 언젠가는 혼자서 책방에 올 책방 키즈들, 타지에 있다가 본가에 오면 들르는 훌쩍 큰 아이들, 이곳을 오아시스처럼 찾는 어른들 모두를 기다린다. 모두들 정읍에서 보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도록 그치지 않고 작게 반짝이며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고 있을테니 이곳에서 만난 작가들과 책들을 각자의 점으로, 선으로, 고랑으로 만들어 계속해서 이어가기를 바란다. 그만한 책방지기의 보람은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유새롬 작은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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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21 18:47

일상생활에서 놓칠 수 있는 증여

이번시간에는 증여세 신고해야할 대상이지만 일상생활에서 놓칠 수 있는 증여행위에 대하여 설명해볼까 합니다. 보험은 계약자와 피보험자 그리고 수익자가 지정되어야 합니다. 계약자는 보험료를 불입하는 사람이고 피보험자는 보험사고의 대상이 되는자이며 보험수익자는 보험사고가 발행하는 경우 보험금을 수령하는 자가 됩니다. 계약자와 피보험자 그리고 수익자가 본인인 경우에는 증여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계약자와 수익자가 다르면 계약자가 수익자에게 보험금을 증여한 것이 됩니다. 따라서 이에 대하여 증여세를 과세하게 됩니다. 이때의 증여가액은 계약자가 불입한 보험료가 아니라 수익자가 보험회사로부터 받는 보험금이 되며, 증여시기도 불입한날이 아니고 보험금의 수령시점도 아니고 보험사고가 발생한날로 보아 증여세를 신고해야 합니다. 자녀들이 태어나게 되면 실손보험 및 각종 보험 등을 부모가 들어주게 됩니다. 어렸을때에는 보험금 납입이 어렵기 때문에 자연스레 자녀의 보험을 납입해주다가 성인이 되어 수입이 생기게 되면 보험을 넘겨주는게 일반적일 것입니다. 그때부터 본인이 직접 보험금을 불입했다 하더라도 보험사고가 있을 경우 보험금을 본인이 직접 수령했을 때에는 부모의 불입분이 있어 증여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험료를 불입한 사람이 둘 이상인 경우에는 보험수익자가 수령한 보험금을 각각 불입한 금액으로 안분하여 증여재산가액을 확정하게 됩니다. 이러한 행위는 일상에서 전혀 증여라고 느끼지 못하는 부분인데 증여세 과세 대상에 해당이 될 수가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경우로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부모이면서 자녀를 수익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한 이후 계약자이면서 피보험자인 부모가 사망해 상속인인 자녀가 보험금을 수령한 경우에는 증여로 보지 않고 상속으로 보아 상속세가 과세가 됩니다. 세무회계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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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21 18:47

그리운 옛날

하늘 높은 가을, 내 가슴 속에는 오래도록 머물고 있는 작은 그리움 하나 자리하고 있다. 산이 바로 뒤에 있는 우리 집은 누가 산직이 집이라 이름을 붙여주지는 안 했지만, 자연스러운 산직이 집이었다. 아버지 살아계실 땐 하루아침도 거르지 않고 산을 돌아보고 오시던 모습 이 참 정성스러워 보였는데 아버님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는 그 일이 자연스럽게 우리 몫으로 넘겨졌다. 우리 내외는 그 정성의 반절도 안 되지만 아버님의 유지를 받들어 열심히 했다. 야트막한 산 오름은 부담스럽지 않아 좋았다. 조상님들의 묘를 둘러보며 부모님 묘 앞에서는 기쁘고 슬픈 사소한 얘기들까지도 작은 소리로 말씀드릴 수 있었다. 선산 밑에 살고 있는 나름의 작은 행복을 스스로 누리는 것이라 만족하며 살았었다. 선산으로 가는 길은 우리 집을 지나지 않고는 갈 수가 없다. 그래서 선산을 찾으려면 꼭 들러야 했다. 추석날 우리 집은 귀성객이 붐비는 대합실처럼 손님맞에 분주했다. 그 시절 식당은 지금 같지 않게 귀해서 객지에 사시는 분들의 대부분이 우리 집에서 점심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아버님이 생전에 '손님을 잘 대접해 보내지 않으면 후회한다.'고 항상 이르신 가르침에 꼭 식사를 우리 집에서 하고 가시도록 했다. 특히 추석에는 멀리 사는 조카들 그리고 자녀들 까지 삼대가 넓은 마당에 가득하여 금세 축구장도 되고 잔디밭은 씨름판도 된다. 그렇게 모이다 보면 삼십 명이 넘을 때도 있었다. 산소를 다녀오는 동안 식사 준비가 미처 안 되었을 때는 내가 총지배인이 되어 손님들까지 합세해 안 쓰던 그릇까지 총동원되었다. 웃음꽃 까지 곁들여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도깨비시장 같고 거실은 물론 방마다 식당 같은 분위기였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움에 얘기 꽃을 피우고 얽히고설킨 핏줄은 하나가 되어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듯 진한 가족의 뜨거운 핏줄이 온몸을 타고 도는 듯 했다. 어떻게라도 식사를 해서 보내야 마음도 편안했던 시절이었다. 식사 후식으로는 집안 과일나무의 과일들을 대접하고 나면 여자들은 모두 주방에 들어가 설겆이를 하면서 그동안 못다 한 얘기들로 접시 가 뒤집어졌다. 피붙이 들이 함께 어우러져 서로를 보듬어 안는 진한 가족애로 무르 익었다. 이날이 지나면 언제 또 이렇게 동기간들이 모여 정을 나눌 수 있을까? 그듵이 떠나면 정거장 대합실처럼 붐비던 우리 집은 쓸쓸한 시골 간이역처럼 조용하다. 해마다 명절이면 온 집안에 가득하게 모여 정을 나누며 헤어짐이 아쉬워 손을 부여잡으며 작별을 서러워하던 따뜻한 손들이 그립다.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 그릇을 치우며 깔깔거리던 여인들의 모습이 그 웃음소리와 함께 주방 안에서 맴돌고 있다. 언제 다시 그런 날들이 오려는지 그리움들을 가슴 한쪽에 곱게 묻어 두고 영원한 그리움인 것 같아 오늘도 나 혼자 산에 올라 신석정 당숙님의 유택 앞에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리고 시비에 새겨진 '소년을 위한 목가'를 낭송해 보고 그 붐비던 옛날을 생각하며 터벅터벅 내려온다. 당질부 김호심은 당숙인 석정 선생님 시구가 너무 좋아 부안문화원에서 시 낭송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노인들 시 낭송 동아리 ‘풍경소리’ 시 낭송 강좌에는 ‘부안모네 발달 장애인 주간 보호활동 센터’에서 온 장애인들도 참여한다. △ 김호심 수필가는 신석정 시인의 당질부다. <한국문인>으로 등단했으며 행촌수필 이사, 석정문학관 운영위원, 부안문화원 시낭송 지도 강사이며 부안 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부안향토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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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21 18:46

추억은 힘이 세다

사람들은 삶이 힘들 때 추억의 힘을 빌어서 거기서 벗어난다. 추억이란 우리 안에서 지속하는 현존이다. 추억은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바래지만 그것이 아주 사라지는 법은 없다. 분명한 것은 추억의 힘이 아주 세다는 사실이다. 추억과 비밀은 우리를 풍성하게 만드는 내면의 재화이다. 한 사람이 가진 인격과 취향은 과거라는 골짜기에서 양조(釀造)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삶은 과거가 머금은 빛들로 빛날 수 있다. 먼 시절의 추억이 그리워지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내게 스무 살은 암울하고 칙칙했다. 글을 쓴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백수로 떠돌던 시절이다. 그 시절의 여성들은 더 환하게 웃었는데 그 웃는 얼굴이 얼마나 눈부셨던지! 나는 마음으로 좋아하는 여성에게 말을 건네지 못했다. 그때에도 봄마다 모란과 작약이 피고, 가을 내장산의 단풍은 볼만했다. 물은 낮은 지대로 흘러가고, 불꽃은 수직으로 타올랐다. 강변의 버드나무들은 푸르고, 가을엔 북국의 기러기 떼가 한반도로 날아왔다. 어머니들은 자식들에게 더 너그럽고, 배움이 깊지 않은 아버지들은 자식을 굶기지 않으려고 성심을 다해 일했다. 나는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 고은 시집,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단편과 시를 모은 ‘이별 없는 세대’,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이 수록된 신구문화사판 ‘전후세계문학선집’ 따위를 경전처럼 옆구리에 끼고 다녔다. 한량처럼 빈둥거리던 나는 사실은 서울의 시립도서관에서 독학으로 시와 철학에 정진하던 청년이었다. 가끔 프랑스 문화원에서 영화를 보거나 명동 입구 카페 데아뜨르에서 연극 관람을 했다. 그리고 굶주린 하이네가 먹잇감을 찾듯이 ‘르네상스’나 ‘필하모니’에서 고전음악을 들으며 영혼이 고양되는 찰나에 취했다. 그 무렵 문학과 예술에 목말라 하던 내게 군 입대 신체검사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나는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본적지인 충남의 신체검사장을 찾아갔다. 군인들은 신체검사를 받는 장정들에게 반말이니 욕설을 내뱉으며 모욕을 주었다. 나는 신체검사에서 대한민국 청년의 평균 체중에 미달한 탓에 무종 판정을 받았는데, 그건 이듬해 신체검사를 다시 와서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로 돌아와 ‘르네상스’에 가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속으로 들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독일 작가 하일리히 뵐의 소설이던가? 한 어린 병사가 징집되어 열차에 타기 직전 한 건물 담벼락에 몸을 기댄 채 어디선가 울려 나오는 모차르트 음악을 듣는다. 그 음악 전곡을 들을 수 있다면 제 인생의 반을 떼어 주겠다고 말하던 어린 병사는 열차를 타고 전선으로 향한다. 그는 살아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신체검사에서 낙방을 하고 돌아오던 나는 얼마나 의기소침하고 비장했던가! 그건 내가 전쟁터로 향하는 어린 병사의 가엾은 영혼에 빙의된 상태였던 탓이리라. 추억은 늘 실제 경험에 기반 하지 않는다. 철학자 샤를 페팽은 “우리는 과거를 결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추억은 재가공되고, 뇌를 이루는 850억 개의 뉴런과 그보다 더 많은 시냅스들의 작용하는 가운데 그 정체가 바뀐다. 그것은 추억이 경험과 몽상이 상호 삼투하며 나타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추억은 [기억의] 재구성’(샤를 페팽, ‘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 163쪽)이다. 추억은 좋은 시절을 더 화사하게 윤색하고, 끼니를 거르던 가난의 누주함도 그리워하게 만든다. 추억에는 우리를 너그러운 사람이 만드는 힘이 있다. 고백컨대, 15세부터 시를 썼던 볼프강 보르헤르트를 동경하고(나도 15세부터 시를 썼다), 스무 살의 나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로 영혼이 찢긴 채 삐적 마른 몸으로 떠도는 한심한 영혼이었다. 나를 성장으로 이끈 창조적 약동, 생의 리듬들은 그 시절의 정처 없음과 방황, 나른한 독서, 음악에의 열광 등에서 나왔다. 오늘 내 삶에 조금이라도 빛나는 게 있다면, 그건 모두 저 암울한 어제에서 온 것이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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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21 18:46

올림픽 유치의 손익 계산법

2036년 올림픽 전북 유치를 둘러싸고 정치권 논쟁 못지않게 졸속 추진 논란이 한창이다. 뜬금없다는 도민들 반응에 갑작스런 결정이 아니고 지난해 6월부터 준비를 해왔다는 전북도의 해명이다. 하지만 강력한 연대를 구축해야 할 정치권마저 사전에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며 '불통 행정' 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는 전략 노출을 우려해 보안 유지가 불가피 했다고 전제한 뒤 잼버리 후폭풍에 휘말려 발표 시기를 놓쳤다고 한다. 이유야 어찌됐든 향후 추진 동력을 감안하면 아쉬운 감이 크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건 올림픽 유치를 놓고 승산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검증이 이뤄졌는지 여부다. 김관영 지사가 20일 도의회에서 소통 부족을 사과한 뒤 밝힌 유치 배경 중 하나가 개최지 문턱을 낮춘 IOC 권고였다. 영구시설 대신 기존시설과 임시시설 활용은 물론 복수의 국가 또는 도시의 공동개최 허용이 결정적이었다. 재정 부담이 적은 올림픽 개최를 추진한 것도, 먼저 유치에 나선 서울시와 공동 개최를 제안한 것도 여기에서 출발했다. 그렇다고 군사 작전하듯 밀어붙일 사안도 아닐 뿐더러 개인의 체육계 인맥에 좌우될 만큼 단순한 그리고 실패하더라도 값진 경험을 쌓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지구촌 최대 축제로 고도의 전략과 함께 국가 차원의 에너지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산 토끼 잡으려다 집 토끼 놓친다" 며 골든 타임의 전북 현안 해결에 집중할 때라고 조언한다. 지방 소멸 위기에서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윤석열 정부의 홀대 속에서 선택과 집중의 기로에 직면해 있다. 새만금, 완주전주 통합 등 미래 동력의 가시적 성과가 더 절박하다는 것이다. 그런 기류에서 올림픽 유치는 꼭 거쳐야 하는 숙성 단계를 건너 뛰고 설익은 채로 결실을 맺으려는 인상을 받는다. 도 계획대로 광주·충남 등 경기장을 공동 사용한다고 해도 올림픽 시설 중 국제 공인 기준을 충족한 곳이 도내 몇 군데 인지 곱씹어 봐야 한다. 올림픽 경제 효과 42조원에 대해서도 주먹구구식 용역 결과라고 도의회가 문제 삼았다. 기존 개최국 13곳 중 10군데가 30조 정도 적자를 봤다며 올림픽을 '승자의 저주' 로 빗대기도 했다. 현재 유치 전망은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관건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국내 개최지 선정이다. 인프라, 숙박 등은 대회까지 준비 기간이 충분하지만, 코 앞에 닥친 서울시와 유치 경쟁은 현실적으로 녹록지가 않다. 국회 예산 확보 등 일 년 중 가장 중차대한 시기와 맞물려 집중력이 분산되는 데다 객관적 비교 우위도 밀리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셈법이 복잡한 정치권의 응집력 있는 뒷받침과 함께 아직도 의아해 하는 도민 지지를 어떻게 이끌어낼 지가 핵심이다. 전북이 쏘아 올린 올림픽 유치의 꿈은 이 관문 통과가 첫 시험대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11.21 17:01

병원서 마스크 착용해야 감염병 관리된다

신종 감염병의 발생 주기는 점차 짧아지고 있고, 그 피해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밀집·밀폐·밀접 등 소위 3밀 환경속에서 누구나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대표적인 곳이 병원이며, 특히 대형병원일수록 감염병 관리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유독 전북지역 대형 병원에서는 감염병 관리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아 관리의 사각지대로 등장하고 있다. 겨율철로 접어들면서 최근들어 독감이나 폐렴, 백일해 등 전염성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전북지역 병원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점차 사라지면서 가뜩이나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이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결론은 타 시도처럼 병원별 마스크 착용 지침 등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도내 병원들은 상황에 따른 마스크 착용 지침이 없는 상태다. 타 지역의 상급종합병원은 상황에 따른 마스크 착용 지침을 운영중인 것과는 큰 대조를 보인다. 고려대 구로병원의 경우 독감, 폐렴 등의 유행주의보가 내려지면 병동 중환자실이나 혈액암 환자 병동, 호흡기병동, 소아병동, 신생아실 등에서는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는 지침을 운영중이다. 본보가 전북대병원, 예수병원, 대자인병원 등 대형 병원을 취재한 결과 모든 병원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는 사라진 상태였다. 의료인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근무를 하고 있지만, 환자들은 강제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부 방침 자체가 권고이기 때문에 자율적인 마스크 착용이 규정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병원 특성상 환자들은 잠재적인 전염병 위험 요인을 가진 경우가 많을 수 있기에 확실한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는 요즘같은 시기에는 병원 방문때 예외없이 마스크 착용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올들어 백일해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겨울철 호흡기 감염병 유행에 대한 대책은 무엇보다 시급하다. 사소한 것 같아도 결정적으로 감염병을 줄일 수 있는 마스크 쓰기부터 다시 실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큰 병원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겨울철 감염병 관리를 위한 확실한 방침을 세워서 실행하길 강력 촉구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1.21 14:42

전주 기린대로BRT 망신살, 더 철저한 준비를

‘도로 위의 지하철’이라고 했다. 11월 착공하겠다며 실시설계 초안을 공개하고 수차례에 걸쳐 시민설명회도 거쳤다. 국비 지원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줄 알았다. 전주시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대중교통의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BRT(간선급행버스체계)’는 도심과 외곽을 잇는 주요 간선도로 중앙에 정류장과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해 급행버스를 운행하는 대중교통 시스템이다. 정부가 BRT 확산 지원정책을 펼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도시와 대전·광주·부산·세종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BRT가 속속 구축됐다. 전주시는 우선 1단계로 내년 말까지 412억원(국비 206억원, 시비 20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기린대로 10.6km 구간(호남제일문~한벽교 교차로)에 BRT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지난 2020년부터 추진된 사업으로 2구간(백제대로 전주역~꽃밭정이네거리)과 3구간(홍산로~송천중앙로) 사업도 일찌감치 계획됐다. 이를 우범기 시장이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올 들어 급물살을 탔다. 그런데 급제동이 걸렸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에서 ‘전주 기린대로 BRT’사업을 반려했다. 실시설계 후에 2단계 심사를 받도록 했지만 지난 7월 이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에서 심사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심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전주시는 내년 1월 행안부에 사업 심사를 재신청하겠다고 했다. 행정절차를 정상적으로 다시 밟는다면 착공은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전주시가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올 연말 착공’은 물거품이 됐다. 자연스럽게 준공 시기도 2025년 말에서 2026년 말로 1년 늦춰지게 됐다. 이해하기 힘들다. 망신살이 뻗쳤다. 심사 조건도 충족하지 못한 채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 2단계 심사를 신청해놓고, 시민설명회를 열면서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했다. 행정의 공신력이 다시 땅에 떨어졌다. 그래도 다시 추진할 수밖에 없다. 지역 거점도시인데도 시내버스가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이고, 대중교통 분담률마저 낮은 전주에서 BRT의 필요성은 크다. 대중교통체계의 혁신적 변화를 통해 도시의 미래를 만드는 사업이다. 이번에는 더 철저하게 준비해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도록 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1.21 11:11

윤석열 정부는 반환점을 지났지만, 22대 국회는 이제 시작이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까스로 2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3주 연속 10%대에 머물렀던 ‘2024년 10월’은 우리 정부와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한 달로 남는다. 10%대 대통령 지지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임 대통령 중 김영삼·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10%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중요한 차이는 전임 대통령들의 이후 처신이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책 변화와 국정기조 전환, 인적 쇄신을 통해 20%대 후반까지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데 성공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 추가적인 악재를 극복하지 못해 결국 최초의 탄핵 대통령으로 퇴진했다. 특히 광우병 파동으로 임기 초반부터 지지율 바닥을 찍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민의 무보증·무담보 대출을 위한 ‘미소금융’, ‘법인세·소득세 감세안’, 소상공인 자영업자 상생을 위한 ‘대형마트 영업 규제’ 등 중도 실용의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또 야권 성향의 정운찬 총리를 임명하는 인사 개편과 여당 내 비주류 수장 박근혜 전 국회의원의 협력까지 받아냈고 그 결과 1년 뒤 지지율은 50%까지 회복하며 국정운영의 동력을 회복했다. ‘윤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에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아야 할 사안’을 묻는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물가안정과 경제위기 극복’이 37.7%로 가장 높은 응답을 얻었고 ‘여야 협치·갈등해소’가 20.6%로 뒤를 이었다. 해석은 간단하다. ‘국민은 지금 고물가와 경기침체에 시달리고 있으니, 소통을 통해 이를 해결하라’는 경고이다. 최근 대통령실이 중도실용의 국정기조 전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요한 점은 여기에 대통령 주변의 인적 쇄신까지 더해진 ‘세트 메뉴’가 완성될 때 비로소 지지율 반등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11일 임기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양극화 문제 해결에 총력을 다할 것을 주문하며 의료·연금·노동·교육+저출생 이른바 4+1개혁 완수를 강조했다. 임기 반환점을 지난 지금부터는 사회적 불균형 완화, 서민 체감 경기 개선에 역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한 여러 정책도 준비한다는데 싫어할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정국 상황이 녹록지 않다. 압도적인 여소야대 국면에서 윤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주요 정책은 결국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결국 대통령실의 입장에서는 야당과의 관계 설정, 국민적 지지 회복이 임기 후반부 국정 동력 확보의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김건희 여사 문제, 명태균 관련 의혹 등으로 얼룩진 국민 여론을 추스르는 것이 시급하다는 점을 대통령실은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저조한 것은 누구보다 대통령과 참모진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하지만 22대 국회의 첫 해가 저물어 가는 지금까지 민주당은 특검과 탄핵만 쏟아내며, 이재명 대표 방탄 아니면 윤석열 정부 흔들기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15일 이 대표는 선거법 1심 재판에서 징역1년 집행유예2년의 판결을 받았다. 지금이라도 민주당은 법원의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제 반환점을 지난 윤 대통령에게 남은 임기 2년 6개월은 길지 않은 시간임에 반해, 22대 국회는 이제 막 문을 열어 3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남았다. 여야 협치의 모습, 더 나아가 여야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모습은 결코 어느 한 쪽이 살고 어느 한 쪽이 죽는 것이 아닌, 모두가 사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조배숙 국회의원·국민의힘 전북도당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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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20 18:38

액자 걸기

몇 년 전 어떤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사물에게 말 걸기’라는 코너가 있었다. 일상에서 늘 보는 물건을 관찰하고 그 의미를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이 자리에서 ‘액자’에게 말을 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아내와 나는 신혼 때 많은 부분에 차이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액자 걸기’였다. 아내는 눈높이에 걸자고 했고 나는 천장에 가깝게 걸어야 한다고 했다. 아내가 말하는 높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낮은 것 같았다. 벽에 붙어있는 액자라는 사물을 처음 인식한 것은 물론 어려서이다. 그때 액자란 고개를 뒤로 젖혀야 볼 수 있는 높이에 걸려 있었다. 그런 경험은 아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니 아내와의 견해차이는 그보다는 내가 살았던 부안의 옛집 천장이 낮아서 높게 걸렸다고 착각한 데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이 당시 아버지가 벽에 붙은 괘종시계의 태엽을 감을 때 의자 위에 올라섰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옛집에는 시계와 함께 돌아가신 조부모 사진도 천장과 벽의 모서리를 이용해 거의 45도 각도로 걸려 있었다. 어른을 우러러보라는 뜻이 있는 것 같고, 조상님들이 방안의 우리를 지켜보니 삼가라는 뜻도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보면 대단히 권위적이지만, 시계나 유리 액자를 높이 다는 데는 위험한 물건이나 중요한 물건을 키 작은 어린아이가 함부로 손대지 못하게 하기 위한 까닭도 있었으리라. 액자란 무엇일까? 사람이 보기 위해 벽에 거는 사물이다. 그렇다면 서 있는 사람의 눈높이에 거는 것으로 충분하다. 액자 또는 그 안에 들어 있는 사진을 포함한 내용물은 어디까지나 우리가 인식하는 대상일 뿐, 주체가 될 수 없다. 위험한 물건은 경우마다 다를 수 있겠으나, 어른 키높이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세월이 흐르면 사물의 쓸모가 잊혀져 도리어 주인 행세하는 경우가 있듯이 사회의 제도도 그 본질을 잃고 인간을 옭아매는 경우가 있다. 과거에 안존하려는 관성과 타성 탓도 있지만 그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본질을 애써 외면하려는 점도 있다. 한 지붕 안에 사는 부부도 의견이 다를진대 직장, 지역, 국가, 세계 등 크고 작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생각이 어떻게 하나로 모여질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각기 다양함을 인정하며 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의견 차이가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고 가부간 판단이 필요한 때가 있다. 정부, 국회, 법원에서 하는 일이란 대체로 이런 것들이다. 같은 호모사피엔스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좁혀지지 않는 골을 두고,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지능(AI)에 판단을 맡기자는 의견이 나올 만도 한 것이 오늘날 현실이다. 축구나 야구 경기에서 불완전한 인간 심판 대신 기계의 정확한 판단으로 인간의 판단을 번복하는 일이 당연시되고 있다. 그렇다고 숫자와 양으로 계량할 수 없는 가치 충돌의 세계에 인공지능을 내세워 그 판단에 순복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인공지능이 판단할 수 있도록 세상의 모든 가치를 숫자로 환원하면 되지 않은가 하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 단계에 오면 과연 “인공지능이 뭔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본질과 쓸모를 보는 눈에도 주관이 개입할 수 있다. 그러나 갈등을 일으키거나 수습해야 할 목적을 지닌 법과 제도의 본질을 보려는 노력 그 자체만으로 문제의 절반은 해결된 것이나 다름 없다. “액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처럼.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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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20 18:36

오호통재(嗚呼痛哉)라, 군산항이여!

예전부터 군산항은 천형(天刑)을 받은 항만이라고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이에서 회자돼 왔다. 금강하구에 위치, 토사 매몰이 심해 매년 준설을 해도 쌓이는 토사때문에 원활한 항만운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해양수산부 차원의 좁은 시야에서 바라본 평가였다. 범정부차원에서 보면 군산항은 천형이 아니라 천혜(天惠)의 항만이다. 토사 매몰이 심하지 않아 준설토가 없었다면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약 700만평의 군산국가산단과 함께 오늘날 31개 선석의 군산항 탄생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군산국가산단과 군산항은 군산항의 준설토를 매립 자원으로 활용해 조성됐다. 즉 준설토를 자원으로 잘 활용한다면 군산항을 수심이 양호한 항만으로 만드는 동시에 국토를 확장, 전북 발전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얼마든지 조성할 수 있다. 그러나 천형을 받은 항만이라는 좁은 시야속에서 군산항은 왜소해졌다. 부산항, 인천항 , 목포항에 이어 마산항과 함께 1899년 개항된 군산항은 125년이라는 유구한 역사에 걸맞지 않은 초라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전국 항만물동량의 1.5% 처리, 입출항 선박수 전국의 2% , 도내 수출입 업체의 군산항 이용률 5% 미만, 국내 14개 국가관리 무역항중 12위 ..... 무엇이 군산항을 이같이 만들었나. 군산항이 허울뿐인 국가관리무역항이라는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국가관리무역항이란 정부가 관리하는 항만이다. 이는 군산항에서는 이름뿐이다. 정부는 항만을 건설했으면 부두가 제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준설을 제대로 해줘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해왔다. 준설의무를 제대로 이행치 않는 직무 태만을 해 왔다. 매년 300여만㎥의 토사가 매몰되고 있지만 준설량은 100만㎥ 안팎이다. 토사는 매년 계속 쌓여갔고 이로인해 수심은 악화됐다. 그동안 준설토 투기장으로 활용해 온 금란도와 7부두개발 예정지마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제 2준설토 투기장이 완공돼 활용가능한 시점인 2029년까지 2026년부터 3년동안은 투기장 제로(0)상황을 맞게 됐다. 한마디로 준설토 투기 장소가 없어 유지 준설을 할 수 없다. 지난 30년간 군산해수청장을 거쳐간 공무원이 무려 22명에 달했지만 어느 누구하나 군산항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떠난 결과다. 선사들은 선박의 안전을 우려, 군산항에 계속 고개를 돌리고 화주들은 다른 항만을 이용해야 함으로써 군산항은 최대 운영 위기를 직면하게 된다. 도내 기업들은 물류비용 부담가중으로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전북 경제는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도내 유일의 무역항인 군산항의 현실이 이런데도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해왔나. 도내 국회의원은 물론 지방의원 중 어느 누가 진정으로 군산항의 발전을 위해 관심을 가졌던가. 어느 민선 도지사가 선사와 물동량 유치를 위해 노력해 왔던가. 눈씻고 봐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저 공천만 받으면 의원 배지를 달고 지자체장의 자리를 꿰찰 수 있으니 항만에 관심이 있을 수 없다. 상시 준설 체계 구축 등 근본적인 준설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속돼 왔지만 정치권과 지자체 등에서 전혀 메아리가 없었다. 천혜의 항만인 군산항의 미래가 암울하다. 오호통재라, 군산항이여!

  • 오피니언
  • 안봉호
  • 2024.11.20 18:36

뜬금 없는 완주·진안·무주 특별시 발표

민주당 안호영 의원(완주·진안·무주)이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18일 대표 발의했다. 이 법률안에는 도내 지역구 의원 10명을 비롯해 모두 18명이 발의자로 참여했다. 안 의원은 이 개정안이 22대 국회 자신의 1호 법안이라면서 “지난 총선에서 완진무(완주·진안·무주)를 3대 특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법안에는 특정 지역에 대한 ‘특별시’ 규정 조항이 없어, 다소 과장된 감이 없지 않다. 특히 전북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전주·완주 통합을 겨냥한 것이라면 무게감 있는 정치인으로서 올바른 태도는 아닐 것이다. 이번 개정 법률안은 제안 이유를 “「전북특별자치도 특별법」이 올해 12월 27일 시행돼, 최소한의 자치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으나 명실상부한 전북특별자치도가 되기에는 미흡하고 전북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핵심 산업의 구체화, 실질적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조직·재정 특례 등 추가적인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북자치도의 특화된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농업·산업 등 핵심산업을 구체화하고 지역별 특화된 잠재력과 경쟁력을 강화해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규정과 전북자치도 고도자치권(조직, 재정 등)을 확보하기 위한 자치조직권 보완 및 지방세 규정 등 모두 34개의 특례를 담았다. 안 의원은 이러한 각종 규제 완화 특례를 활용해 “완주를 수소산업을 기반으로 한 ‘첨단경제특별시’로, 진안을 자연환경을 활용한 ‘휴양관광특별시’로, 무주를 청정자연과 태권도원을 기반으로 한 ‘청정태권특별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민들은 “웬 뜬금없는 완진무 특별시인가?”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지역구에 맞는 전략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비전이나 의지를 표현한 것은 좋으나 오해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발언은 자칫 전주·완주 통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욱 그렇다. 공교롭게도 19일 전북자치도는 ‘통합 시·군 상생발전 조례안’ 설명회를 가졌다. 조례안은 전주·완주 통합을 감안한 것으로 기존 세출예산 비율의 12년 유지, 세금증가 등 3대 폭탄이 사실 무근임을 담고 있다. 전북자치도와 도내 국회의원의 입장이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주민투표를 앞두고 주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1.20 14:30

빚만 늘어나는 전주시, ‘재정 건전성’ 확보하라

시장이 ‘예산 폭탄’을 투하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예산이 아닌 빚만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규모 지역개발사업 청사진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예산 확보 방안이 확실치 않다. 그러는 사이 지방채 발행이 계속되면서 시민 1인당 부채는 70만원까지 늘었다. 전주시의 재정 건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지방채 발행 억제와 부채 관리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나라살림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주시의 채무액은 2144억원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4번째로 많았고,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7.55%로 전국에서 6번째로 높았다. 게다가 지난해와 올해 지방채 발행액이 1000억원을 넘기면서 전주시의 채무비율은 지난해 12.2%, 올해 16.5%에 달했다. 또 내년에는 22%까지 올라갈 것으로 추정된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의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25%를 초과할 경우 재정위기 ‘주의’ 단체, 40%를 넘으면 재정위기 단체로 지정해 지방채 발행과 신규 투·융자사업을 제한한다. 이대로라면 전주시도 위태롭다. 물론 시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시급한 사업이라면 지방채라도 발행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방채는 결국 빚을 떠안아 고스란히 시민 부담으로 돌아가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해당 지자체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시민 혈세를 빚 갚는 데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철저한 부채 관리가 필요하다. 행여 선거를 겨냥한 단체장 치적쌓기용으로 급하지도 않은 사업에 무리하게 빚을 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 편성에서도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우범기 시장이 공언한 예산폭탄은 이번에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제 지방채 관리와 함께 세출 구조조정과 가용 재원 발굴 등 재정 안정화 대책이 필요하다. 행정의 기본은 건전한 재정이며, 재정 정상화는 지자체장의 당연한 책무다. 전주시는 뚜렷한 예산 확보 대책도 없이 각종 개발사업 청사진을 내놓기 전에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부터 제시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1.20 13:02

새만금 수질관리와 한센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역대 최다인 11개 부문을 석권했던 영화 ‘벤허’ 의 명장면은 마지막 마차경주인데 벤허가 자신의 누이와 어머니가 한센병에 걸린 것을 보고 기겁하던 장면은 너무나 생생하다. 한센병은 1871년 이를 최초로 발견한 노르웨이 의학자 ‘한센’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세균성 질병인데 걸리면 피부에 염증이 발생하고 신체 조직에 변형이 일어난다. 한센인들은 흉한 외형으로 ‘문둥이’라 불리며 편견과 혐오, 극단적 차별을 받아 왔다. 전남 장흥 출신 소설가 이청준은 소설 ‘당신들의 천국’을 통해 한센인의 아픔을 잘 묘사했다. 한센인들은 오랫동안 정부의 격리 정책으로 깊은 산 속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 만든 정착촌에서 축산업 등에 종사하며 살아왔다. ‘한센인’ 하면 소록도처럼 먼 곳이 연상되지만 실은 바로 우리 주위에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익산 왕궁과 김제 용지다. 지난해 ‘제29회 김제시민의 장’ 공익장을 수상했던 김창수(62) 전주김제완주 축협조합장. 그는 용지의 한센인 정착 마을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받아온 차별과 혐오를 신앙심으로 극복하며 결국 5선 조합장의 신화를 쓴 인물이다. 어린 시절 문둥이라는 비아냥에 피눈물을 흘리며 성장한 그였다. 아프리카 오지에서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시작한 선교헌금이 벌써 30 여년이 지났고, 누적 선교헌금액은 15억 원도 넘는다고 한다. 지난 14일 ‘새만금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김제 용지 한센인촌 축사 매입 사업 종료시점은 오는 2028년까지 가까스로 4년 연장됐다. 문제는 향후 김제 축사 매입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추가 예산 확보 여부다. 용지 한센인 정착농원은 53개 축산농가(돼지 47, 한우 6)에서 가축 6만두를 사육하고 있다. 축산폐수로 인한 환경문제와 전북혁신도시 악취 문제, 특히 새만금 수질관리의 핵심 포인트로 꼽힌다. 총 53개 축사 중 26개 매입에만 사업비 481억원을 모두 소진, 남은 곳 27개 매입과 생태복원에 37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실정이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 내년에도 마무리할 수 있는 액수다. 용지와 여건이 비슷한 왕궁의 경우 축사 매입이 지난해 마무리됐고 이젠 환경복원의 메카로 만드는 중이다. 최근 영국 에덴 프로젝트 팀이 익산을 방문,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에덴 프로젝트는 영국 콘월의 방치된 폐광지역을 세계 최대의 친환경 온실정원으로 탈바꿈시킨 생태복원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익산시는 '왕궁정착농원'을 생태교육의 장으로 복원하기 위해 '에덴 프로젝트' 를 추진중이다. 이제 모든 관심은 김제 용지로 쏠렸다. 새만금 수질관리는 물론 한센촌 문제 핵결을 위해 지방정부는 물론, 중앙정부와 국회가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큰 곳보다 급한 곳에 손이 먼저 가야만 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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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11.20 11:38

[기고 ] 캄보디아에 K-농업을 심다

CHM01! 캄보디아(Cambodia) 최초의(01) 사료용 일대잡종(Hybrid) 옥수수(Maize) 품종 이름이다. 일대잡종 품종이란 서로 다른 품종 또는 계통 간에 인공교배한 첫 후대 식물체가 선대의 양친보다 생산성의 증대가 확실하고 균일한 생산물을 얻을 수 있는 품종을 말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재배되는 옥수수 품종은 대부분이 일대잡종 품종이다. 캄보디아에서 사료용 옥수수는 벼, 카사바 다음으로 재배면적이 많은 작목으로 연평균 약 20만ha에서 재배되고 있으나, 자국내에서 개발한 일대잡종품종이 전무한 상태로 매년 인근 국가인 베트남, 태국 등의 외국 기업에 약 400억 원 이상의 종자비를 지출하면서 전량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2010년 농촌진흥청의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 KOrea Partnership for Innovation of Agriculture)이 동남아시아의 저개발국가인 캄보디아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캄보디아 정부가 적극적으로 손을 내민 것은 옥수수 품종개발사업에 대한 지원 요청이었다. 2013년부터 시작된 품종개발 프로젝트는 6년의 세월이 흐르는 2018년까지 육종자원을 수집하고 수많은 우수계통을 양성하여 드디어 BNT56(♂) 와 BNT66(♀)라인의 조합에서 잡종강세를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2년 동안 현장재배 실증을 거쳐 2020년 드디어 캄보디아 최초로 일대잡종 옥수수 품종을 CHM01이라는 이름으로 명명하여 국가보급품종으로 등재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우수한 품종의 개발이 첫 번째 관문이라면, 이를 신속히 현장에 확대 보급하는것 역시 중요한 대목이다. 2021년부터는 CHM01품종을 농가에 확대 보급하고 현장에서 시범화하는 작업을 2024년까지 시행하여 누적으로 580명의 농업인 참여한 가운데 770ha에서 재배되는 큰 성과를 거뒀다. 캄보디아의 대표적 재배 시즌인 건기의 경우 ha당 산물로 8∼10톤의 생산성을 보이며 수입품종과 동등한 경쟁력을 보여 주었다. 캄보디아에서 CHM01 품종의 개발 및 농가보급사업의 성공은 두가치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첫째는 캄보디아의 농업과학기술의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였다는 점이다. 지난 10년동안 일련의 일대잡종 개발기술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면서 품종개발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위 고기잡는 방법에 대한 공유의 효과이다. 둘째는 수입품종만을 재배하던 나라에서 자국에서 개발한 품종을 직접 재배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농업인들의 자긍심 고취이다. 현장에서 농민들로부터 “우리도 이제 희망이 보이고 기술진이 자랑스럽다”는 말을 들을때면 해외 ODA 사업에 대한 보람도 느껴진다. 캄보디아는 세계적인 고대유적인 앙코르와트를 보유한 관광국가이면서 전체 GDP중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22%에 이르는 농업국가이기도 하다. 연평균 5∼7%의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 급속히 발전해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국민 일인당 GDP가 연 2500달러 남짓 수준의 저개발 국가이다. 이런 국가에서 주요 작목의 경쟁력 있는 품종을 개발하고 보급함으로써 과도한 종자비 지출 같은 외화를 줄이는 것은 국가 경제 발전에도 필수적인 요소로 꼽히고 있다. 캄보디아내에서 농업 ODA 사업 중 옥수수 일대잡종 품종의 개발과 보급사업은 대표적인 성공 히스토리로 통한다. KOPIA 프로젝트가 긴 여정 동안 인내심을 갖고 재정적, 기술적으로 공여해 온 값진 결과이다. KOPIA 캄보디아 센터는 옥수수 프로젝트의 모든 성과와 산물을 2024년을 기점으로 캄보디아 정부에 이관하게 된다. 긴 세월 동안 한국의 농촌진흥청 KOPIA 프로젝트를 통해 함께 길러온 역량으로 CHM02, CHM03가 계속 개발되어 캄보디아의 옥수수 산업이 더욱더 발전해 나가길 기원해 본다. 송영주 KOPIA 캄보디아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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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19 18:14

농촌사회와 주민자치

주민자치활동은 주민 스스로가 갖는 필요를 해결해나가고 동시에 불합리를 개선하여 종국에는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모든 행동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서비스 기반이 도시에 비해 열악한 농촌지역에서 주민자치의 중요성은 더 크다. 하지만 타 시도에서는 조례로 보장하며 실시하고 있는 주민총회, 마을발전 및 활성화계획, 읍·면에 배정된 주민참여예산에 대한 사업계획 처리 등이 아직 우리 지역에서는 진행되고 있지 못한 측면을 보아 전북특별자치도에서 주민자치의 위상은 타 시도에 비해 매우 낮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농촌지역에서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신선식품에 대한 주민의 접근성이다. 마을은 고사하고 면 소재지에도 식선식품을 살 수 있는 소매점이 사라지는 이른바 ‘식품사막’이 농촌지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현상이다. 자칫 농촌에서는 자신이 먹을 신선채소를 모두 텃밭에서 재배해서 먹을 것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다. 수익성이 없는 농촌지역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계산법으로는 맞지 않는 일이다. 한편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3만7536곳 행정리 가운데 소매점이 없는 곳은 2만7609곳에 달한다. 무려 73.5%에 해당한다. 광역지자체별로 살펴보면 전북자치도내 행정리 5245개 중 83.6%가 마을에서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점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전남이 83.3%로 뒤를 이었다. 이러한 식품사막화 현상에 대한 문제점은 단순히 식품 구입의 불편함 문제가 아니라 고령화된 농촌 주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위협한다는데 있다. 신선식품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지면서 보관이 편리한 가공식품의 구입 빈도가 높아지고 이는 곧 고열량 식품 섭취로 인한 건강 악화와 영양섭취부족, 영양불균형으로 이어져 농촌주민의 질병에 대한 저항력 감소, 면역력 저하 및 스트레스 증가 등을 유발해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 농촌의 지역사회는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는지 심각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북연구원은 식품사막화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전북특별자치도 식품사막화 지도를 제작하여 관리해야 하며, 협동조합 식료품점 개설, 식료품 바구니 정책, 식품사막화 지수 등을 제안했다. 또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해 식품사막화와 이에 따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동조합 식료품점을 지역적 특성에 따라 이동식 점포 또는 상시 매장으로 운영하는 정책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남 영광군의 ‘동락점빵’ 사례는 농촌지역에서 배우고 실천한 만하다. ‘동락점빵’은 인구 1,700명의 묘량면에서 활동을 하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이동 점빵이 매주 2회 면의 18개 행정리, 42개 자연마을을 돌면서 식료품, 생필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회복지사가 운영하는 이동 점빵은 물건을 전달하는 일을 넘어서서 고령화된 농촌사회 주민들의 종합적인 삶을 살피는 효과가 있다. 주거환경부터 식생활습관, 건강 체크까지 지역사회 돌봄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동락점빵’의 예는 식품사막화라는 문제를 주민들이 스스로 풀어가는 주민자치활동의 사례이다. 이와 같이 주민자치의 목적은 그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생활의 여건을 개선하며 궁극적으로는 행복한 삶을 추구함에 있다. 농촌에 산적한 문제 해결이 곧 자치이고 자치가 곧 행복한 삶의 시작과 끝이다. 농촌사회에 존재하는 불합리를 주민자치로 풀어내자. 구준회 농촌사회학 연구자

  • 오피니언
  • 기고
  • 2024.11.19 18:08

전태일이 우리를 부르는 이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거리에 울려 퍼진 외침. 그리고 그는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 1970년 11월 13일 서울 평화시장 앞 거리에서 분신한 청년 전태일(1948~1970)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60년대 청계천 평화시장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였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은 그를 노동운동가로 만들었다. 노동 환경을 바꾸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했으나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그의 마지막 선택은 분신이었다. 죽음으로 항거한 그는 자신의 고뇌와 결단을 유서에 이렇게 썼다.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그리고 또 굴려야 할 덩이를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다니러 간다네" 그가 떠난 지 54년. 세상은 달라졌을까. 대한민국 노동운동은 발전했으나 안타깝게도 노동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한민국 저임금노동자 비중은 16.2%. 20% 선을 유지하던 2000년대에 비해 감소했지만,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상위권 수준이다. 비정규직 비중도 20022년 기준 37.5%로 OECD 회원국 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 그만큼 고용의 질이 나쁘다는 근거다. 장시간 노동 비중도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과로사와 산재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의미 있는 움직임이 있다. 노동자의 인권과 생명을 존중하는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이다. 전태일의료센터는 노동자의 의료를 지원하는 사회연대병원 녹색병원이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또 다른 사회연대병원이다.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병원비나 생계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노동자병원을 만들자는 것이 건립 목적이다. 2027년 완공이 목표인 전태일의료센터는 지금 국민 모금 운동이 한창이다. 예상되는 건립비 190억 원 중 50억 원을 국민 모금으로 마련하자는 취지다. 지금까지 목표의 31.5%, 15억8천만 원이 모였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나눔과 연대 정신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11월 초에 열린 ‘전태일 의료센터 건립기금마련을 위한 이철수 판화전'을 통해서도 모금 참여의 통로는 활짝 열렸다. 여전히 열악한 노동 환경을 둘러보면 노동자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고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게 하는 병원, 나눔과 연대로 ‘아픈 사회를 치유’하는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이 우리 사회에 전하는 의미는 더 각별해진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우리를 다시 부르는 이유가 있을 터. 나눔과 연대의 정신을 살리는 이 행렬이 더 풍요로워지기를 기대한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11.19 16:02

전북형 저출생대책, 청년 일자리가 핵심이다

전북자치도가 18일 전북형 저출생 대책을 발표했다. 심각한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고 청년들의 미래 불안은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렇다. 전북의 저출생과 인구 감소는 심각하다. 이대로 가다간 존립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 그 중 핵심은 청년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데 중점을 뒀으면 한다. 김관영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수 감소에 따른 지방재정 악화 문제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인구절벽 위기는 곧 전북의 미래를 위협하는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결혼‧출산‧양육에 대한 인식조사와 기업, 청년, 어린 자녀 양육 부모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을 저출생 대책에 담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책으로 ‘전북청년 희망 High, 아이 Hi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내용은 취업‧결혼, 출생, 양육, 가족친화문화 확산 등 4개 분야 71개 사업으로 1089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사업비는 국비 133억 원, 도비 389억 원, 시군비 539억 원, 기타 28억 원 등으로 구성되며 지방비가 85% 이상이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안정 제공을 위해 ‘반할주택’(임대료의 절반 부담) 500호 공급과 3자녀 이상 다자녀 가구에 대한 공직임용 우대제도 등이다.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이 없지 않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청년 일자리 문제다. 전북 인구는 1966년 252만 명을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올 10월 말 173만 명으로 주저 앉았다. 14개 시군이 모두 소멸 위험에 직면해 있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해마다 1만 명 가량의 청년들이 전북을 탈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10대와 20대는 좀더 나은 대학을 찾아, 20대와 30대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 행을 택한 것이다. 전북에는 가고 싶은 대학도, 양질의 일자리도 없다는 얘기다. 특히 일자리가 핵심인데 양질의 일자리가 있으면 전국의 청년들이 오지 말라고 해도 모여들기 마련이다. 청년들이 있어야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할 게 아닌가. 하지만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한 대책은 쉽지 않다. 지름길인 기업유치를 위해 도지사나 시장·군수들이 전방위로 뛰고 있으나 실적은 시원치 않다. 지자체가 앞장서고 대학과 기업 등이 함께 힘을 모았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1.19 15:25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김관영과 오세훈

며칠전 국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지역 균등발전 차원에서 헌법재판소 전주 이전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법률안 발의를 앞두고 이성윤 의원(민주당 전주을)이 전북 국회의원들에게 서명을 요청하자 뜻밖에 두명의 동료 의원들이 시큰둥하게 “그거 되겠어?” 반문하면서 끝까지 서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해당 의원 2명은 법조 전문가여서 어떻게 보면 헌재의 전주 이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러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요즘 지역정가의 화두는 전북의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문제다. 예상했던대로 전북에서부터 “그거 되겠어?” 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면 전북은 왜, 갑자기 실낱같은 희망도 없어보이는 2036 하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었을까. 발단은 2년전 도지사 선거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당 후보 경선이 막바지로 치닫던 상황에서 정강선 전북체육회장 등은 “무너져 가는 전북을 살리려면 뭐라도 좀 해보자”며 후보들에게 이의 공약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실현 가능성 여부는 차치하고 체육계 내부에서 차츰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자 지난해 봄부터 김관영 지사와 체육계 실력자들이 만나 해법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새만금잼버리를 계기로 전북이 국제행사 유치는 말도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이후 1년 가량 올림픽 유치 카드는 묻혔다. 그러다가 올 여름 파리올림픽을 계기로 폐석에 가깝던 돌이 요석으로 변했다. 정강선 전북체육회장이 대한민국 선수단장을 맡은데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고정관념 없이 제로 베이스 상태에서 유치 장소를 선정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2036 하계올림픽은 아시아권이 확실시되는데 대한민국을 비롯,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 뛰어들 전망이다. 서울은 이미 수도권인 인천, 경기, 강원도와 분산 개최를 준비 중이다. 전북은 광주전남은 물론, 대전, 충남 등과도 연계해 경기장 등 부족한 시설을 공유할 방침이다. 결국 내년 1월 결정 예정인 국내 후보지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전북을 중심으로 한 비수도권의 한판 대결 양상이다. 하계올림픽 지역 유치가 국가균형발전의 첫걸음이라는 점에 비단 전북뿐 아니라 비수도권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한다. 끝까지 전북과 서울이 경합을 하게 될 경우 공동개최 여부도 쓸 수 있는 카드임엔 분명하나 현재로선 일단 단독개최로 선을 긋고 있다. 전북이냐, 서울이냐? 그 결과는 정치권에 생각지도 않은 파장을 예고한다. 서울올림픽 유치가 성사된다면 오세훈 시장은 그 여세를 몰아 단번에 유력한 여권 대권 후보로 부상할 수 있어 소위 ‘오세훈 대망론’에 날개를 달게된다. 만일 전북이 올림픽을 유치한다면 김관영 지사 또한 잼버리 징크스를 일거에 털어내면서 연임 가도에 탄력을 받는 것은 물론, 차차기 대권가도까지 꿈꿀 수도 있게 될 전망이다. 조훈현 국수가 한창 성가를 날리던 시절에도 유독 전주 출신 제자 이창호를 만나면 뜻밖의 패배를 당하곤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잘해야 본전이고, 김관영 전북지사는 못해도 본전을 찾는 작금의 상황은 조훈현-이창호의 맞대결을 연상케 한다.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기에 승자독식의 제로섬 게임 양상이나 손잡고 한쪽으로 함께 가면 상생의 길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전북체육인들은 오는 12월 2일 오후 3시 전북체육회 광장에서 전북도 등과 더불어 ‘전북올림픽 유치 기원 체육인 한마음대회’를 개최, 대대적인 출정식을 갖는다. 과연 그 자리에서는 어떤 목소리가 터져 나올까. “그거 되겠어?” 아니면 “임자 해봤어?” 과연 무엇일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11.19 15:13

웅치전적지에 전쟁기념관 건립을

웅치·이치전투는 임진왜란 초기에 왜군의 전라도 진격을 막아 전세를 확 바꾼 일대 전기가 된 사건이다. 이순신장군이 남긴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의 어원이 되는 전투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웅치‧이치전투는 임진왜란 첫 육상 승전보로 호남방어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으며, 당시 전투를 이끈 황진 장군은 1593년 제2차 진주성 전투에서 10만의 왜군 본군에 맞서 항전하다 장렬히 전사했다. 웅치와 이치는 단순히 전북의 역사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역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가 됐던 전투다. 뒤늦게 그 가치를 널리 인정받으면서 지난 2022년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바 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웅치·이치전투는 아직 뚜렷하게 각인되지 못했다. 한산대첩, 진주대첩, 행주대첩 등은 국운을 뒤바꾼 전투라는 인식이 강한 반면, 웅치·이치전투는 아직 확고하게 자리를 잡지는 못했다. 그간 지역사회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했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이러한때 웅치·이치전투 기념사업회(상임대표 두세훈)가 웅치전적지에 호남 임진왜란 전쟁기념관 건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기념사업회는 문화재청과 전북도,완주군에 이의 필요성을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웅치전투를 이끌며 전주성을 지킨 황진 장군은 임진왜란의 영웅임에도 황진 장군 기념관은 오랜 세월 비바람에 퇴색된 무인석만이 쓸쓸히 자리할 정도로 열악하다"고 진단했다. 웅치전적지의 국가사적화에 머물면 안되고 그 후속조치로 반드시 호남 임진왜란 전쟁기념관과 문화재청 직속 웅치전적지 탐방거점센터 건립 등이 필요하다는 거다. 구태여 그런것까지 필요하느냐고 묻는 것은 단견의 소치다. 오늘 현재는 과거 숱한 역사가 축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작은 피해를 보는 것조차 꺼려하는 요즘,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던졌던 선조들의 웅혼한 기개는 길이 전할 필요가 있다. 추후 웅치전적지 관련 종합정비계획에 이들 사업이 반영될 수 있도록 완주군, 전북자치도는 물론, 문화재청이 관심과 의지를 가져야 한다. ‘바다에는 이순신 장군, 육지에는 황진 장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황진 장군은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끈 명장이었다. 과거의 역사를 오늘에 생생하게 재현시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1.1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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