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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희망의 전제조건은 신뢰와 통합 - 이길형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는 올해 슬로건을 '당신이 희망입니다'로 정했다. 뉴스와 프로그램을 통해 가슴 벅차고 감동적인 메시지를 많이 전하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나가자는 취지에서이다. 이런 방송사의 슬로건이 아니더라도 개인이나 기업, 정부 할 것 없이 올해는 유난히도 '희망'이라는 단어를 화두로 내세우고 있다. 신년사의 내용도 '희망과 용기를 갖자, 위기를 극복하자'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산꼭대기에서 다짐대회를 열고, 희망풍선을 날려 보내는 행사도 곳곳에서 열렸다. 그만큼 처한 현실이 어둡고 절박하기 때문이리라. 오죽하면 대통령의 신년사 가운데 '위기'라는 단어가 29번 거론됐다는 것이 기사거리가 됐을까?그런데 이렇게 너도나도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주위의 분위기는 어쩐지 시큰둥하고, 그저 희망사항쯤으로 보여 진다. 정말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찾기 힘들다. 어느 경제 전문가도 속 시원하게 장밋빛 앞날을 예측하지 못하는 안개상황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한 것은 분명한데,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TV로 중계방송 하듯 지켜본 전쟁터 같은 국회 현실,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조차 정반대가 돼버린 골이 깊어만 가는 이념적 갈등, 꼬여만 가는 남북의 모습,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 정치 현실을 바라보면서 과연 국민들의 가슴 속에 희망의 싹이 솟아오를 수 있을까? "1분 1초라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며 경제 살리기에 매진할 것을 대통령이 국민 앞에 다짐했지만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희망의 전제 조건은 신뢰와 통합이다. 상대방이 똑같기를 강요하지 않고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배려하는 것은 비단 개인적인 관계에서만 통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찬반양론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사안일수록 의도적인 목적을 감추고 있지 않는 한 충분한 여론수렴과 설득이 상식이다. 소수의 몽니도 문제지만 다수의 포용이 전제되지 않으면 신뢰와 통합은 요원한 일이다.링컨 대통령은 노예문제를 둘러싼 극한 대립 속에서 자신에게 매우 비판적이었던 정적을 기용해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미국을 분열 위기에서 살려냈다. 시카고 그랜트 공원에서의 오바마 당선 연설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통령으로서 내리는 결정이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지만 나는 항상 솔직하겠다. 견해가 일치하지 않을 때 여러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겠다. 반대하는 목소리일수록 더 열심히 듣겠다."미국이라고 해서 우리보다 형편이 낳은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발원지인데다 첫 흑인 대통령으로서 언제라도 인종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미국과 전 세계가 희망의 눈으로 오바마를 바라보는 이유가 바로 그의 신뢰와 포용 정신에 대한 기대 때문일 것이다./이길형(CBS 상무 겸 방송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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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1.08 23:02

[타향에서] 2008 마지막 날의 풍경과 새해 소망 - 권태홍

전쟁분위기다.이스라엘과 하마스 얘기가 아니다.2008년 마지막 날 여의도의 살풍경한 모습이다.국회의 안팎은 경찰들만 활발해 보인다. 80년대 군사독재시절을 연상시킨다.대의정치는 실종되었고 국회의장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했지만 혼돈과 대립만이 있을 뿐이다.정체성과 비전 부재로 무관심의 대상이 된 민주당은 몰리고 몰려 본의 아닌 배수진을 치고 결사항전을 외치고, 청와대와 여당은 건배의 잔을 높이 들고 '이대로'를 외치며 권력독점을 장기 존속시킬 언론관계법 개악을 포함한 입법전쟁을 밀어붙이고 있다.그 와중에 몇 개 안되는 '민생'법안들은 아예 뒤로 밀렸다.임기가 제법 남은 국회를 제외하고 국민모두가 힘들었던 경제위기와 정치퇴행의 한해였다. 부동산, 펀드, 증권, 환율변동에 부자들을 거덜 나고 유동성은 현저하게 둔화되어 말초혈관의 중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은 산소와 영양공급이 끊겨 생사의 벼랑 끝에 내몰렸다.한국투자증권의 2009년 예측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GDP성장률이 1% ~ 2%로 떨어지는 경우 최소 49조원에서 최대 110조원의 은행손실금 손실이 예측된다.우리나라 은행들의 자본금을 다 합치면 100조원이다.대기업과 가계대출의 등급이 조정되기 시작하고 M&A를 통해서 몸집을 불린 그룹들 중에 한두 개 정도는 위험하다 하는 게 정설이고 10대 그룹에 들어가는 그룹 중에서 어느 하나가 부도나기 시작하면 IMF상황 재연이고 소위 3월 위기설의 이유이다. 대통령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언급하는 상황이고 보면 사실은 이것보다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주요선진국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예상되고 더구나 세계공장이자 한국의 최대무역상대국인 중국의 성장률관리가 안 되는 경우에는 경제상황이 재앙적인 수준이다. 뻔한 얘기이지만 취약한 안전망이 걱정이고 정부의 태도가 걱정인 것이다.정부와 정치권은 중병에 걸린 환자의 치료와 체질개선을 하는 대신 일관성도 없고 이미 실패한 것으로 판명된 처방전을 들고서 진통제만 투여하고 있다.경제회생곡선이 V형 -> U형 -> L형으로 점차 비관적인 예상 쪽으로 흐른다.한국정치는 지역독점대립구도와 국가주의로 퇴행했고 시장의 건강성과 세련된 국가의 기능회복을 위한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야당은 한나라당의 부유층만을 위한 감세논리와 2009 예산안에 민주주의와 복지의 대안논리를 가지고 전선을 형성하지도 못했다.기축년 새해가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한해가 되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독점과 거품의 자본주의 병폐를 건강한 시장과 세련된 국가의 역할로 극복하는 변화의 한해가 되기를 소망한다.기득권유지에 급급한 소아적 지역독점 거대양당구조가 극복되고 철학과 정책지향이 분명한 정책 다당제 구조로서 각 정당이 국민 앞에서 생산적인 경쟁과 연대의 정치를 시작하는 기축년이 되기를 소망한다.전북도민이 인물과 정책중심으로 정치적 선택을 다변화함으로써 여러 정치세력이 도민의 복리를 위해 생산적 경쟁을 하는 상황을 주체적으로 창출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공정한 기회와 경쟁이 보장되고 독점이 배척되며 노력에 따른 결과의 차이가 존중되는 사회, 부자도 존경받고 재활의 기회와 사회적 최소한이 보장되는 공평 복지사회를 위해 모두가 노력하는 출발의 한해가 되기를 소망한다.무엇보다도 전라북도와 도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한다.기축년 새해를 맞아 고향에 계신 모든 분들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한다./권태홍(사회디자인연구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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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1.01 23:02

[타향에서] 자유의 노래 - 유영대

모처럼 한가하여 뒹굴다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필 앨든 로빈슨(Phil Alden Robinson) 감독의 '자유의 노래'를 보았다. 1961년 미국 남부 미시시피 주에 있는 작은 마을이 무대이다. 영화는 경찰서 유치장에 갇힌 흑인들이 "그 어떤 감옥도 나를 변화시킬 수 없네. 자유의 땅으로 행진하리"라는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첫장면부터 긴장감 있게 진행되어 나는 차츰 자세를 바로할 수 밖에 없었다.지금 유치장에서 '자유의 노래'를 부르는 흑인들 가운데 오웬이라는 청년이 주인공이다. 장면은 오웬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다. 그는 개울에서 낚시를 하며 즐겁게 보낸다. 아버지 윌은 제대하고 돌아와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오웬 가족은 비교적 넉넉하게 살았다. 마을은 흑인과 백인이 엄격하게 구획지어 살고 있었다. 흑인은 백인의 구역에 들어갈 수 없었다. 이렇게 구분 지워진 것을, 흑인들은 별다른 불편 없이 받아들이면서 살아간다. 윌은 흑인 친구들에게 "우리도 투표를 하여 우리의 권리를 찾자"고 말한다. 그날 밤인가, 한 밤중에 자신의 집이 테러를 당하게 된다. 총을 무차별하게 쏘아대니 유리창이 부서지고 난리가 난다.그리고 다음 장면이 이어진다. 윌의 주유소는 터미널과 맞닿아 있다. 마을 어디건 식당이거나 주유소거나 터미널이거나 백인전용(White only) 구역이 있으며, 흑인들은 그 자리에는 얼씬거릴 수도 없다. 어린 오웬이 백인 식당에 무심히 걸어 들어갔고, 백인 청년이 그를 안고서는 윌을 불렀다. 식당으로 들어갈 수도 없어 머뭇거리자, 백인 청년을 들어오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백인 구역에 잘못 들어왔으니, 아이를 때려서 버릇을 고치라고 요구한다. 윌이 자신은 아이에게 매를 들지 않는다고 말하자, 백인 청년은 그렇다면 자기가 때리겠다고 윽박지른다. 윌은 겁먹은 큰 눈망울로 사정을 하지만 청년은 막무가내이다. 아버지는 어린 아들을 무릎에 엎어놓고 그 큰 손으로 볼기를 때린다.그리고 다시 시점이 청년이 된 오웬으로 이동한다. 여전히 마을의 식당이나 화장실, 그리고 터미널은 백인전용이 있고 흑인들은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없다. 오웬은 이와 같은 차별을 견딜 수 없어 친구들과 항거를 도모한다. 흑인 학생들 네명이 백인 전용 식당에 들어가 커피를 주문한다. 백인인 종업원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지배인이 경찰에 신고하고, 이내 달려온 경찰이 이들을 경찰서로 끌고 가서 가둔다. 이런 일이 반복될 즈음, 흑인인권운동을 지원하는 사람이 이 마을을 찾는다. 이들은 한 팀이 되어서 집집마다 다니면서 "흑인이 투표를 해서 권리를 찾고, 적절할 지도자를 선택하자"고 운동한다. 이들이 벌이는 흑인 투표권 쟁취운동에 대하여 백인들은 폭력적인 방법으로 윽박지른다. 백인이 때리면 흑인은 맞는다. 경찰이 흑인을 붙잡아 끌고 유치장에 가두어도 이들은 대항하지 않는다. 맞아서 안경이 부러져 나가면서도, 백인에게 대들지 않고, 흑인의 투표권을 보장해야 된다고 말한다. 마을의 흑인들이 하나둘 투표인 등록을 하게 된다.아버지 윌은 이런 변화가 두려워서 마을 뒤편 숲속에 조그만 땅을 마련하여 집을 짓는다. 그리고 오웬에게, 흑인운동에 참여하지 말고 함께 집을 짓자고 꼬드긴다. 오웬은 자신이 아니면 이 일을 할 사람이 없다고 하면서, 예전 그 식당에서의 일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오웬은 한 무리의 흑인친구들과 행진을 한다. 한 백인 청년이 그 행진에 끼어들고, 경찰과 백인들은 이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고, 그들을 분리하여 유치장에 가둔다. 유치장에 갖힌 이들은 자유의 노래를 부른다. "그 어떤 감옥도 나를 변화시킬 수 없네. 자유의 땅으로 행진하리". 그리고 영화의 뒷부분에서, 마침내 흑인들의 투표장면이 오버랩 된다.그로부터 40년이 지난 후, 미국에서는 흑인인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었다. 오바마는 대통령에 당선되던 날, 시카고의 한 공원에서 "백인의 미국이며, 또한 흑인의 미국이고, 히스패닉의 미국이기도 하고, 동양인의 미국이기도 하고, 부자와 가난한 자의 미국이며, 모든 미국인의 미국이다"라는 멋진 연설을 하였다. 오바마에 대하여 미국사람들뿐 아니라 세계 사람들은 기대와 걱정이 반반일 것이다. 오바마가 구성하는 내각은 어떤 색깔일까, 참 궁금하다. 온통 흑색일까, 백색도 끼어있을까. 진보적일까, 보수적 경향도 담겨있을까? 어제 발표한 오바마 내각 구성원을 보니, 빨간색이 상징하는 공화당 인사와 파란 색이 상징하는 민주당의 인사가 두루 기용되었다. 그래서 오바바가 구성한 내각을 '보라색 내각'이라고 부른다. '자유의 노래'로부터 '보라색'까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한편의 멋진 드라마다./유영대(고려대 교수국립창극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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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2.25 23:02

[타향에서] 미륵산 정상에 멋진 정자를 세웠으면 - 윤승용

전라북도 익산시 금마면, 삼기면과 낭산면에 걸쳐 있는 미륵산(彌勒山)은 비록 해발 430m에 지나지 않는 나지막한 산이지만 그 범상치 않은 이름 만큼이나 이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륵산의 원래 이름은 용화산(龍華山)이었으나, 백제 무왕(武王)때 미륵사가 창건된 후부터 미륵산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미륵은 불가에서 석가모니불의 뒤를 이어 57억 년 후에 세상에 출현하여 석가모니불이 구제하지 못한 중생을 구제할 미래의 부처를 뜻한다. 미륵의 어원적 의미는 자비와 우정을 뜻하는 데 미륵이 제일 먼저 언급되는 경전 슈타니파다(Suttanipada) 에서는 브라만 출신의 16수행인의 한 사람으로 석가모니의 설법을 듣고 불교에 귀의하는 비구로 묘사된다. 이후 미륵의 역할은 초기 경전들에서 석가모니로부터 미래에 성불할 것이라는 예언을 받으며, 대승경전의 발달 후에는 중생을 구제하는 미륵보살의 모습으로 차원 높은 대승불교의 교리를 설법하는 자비로운 보살로 자리매김된다. 소위 미륵 6부경의 성립단계에 와서는 미륵은 석가모니불과 같은 행적으로 중생을 구제하는 이상적 인물로 정리된다. 하여 고려와 조선조의 난세 때마다 백성들은 세상을 구제할 현신으로 미륵을 기원하는 미륵사상을 떠받들곤 했다.미륵산에는 전북기념물 제12호인 미륵산성과 국보11호인 미륵사탑을 거느린 미륵사지가 있다. 특히 미륵사지는 마한(馬韓)의 옛 도읍지로 추정되기도 하는 미륵산 남녘 명당터에 자리잡고 있는데 현재까지의 발굴작업 성과를 토대로 추정키로는 한국 최대의 사찰지라는 게 정설이다. 미륵사는 또한 무왕과 선화공주(善花公主)의 설화로도 유명한 사찰이다.필자는 고향에 갈 때마다 거의 빠짐없이 미륵산을 오른다. 익산에 미륵산을 제외하고는 딱히 오를만한 산이 없기도 하지만 평야지대에 우뚝 솟은 정상에서의 빼어난 조망의 매력에 흠뻑 빠졌기 때문이다. 등산코스는 미륵사지와 전북과학고주차장 및 별장한증막 코스 등 서너곳에 불과하지만 미륵의 정기를 온몸으로 받고자하는 애호가들로 주말이면 말그대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곤 한다. 정상에 올라서 저 멀리 군산 앞바다를 위시해 남쪽으로는 모악산, 북으로는 계룡산과 대둔산까지 일망무제로 바라다 보노라면 속세의 풍진을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기쁨에 젖곤한다.한데 미륵산에 오를 때마다 아쉬운 게 하나있다. 힘들게 정상에 올랐어도 마땅히 쉴 곳이 없다는 것이다. 인근 함라산 등에는 능선 고비마다 예쁘게 지어놓은 정자가 있어 삼복염천에도 햇볕을 피해 더위를 식힐 수 있는데 정작 많은 사람이 찾는 미륵산 정상에는 그늘집하나 없는 것이다. 익산시청에 문의해봤더니 그 곳이 문화재보호구역이어서 함부로 시설물을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문화재를 보호한다는 구실을 내세운 문화재청의 그 같은 주장에 마냥 수긍하기보다는 익산시민의 불편함을 해소해주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적당한 휴식공간 설치를 시도해봐야할 것이다. 정 문화재보호구역이 문제가 된다면 좀 많은 예산을 들여서라도 문화재로서도 손색이 없는 멋진 정자를 지으면 되지 않을까? 예산이 어렵다면 시민들의 모금운동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윤승용(본보 객원논설위원전 청와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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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2.18 23:02

[타향에서] 고급 마인드, 저급 마인드 - 전수천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 퍼지고 들뜬 기분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기분 좋은 몸 놀림들이 눈에 보이는 거리의 모습이 매년 12월 이맘때의 풍경이다.몇 년 전부터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어쨌든 들뜬 기분의 감성적인 분위기에서 이성적인 분위기로 세태가 변하긴 했지만 여전히 크리스마스와 함께 찾아오는 연말연시는 우리를 잠시나마 행복하게 하는 타임 존(시간대)이기도 하다.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 같다. 너무 이성적인 사회로 변한 것인지 아니면 경제 상황이 어려워서인지 벌써 12월 중순을 넘어서고 있는데도 도무지 조용하다 못해 설렁하기까지 하다.잠깐 고개를 돌려 가는 해를 뒤돌아보면서 평온한 마음으로 손을 들어올려 아듀를 고할 수 있는 한 해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다사다난 했던 한 해"라는 단어는 매년 신문과 TV 뉴스에 연례행사처럼 등장하는 문구이다.그런데 올해는 다사는 없고 다난 만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 보았다.부실공사, 부주의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 선진국 대열에 서 있으면서 부정부패로 낙인 찍힌 나라 중에 상위 그룹에 속해있다는 기사가 몇 일전 뉴스에 실렸다. 기사대로 이해를 한다면 정체성도 없고 자존심도 없는 국민이 우리들이며 그것이 세계 속에 우리의 위상이라는 이야기 일 것이다.미국에서 제일 싼 차가 현대 차라는 기사도 나왔다. 개인으로부터 대기업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초 산업에 투자하지 않고 돈을 벌겠다는 사심 때문에 우리는 대외적으로 자주 무너지고 신뢰를 얻지 못하고 산다. 몇 일전에 일어 났던 이천 화재 사건도 부주의와 기초산업(기초 건물 투자 부재)에 투자를 하지 않은 결과였다. 외국에 경우는 샌드위치 판으로 거대한 공장 건물을 짓는 일도 없으며 건물 허가도 내주지 않는 게 정책이고 상식이다.대한민국의 국민은 우수한 인재가 많은 국민이다. 장인 정신 이른바 개인이나 기업이나 정부가 사소하고 작은 일에서부터 큰 일까지 책임지는 프로정신으로 일을 한다면 우수한 선진국이 되는데 걸림돌은 없으리라 확신한다.한국미술의 자존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비디오 아트의 파이오니어 백남준 선생님을 보고 일본의 유명한 어느 평론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일본에도 파이크 같은 예술가가 한 사람만 있어도 세계 속에 일본미술의 위상이 달라졌을 것이다"라고. 파이크는 일본에서 부르는 백남준 선생님의 호칭이다.그는 한때 소호에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잠시 지낸 적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차이나 타운에 고물이나 재료를 사러 나서다가 자주 얼굴을 마주하는 곳에 살면서 차를 마시거나 간단한 식사를 하게 되는 때가 있었는데 한국인의 우수성에 대한 이야기이며 본인의 작업에 임하는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 주시곤 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명료한 창의적 논리와 프로로서의 책임 있는 의식은 단호했다.2008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책임 있는 장인 정신으로 일에 임하는 태도를 실천할 때 고급 마인드의 소유자가 될 것이고 그때그때 책임감 없이 이익 만을 추구하며 신뢰 받을 수 없는 행동을 취할 때 저급 마인드의 소유자가 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국민 모두가 고급 마인드의 소유자가 된다면 우선 살기 좋은 우리의 생활이 풍요로워 질 것이다. 그리고 국가적 위상과 정체성은 물론 우리 개인의 자존심 또한 하늘을 찌르기에 충분 하리라.고급 마인드로 행복한 새해를 설계하자./전수천(한국 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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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2.11 23:02

[타향에서] 지휘자 보면서 하는 소리 - 유영대

올해로 창극의 역사는 100년이 된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창극은 수성반주 형태로 공연되었다. 수성반주란 창자의 소리를 악기가 따라서 연주해 주는 형태를 말한다. 큰 공연에 관현악단이 배치되어 지휘자가 지휘를 하지만 그가 맡은 역할은 대개 짤막한 서곡이나, 무용 반주음악, 그리고 피날레 장면의 합창에서 이용되었다. 소리가 나오는 부분은 모두 수성반주가 맡아서 하였다. 그런데 큰 극장에서의 수성반주는 한계가 있다. 마이크를 써서 확성을 한다고 해도 대극장의 공간을 음악으로 풍성하게 채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그런데 수성반주는 창극 반주에 있어서 큰 문제를 안고 있었다. 창극을 수성반주로 할 경우 대개 악기의 청을 5관반 정도에 고정시킨다. 남자에게는 높아서 힘들고 되며, 여자에게는 낮아서 부대끼는 데도 하나의 음역을 고집하면서 수성반주를 해왔다. 수성으로 반주하는 연주자들은 청(key)을 고정시켜야만 되었다. 다른 창자의 음역에 맞게 조율할 수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남녀창이 교차되는 부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창극무대에서 수성반주는 예외 없이 남녀 배우들 사이에 부담과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창극 <청>은 기존의 창극 반주 형태를 완전히 바꾸었다. 작품 전체를 편곡하거나 새롭게 작곡하여 40인조 관현악단이 창극의 모든 장면을 반주한 것이다. 창극이 오페라나 뮤지컬처럼 지휘자가 이끌어가는 공연물로 변화된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창극배우들과 엄청난 갈등이 있었다. 수성반주에 익숙한 창극배우들은 지휘자를 보면서 노래부르는 일에 아주 거북해했다. "우리가 북소리 듣고 소리했지, 언제 지휘자보고 소리했간디?" 이런 반응이 일반적이었다.<청>공연에서는 창자가 가장 걱정하는 청(key)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였다. 편곡자인 이용탁 음악감독은 한 공연에서 창자에게 적절한 청을 내주기 위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조를 바꿔가면서 편곡하였다. 창자들은 창극을 하면서 "왜 이리 편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창극에서 가장 심각하게 문제되었던 청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창극 <청>의 큰 미덕이라 할 수 있다.관현악단의 악기 편성에서 콘트라베이스와 첼로, 팀파니, 그리고 신디사이저를 함께 사용하였다. 처음에 서양악기를 쓰는 것에 대해서 창극단 내에서 아주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그렇지만 두 대의 콘트라베이스는 8대의 대아쟁 효과를 가져와서 배면에 깔리는 저음을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오케스트라는 다양한 화성을 뿜어내어 판소리 선율을 고급스럽게 포장해 내면서, 그 풍성한 음악은 관객에게 먼저 감동으로 다가왔다. 관현악 반주에 불만을 가졌던 배우들도, 친지들이 공연을 구경한 다음 "진짜로 감동적이"라고 칭송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관현악 반주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생겨났다.북반주 하나만으로도 판소리는 극음악으로 훌륭하지만, 창극이 보편적 특징을 가진 음악극으로 변화하려면 소리의 앞뒤를 충분히 음악으로 채워줘야 한다. 판소리가 철저하게 편곡되어야 하고, 어떤 곡들은 작곡되어야 하며, 빈공간은 BG음악이 충분히 채워가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기왕의 수성반주와는 비교가 되지 않은 공간감을 형성한다. 공연이 거듭되면서 배우들이 지휘자를 보는데도 익숙하게 되었다. 이것이 창극 <청>이 갖고 있는 음악적 변화이면서 새로운 양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다./유영대(국립창극단 예술감독·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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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기곤
  • 2008.11.27 23:02

[타향에서] 내년 전주에서 보궐선거가 실시된다면 - 윤승용

지난 18대 국회의원 총선 관련 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현역의원들에 대한 재판이 속도를 내면서 벌써 내년 4월중에 있을 보궐선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더구나 현재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선거법 위반사범 재판 1,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벌금100만원 이상이나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전체 11건중 무려 2건이 전북지역에 해당하는 상황이어서 도민들과 전북 출향민들의 관심도는 뜨겁기만 하다. 전북의 경우 전주덕진지역구의 김세웅의원(민주당)이 금품제공과 사전선거운동 등 혐의로 1, 2심에서 각각 벌금 500만원을 받았고 전주완산갑의 이무영(무소속)의원도 허위사실공표혐의로 1, 2심에서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항소심에서도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벌금형을 받은 사실로 미루어 특별한 상황변동이 없는 한 대법원에서도 의원직박탈을 피할 수 없는 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이미 이 두 지역은 자천 타천 많은 인사들이 벌써부터 지역을 돌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게다가 이 두지역은 지난 선거에서 공천과정과 본선에서 가장 치열한 경합이 이뤄진 지역이어서 이 지역에서의 향후 공천문제 등이 아마도 조만간 다가올 각종 송년모임의 단골메뉴로 등장하지 않을 까 싶다.필자는 지난 선거에서 현실정치에 진입을 시도했다 정당공천에서 낙천한 전력이 있어 새삼 정치문제, 특히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에 언급하는 게 다소 쑥스러운 심정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도 전북도민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현실정치에 나름대로 관점을 가진 예비정치인으로서 몇 가지는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먼저 전북의 터줏대감이라 할 민주당 중앙당은 만약 내년 보궐선거가 확실시 될 경우 지체없이 공천원칙을 확정하되 도민들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는 형태로 결정해야할 것이다. 실상 지난 총선에서의 민주당 공천은 '용두사미(龍頭蛇尾)'의 전형이나 다름없었다. 참신한 공천심사위원을 영입해 각종비리전과자 원천배제원칙 등을 내세워 구시대 정치거물들을 일거에 낙천시키는 등 초반에 기염을 토하기도 했으나 막판에 원칙도, 근거도 없는 방식으로 후보군을 압축하더니 최종적으로는 '여론조사방식의 경선'이라는 희화적 소극(笑劇)으로 막을 내렸다. 인지도와 조직동원력에서 골리앗처럼 현격한 우위에 있는 현역의원에게 정치신인을 맞붙여놓고 물갈이를 기대한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처사였다. 민주당의 경우 전국적으로 신인이 현역의원을 여론조사경선에서 이긴 경우는 전남 해남완도진도 단 1곳(그나마도 도전자가 군수출신이었다)뿐이었다. 이 같은 점을 거울삼아 향후 당내경선에서 여론조사는 참고는 하되 당락을 좌우하는 변수가 돼선 안될 것이다.두 번째는 전주지역구가 전주를 제외한 여타지역 단체장의 노후안식처가 돼선 안된다는 점이다. 정치인에게 자신의 고향은 자산이기도 하지만 영원히 뗄 수 없는 천형이기도하다. 그런데 지난 선거에선 군수출신이 전주로 텃밭을 옮겼다. 이번에도 모 시골단체장출신이 역시 전주를 기웃거리고 있다고 한다. 시장 군수를 3연임해서 더 이상 단체장에 출마할 수 없다면 해당지역의 국회의원에 도전하든지, 아니면 아예 수도권으로 진출하는 게 마땅하다. 전주지역에 학연, 지연이 전혀 없는 사람이 출신지의 현역의원이 거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전주를 기웃거린다면 더 이상 전주시민들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을 것이다.마지막으로 우리가 그간 소중하게 가꾸고 키워온 민주주의와 자유언론에 대한 이명박정부의 탄압이 거세지고 있는 형국을 감안해 좀 더 뚝심있고 소신있는 정치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윤승용(본보 객원논설위원·전 청와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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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기곤
  • 2008.11.20 23:02

[타향에서] 땅! 땅의 근원을 생각한다 - 전수천

생명의 근원인 땅의 소중함을 우리는 얼마나 생각하면서 살고 있을까?대도시는 물론 가끔 지방 나들이 때 시골의 산자락을 따라 달리는 정다운 도로 주변은 한 구절 시처럼 아름답다. 그 정다운 전국의 산천이 아파트 건축과 새로운 물류 유통망 구축이란 미명아래 산 허리가 잘리고 기름진 논과 밭이 두 동강 난 시골의 모습과 가끔 조우하게 된다.내가 본 경제 대국인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이웃나라인 일본은 도로를 만들고 신 도시를 건설할 때는 오랜 시간 연구를 하고 그에 대한 타당성이 확인 되어야 만이 비로소 실행에 옮기는 장기적인 정책 수행을 한다.과거 우리의 조상들은 그다지 문명을 발전 시키지는 못했지만 땅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 관리도 신중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우리는 지금 전자 제품이나 자동차 등 많은 생산품을 연구 개발하여 선진국을 뛰어 넘는 좋은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그 상품들을 수출함으로써 경제가 풍요로워 졌으며 삶이 윤택해졌다. 하지만 소중한 땅의 경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하는데 땅의 경영이 엉망이면 대혼란을 초래하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하다.부동산 투기가 되풀이되는 악순환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지고 있는 것또한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불균형에 대한 고육지책으로 정부가 많은 신도시 개발정책을 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작금의 황금만능 현실 앞에서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과연 우리는 올바른 자세로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생각을 갖는 것은 기우일까?우리는 스스로가 뛰어난 정신문화를 지닌 우월한 민족이라고 자부한다. 사실 우리의 조상들은 고집과 자존심으로 살면서 자신을 지킨 민족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들 자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물질 앞에서는 이성적 판단이나 객관성을 잃고 방황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 역시 기우일까!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사를 자주하는 민족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해야 하는 소수와 학생은 제외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살던 곳에 대한 애정이나 정체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는 모양이다. 이해관계에 얽혀 고향을 등지고 조금만 물질적으로 이익이 있으면 정든 곳을 쉽게 떠난다. 물론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사회이고 돈이 있으면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 우리 사회이기도 하다.그러나 그 행복은 삶의 태도에 있어서 땅에 몸과 정신의 뿌리를 내리고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사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 같이 느껴지는 것은 무엇일까!일본에 유학하던 시절 함께 지냈던 교수, 친구들을 만나려고 여행 중에 전화를 하면 10명중 9명이 2,30년이 지난 지금도 전화번호도 바뀌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살고 있다. 그러나 고국의 친구들은 10년 만에 연락을 하면 10명중 9명이 이사를 했거나 연락이 안 된다. 미국의 경우에도 이직을 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파견 근무를 몇 년씩 하지만 거의 대부분 임기를 마치면 고향으로 복귀하는 것이 상식이며 당연한 인식으로 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못사는가?우리에게는 원활한 물류 유통에 필요한 도로망도 건설해야 하고 국민 모두가 편히 살 수 있는 주거 공간도 충족되어야 한다. 하지만 생명의 근본이고 근원인 땅의 관리 또한 잘해야 한다. 이를 위해 투기는 금물이다. 일한만큼 대접받는 사회가 정착 된다면 난개발도 사라질 것이다. 식량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땅이 생명과 삶의 근원이며 근본이라는 기본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자세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어쩌면 땅이 파헤쳐지고 난개발이 일어나는 현실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순리를 망각한 욕구의 산물일 것이다.많은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 산업 문명을 발전시켜 강한 경제력을 키워 선진국 대열에서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 위한 노력을 왜 모르겠는가 마는./전수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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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1.13 23:02

[타향에서] 오바마 당선과 민주당 단상(短想)! - 권태홍

미국 민주당 버락 오바마후보가 47세의 젊은 나이로 232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이 되었다.'Yes we can'을 주창했던 오바마와 미국 민주당 'Real thing'의 승리이지만 본질적으로 미국민의 승리이다.뿌리 깊은 인종의 장벽을 과연 넘을 수 있을지 전(全) 세계인이 숨죽이며 지켜보았다.미국사의 혁명이지만 세계질서에 큰 변화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미국 흑인대통령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상상력보다 더 풍부한 현실의 변화 앞에서 수많은 정치적 상상력들이 발휘되는 역동적 변화의 바람직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충만할 수 밖에 없다.세계시민의 기대는 지난 8년 동안의 미국일방주의를 벗어난 세계민주주의의 확대일 것이다.세계적 금융위기를 낳게 한 신자유주의 정책의 수정과 국가의 세련된 역할의 증대, 전쟁의 종식과 평화의 확대, 일극주의에서 다원주의로의 이행, 미국의 국제적 역할의 증대와 통합의 증진 등.한국에도 남북관계는 물론 '나쁜 한미 FTA'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오바마가 당선됨으로서 한미FTA협상이 재고되는 등 많은 영향이 있을 것이다. 남북상호주의, 민영화, 규제완화, 친기업프렌들리와 감세정책 등의 현 정부의 정책기조도 적지 않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미국 민주당과 같은 당명으로 제 1야당이자 도민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는 한국의 민주당을 되돌아 보게 된다.수백만 개미들 소액다수의 후원금으로 금권정치의 높은 벽을 뛰어넘은 오바마현상과 동일한 민주주의 혁명을 한국에서도 2002년 대선에서 경험한 바 있다.민주당의 노무현후보였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에 민주주의는 없었다.민주당은 학벌도 없고 계파도 없으며 소수파이고 정치적 약자였던 노무현의 승리, 국민의 선택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그 결과 분당, 창당, 통합의 과정에서 이름도 기억하기 힘든 수많은 당명의 변화를 거치고 민주주의 확장에 참여했던 수많은 국민과 당원들의 이탈 후에 민주당은 예전 간판을 다시 걸고 있다.여전히 호남민들의 지지를 근거로 존재하고 있는 민주당이지만 예전과는 달라 보인다.지난 10월 한 주간신문사의 여론조사결과를 통해 민주당의 현황을 살펴보면 민주당 전국지지율은 19.5%이지만 서울지지율은 영남지역 다음으로 저조한 11.9%에 불과하다(특히 수도권 젊은 층의 변화를 보면 2002년과 2007년 대선에서 20대에서는 총 44%의 지지율 하락을, 30대에서는 33%의 지지율 하락을 보였다)민주당의 문제점으로는 기득권집착 등 쇄신노력부재 26.5% 집권능력 부재 25.8% 참신한 인물부재 23.7% 등으로 꼽히고 있고, 한나라당 견제 위해 민주당 아닌 다른 대안 정당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68.4%에 달한다.개혁과 진보노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63.6%,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 중 지지할만한 다른 정당이 없어서 지지한다는 사람이 35.7%에 이르고 있다.민주당이 정체성, 시스템, 인물을 확실히 쇄신하고 집권능력을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면 지역당의 현주소를 극복하기는 커녕 존재자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좋은 정당과 좋은 정치인 없이 사회발전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미국정치의 변화와 성취를 보면서 한국 정당정치의 발전과 좋은 정치인의 출현을 기대한다.또 어느날 갑자기 좋은 정당과 정치인의 등장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전북도민의 오랜 기대에 부응하는 차원에서라도 민주당의 쇄신과 변화, 진화와 발전을 위한 뼈를 깍는 노력을 바란다./권태홍(사회디자인연구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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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1.06 23:02

[타향에서] 묻노라 저 꾀꼬리, 뉘를 이별하였간디 - 유영대

국립창극단의 국가브랜드 작품 '청'이 지난주에 멋지게 막을 내렸다. 이 작품은 우리의 영원한 고전 '심청전'을 새롭게 만든 창극이다. '청'은 2006년 전주소리축제의 폐막작으로 초청되어 새로운 기원의 막을 열었다. 그 공연에서 전주시민들이 보여준 갈채 때문이었을까? 이 작품은 국립창극단의 대표작이 되었다. 그해 11월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다시 무대에 올랐으며, 12월에는 인천문화회관에서 공연하였다.'청'은 이듬해 5월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13회의 기록을 세워 공연하였다. 실제로 서울의 오페라 마니아층은 8천 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래서 예술의 전당에서도 오페라 무대는 4일간만 열린다. 창극의 마니아 숫자는 그것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는 좀 무모하다싶게 13회 공연을 치렀으며, 이 공연도 1만 5천 관객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끝났다. 그리고 6월에는 일산 아람누리 오페라 하우스에 개관기념작으로 초청받아 공연하였다. '청'은 9월 하순 중국의 남통과 상해의 무대에서 막을 올려 중국의 관객과 만났다. 중국의 관객들도 이 작품에 열광하는 것을 보고, 세계화의 가능성을 새삼 다지게 되었다. 그 여세로 10월에는 성남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하였다.올들어 3월에 '청'은 대구 오페라하우스를 찾아서 많은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발의 참가작으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서 공연하여 큰 성황을 이루었다. 그동안 '청'은 40회 가량 공연하면서 연인원 4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웠다. 단일 창극공연으로는 가장 많은 횟수와 관객 수였다. 뮤지컬 명성왕후가 백만 명을 돌파했다고 하는데, 앞으로 '청'도 그에 못지않은 관객층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청'에 관한 반응으로 관객들은 우리 전통가운데서 이렇게 멋진 작품이 있다는 것에 대하여 자부심을 느낀다는 점을 들었다. 이 작품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을 꼽으라는 설문에 대하여 관객들은 심청이 집을 떠나 인당수로 향하는 장면과, 인당수에서 물어 떨어지는 장면을 들었다. 뭐니 뭐니 해도 감동의 원천이 되는 장면은 심청이 정든 아비를 뒤에 두고 선인들을 따라 인당수로 떠나는 이별 대목이라 할 수 있다.행선날 아침, 심청은 마을 사람들을 향하여 호소한다. "이내 팔자 무상하여, 앞 못 보는 부친 두고 수중고혼(水中孤魂) 되려 가니, 가긍한 우리 부친 돌보아 주시오면 결초보은 하오리다." 마을 사람들과 심청의 친구들은 어쩔 수 없이 떠나는 심청을 향하여 눈물짓는다. 정든 아비와 마을사람들을 뒤로 하고 울며 떠나가는 길, 심청은 문득 눈을 들어 나무를 보니, 한 가지에서 꾀꼬리 한 마리가 떠나버린 벗을 그리며 외롭게 울고 있다. 심청은 그를 보고 자신의 심정을 담아서 노래한다."묻노라, 저 꾀꼬리 뉘를 이별하였간디 환우성(喚友聲) 지어울고, 뜻밖에 두견이는 귀촉도, 귀촉도, 불여귀(不如歸)라, 가지 위에 앉아 울건마는, 값을 받고 팔린 몸이 언제 다시 돌아오리."돌아올 기약 없는 길로 심청은 떠나고, 짙은 여운이 음악으로 깔리고, 심봉사는 보이지 않는 눈으로 청이를 부르며 절규한다. 노래도 빼어나지만 그 이별을 마딱뜨리는 장면이 잘 형상화되어 있고 음악적으로도 완성도가 있기 때문에, 이 장면에 이르면 대부분의 관객들이 모두 눈시울을 적셨다. 우리 고전을 토대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서 동시대의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청'이 하나의 소중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유영대(고려대 교수국립창극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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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0.30 23:02

[타향에서] 오체투지(五體投地), 그 고행의 의미 - 윤승용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는 황금빛 벼이삭이 출렁이는 황산벌. 성추(盛秋)의 양광(陽光)이 현란하게 내려 쪼이는 익산-논산간 23번 국도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느릿느릿 이동한다.문규현 신부와 수경스님의 오체투지 고행현장이다. 이미 일부 보도와 이들의 인터넷카페(http://cafe.daum.net/dhcpxnwl)를 통해 어느 정도 그 고행의 의미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영 성이 차지 않아 한번 찾아봤다. 그런데 정작 가까이서 지켜보니 이건 정말 장난이 아니다. 말이 좋아 고행이지, 차라리 저 봉건시대 노예들의 사역도 이보다는 편하지 않았을까 싶다. 중노동 그 이상이다.이미 환갑을 넘긴 두 분은 세 걸음을 걷고 이마, 양 팔꿈치, 양 무릎 등 신체의 5부분(五體)을 땅(地)에 던지는(投)는 오체투지를 수행자처럼 오늘로 50일째 이어오고 있다. 특히 5년전 새만금갯벌살리기 3보일배에 나섰다가 무릎을 다쳐 두 번이나 수술을 한 수경스님의 한 걸음 한걸음은 안타까워 차마 곁에서 제대로 쳐다보기에도 면구스럽다.이들은 자신들의 행보를 '하심(下心)'이라고 정리한 후 이동중에는 줄곧 묵언중이다. 잠시의 휴식시간에 문규현 신부는 "모든 사람이 잘못한 업보, 즉 공업(共業)죄를 쓰고 십자가의 길을 다시 걷는다"고 말한다. 그래도 무슨 말인가 잘 이해가 안간다. 다행히 지난달 4일 지리산 노고단에서 출발하며 이들이 설파한 출정사를 찬찬히 살펴보니 느낌이 온다.수경스님은 그날'순례의 길을 떠나며'란 글에서 "나라의 사정이 어지럽습니다. 살림살이가 어려우니 몸이 고달파지고 민주주의가 위협받으니 인간적 자존감이 상처를 받습니다. 현 정부의 권위주의적 국정 운영 방식이 민주주의와 생태, 인권의 위기는 물론 종교 간 대립까지 부추겨 국민 통합을 해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위기 국면입니다"라고 지적하고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생명의 근원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온 숨을 땅에 바치고, 땅이 베풀어 주는 기운으로만 기어서 가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나의 오체투지가 온전히 생명과 평화의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문규현신부도 "손에 가슴에 생활 속에 촛불을 피워 올린 청소년들과 수많은 국민들에게 드리는 사랑과 존경의 표현""이명박 대통령의 통치이념과 정치행태에 항의하고 저항"하기위한 것이라고 전제하고 "서로에게 빛이 되고 거친 바람 막는 병풍이 되어주기"위해 고행에 나섰다고 천명했다.이들의 고행길 동행자는 많을 때는 하루 50여명까지도 늘어난다. 전국각지에서 달려온 주부, 학생, 회사원들이 노 수행자들의 고통에 비장한 표정으로 동참한다. 자녀를 데리고 온 가족단위도 제법 많다. 전주에서 온 한 주부는 "명박산성으로 상징되는 이 소통부재의 시대에 말보다 행동으로 국민적 소통과 화해를 외치는 두분의 성스러운 모습에 고개가 숙여진다"고 말했다.지리산에서 출발해 계룡산에서 끝나는 이번 고행길은 묘하게도 대분분이 전북에 펼쳐져있었다. 그래서인지 그간 많은 전북사람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민주'와 '자유'라는 단어를 고어(古語)사전 속으로 되돌리려하는 이 배역의 시절에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위안을 받고 싶거든 이들의 고행에 한번 동참해보길 권한다. 올해의 행사는 이번 일요일 오후3시 계룡산 신원사에서 종료식과 함께 막을 내릴 예정이다./윤승용(본보 객원논설위원前 청와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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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0.23 23:02

[타향에서] 영어교육 붐을 보면서 교육을 생각한다 - 전수천

얼마 전 외국 전시 일정이 있어 출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 로비에 있는데 5, 6명의 초등학생 또래의 아이들 몇 명과 어머니들이 설레는 표정과 약간은 들뜬 듯한 분위기 속에서 탑승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뉴욕 행 탑승 안내 방송과 함께 기내에 들어 서니 조금 전 로비에서 보았던 아이들이 내 좌석 뒤쪽에 자리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영어 공부를 위해 6개월 또는 1년간 미국의 어느 소도시에 있는 학교로 조기 유학을 떠나는 팀이었다.요즈음 영어 교육은 조기 유학을 시작으로 초등학교 영어 교육, 원어민 영어, 엄마표 영어, CNN 뉴스듣기 영어, 눈높이 영어 교육에 지자체에서 도입하고 있는 영어 마을까지 온 사회가 어쩌면 영어 열병을 앓고 있다 할 정도로 그 위세가 대단하다.근래에 와서 세계에서 초보수라 일컬어지는 프랑스 조차도 영어 교육을 계획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는 하나 어쨌든 우리의 영어교육열풍은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언어의 소통 없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에 걸쳐 자신의 비전을 presentation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영어몰입교육 열풍에 힘입어 영어에 의한 소통만이 자신의 능력에 대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심리 작용과 더불어 그에 상응하는 guarantee를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이 사회에 팽배해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의는 본받을 만 하지만 영어교육의 과잉열풍은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출세 지상주의의 소산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 또한 지울 수가 없다.영어 교육은 필요하다. 하지만 영어를 잘해서 능력을 인정 받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아는 사람 중에 미국에 매년 1억 여 원을 송금하여 10년 이상 유학을 보낸 아들이 있다. 그는 영어를 모국어처럼 잘하지만 월급 200만원이 안 되는 회사에 간신히 취직을 하였다.이 시회는 영어가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가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 흔히 영어를 잘하고 사회적 보장을 받고 있다는 사람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은 영어만 잘하는 것이 아니다. 영어뿐 아니라 다른 학문도 잘하는 사람들이다. 영어는 단지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한 소통의 도구일 뿐이다.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염려스러운 것은 영어는 있고 교육은 없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교육은 인문학적 학습을 기본으로 학문을 쌓아야 하고 인성 교육이 동반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영어를 말 할 수 있어도 인문학적 지식이나 문화 예술을 모르면 세계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다. 혹시 영어를 잘하면 전문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객관적인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올해 16번째 노벨상을 받는다는 일본은 우리 사회처럼 학교의 정상적인 커리큘럼 영어 교육 외에 영어 과외니 영어 몰입교육이니 하는 것에 열광하지 않는다. 일본은 공교육이 중심이고 자국어와 기초교육을 중시한다. 일본은 출세를 위해서 영어몰입교육을 하지 않고, 주민 등록 거주지를 옮겨 다니지 않아도 노벨상을 16명이나 받는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정부는 장기적인 교육 목표를 세우고 공부하는 자세와 저력을 키우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고 부모는 기후와 먹이를 따라 움직이는 철새와 같은 정신으로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전수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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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0.16 23:02

[타향에서] 행정구역 개편추진논의에 부쳐 - 권태홍

심각한 경제위기상황이다.실업자, 비정규직, 수백만의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 등이 한계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또 열악한 지방민일수록 그 고통이 배가되고 있다.단기적인 처방책도 있는 힘껏 강구되어야겠지만 오히려 구조적이고 장기적이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치열하게 병행해야 한다.100년 이상 된 낡고 비효율적인 행정체계의 개편문제도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행정구역개편의 문제는 인재배분, 재정배분, 균형발전, 경쟁력, 지방자치제 등 관련된 모든 문제에 대한 변화를 포함하는 국가의 기간과제이다.행정구역개편이 그 필요성과 개편방향에 대한 여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내년 초에 구체적으로 추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20년이상 논의되었고 2005년에는 17대국회가 여야합의로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외국사례도 조사하고 학계와 관련기관의 의견도 청취해서 여러 안을 포함한 미채택 보고서까지 낸 형편이다.10월 7일 국무회의에서 발표된 '이명박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도 행정체계개편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민주당, 청와대 등은 내년 초 국민투표를 통한 추진을 표명하고 있다.문제의 핵심은 행정체계개편 또는 행정구역 개편이 왜 필요한가이다.우선 지적되는 것은 중앙정부, 광역시도와 기초 시군구등 현행 3단계중층행정계층의 비효율과 모호한 책임성이다.하지만 이 문제가 핵심이라면 막대한 비용을 수반하는 구조 개편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기초단체를 중심으로 권한과 기능을 조정하는 선에서 비효율을 막고 책임성을 명확히 하는 것이 갈등과 비용을 최소화하는 길일 것이다.다른 차원에서 교통통신의 발달, 정보화의 발달, 지역 간 불균형 확대, 지구적차원에서 지역 간 경쟁상황 등의 시대변화에 따른 요구이다.이는 일정한 규모와 재정력이 뒷받침되는 광역권이 지역경쟁력의 중심이 되지 않으면 안되는 객관적 요구인 것이다. 지역의 적정한 경제적 규모에 대해서는 전국을 5개 내외로 나누는 초광역권 구상과 70여개 광역시정도로 나누는 구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럴 경우 광역지역이 주민생활과 서비스, 경쟁력의 기본단위가 되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 하에서라면 현재 3단계의 행정계층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2단계로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구조 개편을 하고 지역규모는 현재 기초단체보다 광역화하며, 일정한 표준모델을 제시하되 지역의 특성과 주민들의 선택권이 반영되는 안이 채택되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행정구역개편과 더불어 지방자치제도와 공천제도 개혁을 비롯한 선거제도의 개혁이 수반되어야 한다.내년은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리당략이 치열하게 개입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정치권에만 맡겨서 될 사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민과 언론의 관심, 목소리가 절실히 필요하다. 한번 잘못 설계되면 비효율과 갈등이 자치단체, 국가의 경쟁력과 생존에 끊임없이 부담을 주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권태홍(사회디자인연구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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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0.09 23:02

[타향에서] 물위를 걷는 법 - 유영대

베이징 올림픽의 개막식은 하나의 멋진 공연이었다. 최고의 천재예술가 장예모가 연출한 거대한 드라마였다. 제대로 훈련된 수많은 사람들이 펼치는 거대한 매스게임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었다. 폭죽을 무한대로 쏘아 올려 북경 시내가 환하게 밝았다. 성화를 든 사나이가 거대한 운동장의 상단을 날아서 성화대에 불을 지피던 장면에서 경탄하였다. 개막식을 지켜보던 세계인들은 아마도 그 막강한 물량과 빛나는 상상력에 압도되었을 것이다. '다음에 올림픽을 개최하는 나라는 어쩌라고'하는 탄식마저 들렸다.예전에 홍콩 무협영화에는 하늘을 날거나 물위를 차고 걸어다니는 장면이 유난히 많았다. 하늘을 날거나 물위를 걷는 일은 인간의 소망을 원초적으로 드러낸다. 나는 물위를 걷는 법을 어려서부터 들어서 알고 있다. 물위를 걷는 방법은 왼발이 물에 빠지기 전에 오른발을 딛어야 되고, 오른발이 물에 빠지기 전에 왼발을 물에 디디면 된다. 그런데 실제로 물가에 이르러 그 방법을 시도해보지는 못했다.장예모는 중국의 명승지에 세편의 거대한 야외공연물을 만들었다. 인상(印象)시리즈로 불리는 이 공연은 운남성의 리장(麗江)에서 시작되었다. 인상리장은 히말라야의 눈덮인 산을 원경으로 하고, 마을의 뒷산을 무대로 삼아서 중국 각지의 소수민족들이 펼치는 거대한 뮤지컬이다. 전문배우가 아닌 마을 주민들 수백명이 매일 펼치는 이 인상적인 공연 인상리장으로 해서 이 마을은 갑자기 세계 관광객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소수민족이 간직하고 있는 전통적인 노래와 춤들이 거대한 무대에서 현란한 빛을 받으면서 갑자기 최고수준의 예술작품이 되었고, 이 작품으로 해서 마을 자체가 새로운 세계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다.장예모의 인상류산지(劉三姐)는 중국의 절경인 계림의 한 마을에서 펼쳐지는 뮤지컬이다. 이 마을은 계림에서 배를 타고 이강(離江)을 네시간 동안 내려가면서, 동양화와 아주 닮은 산수와 풍광을 감상하면서 닿게 되는 종착역이다. 마을 주민들은 계림에서 배로 내려오는 관광객을 상대로 살아왔으며, 가마우지를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아서 생계를 이어가는, 지방색이 또렷한 마을이었다. 장예모는 이곳에 근사한 초대형 뮤지컬을 보태서 종전과는 또다른 명물을 만들었다. 이 작품에는 700 여명이 등장한다. 아주 두툼한 대나무 다섯 개를 묶어 만든 100여 척의 대나무 배와 마을 어부들이 중요한 등장인물이다. 원경에는 동양화에서 보이는 것과 꼭 같은 12개의 봉우리가 하얀 조명을 받아 신비감을 돋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산수실경극장(山水實景劇場)이라고 선전하고 있다.계림의 9월은 무더웠고, 밤에 펼쳐진 인상류산지는 그 무더위를 산뜻하게 식혀주는 매력적인 공연이었다. 장예모 특유의 붉은 색 천이 이강의 드넓은(1.65 평방킬로미터) 무대에서 한없이 펼쳐진다. 100 명에 가까운 배우들이 능숙한 솜씨로 물위를 걸으면서 이 붉은 천을 펼쳤다가 오므리면서 자유롭게 춤추면, 그곳은 강렬한 원색 빛의 천지를 이루었다. 마을의 토착적인 민요는 어린이들이 수도 없이 나와서 함께 불렀다. 새로이 작곡된 음악은 모던하면서도 대중의 취향을 적절히 섞어서 조화롭게 무대를 채웠다.거기서 나는 비로소 물위를 걷는 법을 제대로 배우고 왔다. 이강의 물아래 10cm쯤에 무대를 만들어두고 훈련된 배우들 수백 명이 그 위를 뛰어다닌다. 조명이 적절히 배우들을 비추고 중국의 짜장면 냄새가 밴 음악소리가 계림의 산수와 어우러질 때, 나는 비로소 물위를 걷는 법을 제대로 배웠다. 가슴이 두근거렸다.요새 전주에서는 세계 소리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나는 전주에서 장예모의 인상 시리즈와 같은, 토착적이면서도 세계적인 멋진 공연이 늘상 무대에 오르고, 객석 3천개가 매일매일 매진되는 공연을 개발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세계를 압도하는 소리가 있기 때문이다./유영대(고려대 교수국립창극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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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0.02 23:02

[타향에서] 묵점 기세춘 선생의 논어 강좌 - 윤승용

바야흐로 보수의 계절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반년도 채 지나기 전에 정치는 물론 경제, 교육, 이념, 외교안보 등 전방위적으로 '보수 만세''보수 만능'을 외쳐대고 있다. 이 같은 '보수전성시대'에 "진짜 보수는 그런 게 아니다"며 동양사상에서 보수의 교과서라 할 '논어(論語)'를 교재로 '참 보수는 개혁이다'고 갈파하는 강좌가 우리 고향 전주에서 개설돼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재야 한학자겸 동양철학자인 묵점(墨店) 기세춘(奇世春.71)선생이 이번 학기들어 전주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주 1회 강의하는 '동양고전' 강좌가 바로 그것이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배가 위세를 더해가던 1937년 전북 정읍시 북면에서 태어난 선생은 여러모로 독특한 사람이다.조선 중기 대성리학자인 고봉(高峰) 기대승(奇大升)의 후예인 선생은 어려서부터 전통 한학수업을 받다가 뒤늦게 공식학제공부를 시작, 전주사범을 거쳐 전남대 법대를 중퇴했다. 그후 신영복선생 등과 동학혁명연구회를 조직, 활동하다 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르는 등 사회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중국 고전과 시가공부에 천착했다.사실상 독학하다시피 중국 경서를 섭렵한 선생은 어느 날 홀연히 우리가 오늘날 배우고 있는 사서삼경 등이 본래의 뜻을 벗어나 '위정자 중심'의 해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깨닫고 이를 시정하기위한 힘들고도 고된 장정에 나선다. 선생은 1992년 그 첫 결실로 '천하에 남이란 없다-묵자 上 下'를 출간했는데 묵자가 우리나라에 완역되기는 처음이었다. 이어 1994년 신영복 선생과 공역으로 '중국역시 시가선집' (전 4권)을 출간했는데 이 책도 현존하는 유일본이다. 또한 같은 해 문익환 목사와 공저로 '예수와 묵자'를 출간했으며 2년후에는 '우리는 왜 묵자인가', 다음해에는 '주체철학 노트'를 출간했고 2002년에는 '신세대를 위한 동양사상 새로 읽기 시리즈'로 '유가' '묵가''도가''주역' 등 4권을 출간했다.선생의 책들은 출간 때마다 기존 학계를 벌집 쑤신 듯 들쑤셔 놨다. "시중의 동양 고전 번역서를 모두 수거해 불살라 버려야한다"는 과격주장을 서슴치 않았기 때문이다. 선생은 "기존 고전번역서는 왜곡과 변질, 오역으로 범벅돼있다"고 단언한다. 선생에 따르면 노장사상은 도교가 일어나 황제와 노자를 교조로 삼으면서 신비학으로 왜곡됐고 정치권력에 의해 체제에 순응하는 은둔과 청담의 사상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선생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도 "논어를 관통하는 정신은 당대의 잘못을 바로잡아 주나라 초기의 문란치 않은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체제개혁이었다"며 "진정한 보수란 인류가 지켜야할 올바른 가치를 회복하기위해 개혁해 나가는 것"이라고 촌평했다. 선생은 젊어서 고향을 떠난 후 객지에서만 떠돌다가 1990년대 말 수도권에 거주하는 전북출신 민주인사들의 모임인 '전북민주동우회(전민동)'을 알고 부터 고향 후배들의 정신적 지주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그간 서울과 대전 등지에서만 강의를 하는 바람에 이번 강좌는 고향에서의 첫 정기강좌여서 마음이 설렌다"는 기 선생의 강의는 매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2시간동안 열린다. 이 가을에 웬만한 청년보다 더 열정적인 기 선생의 강의에 흠뻑 빠져보는 즐거움에 필자도 벌써부터 주말이 기다려진다./윤승용(본보 객원논설위원前 청와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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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9.25 23:02

[타향에서] 버락 오바마의 'Yes We Can' - 권태홍

Yes We Can8월말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흑인대통령후보가 선출되었다. 오바마혁명이라 할만하다.YouTube에서 버락오바마의 뮤직 비디오 yes we can을 보았다.약 100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본 이 동영상은 미국의 희망을 다시 실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오바마의 연설과 가수들의 노래로 울림을 만들어낸다.마지막에 Hope와 Vote라는 자막이 뜬다.왜 미국은 오바마에 열광하는가? 이런 역동성의 근원은 어디인가? 뿌리 깊은 인종의 벽을 과연 넘을 수 있을까? 오바마현상은 그 자체로도, 한미관계라는 차원에서도 관심거리이다.오바마가 전혀 새로운 얘기들을 하고 있는가?오바마가 즐겨쓰는 협소한 선택, 거짓된 선택, 희망, 하나의 국가 등의 얘기들은 이미 힐러리와 클린턴 등 민주당의 지도자들이 즐겨 썼던 말들인데 언론은 위대한 키워드라고 극찬하고 젊은이들은 자발적으로 선거에 대거 참여하고 있고 수십만의 사람들이 소액 다수의 기부금을 내서 불가능해 보였던 미국 큰손들의 금권정치, 금력정치의 높은 벽을 넘었다.미국정치와 민주당, 자유주의자들을 잘 이해 하는데는 웨스트윙(NBC정치드라마, 2000년~2003년까지 4년 연속 '에미상 최우수 TV 드라마 시리즈상'을 수상, 국내에서 번역되어 DVD로 출시)만큼 재미있고 완성도 높은 교재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정치 전공자인 안병진 박사는 "미국정치를 잘 이해하려면 웨스트윙을 폐인이 될 때까지 보는 방법"이 있다고 조언한다. 미국 자유주의자의 총아인 아론 소킨이 제작한 웨스트윙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일까?'Real Thing'진짜배기(real thing)가 가능한가가 웨스트윙이 탐색하는 화두이고 문제의식이다.케네디, 클린턴이 real thing으로 자유주의자들에게 환호 받았고 역설적으로 흑인 오바마가 미국의 위기와 갈구에 대한 real thing으로서, 자타가 인정하는 천하의 정책통이면서도 기성체제내적 이미지가 고착된 힐러리를 경선에서 누르고 후보가 된 것이다.real thing은 대중의 고통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한다.새로운 희망을 실현할 방법을 구체적인 대중의 현실로부터 보여주고 내가 뭘 해주겠다가 아니고 우리가 함께 싸우자고 한다. 오바마는 You보다는 We라는 단어를 쓴다.이는 참여, 공유, 개방의 웹 2.0시대흐름에도 부합한다.오바마는 8만 4천명의 민주당원들 앞에서 한 대선후보수락 명연설에서 그의 인생역정의 구체적인 얘기들과 미국 보통 사람들이 겪는 일상의 애환을 소재로 피부에 와 닿게 자신의 가치와 비전을 역설했고, 미국민의 꿈과 희망에 대한 갈구에 대해 함께 싸우고 함께 풀어갈 정치지도자로서 강한 울림을 불러일으킴으로서 공감과 동행, 공명의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한국정치현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한국정치는 미국보다도 역동적인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정치부재를 길거리 투쟁과 운동이 상당부분 끌어왔고 변화시켜왔지만 제도화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비록 아직 제대로 연구도 안되었지만 2002년 개혁당의 실험과 오랫동안 대중의 고통을 함께 해오면서 호흡하고 싸워왔던 정치인 노무현의 실험은 real thing을 갈구하는 한국 민중의 갈구와 반응성을 잘 보여준다.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몰표를 받아 대통령이 된 이명박 정부의 지난 6개월을 보고 있노라면 이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고도의 균형감을 가지고 어떻게 헤쳐나갈지, 고통받는 대중의 생활을 어떻게 지켜줄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좌우의 입장을 떠나서 대중과 고통을 함께 하고 진정으로 we가 되어서 희망과 비전을 보여줄 한국의 real thing은 없는 것일까? yes we can을 소리 높여 함께 외칠 그런 진짜배기 정치지도자의 성장과 출현을 우리들은 목메어 기다린다./권태홍(사회디자인연구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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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9.11 23:02

[타향에서] 눈뜬장님 이야기 - 유영대

<심청전>은 시간이 지나면서도 여전히 우리에게 의미있는 고전이다. 고전이란 완성된 당대뿐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중후한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작품을 뜻한다. <심청전>은 소설로 읽히거나 판소리로 불리거나 창극으로 무대에 올려진다. 영화로 만들어진 적도 있다. 그만큼 우리 민족의 심성에 호소력을 가지고 다가온 작품이라는 뜻이다.<심청전>에서 가장 절정을 이루는 것은 다음의 두 대목이다. 하나는 심청이가 눈먼 아비인 심봉사를 위하여 인당수에 빠지는 대목이다. 심청이 물에 빠지는 이 장면은 우리에게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을 경험하게 한다. 창극 <청>에서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은 천둥번개가 치는 인당수를 근사하게 그려낸다. 뱃머리에 선 심청은 눈먼 아버지가 아직 살아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황주 도화동을 향하여 두 번 절하고 바다에 떨어진다. 심청의 죽음의 순간을 그려내기 위하여 꽹가리가 쳐지고 징이 울리고, 격정적인 음악이 연주된다.<심청전>의 두 번째 절정은 심봉사가 심청을 만나 눈을 뜨게 되는 부녀상봉대목이다. 이 장면의 노래와 음악은 심청이 인당수에 빠질 때에 격정적 장면화와 흡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심봉사가 눈을 뜨기 직전에 음악이 휘몰아치고, 천지는 마치 파국을 눈앞에 둔듯 절망적으로 조여간다. 심봉사는 보이지 않는 눈을 부비면서 황후가 된 딸 심청을 향하여 "내딸이면 어디 보자"라고 절규한다. 심봉사가 그토록 눈을 뜨고자 하는 이유는 딸을 제대로 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심봉사가 눈을 뜨면서 무대도 대명천지가 되는 것이다.심봉사는 드디어 눈을 떠서 꿈에도 그리던 딸을 보게 된다. 그 벅찬 감동의 순간이야말로 듣는 이들을, 보는 이들을 환희의 정점에 올려놓는다. 심봉사가 눈을 뜨는 것도 기쁘고, 부녀가 상봉하는 것도 즐겁다. 심봉사가 눈을 뜨면서 처음 딸의 자태를 바라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이 장면에 이르면 대부분의 관객들은 눈물을 흘린다.봉사 눈뜨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덧붙일 이야기가 있다.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라는 멋진 노래를 부른 스티비 원더라는 가수가 있다. 이 가수는 어려서부터 눈이 멀어 앞을 보지 못했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특유의 비애감이 있다. 그는 마흔 아홉이 되던 해에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 홉킨스 대학 병원을 찾아간다. 이 병원은 안과수술로 정평이 나있었다. 의사를 만난 스티비는 눈수술을 결심한다. 저명한 안과의사는 스티비의 눈을 살펴본 다음, 시신경이 너무 파괴되어서 개안수술을 하더라도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은 15분 정도라고 대답하였다. 스티비는 15분이라도 좋으니 꼭 눈으로 볼 수 있게 달라고 의사에게 간청했다.의사는 15분이라도 좋으니 수술을 해달라고 애원하는 스티비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는 무엇을 보기 위하여 그 15분을 선택했을까? 스티비는 "15분 동안이라도 사랑하는 딸을 보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목소리로만 느껴왔던 그 딸을 진실된 모습을 보기 위하여 그는 수술을 결심한 것이다. 그후, 수술이 잘 되어서 과연 그가 사랑하는 딸과 제대로 상봉을 했는지, 그 후일담은 전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다.눈을 뜨는 것이야말로 진실을 정면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길레 우리는 '눈뜬 장님'이라는 비유로서, 번연히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세상살이의 진정성을 모르는 이들을 야유하기도 한다. 만일 우리가 세상을 단지 15분 동안 볼 수 있다면, 그리고 다시 암흑으로 돌아가야 된다면 우리는 어떤 것을 보아야할까? 무엇을 눈 부릅뜨고 보아야 할까? 요즘 심난하게 돌아가는 판들을 보면 심봉사가 다시 눈을 감아버릴지도 모를 일이다./유영대(고려대 교수,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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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9.04 23:02

[타향에서] 고은시인 생가 복원유지에 관심 가져야 - 윤승용

역시 계절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인가. 그토록 펄펄 삶아대던 삼복염천도 처서가 지나자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들바람속에 실려간 듯 어느새 추억처럼 멀어져 가고 있다.이제 등화가친(燈火可親),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이 성큼 다가올 터이다. 그리고 또 한달여 후인 10월 초순이면 비단 문학도 뿐 아니라 온 국민을 설레게하는 노벨문학상의 계절이 도래할 것이다. 바로 21세기 들어 잇달아 노벨문학상 수상후보에 오르며 우리의 애간장을 태우게 하는 민족시인 고은 선생님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고은 시인은 지난해까지 7년째 계속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왔다. 특히 최근 3년간은 들러리 후보가 아닌, 매우 유력한 후보로 꼽혀 우리 모두를 스웨덴 한림원의 발표를 기다리며 밤잠을 설레게 했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올해도 역시 유력 후보 중 한명으로 올라있다고 한다.만약 올해에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면 이는 이번 베이징(北京) 올림픽에서 우리가 딴 모든 메달의 무게를 압도하고도 남을 쾌거라 할 것이다.(결코 체육인들을 폄훼해서 하는 얘기는 아니다) 일본은 2번이나 수상한 노벨문학상을 우리도 이제야 비로소 받았다고 해서도 아니다. 그 보다는 지구상에서 2차세계대전 후 식민지로부터 해방을 맞이한 국가중 '민주발전'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룩한 유일무이한 나라라 할 한국이 비로소 명실상부한 '문화선진국가'로 발돋움했다는 기념비적 이정표라 할 만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대시인이 바로 우리 전북출신임을 감안하면 그 감동은 금상첨화 그 이상이라 할 것이다. 비록 시풍은 다르지만 그의 쾌거는 가람 이병기, 미당 서정주, 신석정 시인에 이어 섬진강 시인 김용택으로 면면히 이어져 온 풍류 전북이 낳은 금자탑이라 할 것이다.하지만 이 같은 몽상이 현실화할 경우 뒤이어 빚어질 사단들을 생각하면 무언가 께름칙하기 그지 없다. 고은 시인의 고향마을에 방치된 생가터의 황량한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대 시인의 고향인 군산시 미룡동 용둔마을에는 군산문화원이 세운 '고은 시인 생가터'라는 손바닥만한 안내표지판만 덜렁 서있을 뿐 대시인의 발자취를 찾을 길이 없다. 생가로 알려진 폐가는 실은 시인이 태어난 집이 아니라 시인의 모친이 노후에 잠시 기거하던 집이다. 그나마 이 집은 시누대 등 잡풀속에 파묻혀 쓰러지기 직전이다.대시인이 노벨상을 수상하고 못하고를 따지기 전에 군산 생가터를 현재처럼 방치하는 것은 군산시와 전북도의 사실상 직무유기나 다름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가 아직 생존해 있다고 해서 마냥 미룰 일은 아니다. 시인은 현재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마정리의 농촌마을에 정주중이다. 자칫하면 훗날 고인시인을 기리는 사람들이 안성시의 노 시인의 문학산실을 찾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 안그래도 안성시는 고은시인을 활용한 테마관광을 추진중이라한다.지난 5월 타계한 '토지'의 작가 박경리선생의 추모객들은 현재 그가 태어났고 묻혀 있는 고향 경상남도 통영시보다 노년에 머물며 창작의 업을 쌓았던 강원도 원주시를 더 많이 찾고 있다. 이 때문에 통영시는 뒤늦게 고향에 토지문학관을 짓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민족문학사에 길이 남을 대하소설의 작가를 길러내고도 원주에 우선권을 빼앗긴 뒤 후회를 거듭하고 있는 통영시의 전철을 군산시가 되풀이 하지 않기를 간절히 고대한다./윤승용(본보 객원논설위원前 청와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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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8.28 23:02

[타향에서] 기득권을 버릴 때 문화 비전이 보인다 - 전수천

아시아 지역에 현대미술의 회오리 바람이 일기 시작한 것은 4, 5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진원지는 어쩌면 14년 전 광주 비엔날레가 시작 되면서부터 일 것이다.오래 전부터 아시아의 각 나라에서는 나름대로 미술의 새로운 이슈를 창출하고 발전을 거듭하면서 서구 사회에 알려지긴 했지만 전 세계적 관심의 시각이라는 차원에서 바라보면 아시아 미술은 1995년 9월 제 1회 광주 비엔날레가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987년 이스탄불 비엔날레를 시작으로 현대미술의 지평을 연 도화선은 광주 비엔날레가 크나큰 역할을 한 것이다. 그 이전까지 아시아는 현대미술의 불모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광주 광역시의 야심에 찬 정책으로 기획된 비엔날레는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후원을 얻어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를 선정하고 그 작품과 미술계 인사들을 광주에 불러 들임으로써 전 세계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일본을 중심으로 비엔날레나 아트페어가 열리긴 했으나 주목을 받지 못하고 1, 2회로 막을 내려야만 했던 게 현실이었다.광주 비엔날레 이후 상하이 비엔날레,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부산 비엔날레, 시드니 비엔날레, 타이페이 비엔날레가 동시 다발적으로 개최됨으로써 국제 미술의 지형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근래에 와서는 중국의 현대미술이 중국 경제를 밑거름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붐을 일으키는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의 현대미술도 작품의 질이나 컨텐츠에서는 중국을 능가하는 작가들이 속속 등장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방향이 다르긴 하지만 조선일보가 기획한 젊은(30세 전후) 작가들의 미술 축제인 아시아프는 작가들에게는 자극제가 되었고, 사회적으로는 대중적 미술 인구를 넓힌 계기의 이벤트가 아니었나 싶다. 어쨌든 미술 인구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는 현실은 우리 스스로에게 문화적 위상을 높이는 사회가 구축되고 있다는 확신이 확인되고 있음은 고무적인 현상이다.전 세계적으로는 베니스 비엔날레를 중심으로 상파울로 비엔날레, 5년마다 열리는 카셀 도큐멘타, 10년마다 열리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등 많은 미술 축제가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유럽 지역에서 열리는 비엔날레는커미셔너와 큐레이터들이 전시 주제에 맞는 작가를 선정하여 전시를 기획하고 주관한다. 전시 장소를 제공한 도시의 주최측은 커미셔너에게 전시에 관한 모든 권한을 맡겨준다. 전시의 성공 여부와 결과는 커미셔너의 능력에 따라 좌우 될 뿐 아니라 그에 대한 책임도 커미셔너에게 있는 것이다. 주최 측은 그에게 어떠한 종류의 요구나 조건의 기득권을 제시하지 않으며 그런 사고방식을 갖는 것 자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상식 밖의 사고이다. 베니스나 카셀 그리고 상파울로와 같은 도시는 객관적 문화 예술의 차별화로 도시를 세계화하고 관광화하는 프로페셔널리즘을 지향하고 있다.기우이길 바라지만 동북아 지역에서 개최되는 지역 도시에 기반을 둔 일부 미술 관계자나 작가들이 지역이라는 기득권을 이용하여 활동하려는 소인배적인 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의 마음을 지울 수가 없는 것도 부인 할 수가 없다. .지난 1년 동안 전북 도립미술관 관장 직을 놓고 많은 논란들이 난무하는 소식을 가끔 접하면서 필자는 내심 가슴 답답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현재의 관장은 미술 이론과 전시 기획의 전문가이다. 개인의 성향은 모르지만 세계 미술의 흐름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음은 물론 그 동안 지역적 특성을 살린 실험적인 전시 기획, 열린 마인드로 세계의 수준 높은 작품 전시를 유치하는 등 그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관장은 어떤 인물이 올 지 모르지만 미술 전반에 걸쳐 폭넓은 안목과 객관성을 가진 사람이 관장으로 영입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에 인적 네트워크가 있다는 기득권이 작용한다면 도립미술관의 기능과 위상은 물론 전북 문화예술의 후진성을 떨칠 수가 없을 것이다./전수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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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8.21 23:02

[타향에서] 서울시 교육감선거를 보면서… - 권태홍

대한민국 교육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행복할 수가 없다.당장 사교육비용의 경감과 과중한 고등교육비용의 조달지원방안과 일자리 관련한 평생교육체계 도입 등의 교육개혁이 시급하다.이는 세계화 지식정보화의 무한경쟁환경에서 인적투자를 중심으로 한 향후 대한민국의 경쟁력과 발전동력의 확보라는 생존전략차원에서 절박한 문제이기도 하다.학교운영위원들이 뽑던 교육계의 수장인 교육감 선출 방식이 2007년 1월 1일부터 직선제로 바뀌면서 주민이 직접 교육감을 선출하게 되었다.지난 4월 15일 교육과학기술부에 의해 발표된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은 포괄적 장학지도권을 폐지하고, 유초중등 학교교육 운영과 관련하여 시도 교육감의 권한과 책임을 더욱 분명하게 하고 있다. 교육감은 학생의 교육은 물론 교원의 신분과 복지에 관련된 모든 크고 작은 문제를 독자적으로 결정한다.그러나 2007년 부산시 교육감 선거가 처음으로 주민직선에 의해 치러진 이후 투표율이 15.3%, 충남 17.2%, 전북 21%등 투표율이 매우 낮게 나타났다. 지난 대선과 함께 치룬 울산, 충북, 경남, 제주등은 60%대의 투표율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당선된 대선후보의 기호와 동일한 기호를 가진 2번 교육감 후보들이 성향에 상관없이 당선되는 웃지못할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도 투표율이 15.4%에 그쳤다. 정치구도, 후보, 공약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이고 상대적으로 작용했지만 어쨌든 송파구 강남구 서초구등 강남 3개구 유권자의 몰표현상으로 전체 25개구중 8개구에서 승리한 공정택후보가 17개구에서 승리한 주경복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이겼다. 투표율이 조금 더 높았더라면 강남 3개구의 몰표현상이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훨씬 작아지게 되어서 투표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대선, 총선을 비롯하여 극히 저조한 투표율로 인하여 소수의 조직된 이해관계자들 또는 이해관계 단체가 전체 투표 결과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민의를 왜곡하게 된다. 빠른 사회변화에 대한 정치사회적 대처와 통합능력의 미비로 말미암은 대의제의 위기현상과 저조한 투표율문제에 대해 제도적인 치유방안을 강구할 때이다.투표의무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공론화해보면 어떨까 한다.투표행위에 의한 심판과 평가시스템이 제대로 온전히 작동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토대이다. 스위스를 비롯한 10개국 이상이 투표의무제를 채택하고 있다. 투표에 불참할 경우 벌금부과, 자격제한 등의 벌칙을 부과하고 있고 그리스처럼 징역형을 부과하는 나라도 있다. 이런 나라들은 95%이상 대다수 국민들이 투표에 참여한다.투표의무제가 실시되면 미디어 선거가 활성화 될 것이다. 조직선거의 양상보다는 정책선거의 양상으로 선거 전략이 세워지지 않으면 다수의 지지를 얻기가 어려워 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젊은 층의 투표참여가 보장된다. 이는 보다 진취적인 사회변화와 유능한 리더쉽의 등장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또한 향우회와 1차 관계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지역구도의 영향력이 훨씬 퇴조하게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투표참여의 편의성을 최대로 높여주어야 한다. 투표시간과 투표일의 연장, 인터넷과 모바일 등을 이용한 간편한 투표방법의 도입 등 기술적 방안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권력구조를 중심으로 한 개헌논의가 활발하고 2010년 전후에 개헌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개헌논의와 더불어 선거법을 비롯한 정치관계법의 개정이 병행되어야 하고 투표의무제의 도입을 위한 공론화와 제도개혁이 병행되기를 기대해본다./권태홍(사회디자인연구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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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8.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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