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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내년 전주에서 보궐선거가 실시된다면 - 윤승용

지난 18대 국회의원 총선 관련 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현역의원들에 대한 재판이 속도를 내면서 벌써 내년 4월중에 있을 보궐선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더구나 현재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선거법 위반사범 재판 1,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벌금100만원 이상이나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전체 11건중 무려 2건이 전북지역에 해당하는 상황이어서 도민들과 전북 출향민들의 관심도는 뜨겁기만 하다. 전북의 경우 전주덕진지역구의 김세웅의원(민주당)이 금품제공과 사전선거운동 등 혐의로 1, 2심에서 각각 벌금 500만원을 받았고 전주완산갑의 이무영(무소속)의원도 허위사실공표혐의로 1, 2심에서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항소심에서도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벌금형을 받은 사실로 미루어 특별한 상황변동이 없는 한 대법원에서도 의원직박탈을 피할 수 없는 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이미 이 두 지역은 자천 타천 많은 인사들이 벌써부터 지역을 돌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게다가 이 두지역은 지난 선거에서 공천과정과 본선에서 가장 치열한 경합이 이뤄진 지역이어서 이 지역에서의 향후 공천문제 등이 아마도 조만간 다가올 각종 송년모임의 단골메뉴로 등장하지 않을 까 싶다.필자는 지난 선거에서 현실정치에 진입을 시도했다 정당공천에서 낙천한 전력이 있어 새삼 정치문제, 특히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에 언급하는 게 다소 쑥스러운 심정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도 전북도민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현실정치에 나름대로 관점을 가진 예비정치인으로서 몇 가지는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먼저 전북의 터줏대감이라 할 민주당 중앙당은 만약 내년 보궐선거가 확실시 될 경우 지체없이 공천원칙을 확정하되 도민들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는 형태로 결정해야할 것이다. 실상 지난 총선에서의 민주당 공천은 '용두사미(龍頭蛇尾)'의 전형이나 다름없었다. 참신한 공천심사위원을 영입해 각종비리전과자 원천배제원칙 등을 내세워 구시대 정치거물들을 일거에 낙천시키는 등 초반에 기염을 토하기도 했으나 막판에 원칙도, 근거도 없는 방식으로 후보군을 압축하더니 최종적으로는 '여론조사방식의 경선'이라는 희화적 소극(笑劇)으로 막을 내렸다. 인지도와 조직동원력에서 골리앗처럼 현격한 우위에 있는 현역의원에게 정치신인을 맞붙여놓고 물갈이를 기대한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처사였다. 민주당의 경우 전국적으로 신인이 현역의원을 여론조사경선에서 이긴 경우는 전남 해남완도진도 단 1곳(그나마도 도전자가 군수출신이었다)뿐이었다. 이 같은 점을 거울삼아 향후 당내경선에서 여론조사는 참고는 하되 당락을 좌우하는 변수가 돼선 안될 것이다.두 번째는 전주지역구가 전주를 제외한 여타지역 단체장의 노후안식처가 돼선 안된다는 점이다. 정치인에게 자신의 고향은 자산이기도 하지만 영원히 뗄 수 없는 천형이기도하다. 그런데 지난 선거에선 군수출신이 전주로 텃밭을 옮겼다. 이번에도 모 시골단체장출신이 역시 전주를 기웃거리고 있다고 한다. 시장 군수를 3연임해서 더 이상 단체장에 출마할 수 없다면 해당지역의 국회의원에 도전하든지, 아니면 아예 수도권으로 진출하는 게 마땅하다. 전주지역에 학연, 지연이 전혀 없는 사람이 출신지의 현역의원이 거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전주를 기웃거린다면 더 이상 전주시민들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을 것이다.마지막으로 우리가 그간 소중하게 가꾸고 키워온 민주주의와 자유언론에 대한 이명박정부의 탄압이 거세지고 있는 형국을 감안해 좀 더 뚝심있고 소신있는 정치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윤승용(본보 객원논설위원·전 청와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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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기곤
  • 2008.11.20 23:02

[타향에서] 땅! 땅의 근원을 생각한다 - 전수천

생명의 근원인 땅의 소중함을 우리는 얼마나 생각하면서 살고 있을까?대도시는 물론 가끔 지방 나들이 때 시골의 산자락을 따라 달리는 정다운 도로 주변은 한 구절 시처럼 아름답다. 그 정다운 전국의 산천이 아파트 건축과 새로운 물류 유통망 구축이란 미명아래 산 허리가 잘리고 기름진 논과 밭이 두 동강 난 시골의 모습과 가끔 조우하게 된다.내가 본 경제 대국인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이웃나라인 일본은 도로를 만들고 신 도시를 건설할 때는 오랜 시간 연구를 하고 그에 대한 타당성이 확인 되어야 만이 비로소 실행에 옮기는 장기적인 정책 수행을 한다.과거 우리의 조상들은 그다지 문명을 발전 시키지는 못했지만 땅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 관리도 신중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우리는 지금 전자 제품이나 자동차 등 많은 생산품을 연구 개발하여 선진국을 뛰어 넘는 좋은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그 상품들을 수출함으로써 경제가 풍요로워 졌으며 삶이 윤택해졌다. 하지만 소중한 땅의 경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하는데 땅의 경영이 엉망이면 대혼란을 초래하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하다.부동산 투기가 되풀이되는 악순환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지고 있는 것또한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불균형에 대한 고육지책으로 정부가 많은 신도시 개발정책을 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작금의 황금만능 현실 앞에서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과연 우리는 올바른 자세로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생각을 갖는 것은 기우일까?우리는 스스로가 뛰어난 정신문화를 지닌 우월한 민족이라고 자부한다. 사실 우리의 조상들은 고집과 자존심으로 살면서 자신을 지킨 민족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들 자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물질 앞에서는 이성적 판단이나 객관성을 잃고 방황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 역시 기우일까!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사를 자주하는 민족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해야 하는 소수와 학생은 제외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살던 곳에 대한 애정이나 정체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는 모양이다. 이해관계에 얽혀 고향을 등지고 조금만 물질적으로 이익이 있으면 정든 곳을 쉽게 떠난다. 물론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사회이고 돈이 있으면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 우리 사회이기도 하다.그러나 그 행복은 삶의 태도에 있어서 땅에 몸과 정신의 뿌리를 내리고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사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 같이 느껴지는 것은 무엇일까!일본에 유학하던 시절 함께 지냈던 교수, 친구들을 만나려고 여행 중에 전화를 하면 10명중 9명이 2,30년이 지난 지금도 전화번호도 바뀌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살고 있다. 그러나 고국의 친구들은 10년 만에 연락을 하면 10명중 9명이 이사를 했거나 연락이 안 된다. 미국의 경우에도 이직을 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파견 근무를 몇 년씩 하지만 거의 대부분 임기를 마치면 고향으로 복귀하는 것이 상식이며 당연한 인식으로 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못사는가?우리에게는 원활한 물류 유통에 필요한 도로망도 건설해야 하고 국민 모두가 편히 살 수 있는 주거 공간도 충족되어야 한다. 하지만 생명의 근본이고 근원인 땅의 관리 또한 잘해야 한다. 이를 위해 투기는 금물이다. 일한만큼 대접받는 사회가 정착 된다면 난개발도 사라질 것이다. 식량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땅이 생명과 삶의 근원이며 근본이라는 기본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자세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어쩌면 땅이 파헤쳐지고 난개발이 일어나는 현실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순리를 망각한 욕구의 산물일 것이다.많은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 산업 문명을 발전시켜 강한 경제력을 키워 선진국 대열에서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 위한 노력을 왜 모르겠는가 마는./전수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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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1.13 23:02

[타향에서] 오바마 당선과 민주당 단상(短想)! - 권태홍

미국 민주당 버락 오바마후보가 47세의 젊은 나이로 232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이 되었다.'Yes we can'을 주창했던 오바마와 미국 민주당 'Real thing'의 승리이지만 본질적으로 미국민의 승리이다.뿌리 깊은 인종의 장벽을 과연 넘을 수 있을지 전(全) 세계인이 숨죽이며 지켜보았다.미국사의 혁명이지만 세계질서에 큰 변화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미국 흑인대통령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상상력보다 더 풍부한 현실의 변화 앞에서 수많은 정치적 상상력들이 발휘되는 역동적 변화의 바람직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충만할 수 밖에 없다.세계시민의 기대는 지난 8년 동안의 미국일방주의를 벗어난 세계민주주의의 확대일 것이다.세계적 금융위기를 낳게 한 신자유주의 정책의 수정과 국가의 세련된 역할의 증대, 전쟁의 종식과 평화의 확대, 일극주의에서 다원주의로의 이행, 미국의 국제적 역할의 증대와 통합의 증진 등.한국에도 남북관계는 물론 '나쁜 한미 FTA'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오바마가 당선됨으로서 한미FTA협상이 재고되는 등 많은 영향이 있을 것이다. 남북상호주의, 민영화, 규제완화, 친기업프렌들리와 감세정책 등의 현 정부의 정책기조도 적지 않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미국 민주당과 같은 당명으로 제 1야당이자 도민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는 한국의 민주당을 되돌아 보게 된다.수백만 개미들 소액다수의 후원금으로 금권정치의 높은 벽을 뛰어넘은 오바마현상과 동일한 민주주의 혁명을 한국에서도 2002년 대선에서 경험한 바 있다.민주당의 노무현후보였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에 민주주의는 없었다.민주당은 학벌도 없고 계파도 없으며 소수파이고 정치적 약자였던 노무현의 승리, 국민의 선택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그 결과 분당, 창당, 통합의 과정에서 이름도 기억하기 힘든 수많은 당명의 변화를 거치고 민주주의 확장에 참여했던 수많은 국민과 당원들의 이탈 후에 민주당은 예전 간판을 다시 걸고 있다.여전히 호남민들의 지지를 근거로 존재하고 있는 민주당이지만 예전과는 달라 보인다.지난 10월 한 주간신문사의 여론조사결과를 통해 민주당의 현황을 살펴보면 민주당 전국지지율은 19.5%이지만 서울지지율은 영남지역 다음으로 저조한 11.9%에 불과하다(특히 수도권 젊은 층의 변화를 보면 2002년과 2007년 대선에서 20대에서는 총 44%의 지지율 하락을, 30대에서는 33%의 지지율 하락을 보였다)민주당의 문제점으로는 기득권집착 등 쇄신노력부재 26.5% 집권능력 부재 25.8% 참신한 인물부재 23.7% 등으로 꼽히고 있고, 한나라당 견제 위해 민주당 아닌 다른 대안 정당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68.4%에 달한다.개혁과 진보노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63.6%,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 중 지지할만한 다른 정당이 없어서 지지한다는 사람이 35.7%에 이르고 있다.민주당이 정체성, 시스템, 인물을 확실히 쇄신하고 집권능력을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면 지역당의 현주소를 극복하기는 커녕 존재자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좋은 정당과 좋은 정치인 없이 사회발전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미국정치의 변화와 성취를 보면서 한국 정당정치의 발전과 좋은 정치인의 출현을 기대한다.또 어느날 갑자기 좋은 정당과 정치인의 등장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전북도민의 오랜 기대에 부응하는 차원에서라도 민주당의 쇄신과 변화, 진화와 발전을 위한 뼈를 깍는 노력을 바란다./권태홍(사회디자인연구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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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1.06 23:02

[타향에서] 묻노라 저 꾀꼬리, 뉘를 이별하였간디 - 유영대

국립창극단의 국가브랜드 작품 '청'이 지난주에 멋지게 막을 내렸다. 이 작품은 우리의 영원한 고전 '심청전'을 새롭게 만든 창극이다. '청'은 2006년 전주소리축제의 폐막작으로 초청되어 새로운 기원의 막을 열었다. 그 공연에서 전주시민들이 보여준 갈채 때문이었을까? 이 작품은 국립창극단의 대표작이 되었다. 그해 11월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다시 무대에 올랐으며, 12월에는 인천문화회관에서 공연하였다.'청'은 이듬해 5월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13회의 기록을 세워 공연하였다. 실제로 서울의 오페라 마니아층은 8천 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래서 예술의 전당에서도 오페라 무대는 4일간만 열린다. 창극의 마니아 숫자는 그것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는 좀 무모하다싶게 13회 공연을 치렀으며, 이 공연도 1만 5천 관객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끝났다. 그리고 6월에는 일산 아람누리 오페라 하우스에 개관기념작으로 초청받아 공연하였다. '청'은 9월 하순 중국의 남통과 상해의 무대에서 막을 올려 중국의 관객과 만났다. 중국의 관객들도 이 작품에 열광하는 것을 보고, 세계화의 가능성을 새삼 다지게 되었다. 그 여세로 10월에는 성남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하였다.올들어 3월에 '청'은 대구 오페라하우스를 찾아서 많은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발의 참가작으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서 공연하여 큰 성황을 이루었다. 그동안 '청'은 40회 가량 공연하면서 연인원 4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웠다. 단일 창극공연으로는 가장 많은 횟수와 관객 수였다. 뮤지컬 명성왕후가 백만 명을 돌파했다고 하는데, 앞으로 '청'도 그에 못지않은 관객층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청'에 관한 반응으로 관객들은 우리 전통가운데서 이렇게 멋진 작품이 있다는 것에 대하여 자부심을 느낀다는 점을 들었다. 이 작품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을 꼽으라는 설문에 대하여 관객들은 심청이 집을 떠나 인당수로 향하는 장면과, 인당수에서 물어 떨어지는 장면을 들었다. 뭐니 뭐니 해도 감동의 원천이 되는 장면은 심청이 정든 아비를 뒤에 두고 선인들을 따라 인당수로 떠나는 이별 대목이라 할 수 있다.행선날 아침, 심청은 마을 사람들을 향하여 호소한다. "이내 팔자 무상하여, 앞 못 보는 부친 두고 수중고혼(水中孤魂) 되려 가니, 가긍한 우리 부친 돌보아 주시오면 결초보은 하오리다." 마을 사람들과 심청의 친구들은 어쩔 수 없이 떠나는 심청을 향하여 눈물짓는다. 정든 아비와 마을사람들을 뒤로 하고 울며 떠나가는 길, 심청은 문득 눈을 들어 나무를 보니, 한 가지에서 꾀꼬리 한 마리가 떠나버린 벗을 그리며 외롭게 울고 있다. 심청은 그를 보고 자신의 심정을 담아서 노래한다."묻노라, 저 꾀꼬리 뉘를 이별하였간디 환우성(喚友聲) 지어울고, 뜻밖에 두견이는 귀촉도, 귀촉도, 불여귀(不如歸)라, 가지 위에 앉아 울건마는, 값을 받고 팔린 몸이 언제 다시 돌아오리."돌아올 기약 없는 길로 심청은 떠나고, 짙은 여운이 음악으로 깔리고, 심봉사는 보이지 않는 눈으로 청이를 부르며 절규한다. 노래도 빼어나지만 그 이별을 마딱뜨리는 장면이 잘 형상화되어 있고 음악적으로도 완성도가 있기 때문에, 이 장면에 이르면 대부분의 관객들이 모두 눈시울을 적셨다. 우리 고전을 토대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서 동시대의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청'이 하나의 소중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유영대(고려대 교수국립창극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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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0.30 23:02

[타향에서] 오체투지(五體投地), 그 고행의 의미 - 윤승용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는 황금빛 벼이삭이 출렁이는 황산벌. 성추(盛秋)의 양광(陽光)이 현란하게 내려 쪼이는 익산-논산간 23번 국도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느릿느릿 이동한다.문규현 신부와 수경스님의 오체투지 고행현장이다. 이미 일부 보도와 이들의 인터넷카페(http://cafe.daum.net/dhcpxnwl)를 통해 어느 정도 그 고행의 의미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영 성이 차지 않아 한번 찾아봤다. 그런데 정작 가까이서 지켜보니 이건 정말 장난이 아니다. 말이 좋아 고행이지, 차라리 저 봉건시대 노예들의 사역도 이보다는 편하지 않았을까 싶다. 중노동 그 이상이다.이미 환갑을 넘긴 두 분은 세 걸음을 걷고 이마, 양 팔꿈치, 양 무릎 등 신체의 5부분(五體)을 땅(地)에 던지는(投)는 오체투지를 수행자처럼 오늘로 50일째 이어오고 있다. 특히 5년전 새만금갯벌살리기 3보일배에 나섰다가 무릎을 다쳐 두 번이나 수술을 한 수경스님의 한 걸음 한걸음은 안타까워 차마 곁에서 제대로 쳐다보기에도 면구스럽다.이들은 자신들의 행보를 '하심(下心)'이라고 정리한 후 이동중에는 줄곧 묵언중이다. 잠시의 휴식시간에 문규현 신부는 "모든 사람이 잘못한 업보, 즉 공업(共業)죄를 쓰고 십자가의 길을 다시 걷는다"고 말한다. 그래도 무슨 말인가 잘 이해가 안간다. 다행히 지난달 4일 지리산 노고단에서 출발하며 이들이 설파한 출정사를 찬찬히 살펴보니 느낌이 온다.수경스님은 그날'순례의 길을 떠나며'란 글에서 "나라의 사정이 어지럽습니다. 살림살이가 어려우니 몸이 고달파지고 민주주의가 위협받으니 인간적 자존감이 상처를 받습니다. 현 정부의 권위주의적 국정 운영 방식이 민주주의와 생태, 인권의 위기는 물론 종교 간 대립까지 부추겨 국민 통합을 해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위기 국면입니다"라고 지적하고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생명의 근원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온 숨을 땅에 바치고, 땅이 베풀어 주는 기운으로만 기어서 가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나의 오체투지가 온전히 생명과 평화의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문규현신부도 "손에 가슴에 생활 속에 촛불을 피워 올린 청소년들과 수많은 국민들에게 드리는 사랑과 존경의 표현""이명박 대통령의 통치이념과 정치행태에 항의하고 저항"하기위한 것이라고 전제하고 "서로에게 빛이 되고 거친 바람 막는 병풍이 되어주기"위해 고행에 나섰다고 천명했다.이들의 고행길 동행자는 많을 때는 하루 50여명까지도 늘어난다. 전국각지에서 달려온 주부, 학생, 회사원들이 노 수행자들의 고통에 비장한 표정으로 동참한다. 자녀를 데리고 온 가족단위도 제법 많다. 전주에서 온 한 주부는 "명박산성으로 상징되는 이 소통부재의 시대에 말보다 행동으로 국민적 소통과 화해를 외치는 두분의 성스러운 모습에 고개가 숙여진다"고 말했다.지리산에서 출발해 계룡산에서 끝나는 이번 고행길은 묘하게도 대분분이 전북에 펼쳐져있었다. 그래서인지 그간 많은 전북사람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민주'와 '자유'라는 단어를 고어(古語)사전 속으로 되돌리려하는 이 배역의 시절에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위안을 받고 싶거든 이들의 고행에 한번 동참해보길 권한다. 올해의 행사는 이번 일요일 오후3시 계룡산 신원사에서 종료식과 함께 막을 내릴 예정이다./윤승용(본보 객원논설위원前 청와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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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0.23 23:02

[타향에서] 영어교육 붐을 보면서 교육을 생각한다 - 전수천

얼마 전 외국 전시 일정이 있어 출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 로비에 있는데 5, 6명의 초등학생 또래의 아이들 몇 명과 어머니들이 설레는 표정과 약간은 들뜬 듯한 분위기 속에서 탑승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뉴욕 행 탑승 안내 방송과 함께 기내에 들어 서니 조금 전 로비에서 보았던 아이들이 내 좌석 뒤쪽에 자리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영어 공부를 위해 6개월 또는 1년간 미국의 어느 소도시에 있는 학교로 조기 유학을 떠나는 팀이었다.요즈음 영어 교육은 조기 유학을 시작으로 초등학교 영어 교육, 원어민 영어, 엄마표 영어, CNN 뉴스듣기 영어, 눈높이 영어 교육에 지자체에서 도입하고 있는 영어 마을까지 온 사회가 어쩌면 영어 열병을 앓고 있다 할 정도로 그 위세가 대단하다.근래에 와서 세계에서 초보수라 일컬어지는 프랑스 조차도 영어 교육을 계획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는 하나 어쨌든 우리의 영어교육열풍은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언어의 소통 없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에 걸쳐 자신의 비전을 presentation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영어몰입교육 열풍에 힘입어 영어에 의한 소통만이 자신의 능력에 대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심리 작용과 더불어 그에 상응하는 guarantee를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이 사회에 팽배해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의는 본받을 만 하지만 영어교육의 과잉열풍은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출세 지상주의의 소산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 또한 지울 수가 없다.영어 교육은 필요하다. 하지만 영어를 잘해서 능력을 인정 받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아는 사람 중에 미국에 매년 1억 여 원을 송금하여 10년 이상 유학을 보낸 아들이 있다. 그는 영어를 모국어처럼 잘하지만 월급 200만원이 안 되는 회사에 간신히 취직을 하였다.이 시회는 영어가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가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 흔히 영어를 잘하고 사회적 보장을 받고 있다는 사람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은 영어만 잘하는 것이 아니다. 영어뿐 아니라 다른 학문도 잘하는 사람들이다. 영어는 단지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한 소통의 도구일 뿐이다.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염려스러운 것은 영어는 있고 교육은 없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교육은 인문학적 학습을 기본으로 학문을 쌓아야 하고 인성 교육이 동반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영어를 말 할 수 있어도 인문학적 지식이나 문화 예술을 모르면 세계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다. 혹시 영어를 잘하면 전문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객관적인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올해 16번째 노벨상을 받는다는 일본은 우리 사회처럼 학교의 정상적인 커리큘럼 영어 교육 외에 영어 과외니 영어 몰입교육이니 하는 것에 열광하지 않는다. 일본은 공교육이 중심이고 자국어와 기초교육을 중시한다. 일본은 출세를 위해서 영어몰입교육을 하지 않고, 주민 등록 거주지를 옮겨 다니지 않아도 노벨상을 16명이나 받는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정부는 장기적인 교육 목표를 세우고 공부하는 자세와 저력을 키우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고 부모는 기후와 먹이를 따라 움직이는 철새와 같은 정신으로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전수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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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0.16 23:02

[타향에서] 행정구역 개편추진논의에 부쳐 - 권태홍

심각한 경제위기상황이다.실업자, 비정규직, 수백만의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 등이 한계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또 열악한 지방민일수록 그 고통이 배가되고 있다.단기적인 처방책도 있는 힘껏 강구되어야겠지만 오히려 구조적이고 장기적이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치열하게 병행해야 한다.100년 이상 된 낡고 비효율적인 행정체계의 개편문제도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행정구역개편의 문제는 인재배분, 재정배분, 균형발전, 경쟁력, 지방자치제 등 관련된 모든 문제에 대한 변화를 포함하는 국가의 기간과제이다.행정구역개편이 그 필요성과 개편방향에 대한 여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내년 초에 구체적으로 추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20년이상 논의되었고 2005년에는 17대국회가 여야합의로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외국사례도 조사하고 학계와 관련기관의 의견도 청취해서 여러 안을 포함한 미채택 보고서까지 낸 형편이다.10월 7일 국무회의에서 발표된 '이명박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도 행정체계개편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민주당, 청와대 등은 내년 초 국민투표를 통한 추진을 표명하고 있다.문제의 핵심은 행정체계개편 또는 행정구역 개편이 왜 필요한가이다.우선 지적되는 것은 중앙정부, 광역시도와 기초 시군구등 현행 3단계중층행정계층의 비효율과 모호한 책임성이다.하지만 이 문제가 핵심이라면 막대한 비용을 수반하는 구조 개편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기초단체를 중심으로 권한과 기능을 조정하는 선에서 비효율을 막고 책임성을 명확히 하는 것이 갈등과 비용을 최소화하는 길일 것이다.다른 차원에서 교통통신의 발달, 정보화의 발달, 지역 간 불균형 확대, 지구적차원에서 지역 간 경쟁상황 등의 시대변화에 따른 요구이다.이는 일정한 규모와 재정력이 뒷받침되는 광역권이 지역경쟁력의 중심이 되지 않으면 안되는 객관적 요구인 것이다. 지역의 적정한 경제적 규모에 대해서는 전국을 5개 내외로 나누는 초광역권 구상과 70여개 광역시정도로 나누는 구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럴 경우 광역지역이 주민생활과 서비스, 경쟁력의 기본단위가 되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 하에서라면 현재 3단계의 행정계층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2단계로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구조 개편을 하고 지역규모는 현재 기초단체보다 광역화하며, 일정한 표준모델을 제시하되 지역의 특성과 주민들의 선택권이 반영되는 안이 채택되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행정구역개편과 더불어 지방자치제도와 공천제도 개혁을 비롯한 선거제도의 개혁이 수반되어야 한다.내년은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리당략이 치열하게 개입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정치권에만 맡겨서 될 사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민과 언론의 관심, 목소리가 절실히 필요하다. 한번 잘못 설계되면 비효율과 갈등이 자치단체, 국가의 경쟁력과 생존에 끊임없이 부담을 주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권태홍(사회디자인연구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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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0.09 23:02

[타향에서] 물위를 걷는 법 - 유영대

베이징 올림픽의 개막식은 하나의 멋진 공연이었다. 최고의 천재예술가 장예모가 연출한 거대한 드라마였다. 제대로 훈련된 수많은 사람들이 펼치는 거대한 매스게임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었다. 폭죽을 무한대로 쏘아 올려 북경 시내가 환하게 밝았다. 성화를 든 사나이가 거대한 운동장의 상단을 날아서 성화대에 불을 지피던 장면에서 경탄하였다. 개막식을 지켜보던 세계인들은 아마도 그 막강한 물량과 빛나는 상상력에 압도되었을 것이다. '다음에 올림픽을 개최하는 나라는 어쩌라고'하는 탄식마저 들렸다.예전에 홍콩 무협영화에는 하늘을 날거나 물위를 차고 걸어다니는 장면이 유난히 많았다. 하늘을 날거나 물위를 걷는 일은 인간의 소망을 원초적으로 드러낸다. 나는 물위를 걷는 법을 어려서부터 들어서 알고 있다. 물위를 걷는 방법은 왼발이 물에 빠지기 전에 오른발을 딛어야 되고, 오른발이 물에 빠지기 전에 왼발을 물에 디디면 된다. 그런데 실제로 물가에 이르러 그 방법을 시도해보지는 못했다.장예모는 중국의 명승지에 세편의 거대한 야외공연물을 만들었다. 인상(印象)시리즈로 불리는 이 공연은 운남성의 리장(麗江)에서 시작되었다. 인상리장은 히말라야의 눈덮인 산을 원경으로 하고, 마을의 뒷산을 무대로 삼아서 중국 각지의 소수민족들이 펼치는 거대한 뮤지컬이다. 전문배우가 아닌 마을 주민들 수백명이 매일 펼치는 이 인상적인 공연 인상리장으로 해서 이 마을은 갑자기 세계 관광객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소수민족이 간직하고 있는 전통적인 노래와 춤들이 거대한 무대에서 현란한 빛을 받으면서 갑자기 최고수준의 예술작품이 되었고, 이 작품으로 해서 마을 자체가 새로운 세계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다.장예모의 인상류산지(劉三姐)는 중국의 절경인 계림의 한 마을에서 펼쳐지는 뮤지컬이다. 이 마을은 계림에서 배를 타고 이강(離江)을 네시간 동안 내려가면서, 동양화와 아주 닮은 산수와 풍광을 감상하면서 닿게 되는 종착역이다. 마을 주민들은 계림에서 배로 내려오는 관광객을 상대로 살아왔으며, 가마우지를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아서 생계를 이어가는, 지방색이 또렷한 마을이었다. 장예모는 이곳에 근사한 초대형 뮤지컬을 보태서 종전과는 또다른 명물을 만들었다. 이 작품에는 700 여명이 등장한다. 아주 두툼한 대나무 다섯 개를 묶어 만든 100여 척의 대나무 배와 마을 어부들이 중요한 등장인물이다. 원경에는 동양화에서 보이는 것과 꼭 같은 12개의 봉우리가 하얀 조명을 받아 신비감을 돋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산수실경극장(山水實景劇場)이라고 선전하고 있다.계림의 9월은 무더웠고, 밤에 펼쳐진 인상류산지는 그 무더위를 산뜻하게 식혀주는 매력적인 공연이었다. 장예모 특유의 붉은 색 천이 이강의 드넓은(1.65 평방킬로미터) 무대에서 한없이 펼쳐진다. 100 명에 가까운 배우들이 능숙한 솜씨로 물위를 걸으면서 이 붉은 천을 펼쳤다가 오므리면서 자유롭게 춤추면, 그곳은 강렬한 원색 빛의 천지를 이루었다. 마을의 토착적인 민요는 어린이들이 수도 없이 나와서 함께 불렀다. 새로이 작곡된 음악은 모던하면서도 대중의 취향을 적절히 섞어서 조화롭게 무대를 채웠다.거기서 나는 비로소 물위를 걷는 법을 제대로 배우고 왔다. 이강의 물아래 10cm쯤에 무대를 만들어두고 훈련된 배우들 수백 명이 그 위를 뛰어다닌다. 조명이 적절히 배우들을 비추고 중국의 짜장면 냄새가 밴 음악소리가 계림의 산수와 어우러질 때, 나는 비로소 물위를 걷는 법을 제대로 배웠다. 가슴이 두근거렸다.요새 전주에서는 세계 소리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나는 전주에서 장예모의 인상 시리즈와 같은, 토착적이면서도 세계적인 멋진 공연이 늘상 무대에 오르고, 객석 3천개가 매일매일 매진되는 공연을 개발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세계를 압도하는 소리가 있기 때문이다./유영대(고려대 교수국립창극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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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0.02 23:02

[타향에서] 묵점 기세춘 선생의 논어 강좌 - 윤승용

바야흐로 보수의 계절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반년도 채 지나기 전에 정치는 물론 경제, 교육, 이념, 외교안보 등 전방위적으로 '보수 만세''보수 만능'을 외쳐대고 있다. 이 같은 '보수전성시대'에 "진짜 보수는 그런 게 아니다"며 동양사상에서 보수의 교과서라 할 '논어(論語)'를 교재로 '참 보수는 개혁이다'고 갈파하는 강좌가 우리 고향 전주에서 개설돼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재야 한학자겸 동양철학자인 묵점(墨店) 기세춘(奇世春.71)선생이 이번 학기들어 전주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주 1회 강의하는 '동양고전' 강좌가 바로 그것이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배가 위세를 더해가던 1937년 전북 정읍시 북면에서 태어난 선생은 여러모로 독특한 사람이다.조선 중기 대성리학자인 고봉(高峰) 기대승(奇大升)의 후예인 선생은 어려서부터 전통 한학수업을 받다가 뒤늦게 공식학제공부를 시작, 전주사범을 거쳐 전남대 법대를 중퇴했다. 그후 신영복선생 등과 동학혁명연구회를 조직, 활동하다 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르는 등 사회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중국 고전과 시가공부에 천착했다.사실상 독학하다시피 중국 경서를 섭렵한 선생은 어느 날 홀연히 우리가 오늘날 배우고 있는 사서삼경 등이 본래의 뜻을 벗어나 '위정자 중심'의 해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깨닫고 이를 시정하기위한 힘들고도 고된 장정에 나선다. 선생은 1992년 그 첫 결실로 '천하에 남이란 없다-묵자 上 下'를 출간했는데 묵자가 우리나라에 완역되기는 처음이었다. 이어 1994년 신영복 선생과 공역으로 '중국역시 시가선집' (전 4권)을 출간했는데 이 책도 현존하는 유일본이다. 또한 같은 해 문익환 목사와 공저로 '예수와 묵자'를 출간했으며 2년후에는 '우리는 왜 묵자인가', 다음해에는 '주체철학 노트'를 출간했고 2002년에는 '신세대를 위한 동양사상 새로 읽기 시리즈'로 '유가' '묵가''도가''주역' 등 4권을 출간했다.선생의 책들은 출간 때마다 기존 학계를 벌집 쑤신 듯 들쑤셔 놨다. "시중의 동양 고전 번역서를 모두 수거해 불살라 버려야한다"는 과격주장을 서슴치 않았기 때문이다. 선생은 "기존 고전번역서는 왜곡과 변질, 오역으로 범벅돼있다"고 단언한다. 선생에 따르면 노장사상은 도교가 일어나 황제와 노자를 교조로 삼으면서 신비학으로 왜곡됐고 정치권력에 의해 체제에 순응하는 은둔과 청담의 사상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선생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도 "논어를 관통하는 정신은 당대의 잘못을 바로잡아 주나라 초기의 문란치 않은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체제개혁이었다"며 "진정한 보수란 인류가 지켜야할 올바른 가치를 회복하기위해 개혁해 나가는 것"이라고 촌평했다. 선생은 젊어서 고향을 떠난 후 객지에서만 떠돌다가 1990년대 말 수도권에 거주하는 전북출신 민주인사들의 모임인 '전북민주동우회(전민동)'을 알고 부터 고향 후배들의 정신적 지주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그간 서울과 대전 등지에서만 강의를 하는 바람에 이번 강좌는 고향에서의 첫 정기강좌여서 마음이 설렌다"는 기 선생의 강의는 매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2시간동안 열린다. 이 가을에 웬만한 청년보다 더 열정적인 기 선생의 강의에 흠뻑 빠져보는 즐거움에 필자도 벌써부터 주말이 기다려진다./윤승용(본보 객원논설위원前 청와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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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9.25 23:02

[타향에서] 버락 오바마의 'Yes We Can' - 권태홍

Yes We Can8월말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흑인대통령후보가 선출되었다. 오바마혁명이라 할만하다.YouTube에서 버락오바마의 뮤직 비디오 yes we can을 보았다.약 100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본 이 동영상은 미국의 희망을 다시 실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오바마의 연설과 가수들의 노래로 울림을 만들어낸다.마지막에 Hope와 Vote라는 자막이 뜬다.왜 미국은 오바마에 열광하는가? 이런 역동성의 근원은 어디인가? 뿌리 깊은 인종의 벽을 과연 넘을 수 있을까? 오바마현상은 그 자체로도, 한미관계라는 차원에서도 관심거리이다.오바마가 전혀 새로운 얘기들을 하고 있는가?오바마가 즐겨쓰는 협소한 선택, 거짓된 선택, 희망, 하나의 국가 등의 얘기들은 이미 힐러리와 클린턴 등 민주당의 지도자들이 즐겨 썼던 말들인데 언론은 위대한 키워드라고 극찬하고 젊은이들은 자발적으로 선거에 대거 참여하고 있고 수십만의 사람들이 소액 다수의 기부금을 내서 불가능해 보였던 미국 큰손들의 금권정치, 금력정치의 높은 벽을 넘었다.미국정치와 민주당, 자유주의자들을 잘 이해 하는데는 웨스트윙(NBC정치드라마, 2000년~2003년까지 4년 연속 '에미상 최우수 TV 드라마 시리즈상'을 수상, 국내에서 번역되어 DVD로 출시)만큼 재미있고 완성도 높은 교재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정치 전공자인 안병진 박사는 "미국정치를 잘 이해하려면 웨스트윙을 폐인이 될 때까지 보는 방법"이 있다고 조언한다. 미국 자유주의자의 총아인 아론 소킨이 제작한 웨스트윙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일까?'Real Thing'진짜배기(real thing)가 가능한가가 웨스트윙이 탐색하는 화두이고 문제의식이다.케네디, 클린턴이 real thing으로 자유주의자들에게 환호 받았고 역설적으로 흑인 오바마가 미국의 위기와 갈구에 대한 real thing으로서, 자타가 인정하는 천하의 정책통이면서도 기성체제내적 이미지가 고착된 힐러리를 경선에서 누르고 후보가 된 것이다.real thing은 대중의 고통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한다.새로운 희망을 실현할 방법을 구체적인 대중의 현실로부터 보여주고 내가 뭘 해주겠다가 아니고 우리가 함께 싸우자고 한다. 오바마는 You보다는 We라는 단어를 쓴다.이는 참여, 공유, 개방의 웹 2.0시대흐름에도 부합한다.오바마는 8만 4천명의 민주당원들 앞에서 한 대선후보수락 명연설에서 그의 인생역정의 구체적인 얘기들과 미국 보통 사람들이 겪는 일상의 애환을 소재로 피부에 와 닿게 자신의 가치와 비전을 역설했고, 미국민의 꿈과 희망에 대한 갈구에 대해 함께 싸우고 함께 풀어갈 정치지도자로서 강한 울림을 불러일으킴으로서 공감과 동행, 공명의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한국정치현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한국정치는 미국보다도 역동적인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정치부재를 길거리 투쟁과 운동이 상당부분 끌어왔고 변화시켜왔지만 제도화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비록 아직 제대로 연구도 안되었지만 2002년 개혁당의 실험과 오랫동안 대중의 고통을 함께 해오면서 호흡하고 싸워왔던 정치인 노무현의 실험은 real thing을 갈구하는 한국 민중의 갈구와 반응성을 잘 보여준다.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몰표를 받아 대통령이 된 이명박 정부의 지난 6개월을 보고 있노라면 이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고도의 균형감을 가지고 어떻게 헤쳐나갈지, 고통받는 대중의 생활을 어떻게 지켜줄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좌우의 입장을 떠나서 대중과 고통을 함께 하고 진정으로 we가 되어서 희망과 비전을 보여줄 한국의 real thing은 없는 것일까? yes we can을 소리 높여 함께 외칠 그런 진짜배기 정치지도자의 성장과 출현을 우리들은 목메어 기다린다./권태홍(사회디자인연구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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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9.11 23:02

[타향에서] 눈뜬장님 이야기 - 유영대

<심청전>은 시간이 지나면서도 여전히 우리에게 의미있는 고전이다. 고전이란 완성된 당대뿐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중후한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작품을 뜻한다. <심청전>은 소설로 읽히거나 판소리로 불리거나 창극으로 무대에 올려진다. 영화로 만들어진 적도 있다. 그만큼 우리 민족의 심성에 호소력을 가지고 다가온 작품이라는 뜻이다.<심청전>에서 가장 절정을 이루는 것은 다음의 두 대목이다. 하나는 심청이가 눈먼 아비인 심봉사를 위하여 인당수에 빠지는 대목이다. 심청이 물에 빠지는 이 장면은 우리에게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을 경험하게 한다. 창극 <청>에서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은 천둥번개가 치는 인당수를 근사하게 그려낸다. 뱃머리에 선 심청은 눈먼 아버지가 아직 살아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황주 도화동을 향하여 두 번 절하고 바다에 떨어진다. 심청의 죽음의 순간을 그려내기 위하여 꽹가리가 쳐지고 징이 울리고, 격정적인 음악이 연주된다.<심청전>의 두 번째 절정은 심봉사가 심청을 만나 눈을 뜨게 되는 부녀상봉대목이다. 이 장면의 노래와 음악은 심청이 인당수에 빠질 때에 격정적 장면화와 흡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심봉사가 눈을 뜨기 직전에 음악이 휘몰아치고, 천지는 마치 파국을 눈앞에 둔듯 절망적으로 조여간다. 심봉사는 보이지 않는 눈을 부비면서 황후가 된 딸 심청을 향하여 "내딸이면 어디 보자"라고 절규한다. 심봉사가 그토록 눈을 뜨고자 하는 이유는 딸을 제대로 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심봉사가 눈을 뜨면서 무대도 대명천지가 되는 것이다.심봉사는 드디어 눈을 떠서 꿈에도 그리던 딸을 보게 된다. 그 벅찬 감동의 순간이야말로 듣는 이들을, 보는 이들을 환희의 정점에 올려놓는다. 심봉사가 눈을 뜨는 것도 기쁘고, 부녀가 상봉하는 것도 즐겁다. 심봉사가 눈을 뜨면서 처음 딸의 자태를 바라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이 장면에 이르면 대부분의 관객들은 눈물을 흘린다.봉사 눈뜨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덧붙일 이야기가 있다.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라는 멋진 노래를 부른 스티비 원더라는 가수가 있다. 이 가수는 어려서부터 눈이 멀어 앞을 보지 못했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특유의 비애감이 있다. 그는 마흔 아홉이 되던 해에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 홉킨스 대학 병원을 찾아간다. 이 병원은 안과수술로 정평이 나있었다. 의사를 만난 스티비는 눈수술을 결심한다. 저명한 안과의사는 스티비의 눈을 살펴본 다음, 시신경이 너무 파괴되어서 개안수술을 하더라도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은 15분 정도라고 대답하였다. 스티비는 15분이라도 좋으니 꼭 눈으로 볼 수 있게 달라고 의사에게 간청했다.의사는 15분이라도 좋으니 수술을 해달라고 애원하는 스티비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는 무엇을 보기 위하여 그 15분을 선택했을까? 스티비는 "15분 동안이라도 사랑하는 딸을 보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목소리로만 느껴왔던 그 딸을 진실된 모습을 보기 위하여 그는 수술을 결심한 것이다. 그후, 수술이 잘 되어서 과연 그가 사랑하는 딸과 제대로 상봉을 했는지, 그 후일담은 전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다.눈을 뜨는 것이야말로 진실을 정면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길레 우리는 '눈뜬 장님'이라는 비유로서, 번연히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세상살이의 진정성을 모르는 이들을 야유하기도 한다. 만일 우리가 세상을 단지 15분 동안 볼 수 있다면, 그리고 다시 암흑으로 돌아가야 된다면 우리는 어떤 것을 보아야할까? 무엇을 눈 부릅뜨고 보아야 할까? 요즘 심난하게 돌아가는 판들을 보면 심봉사가 다시 눈을 감아버릴지도 모를 일이다./유영대(고려대 교수,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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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9.04 23:02

[타향에서] 고은시인 생가 복원유지에 관심 가져야 - 윤승용

역시 계절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인가. 그토록 펄펄 삶아대던 삼복염천도 처서가 지나자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들바람속에 실려간 듯 어느새 추억처럼 멀어져 가고 있다.이제 등화가친(燈火可親),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이 성큼 다가올 터이다. 그리고 또 한달여 후인 10월 초순이면 비단 문학도 뿐 아니라 온 국민을 설레게하는 노벨문학상의 계절이 도래할 것이다. 바로 21세기 들어 잇달아 노벨문학상 수상후보에 오르며 우리의 애간장을 태우게 하는 민족시인 고은 선생님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고은 시인은 지난해까지 7년째 계속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왔다. 특히 최근 3년간은 들러리 후보가 아닌, 매우 유력한 후보로 꼽혀 우리 모두를 스웨덴 한림원의 발표를 기다리며 밤잠을 설레게 했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올해도 역시 유력 후보 중 한명으로 올라있다고 한다.만약 올해에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면 이는 이번 베이징(北京) 올림픽에서 우리가 딴 모든 메달의 무게를 압도하고도 남을 쾌거라 할 것이다.(결코 체육인들을 폄훼해서 하는 얘기는 아니다) 일본은 2번이나 수상한 노벨문학상을 우리도 이제야 비로소 받았다고 해서도 아니다. 그 보다는 지구상에서 2차세계대전 후 식민지로부터 해방을 맞이한 국가중 '민주발전'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룩한 유일무이한 나라라 할 한국이 비로소 명실상부한 '문화선진국가'로 발돋움했다는 기념비적 이정표라 할 만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대시인이 바로 우리 전북출신임을 감안하면 그 감동은 금상첨화 그 이상이라 할 것이다. 비록 시풍은 다르지만 그의 쾌거는 가람 이병기, 미당 서정주, 신석정 시인에 이어 섬진강 시인 김용택으로 면면히 이어져 온 풍류 전북이 낳은 금자탑이라 할 것이다.하지만 이 같은 몽상이 현실화할 경우 뒤이어 빚어질 사단들을 생각하면 무언가 께름칙하기 그지 없다. 고은 시인의 고향마을에 방치된 생가터의 황량한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대 시인의 고향인 군산시 미룡동 용둔마을에는 군산문화원이 세운 '고은 시인 생가터'라는 손바닥만한 안내표지판만 덜렁 서있을 뿐 대시인의 발자취를 찾을 길이 없다. 생가로 알려진 폐가는 실은 시인이 태어난 집이 아니라 시인의 모친이 노후에 잠시 기거하던 집이다. 그나마 이 집은 시누대 등 잡풀속에 파묻혀 쓰러지기 직전이다.대시인이 노벨상을 수상하고 못하고를 따지기 전에 군산 생가터를 현재처럼 방치하는 것은 군산시와 전북도의 사실상 직무유기나 다름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가 아직 생존해 있다고 해서 마냥 미룰 일은 아니다. 시인은 현재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마정리의 농촌마을에 정주중이다. 자칫하면 훗날 고인시인을 기리는 사람들이 안성시의 노 시인의 문학산실을 찾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 안그래도 안성시는 고은시인을 활용한 테마관광을 추진중이라한다.지난 5월 타계한 '토지'의 작가 박경리선생의 추모객들은 현재 그가 태어났고 묻혀 있는 고향 경상남도 통영시보다 노년에 머물며 창작의 업을 쌓았던 강원도 원주시를 더 많이 찾고 있다. 이 때문에 통영시는 뒤늦게 고향에 토지문학관을 짓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민족문학사에 길이 남을 대하소설의 작가를 길러내고도 원주에 우선권을 빼앗긴 뒤 후회를 거듭하고 있는 통영시의 전철을 군산시가 되풀이 하지 않기를 간절히 고대한다./윤승용(본보 객원논설위원前 청와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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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8.28 23:02

[타향에서] 기득권을 버릴 때 문화 비전이 보인다 - 전수천

아시아 지역에 현대미술의 회오리 바람이 일기 시작한 것은 4, 5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진원지는 어쩌면 14년 전 광주 비엔날레가 시작 되면서부터 일 것이다.오래 전부터 아시아의 각 나라에서는 나름대로 미술의 새로운 이슈를 창출하고 발전을 거듭하면서 서구 사회에 알려지긴 했지만 전 세계적 관심의 시각이라는 차원에서 바라보면 아시아 미술은 1995년 9월 제 1회 광주 비엔날레가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987년 이스탄불 비엔날레를 시작으로 현대미술의 지평을 연 도화선은 광주 비엔날레가 크나큰 역할을 한 것이다. 그 이전까지 아시아는 현대미술의 불모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광주 광역시의 야심에 찬 정책으로 기획된 비엔날레는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후원을 얻어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를 선정하고 그 작품과 미술계 인사들을 광주에 불러 들임으로써 전 세계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일본을 중심으로 비엔날레나 아트페어가 열리긴 했으나 주목을 받지 못하고 1, 2회로 막을 내려야만 했던 게 현실이었다.광주 비엔날레 이후 상하이 비엔날레,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부산 비엔날레, 시드니 비엔날레, 타이페이 비엔날레가 동시 다발적으로 개최됨으로써 국제 미술의 지형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근래에 와서는 중국의 현대미술이 중국 경제를 밑거름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붐을 일으키는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의 현대미술도 작품의 질이나 컨텐츠에서는 중국을 능가하는 작가들이 속속 등장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방향이 다르긴 하지만 조선일보가 기획한 젊은(30세 전후) 작가들의 미술 축제인 아시아프는 작가들에게는 자극제가 되었고, 사회적으로는 대중적 미술 인구를 넓힌 계기의 이벤트가 아니었나 싶다. 어쨌든 미술 인구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는 현실은 우리 스스로에게 문화적 위상을 높이는 사회가 구축되고 있다는 확신이 확인되고 있음은 고무적인 현상이다.전 세계적으로는 베니스 비엔날레를 중심으로 상파울로 비엔날레, 5년마다 열리는 카셀 도큐멘타, 10년마다 열리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등 많은 미술 축제가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유럽 지역에서 열리는 비엔날레는커미셔너와 큐레이터들이 전시 주제에 맞는 작가를 선정하여 전시를 기획하고 주관한다. 전시 장소를 제공한 도시의 주최측은 커미셔너에게 전시에 관한 모든 권한을 맡겨준다. 전시의 성공 여부와 결과는 커미셔너의 능력에 따라 좌우 될 뿐 아니라 그에 대한 책임도 커미셔너에게 있는 것이다. 주최 측은 그에게 어떠한 종류의 요구나 조건의 기득권을 제시하지 않으며 그런 사고방식을 갖는 것 자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상식 밖의 사고이다. 베니스나 카셀 그리고 상파울로와 같은 도시는 객관적 문화 예술의 차별화로 도시를 세계화하고 관광화하는 프로페셔널리즘을 지향하고 있다.기우이길 바라지만 동북아 지역에서 개최되는 지역 도시에 기반을 둔 일부 미술 관계자나 작가들이 지역이라는 기득권을 이용하여 활동하려는 소인배적인 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의 마음을 지울 수가 없는 것도 부인 할 수가 없다. .지난 1년 동안 전북 도립미술관 관장 직을 놓고 많은 논란들이 난무하는 소식을 가끔 접하면서 필자는 내심 가슴 답답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현재의 관장은 미술 이론과 전시 기획의 전문가이다. 개인의 성향은 모르지만 세계 미술의 흐름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음은 물론 그 동안 지역적 특성을 살린 실험적인 전시 기획, 열린 마인드로 세계의 수준 높은 작품 전시를 유치하는 등 그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관장은 어떤 인물이 올 지 모르지만 미술 전반에 걸쳐 폭넓은 안목과 객관성을 가진 사람이 관장으로 영입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에 인적 네트워크가 있다는 기득권이 작용한다면 도립미술관의 기능과 위상은 물론 전북 문화예술의 후진성을 떨칠 수가 없을 것이다./전수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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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8.21 23:02

[타향에서] 서울시 교육감선거를 보면서… - 권태홍

대한민국 교육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행복할 수가 없다.당장 사교육비용의 경감과 과중한 고등교육비용의 조달지원방안과 일자리 관련한 평생교육체계 도입 등의 교육개혁이 시급하다.이는 세계화 지식정보화의 무한경쟁환경에서 인적투자를 중심으로 한 향후 대한민국의 경쟁력과 발전동력의 확보라는 생존전략차원에서 절박한 문제이기도 하다.학교운영위원들이 뽑던 교육계의 수장인 교육감 선출 방식이 2007년 1월 1일부터 직선제로 바뀌면서 주민이 직접 교육감을 선출하게 되었다.지난 4월 15일 교육과학기술부에 의해 발표된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은 포괄적 장학지도권을 폐지하고, 유초중등 학교교육 운영과 관련하여 시도 교육감의 권한과 책임을 더욱 분명하게 하고 있다. 교육감은 학생의 교육은 물론 교원의 신분과 복지에 관련된 모든 크고 작은 문제를 독자적으로 결정한다.그러나 2007년 부산시 교육감 선거가 처음으로 주민직선에 의해 치러진 이후 투표율이 15.3%, 충남 17.2%, 전북 21%등 투표율이 매우 낮게 나타났다. 지난 대선과 함께 치룬 울산, 충북, 경남, 제주등은 60%대의 투표율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당선된 대선후보의 기호와 동일한 기호를 가진 2번 교육감 후보들이 성향에 상관없이 당선되는 웃지못할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도 투표율이 15.4%에 그쳤다. 정치구도, 후보, 공약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이고 상대적으로 작용했지만 어쨌든 송파구 강남구 서초구등 강남 3개구 유권자의 몰표현상으로 전체 25개구중 8개구에서 승리한 공정택후보가 17개구에서 승리한 주경복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이겼다. 투표율이 조금 더 높았더라면 강남 3개구의 몰표현상이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훨씬 작아지게 되어서 투표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대선, 총선을 비롯하여 극히 저조한 투표율로 인하여 소수의 조직된 이해관계자들 또는 이해관계 단체가 전체 투표 결과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민의를 왜곡하게 된다. 빠른 사회변화에 대한 정치사회적 대처와 통합능력의 미비로 말미암은 대의제의 위기현상과 저조한 투표율문제에 대해 제도적인 치유방안을 강구할 때이다.투표의무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공론화해보면 어떨까 한다.투표행위에 의한 심판과 평가시스템이 제대로 온전히 작동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토대이다. 스위스를 비롯한 10개국 이상이 투표의무제를 채택하고 있다. 투표에 불참할 경우 벌금부과, 자격제한 등의 벌칙을 부과하고 있고 그리스처럼 징역형을 부과하는 나라도 있다. 이런 나라들은 95%이상 대다수 국민들이 투표에 참여한다.투표의무제가 실시되면 미디어 선거가 활성화 될 것이다. 조직선거의 양상보다는 정책선거의 양상으로 선거 전략이 세워지지 않으면 다수의 지지를 얻기가 어려워 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젊은 층의 투표참여가 보장된다. 이는 보다 진취적인 사회변화와 유능한 리더쉽의 등장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또한 향우회와 1차 관계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지역구도의 영향력이 훨씬 퇴조하게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투표참여의 편의성을 최대로 높여주어야 한다. 투표시간과 투표일의 연장, 인터넷과 모바일 등을 이용한 간편한 투표방법의 도입 등 기술적 방안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권력구조를 중심으로 한 개헌논의가 활발하고 2010년 전후에 개헌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개헌논의와 더불어 선거법을 비롯한 정치관계법의 개정이 병행되어야 하고 투표의무제의 도입을 위한 공론화와 제도개혁이 병행되기를 기대해본다./권태홍(사회디자인연구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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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8.14 23:02

[타향에서] 불타오르는 대숲 - 유영대

청춘의 달 유월에 국립창극단에서는 창극 <산불>을 앵콜 공연으로 무대에 올렸다. <산불>은 차범석 선생님이 60년대에 써서 공전의 히트를 한 연극작품이다. 재작년에 차범석 선생이 작고하셨고, 그분을 추모하기 위하여 연극<산불>이 국립극단의 작품으로 국립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강부자 선생이 '양씨'역을 맡아서 625 상황의 무게감 있는 어둠을 잘 그려냈다. 그리고 여름에는 <산불>을 토대로 만든 뮤지컬 <댄싱 새도우>도 예술의 전당에서 막을 올렸다. 이 작품은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서 멋진 무대를 보여주었다.국립창극단에서 창극으로 <산불>을 만들어보겠다고 시도한 것은 창극단 내에서 몇몇 문제의식을 지닌 배우들이었다. 국립창극단에는 봄가을로 막이 오르는 '정기공연'이 있고, 작은 무대를 통하여 창극단 배우들이 연출하고 제작에 참여하는 '젊은창극'이 있다. '젊은창극'은 이미 고전적 장르가 되어버린 창극을 통하여 우리 시대의 문제의식을 드러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살피는 것이었다. 국립창극단원인 박성환 선생이 창극본을 직접 쓰고 연출을 하였다. 그러나 많은 부분은 국립창극단의 여러 배우들이 함께 만든 무대였다.창극단의 배우들은 창극을 통해 현실과 소통하고자 하는 욕망을 절실하게 가지고 있었다. 스스로의 목소리로 젊은 느낌의 창극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그들의 뜻이었다. 열악한 제작비 수준을 고려하면서도 창극 안에 동시대의 문제의식을 담아내고자 하는 노력이 바로 '젊은창극'을 만들어낸 기반이 되었다. '젊은창극' 팀에서 <산불>을 꺼내들었을 때, 일단 도전의식은 높이 샀지만 어떤 무대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뮤지컬로 만든 <댄싱 새도우>가 실패작으로 평가되면서 더욱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배우들의 문제의식이 생각보다 치열하여 이 작품에 매달렸다.지난해 십이월 공연된 <산불>은 상당히 논쟁적이었다. 차범석 원작의 <산불>은 안숙선의 작창과 이용탁의 작곡이 제대로 어우러져서, 1950년대의 전라도 산골을 완성도 있는 한편의 음악극으로 만들어냈다. 공연계에서는 이 작품에 상당히 주목하였다. 창극을 즐기는 이들뿐 아니라 연극을 애호하는 이들로 객석이 채워졌다. 창극은 전통시대의 예술인 판소리로 채워졌으나, 여성의 성적 욕망을 농염하게 그려낸 해학미는 원작의 구도에 한걸음 다가갔다는 평을 얻었다.펜실바니아 대학교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마일란 교수는 "19세기 언어인 판소리로 20세기 현대사의 가장 문제적인 사건 625를 진정성 있게 노래했다"는 멋진 평을 남겨주었다. 연극평론가 양혜숙 교수는 "작은 무대에서 뿜어내는 배우들의 젊은 열기가 좋다. 창극 <산불>이 창극의 방향성을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 평론가 곽병창 교수는 "음악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해주었다. 지난해 여름에 무대화된 <댄싱 새도우>와 창극 <산불>을 비교해서 평해주신 분들이 많았다.젊음과 청춘의 달 유월에 올린 젊은창극 <산불>은 '점례' 역의 박애리와 '규복' 역의 임현빈, '사월' 역의 허애선의 연기가 힘찼다면, '양씨' 역의 김경숙 선생과 '최씨' 역의 유수정이 보여준 무게감은 625의 비극성을 한껏 살려내었다. 특히 대나무 숲이 타면서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젊은창극' <산불>이 전주의 무대에 올려졌으면 좋겠다. 우리 시대의 문제의식을 제대로 담고있는 작품을 실질적인 무대인 전라도 지역에서 공연하면서 뜨거운 논쟁을 벌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유영대(고려대 교수국립창극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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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8.07 23:02

[타향에서] 기초지방의원 정당 공천제 폐지해야 - 윤승용

이런 것을 보고 '난장판'이라고 할 것이다. 뇌물수수혐의 등으로 쑥대밭이 돼 버린 요즘 서울시의회를 일컫는 말이다. 시의회의장이 뇌물공여혐의 등으로 구속된 데 이어 30여명의 시의원이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참으로 부끄럽고 한심한 일이다. 특히나 지방자치제도가 1987년 민주화 대투쟁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더더욱 그러하다.문제는 지방의회의 추문이 비단 서울시의회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미 부산, 경기 등지에서 유사사건이 터져 나오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이 초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과 영남지역만의 문제만도 아니다.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호남지역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오십보 백보다. 제4기 자치단체장 중 3분의 1이 각종 비리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어느 지역은 역대 단체장이 모두 중도하차하는 진기록마저 세웠다. 그러나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안 담글 수 없듯 일부 지방의회의 문제가 심각하대서 지방자치제마저 폐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지방자치제도가 이 지경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는 어느 지역이라 할 것 없이 특정 정당이 단체장과 의회를 장악하는 바람에 내부 견제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단체장과 의원이 한 편이 돼서 이른바 '누이좋고 매부좋은' 제도를 도입하고 정책을 집행해도 견제를 할 방안이 없다.필자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지방의회, 이 가운데 우선 기초의회만이라도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고 제언한다.애초 기초의회 정당공천제는 여야간에 논란이 많아 4대 동시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2005년에야 도입됐다.정당공천 찬성론자들은 중앙정치와 지방정치를 연계하여 정치의 효율성을 제고시켜 준다는 점을 주로 거론한다. 또한 정당공천제를 폐지할 경우 지방정치에서 검증되지 않은 '지역 토호'들이 난립할 것이라는 우려도 거론한다. 다 옳은 지적이다.반대론자들은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돼버린 다는 점을 든다.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은 지방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공천권을 쥐고 있는 중앙당 또는 국회의원에 대한 줄서기로 표면화된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총선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사실상 차기 공천권을 거머쥐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줄서기가 다반사로 일어났다. 지방의원들은 자신의 조직을 총동원해 현역의원의 경선과 본선 당선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기초의원들은 총선에서 사실상 '유급 동책(洞責)'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지방의회는 지난 총선과정에서 개점휴업 또는 아예 폐점한 곳도 있었다.다행히 지방의원 공천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대구일보가 최근 실시한 '정당공천제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대구시민의 57.6%가 정당공천제 폐지를 찬성했다. 국회 지방자치연구포럼(대표 이시종)은 오는 정기국회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는 다음 지방선거때부터 반드시 이뤄져야한다. 그 길만이 중앙정치로부터 지방행정이 독립할 수 있는 첩경이다. /윤승용(본지 객원논설위원前 청와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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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7.31 23:02

[타향에서] 프로정신·주인의식으로 문화 인프라를… - 전수천

귀향이랄까! 얼마 전 임실군 운암면 옥정호 가까이에 소재한 조그마한 폐교에 작업공간을 마련하고 서울을 오가면서 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실 마련을 계기로 옥정 호반에 자리한 오스 갤러리에서 작은 전시도 하고 작업실을 보고 싶다는 50여명의 지인들과 관광을 겸한 전시장, 작업실, 옥정호 답사에 나섰다. 그런데 버스를 탄 답사객들은 전시장이나 작업실보다 눈앞에 펼쳐지는 옥정호의 아름다운 경관에 매료되어 감탄의 소리 소리를 토해 냈고 다시 와야겠다는 말을 몇 번씩 되풀이 했는지 모른다.사실 옥정호는 전국 어느 호수들과도 비교 할 수 없는 매력적인 모습을 지닌 아름다운 곳이다. 구비구비 산의 구릉 속으로 파고든 호수는 여성스러운 섬세함과 여성의 모습을 닮은 아름다운 조형미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현재는 상수원 보호 지역이고 한국의 100경에 들어있는 경승지라고 하는데 나는 단연코 한국 최고의 절경이라 말하고 싶다.옥정호는 자연을 바탕으로 문화산업 인프라를 육성할 수 있는 보고이다. 우리나라 호수 중에서는 국립공원을 능가하는 천혜의 자원을 전라북도가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앞으로 충남 연기군에 신행정 중심도시가 들어서고, 새만금 사업을 10년 앞당겨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계획도 발표된 이 시점에서 옥정호의 천혜자원을 신행정 중심도시 그리고 새만금 사업과 연계하여 활용하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한다면 엄청난 인프라를 구축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개발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모든 것을 돈과 연결 시키는 일을 추진 함으로써 환경을 파괴하고 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우를 범해왔다. 그로 인해 정작 중요한 것을 잃고 살아온 과거를 뼈저리게 경험했음에도 여전히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해 오고 있다.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는 베니스의 자르디니(공원)에 세계 26번째로 한국 전시관이 들어섰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공원 안에 자국의 전시관을 지어 비엔날레에 참여하고 싶어도 공원을 훼손하기 때문에 이태리 정부는 정책적으로 건물을 지을 수 없게 규제하고 있다. 다행히 당시 한국은 문화부의 외교 노력으로 자르디니에 한국관을 지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관을 지을 때 공원 경관을 해치는 어떠한 행위도 할 수 없었음은 물론 나무 한가지도 자를 수가 없었다. 이태리 뿐만 아니라 전 유럽의 나라들이 역사와 환경에 관한 한 규제가 엄격하고 자연 환경 보호의 마인드가 생활화 되어있기 때문이다.옥정호는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남아서 무분별한 개발이 규제 되어야 한다. 우리도 이태리정부의 정책과 같이 자연을 보호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향유 할 수 있는 전북의 보물로 존재하도록 해야 한다. 자연생태를 포함한 호수 주변을 아름답고 자연스럽게 정리하고,꼭 필요한 곳에만 도로를 정비하며, 산책로를 조성하여 자연과 사람과 문화가 조화롭게 살아 기능하는 산실이 될 수 있도록 설계 디자인했으면 한다.산책로 곳곳에는 엄선된 조각작품을 설치하여 호숫가를 걷다가 예술작품과 조우 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한편 호수 기슭의 10여 개소에는 작은(10평 내외) 미술관을 만들어 흥미로운 전시를 하고 미술관은 무동력 보트 등의 이동수단을 이용하면 옥정호는 특별한 문화를 체험하는 명소가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시골 작업실에서 꿈꾸어 본 나의 옥정호 프로젝트이다.물론 이와 같은 옥정호 프로젝트를 조성하려면 많은 연구와 노력이 있어야 하고 명확한 방향이 설정되어야 할 것이지만./전수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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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7.24 23:02

[타향에서] 살아있는 헌법을 만들자! - 권태홍

살아있는 헌법(living Constitution)을 만들자 !일하는 연구소에서 워크숍 일정회의를 한 적이 있다.제헌절에 하자는 제안이 나와서 공휴일여부에 대해 논란이 되었고 올해부터 제외된 것을 확인했다. 국회주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공휴일인지 여부도 몰랐다니.하기야 제헌절보다 하루의 공휴일에 관심이 더 많을 것이다.우리가 일상에서 헌법의 존재를 가까이 인식한 것도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4.19혁명과 6월항쟁을 통해서 국민의 힘에 의해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 개헌이 이뤄졌을 뿐 그렇지 않은 경우 권력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1987년 6월 항쟁의 결과 대통령직선제와 5년 단임제, 헌법재판소 신설의 9차 개헌이 이루어졌다. 헌법재판소는 이후 위헌법률 심판, 고위 공직자 탄핵 심판 등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침해에 대응하고 권력 감시기능을 수행함으로써 헌법의 존재감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제 18대 국회에서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대되고 있다.이는 20년 전 개정된 현재의 헌법이 변화된 시대와 국민의 요구 그리고 미래지향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공동의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모 일간지의 6월말 국회의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1%가 18대 국회에서 개헌해야 한다고 답했다.발의시점에 대해서 44%가 2009년을 꼽고 있다.개헌을 이슈로 내건 국회 연구단체 ?미래한국헌법연구회?에는 7월 14일 현재 국회의원 299명의 과반이 넘는 여야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연구회는 그동안 대통령제,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경제조항 등에 대한 토론을 진행해왔다. 앞으로 정부형태, 기본권, 통일조항 등에 대한 토론회, 8월 지방토론회, 9월 TV토론회를 예정하고 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개헌안 초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민주당은 7월 전당대회에서 개헌을 추진한다는 정강정책을 확정했고 국회의장은 2년 임기 내에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한다.개헌은 재적 과반수의 국회의원 또는 대통령이 발의하고 국회의원 재적 2/3이상의 찬성 의결 후 6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 공고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개헌논의를 권력구조에 한정할지, 필요한 모든 의제를 다룰지 등 의제의 범위부터 수많은 갈등과 논쟁이 불가피할 것이다.이제야말로 국민의 손으로 개헌하고 법치를 통한 합의와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할 때이다.개헌논의가 권력구조에 한정해 정치권중심으로 진행된다면 이해관계의 충돌에 머무르거나 비생산적인 논쟁에 그칠 공산이 크다. 권력구조와 관련된 선거법과 정치관계법도 정치권이 생산적인 정책경쟁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또한 영토조항, 통일조항, 경제조항, 국민기본권 등 필요한 모든 면에서 넓고 근본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시민의 참여에 의한 강력한 시민주권운동의 방식으로 진행될 때에 가능한 일이다. 촛불에서 나타난 직접민주주의의 열망, 집단지성의 진화, 비폭력의 치열한 성찰이 개헌문제로 승화되어 모아져야 한다.헌법에 시민주권의 생명력을 불어넣자.살아있는 헌법을 만들고 진정한 법치를 시작하자!/권태홍(사회디자인연구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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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7.17 23:02

[타향에서] 재협상 - 유영대

국립창극단의 5월 완창판소리는 송순섭 명창이 부른 <적벽가>였다. 73세인 대명창의 네시간에 걸친 <적벽가> 완창을 지켜보기 위하여, 객석은 꽉 차고 극장은 열기로 그득하였다. 선생은 언제나 객석의 반응을 살피고는 다음의 소리를 이어간다. 객석에서의 박수소리야말로 자신의 소리에 대한 엄정한 평가라고 스스로 판단한다. 소리대목마다 혼신을 다 하니 중간에 추임새도 많지만 한 대목이 끝날 때마다 박수의 연속이었다. 어느 대목에선가 소리를 끝냈는데도 박수소리가 나오지 않자, "이번 소리는 좀 맘에 안드시오?"라고 청중을 향하여 귀여운 항변을 하였다.소리판은 소리꾼과 관객의 협상 테이블이 되면서 점점 가열차진다. 소리꾼이 주는 것을 객석에서 받기도 하고, 객석에서 보내는 기운을 소리꾼이 받기도 한다. 소리판이 '군사서름타령'과 '자룡 활쏘는 대목'을 지나서, <적벽가> 가운데 가장 박진감 넘치는 '적벽대전' 대목에 이르렀다. 송명창은 오나라 수군의 불화살 공격에 의해 불붙는 조조의 군함을 그려낸다. 소리판의 관객도 조조의 선단에 불타오르는 모습으로 붉게 상기되었다. 수많은 조조 군사들이 상황의 비극성에도 불구하고 해학적으로 죽어 나자빠진다. 송명창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이 대목을 멋지게 연행하였다.<적벽가>에서 조조는 용렬하고 겁많은 지도자로 야유된다. 무모한 전쟁을 일으키고, 최악의 전술을 구사하여 자신의 백만 군사를 몰살시킨다. 그리고 도망길에 오른 조조는 말을 거꾸로 타고 채찍질을 하는데, 말은 적진으로 향한다. 정욱이 "승상은 말을 거꾸로 타셨소"라고 가르쳐 주자, "언제 옳게 타겠느냐? 말 대가리를 뽑아다가 엉덩이에 박아라"고 이르는 데서 못난 지도자 조조에 대한 통쾌한 풍자와 야유가 절정에 이른다. 이 대목에서 박수가 가장 많이 터졌다.이제 송순섭 명창의 절창인 '새타령'으로 넘어갈 차례이다. 송명창이 잠시 숨을 고르더니 청중을 향해 말한다. "이제 '새타령' 부를 차례인데, 송순셉이 '새타령' 듣고 난 다음에 여러분이 다 가버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좀 쉬고 나와서, '새타령'부터 이어부르고 싶은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시오?"라고 협상을 걸어왔다. 객석에서는 "지금 불러주세요", "지금 당장"을 연호했다. 그만큼 송명창의 새타령은 매혹적인 것이었다. 송명창은 "참말로 안가실라우? 그러면 지금 부르지요."라고 대답하며 "산천은 험준허고 수목은 총잡헌디"로 시작하는 '새타령'을 부르기 시작했다.그렇게 감동적인 '새타령'이 끝나고, 송명창은 객석에 인사를 한 다음, 두 번째 휴식을 위하여 무대를 떠났다. 15분쯤 지났을까, 송명창이 고수 박근영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송명창은 좌중을 한번 휘둘러 본 다음에 말했다. "내가 아까 '새타령'을 부르고 난 다음에 쉬는 사이에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송순셉이가 부른 '새타령' 가운데서 젤로 못부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가 다시 한 번 '새타령'을 부르려고 하는데,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송명창은 스스로 자신의 소리에 만족하지 못하다면서 우리에게 재협상을 제안해왔다. 물론 객석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그렇게 해서 재협상이 쉽게 이루어지고, 우리는 송순섭 명창이 들려주는 그 멋진 '새타령'을 두 번 듣게 되는 행운을 누렸다. 네시간에 걸친 <적벽가> 완창을 한 대목도 빼지 않고 불러준 송명창에 대하여, 객석은 10분 동안의 기립박수로 그 예술에 한없는 존경심을 표했다.유영대교수는 남원에서 태어났으며 고려대를 졸업했다. 문학박사. 우석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서울시 문화재 위원으로 활동중이다./유영대(고려대 교수국립창극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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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7.10 23:02

[타향에서] 새만금에도 문화콘텐츠 고민을 - 윤승용

윈난성(云南省)과 함께 베트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남부 광시장족자치구(廣西壯族自治區)에는 카르스트 지형 특유의 절경이 즐비하다. 그 중에서도 '계림산수 갑천하(桂林山水 甲天下:중국에서 계림의 산수가 최고다)'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 구이린(桂林)의 산하는 찬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구이린의 백미는 이 곳을 관통하는 리강(?江)을 유람선을 타고 내려가며 기암기봉을 완상하는 데 있다. 3만여개 가 넘는 100~200여m 높이의 암봉을 느릿느릿 구경하다보면 옛시인의 '별유천지 비인간(別有天地 非人間)'이 바로 이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나게 마련이다.하지만 요즘 구이린은 특유의 절경보다 이곳에서 60여km 떨어진 양숴(陽朔)에서 밤마다 펼쳐지는 수상오페라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곳에서 2003년 11월부터 시작된 수상극 '인상 유삼저(印像劉三姐)'가 바로 그것이다.영화 '붉은 수수밭' '영웅' 등을 만든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판웨 등 신예 연출가 2명과 함께 공동연출한 인상유삼저는 이강 2㎞와 12개의 산봉우리를 자연배경으로 총 600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웅장한 집단 수상극이다. 수많은 배우가 붉은 천을 들고 강을 가로질러 건너고, 온 몸에 전구를 단 배우들이 멀리 있는 산에서부터 물 위를 걸어 관객석 쪽으로 달려오는 등 1시간여 동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 대서사극이 이어진다.중국에는 현재 양숴의 인상유삼저 외에도 장이머우 감독의 실경무대 공연이 윈난성의 설산 고원도시 리장(麗江)의 '인상리장'과 소동파(蘇東坡)가 노닐었던 서호(西湖)의 '인상서호'등 무려 3개나 공연중이다.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공연들이 변방의 시골마을들을 상전벽해처럼 변모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장이머우 감독이 현지인을 대거 조연배우로 활용해 주민들에게 돈을 벌게 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리장의 경우 마을주민들의 년간 출연료가 과거 농사로 벌던 연간 수입의 2배 이상이 돼 주민들의 생활여건이 크게 향상됐다. 현지인들은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이면 연극의 조연배우로 뛴다. 뿐만 아니라 공연이 밤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할 수 없이 하룻밤을 묵고 가는 덕에 숙박업까지 호황을 누리는 등 지역경제가 크게 좋아지고 있다. 말 그대로 문화 콘텐츠 하나가 지역을 환골탈태 시킨 모범사례라 할 만하다.우리 전북에는 구이린에 비길 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은 절경이 즐비하다. 마이산, 내장산, 무주구천동 등등. 뿐만 아니라 새만금사업이 완성될 경우 새만금호수와 선유도 등 고군산군도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고군산군도를 배경으로 새만금호수에서 인상유삼저 같은 수상극을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새만금을 단순히 산업단지 등으로만 개발할 것이 아니라 문화콘텐츠로도 채울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윤승용(51) 본보 객원논설위원은 전주고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정치부장, 노조위원장 등을 거치며 한국기자상을 수상하고 국방부 국방홍보원장 및 청와대 홍보수석과 대변인을 역임했다./윤승용(본보 객원논설위원前 청와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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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7.0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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