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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자유의 노래 - 유영대

유영대(고려대 교수·국립창극단 예술감독)

모처럼 한가하여 뒹굴다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필 앨든 로빈슨(Phil Alden Robinson) 감독의 '자유의 노래'를 보았다. 1961년 미국 남부 미시시피 주에 있는 작은 마을이 무대이다. 영화는 경찰서 유치장에 갇힌 흑인들이 "그 어떤 감옥도 나를 변화시킬 수 없네. 자유의 땅으로 행진하리"라는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첫장면부터 긴장감 있게 진행되어 나는 차츰 자세를 바로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유치장에서 '자유의 노래'를 부르는 흑인들 가운데 오웬이라는 청년이 주인공이다. 장면은 오웬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다. 그는 개울에서 낚시를 하며 즐겁게 보낸다. 아버지 윌은 제대하고 돌아와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오웬 가족은 비교적 넉넉하게 살았다. 마을은 흑인과 백인이 엄격하게 구획지어 살고 있었다. 흑인은 백인의 구역에 들어갈 수 없었다. 이렇게 구분 지워진 것을, 흑인들은 별다른 불편 없이 받아들이면서 살아간다. 윌은 흑인 친구들에게 "우리도 투표를 하여 우리의 권리를 찾자"고 말한다. 그날 밤인가, 한 밤중에 자신의 집이 테러를 당하게 된다. 총을 무차별하게 쏘아대니 유리창이 부서지고 난리가 난다.

 

그리고 다음 장면이 이어진다. 윌의 주유소는 터미널과 맞닿아 있다. 마을 어디건 식당이거나 주유소거나 터미널이거나 백인전용(White only) 구역이 있으며, 흑인들은 그 자리에는 얼씬거릴 수도 없다. 어린 오웬이 백인 식당에 무심히 걸어 들어갔고, 백인 청년이 그를 안고서는 윌을 불렀다. 식당으로 들어갈 수도 없어 머뭇거리자, 백인 청년을 들어오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백인 구역에 잘못 들어왔으니, 아이를 때려서 버릇을 고치라고 요구한다. 윌이 자신은 아이에게 매를 들지 않는다고 말하자, 백인 청년은 그렇다면 자기가 때리겠다고 윽박지른다. 윌은 겁먹은 큰 눈망울로 사정을 하지만 청년은 막무가내이다. 아버지는 어린 아들을 무릎에 엎어놓고 그 큰 손으로 볼기를 때린다.

 

그리고 다시 시점이 청년이 된 오웬으로 이동한다. 여전히 마을의 식당이나 화장실, 그리고 터미널은 백인전용이 있고 흑인들은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없다. 오웬은 이와 같은 차별을 견딜 수 없어 친구들과 항거를 도모한다. 흑인 학생들 네명이 백인 전용 식당에 들어가 커피를 주문한다. 백인인 종업원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지배인이 경찰에 신고하고, 이내 달려온 경찰이 이들을 경찰서로 끌고 가서 가둔다. 이런 일이 반복될 즈음, 흑인인권운동을 지원하는 사람이 이 마을을 찾는다. 이들은 한 팀이 되어서 집집마다 다니면서 "흑인이 투표를 해서 권리를 찾고, 적절할 지도자를 선택하자"고 운동한다. 이들이 벌이는 흑인 투표권 쟁취운동에 대하여 백인들은 폭력적인 방법으로 윽박지른다. 백인이 때리면 흑인은 맞는다. 경찰이 흑인을 붙잡아 끌고 유치장에 가두어도 이들은 대항하지 않는다. 맞아서 안경이 부러져 나가면서도, 백인에게 대들지 않고, 흑인의 투표권을 보장해야 된다고 말한다. 마을의 흑인들이 하나둘 투표인 등록을 하게 된다.

 

아버지 윌은 이런 변화가 두려워서 마을 뒤편 숲속에 조그만 땅을 마련하여 집을 짓는다. 그리고 오웬에게, 흑인운동에 참여하지 말고 함께 집을 짓자고 꼬드긴다. 오웬은 자신이 아니면 이 일을 할 사람이 없다고 하면서, 예전 그 식당에서의 일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오웬은 한 무리의 흑인친구들과 행진을 한다. 한 백인 청년이 그 행진에 끼어들고, 경찰과 백인들은 이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고, 그들을 분리하여 유치장에 가둔다. 유치장에 갖힌 이들은 자유의 노래를 부른다. "그 어떤 감옥도 나를 변화시킬 수 없네. 자유의 땅으로 행진하리". 그리고 영화의 뒷부분에서, 마침내 흑인들의 투표장면이 오버랩 된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후, 미국에서는 흑인인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었다. 오바마는 대통령에 당선되던 날, 시카고의 한 공원에서 "백인의 미국이며, 또한 흑인의 미국이고, 히스패닉의 미국이기도 하고, 동양인의 미국이기도 하고, 부자와 가난한 자의 미국이며, 모든 미국인의 미국이다"라는 멋진 연설을 하였다. 오바마에 대하여 미국사람들뿐 아니라 세계 사람들은 기대와 걱정이 반반일 것이다. 오바마가 구성하는 내각은 어떤 색깔일까, 참 궁금하다. 온통 흑색일까, 백색도 끼어있을까. 진보적일까, 보수적 경향도 담겨있을까? 어제 발표한 오바마 내각 구성원을 보니, 빨간색이 상징하는 공화당 인사와 파란 색이 상징하는 민주당의 인사가 두루 기용되었다. 그래서 오바바가 구성한 내각을 '보라색 내각'이라고 부른다. '자유의 노래'로부터 '보라색'까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한편의 멋진 드라마다.

 

/유영대(고려대 교수·국립창극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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