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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지' '만'의 띄어쓰기

어느 치킨집 벽을 보니 ‘닭이 방금 있었던 일을 망각하는데 걸리는 시간 7초’라고 적혀 있었다. 웃자고 썼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닭의 지능이 그렇게 낮았나? 하긴 ‘닭대가리’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망각하는데’는 올바르게 띄어 쓴 걸까. 가려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망각하는데’의 ‘데’를 띄어서 ‘망각하는 데’라고 써야 한다.

 

‘형은 공부하는데 너는 뭐해?’와 ‘형이 공부하는 데는 어디지?’에 쓰인 ‘데’를 비교해보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어미로 쓰이는 ‘∼데’는 앞 문장처럼 붙여 쓴다. 하지만 ‘거기’, ‘곳’과 같은 뜻의 장소를 나타내는 ‘데’는 의존명사이므로 앞말에 반드시 띄어 써야 한다. 덧붙이자면 ‘지’와 ‘만’도 흔히들 잘못 띄어 쓰는 말이다.

 

‘재활훈련을 시작한지 6개월만에 완투승을 따냈다.’를 보자. 이 문장에서는 ‘시작한지’의 ‘∼지’와 ‘6개월만에’의 ‘∼만’을 앞말에 띄어서 ‘시작한 지’, ‘6개월 만에’라고 써야 한다. 둘 다 일정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는 의존명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만난 지 100일째’, ‘사흘 만에 부활하신 예수님’처럼 써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정도는 붙이거나 띄어 쓰거나 뜻은 다 통하니까 무방한 것 아니냐고? 과연 그럴까.

 

어느 신문기사의 제목을 보니 ‘광주FC 새 감독 확정, 1년만 컴백’이라고 적혀 있었다. 무슨 뜻일까. 두 가지다. 하나는, 감독 생활을 더도 말고 1년 이상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너만 가도록 해라.’의 ‘∼만’과 쓰임이 같다. 다른 하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감독 생활 쉰 기간이 1년이라는 뜻이다. 제목대로라면 첫 번째가 맞다. 그런데 기사 내용은 후자 쪽이다. 그럴 때는 ‘1년 만 컴백’이라고 ‘만’을 띄어 써야 한다. 물론 ‘1년 만에’라고 써주면 더 정확해진다.

 

그간의 복잡한 일을 정리하고 앞으로는 선수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쓰러지는 그날까지 의욕적으로 일하려고 마음먹은 그 감독이 ‘1년만 컴백’이라는 제목을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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