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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환율 올렸다?···한국은행, 책임전가 논란

이창용 총재, 거듭 국민연금 등 해외투자 환율 상승 원인 지목
실제 지난해 말 국민연금 투자는 감소, 전문가 “잘못된 원인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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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를 거듭 고환율의 주요 요인으로 거론하면서, ‘책임전가’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민이 납부한 기금을 국내외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최근 환율 관리 책임을 지고 있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를 환율 상승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하는 발언을 이어가자, 원인 분석이 과도하게 단순화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창용 총재는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거시경제에 주는 영향을 무시하기에는 국민연금의 규모가 너무 커졌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28일 홍콩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는 “국민연금의 지속적인 해외투자 확대”를 10~11월 환율 상승의 핵심 원인으로 진단했다.

이 총재는 이 자리에서 “외환시장 규모에 비해 상당히 커진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는 원화가 평가절하될 것이라는 기대를 만들고, 이 기대가 개인투자자들의 해외투자 선호로 이어진다”고 언급하는 등 환율방어와 관련해 국민연금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시장 개입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환율 급변시 실질적인 방어 역할을 맡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글로벌 달러 강세와 통화 공급 확대 등 구조적 요인이 고환율의 주된 배경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부차적 요인에 불과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만을 부각하는 것은 본연의 책임을 흐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논란은 한국은행이 고환율이 이어졌던 지난해 10~11월 국민연금 등 일반정부의 해외주식 투자가 증가한 점을 언급하면서 더욱 확산됐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일반정부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40억8580만 달러로 전월(39억7,540만 달러) 대비 2.8%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이를 근거로 고환율 국면에서 정부 부문의 해외주식 투자가 확대된 점을 지적했는데,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투자정책이 정부의 환율방어 기조와 엇갈리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규모는 오히려 전월 대비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일반정부’ 통계에는 국민연금을 포함해 여러 기금운용 주체가 함께 포함돼 있음에도, 이를 구분하지 않은 채 국민연금의 투자 확대가 환율 상승으로 이어진 것처럼 설명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국민연금은 올해 1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외환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올해 해외주식 목표 비중을 당초 계획보다 절반 이상 축소하기로 결정하는 등 정부의 환율 방어 정책에 협조하고 있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앞서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해외투자 확대 기조는 유지해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환율 상승은 여러 대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증가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과거 시행했던 저금리 정책의 영향을 회피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환율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은 국내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운데 통화가 많이 풀린 데 있다”며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비중을 늘리는 것은 단기적으로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률 저하로 국민 노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행이 국민연금을 환율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본다면 원인 진단 자체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수 기자

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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