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10년이 그랬던 것처럼 더디고 느릴망정 꾸준히 시를 쓰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다시 또 10년 뒤엔 두 번째 시집이 나오지 않을까요?”62세의 늦깎이 시인, 이현정 씨(무주군 설천면)의 바람은 한 없이 여유롭고 소박했다.
정식 등단하기 전 그는 무주의 ‘산글’이라는 여성작가 동인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2002년 즈음에 다니던 주부대학의 글쓰기 수업이 인연이 됐다. “전선자 선생님께서 저를 눈여겨 봐주셔서 재미를 붙였던 것 같아요. 그때 선물로 받은 선생님의 수필집은 깊은 감명을 주었고 다 읽고 났을 때 ‘나도 내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곤 선생님께서 권하신 동인과 문단활동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2005년 등단을 했고 이후로 20년 가까이 한국문인협회와 전북문인협회 등 여러 문인협회에서 회원으로 활동하며 시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7남매 중 맏딸로 태어난 이현정 시인은 동생들에게 ‘엄마’노릇을 하느라 초등학교조차 다 마치지 못했다. 그런 그를 위로했던 건 무주의 자연이었다. “당시 저희 집 소여물 줄 풀을 베러 나갈 때마다 주변경치에 반하곤 했지요. 어릴 때였지만 자연을 보고 느끼거나 떠오른 생각들을 집에 와서 메모해두곤 했던 게 지금 생각해보면 시였던 것 같아요” 가난과 가족들 틈에서 시인의 소양을 키웠던 그는 독서와 글쓰기를 즐기며 세월을 따라 찾아온 운명을 받아들였다.
그는 시인이면서 ‘아이돌보미’다. 어린 시절부터 동생들을 돌봐왔지만 한 번도 싫은 적이 없었다던 그에게 이 직업은 천직과도 같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려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던 게 계기가 됐고 그렇게 무주지역 아이돌보미 1호가 된 그는 2009년부터 지금껏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 틈틈이 시를 쓰고 있다. 10년이 넘는 시간과 함께 켜켜이 쌓인 시를 모아 지난해 여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때로 아이들의 시선이 자신보다 더 밝을 때가 있다는 그는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더 많은 시상이 떠오른다고 했다. “새벽 5시에 기상해서 8시쯤에 출근해요. 하루 종일 아기와 함께하는 게 즐겁고 행복하긴 하지만 퇴근해서 집에 가면 초주검이 되곤 하지요. 그래도 아이와 함께하면서 떠오른 시상은 꼭 메모해두고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시로 옮긴답니다”
62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소녀감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이현정 씨. ‘아이들’과 함께 ‘무주의 자연’은 그를 시인으로 키워 낸 원천이 됐다. 아이들을 돌보며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아이들에게서 영감을 얻는다는 이현정 시인의 또 한 가지 바람은 늙지 않는 시를 쓰는 것이라고 한다. 비록 조금은 더디지만 꾸준히 글을 써내려가는 우직함을 보며 언젠가 세상에 내어질 그의 두 번째 시집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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