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밴 이웃사랑 지역사회 민원해결도 앞장
“어려운 이웃 위해 연탄재 같은 삶 살고 싶다”
“대통령이 와도 풀기 어려웠을 수십 년 묵은 지역 난제를 모두 해결하셨어요. 정천 발전을 적어도 10년 앞당기셨죠.” (진안 정천면 박희규 이장협의회장)
“세상 어디에도 이런 면장님은 없을 겁니다. 공과 사의 구분이 확실하고 약자 배려가 넘쳤어요. 궂은일에 마당쇠처럼 몸을 던져 감탄이 절로 나왔어요.” (진충국 정천면노인회장)
진안 정천면 이명진(59) 면장이 29일 정년퇴직했다. 부귀면장, 진안군의회 수석전문위원, 민원봉사과장을 거쳐 마지막 발령지인 정천면에서 35년 정들었던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그런데, 면장 퇴직에 지역사회 곳곳이 아쉬움으로 술렁인다.
이 면장의 ‘삶’은 알고 보면 비범함의 연속이었다. 퇴직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그는 퇴직을 앞두고 휴가도, 퇴직여행도, 퇴임식도 포기해 감동을 선사했다. 22일이나 남았던 연가를 사용하지 않고 민원 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공직 생활 마지막 달인 12월 한 달을 오롯이 휴가로 때울 수 있었지만 그것을 포기했다. 그는 “민원인이 눈에 아른거려 도저히 편히 쉴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다. 퇴직자들이 으레 떠나는 졸업(?) 여행도 가지 않았다. “500만원가량의 세금(군비)을 지원받아 퇴직여행을 하는 것은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라고 봤다”는 게 이유다.
하나 더 있다. 퇴임식도 열지 않았다. 코로나19 창궐 시국에 다중 집합을 유도하는 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동료 직원들과 조촐한 티타임 자리 후 29일 그는 사무실을 떠났다.
어린 시절 그에겐 가족을 건사하지 않고 집을 떠나버린 부친이 있었다. 때문에 형제들과 함께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좋은 옷 한번 걸쳐보지 못하고 ‘고난과 역경을 친구 삼아야 하는’ 유년시절을 보냈다. 하루를 연명하며 살아남는 것이 당시 가장 큰 숙제였다던 그는 학교 갈 형편이 못돼 같은 나이또래보다 3년이나 늦게 초등학교 문턱을 밟았다. 그는 “그것만이라도 천만다행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초·중학교 시절 우등상과 반장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장학금 예찬론자인 그는 “학교에서 장학금을 주지 않았다면 아마 졸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어른이 되면 학교에서 받은 사랑을 꼭 갚겠노라 다짐했다”고 밝혔다.
그 다짐을 지키기 위해 공직 입문 후 그는 모교에 20년째 장학금을 기탁해 오고 있다. 지금은 초등교사 등 어엿한 직장인이 된 자녀들까지 이 면장과 뜻을 같이하며 장학금 기탁 대열에 합류 중이다.
전주 신흥고를 졸업한 청년 이명진은 가정 형편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곧바로 시험을 치러 공직에 투신했다. 그는 초보 공무원 때부터 일처리가 똑 부러지고 부당한 협박이나 회유를 일언지하에 거절할 줄 알았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단칼’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부당한 재물을 탐내지 않는 청렴한 공직자로 이름이 나면서 지난 2011년 공직자 최고 영예인 청백봉사상(제35회)을 수상했다.
‘단칼’ 말고 그에게 붙은 또 하나의 별명은 ‘해결사’다. 그는 난마처럼 얽힌 민원에 자발적으로 뛰어 들어 기필코 해결하는 근성을 보였다. 도배나 장판, 보일러 또는 상하수도 수리 등 취약계층 민생 현장에서 온몸으로 부대꼈다.
정천면장 3년은 더욱 그랬다. 그가 해결한 민원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 마을이나 개별 가구의 피해목 제거, 교통사고 부추기는 도로변 수목 제거, 장마 때마다 되풀이되는 도로배수로 상습 막힘의 근원적 해소 등등. 그 가운데에서 가장 압권으로 꼽히는 것은 극심한 의견 대립으로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던 ‘면 소재지 진입로 확장’에 성공한 것이다.
한 면민은 이명진 면장을 “이 시대의 진정한 목민관”이라 불렀다.
이 면장은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시구를 소개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연탄재 같은 삶을 살고 싶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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