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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을 여는 시] 봄이 오던 날

조미애

지난겨울의 추위는 차라리 슬픔이었다

누가 알았을까 저 땅속에 숨어 있었다는 것을

폭설이 한참을 헤집고 있을 때에도 미세한 파동으로

꿈틀거리면서 신호를 보내왔던 것인데

지면의 압력과 대립하면서 두텁던 씨앗의 껍질을 깨고

흙과 함께 숨 쉴 날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여린 색깔로 여린 몸짓으로 여린 생명이

제 스스로 고개를 들고 세상에 나오던 날

땅속 물질과 땅 위 물질이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은 공기를 호흡하면서 그렇게 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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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도 산통을 한다. “씨앗의 껍질을 깨고” “미세한 파동으로” 꿈틀거리며 온다. 담장 아래 납작 엎드려 고개를 내민 봄꽃은 밟히지 않으려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마스크를 쓰고 외면했을 뿐 그렇게 힘든 생명이 꿈틀거리는 몸짓에 관심이 없었음을 고백한다. 그냥 지나쳤다. 가장 해맑고 신선한 그리고 찬란한 향기로 위로해줄 봄이 왔다. 누군가에게 함께 호흡하는 공간에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보고 싶다고 전하고 싶은 봄날에.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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