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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황보윤 소설가-C.S. 루이스 ‘순례자의 귀향’

섬을 찾아 길을 떠난 소년의 이야기

순례자의 귀향 책 표지/사진=독자

C.S. 루이스는 영화로도 제작된『나니아 연대기』의 작가로 이름이 잘 알려져 있다. 북아일랜드 태생의 작가는 어린 시절 북유럽 신화와 초자연적인 이야기를 좋아했으며, 19세 때 1차 세계대전에 자원입대해 복역하던 중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런 경험이 환상소설에 자연스레 녹아들었을 것이다. 『나니아 연대기』는 작가가 오십 대에 출간한 시리즈물이다. 그에 비해『순례자의 귀향』은 삼십 대 초반에 쓴 첫 소설이며, 무신론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뒤에 쓴 자전적 소설이다. 은유와 비유로 가득한 난해하고도 복잡한 책의 후기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혔다. ‘이 책의 모든 내용이 자전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저는 제 인생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야기를 하려 했습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길 위에 선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퓨리타니아에서 태어난 소년 존은 어느 날 부모의 손에 이끌려 큰 돌집에 사는 집사를 만나러 간다. 집사는 온 땅의 주인인 지주님의 규칙에 대하여 말해 준다. 규칙을 어기면 전갈과 뱀이 우글거리는 검은 구덩이에 던져진다는 말에 두려움을 느낀 존은 규칙의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존은 우연히 숲의 끝자락, 서쪽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섬을 보게 되고 그곳을 향한 열망을 키워나간다. 지주님의 해고 통지를 받은 외삼촌이 동쪽 개천 너머에 있는 산으로 떠난 뒤 존은 숲속에서 갈색 여자를 만나고, 섬을 향한 목마름을 욕망으로 치환시킨다. 죄, 즉 갈색 여자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자, 존은 잊고 있던 달콤한 갈망을 떠올리고 집을 떠난다.

섬을 찾아 서쪽으로 향하는 순례 여정은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과 단테의 『신곡』을 닮았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에서도 어떤 깨달음이나 보물을 찾아 길을 떠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C.S. 루이스는 이름 붙일 수 없는 그 무엇, 아무리 애써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하고 아쉬운 그 무엇을 찾기 위해 ‘대중적 실재론에서 철학적 관념론으로, 관념론에서 범신론으로, 범신론에서 유신론으로, 유신론에서 기독교’에 이르는 지난한 길을 걷는다. 그리고 마침내 찾게 된 그 갈망에 기쁨(joy)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존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존은 ‘스릴’이라는 시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계몽 선생을 만나 평소 궁금해하던 것을 묻는다. “어쩌다 사람들은 지주가 있다고 믿게 되었을까요?” 계몽 선생이 답한다. “지주는 집사들의 발명품일세.” 덧붙여 집사들은 현대과학에 대한 지식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마음을 짓누르던 부담에서 벗어난 존은 작은 언덕에 올라서서 “지주가 없다”고 외친다. 그때 미덕이 다가온다. 존은 미덕에게 규칙을 지킬 필요가 없어졌고, 새총으로 새를 쏘아도 간섭할 이가 없어졌다고 말한다. 미덕은 새를 쏘고 싶은지 묻는다. 새총을 만지작거리던 존은 곧 아니라고 대답한다.

존은 미덕과 여행을 계속한다. 시대정신의 땅에서 두 사람은 프로이트에 갇혀 있다가 이성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그곳을 벗어난다. 그러나 거대한 협곡이 그들을 막아선다. 둘은 협곡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기 위해 북쪽으로도 가고 남쪽으로도 간다. 그들 앞에 나타난 무지와 교만과 세속적 교양과 관대와 지혜들이 무모한 여행을 만류하지만, 존은 역사라는 이름의 은자에게 인류 사상의 변천사를 배우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협곡을 건너 마더 커크(Mpther. Kirk)가 있는 곳에 당도한다. 존은 먼저 온 순례자들과 함께 바다를 바라본다.

존은 과연 섬을 보았을까? “세상은 둥글어요. 당신은 세상을 반 바퀴 돌았어요. 저 섬은 산이에요. 말하자면 산 반대편이고, 실제로는 섬이 아니지요.” 안내자의 말에 의하면 그 섬은 외삼촌이 올라간 산의 이면이었다. 존은 퓨리타니아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귀향길은 같지만 다른 길이었고, 존은 처음으로 세상의 진정한 모양새를 보게 된다. 

황보윤 소설가는

전북일보와 대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소설집 <로키의 거짓말>, <모니카, 모니카>, 장편소설 <광암 이벽>, <신유년에 핀 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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