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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동학농민혁명 서훈, 왜 1차 봉기 참여자 배제하는가

박대길 문학박사·동학농민혁명 전주완주유족회 자문위원

최근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에 대한 독립유공자 서훈 추진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그 대상을 ‘2차 봉기 참여자’로 한정하면서, 동학농민혁명의 출발점이자 보국안민과 민주개혁의 가치를 담은 1차 봉기는 서훈 논의의 장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시기별로 나누어 평가하는 이 같은 접근이 과연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성격과 전북이 지켜온 혁명의 의미를 온전히 반영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북특별자치도는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이자 성지다. 특히 시기적으로 나누는 동학농민혁명 1차 봉기는 단순히 지역적 민란을 넘어, 부패한 신분제 봉건 질서를 타파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서막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부 단체와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독립유공자 서훈 논의의 골자를 보면, 전북특별자치도가 지켜온 이 소중한 역사의 전반부가 통째로 잘려 나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들의 주장대로 하면, 동학농민군 토벌에 참여한 안중근 의사와 혁명 지도자 김개남을 밀고한 임병찬 의병장 등은 졸지에 ‘독립유공자를 토벌하거나 밀고한 자’가 되는 황당무계한 역사적 모순과 민족 영웅을 모독하고 자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서훈 방식을 ‘항일’의 단일 기준에 담은 「독립유공자법」에 맞추다 보니,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효시라 할 수 있는 1차 봉기의 ‘보국안민․민주개혁’ 가치를 부당하게 저평가하는 데 머물지 않고 아예 배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즉 1차 봉기와 집강소 시기에 희생당한 선열들을 서훈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구조적 모순을 낳는다. 또한 역사의 연속성을 무시한다는 지적을 넘어 참여자 간 형평성 상실은 물론 동학농민혁명이라는 단일 사건을 두 동강 내고, 참여자들은 물론 그 후손들마저 두 패로 나누는 분열과 갈등을 유도한다는 우려를 낳는다.

한편 ‘2차 참여자는 독립유공자로 서훈하고, 1차 참여자는 별도의 명예 회복으로 예우하자’라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 하나의 역사적 사건인 동학농민혁명을 편의에 따라 둘로 나누고, 예우의 성격과 무게를 달리 매기겠다는 발상은 또 다른 차별이고, 혁명 참여자들을 모독하는 행위다. 뿌리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열매만 취하겠다는 태도는 역사 앞에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현행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은 일제강점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것은 법률 용어 자체가 ‘독립’을 전제로 한다는 데 있다. 이는 상실된 ‘국권’을 되찾아 본래대로 행사하는, 즉 ‘회복’하는데 공헌한 선열을 기억하고 기리며 예우하는 데 있음을 뜻한다. 

이에 비추어 보면,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1894년은 국권을 상실한 것이 아니라 일본제국주의로부터 단계적으로 국권을 침탈당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현행 독립유공자법은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시대적 특수성과 국권 침탈 이전의 항일 투쟁이라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포괄하기에 법률적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억지로 기존의 틀에 끼워 맞추기보다 동학농민혁명의 특수성을 반영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동학농민혁명은 ‘안으로 보국안민, 밖으로 척양척왜’라는 두 기둥을 모두 수호할 때 비로소 온전한 기억과 기림, 그리고 계승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먼저 해야 할 일은 ‘2차 봉기 참여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독립유공자 서훈’이 아니라 동학농민혁명이 단순한 항일 투쟁을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라는 입법 절차를 거쳐 지위를 정립하는 일이다. 즉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국권 수호의 뿌리가 동학농민혁명에 있음을 입법으로 확정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역사적 근간을 공고히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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