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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당장 결혼이 어려우면 연애나 동거부터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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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만 정론실천연대 대표·전 청와대 춘추관장

프랑스에는 결혼(mariage) 외에도 ‘동거(cohabitation, 꼬아비따숑)’와 ‘시민연대계약(PACS)’이라는 두 제도가 있다. 결혼 전에도 법적 보호는 다소 약하지만 동거를 통해 관계를 경험할 수 있고, PACS를 체결하면 결혼과 거의 다름없는 혜택을 받는다. 젊은 세대가 결혼 대신 동거나 PACS를 거치는 것은, 완전한 결합이 아닌 단계적 관계를 통해 사귐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려는 시도다. 

전주와 완주의 통합 논의를 보며 이 프랑스식 접근이 떠오른다. 통합이란 ‘결혼’일 테고, 연합은 ‘동거’나 ‘PACS’에 가깝다. 전주·완주 통합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안호영 의원이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서며 불씨는 살아났지만, 완주군의회와 다수의 주민들은 여전히 “배신”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의 찬반이 엇갈리며 논의는 다시 가열되고 있다. 통합이 성공하려면 중앙정부의 법적, 재정적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처럼 주민 반발이 큰 상황에서는 통합 추진만 밀어부치기보다는  공론화와 인센티브 확대를 먼저 하는 노력이 우선일 수도 있다. ‘전남·광주 통합특례법’에서처럼 과도한 요구가 특례쟁탈전으로 비화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자치권 범위를 넘어서는 초헌법적 요구는 허용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도시공학전공인 전북 출신의 서울시립대 정석(鄭石) 교수는 “통합이 어렵다면 연합부터 해보라”고 제안한다. 전주와 완주는 생활, 경제권이 이미 깊이 겹쳐 있다. 꼭 행정구역을 합치지 않더라도 교통과 문화,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가용보다 더 빠른 BRT(간선급행버스체계) 확충, 지간선 버스 노선 개편 통합, 전주시 체육·문화예술시설과 의료시설의 완주 주민 개방, 택시사업구역 통합 등이다. 이런 실질적 연합 경험은 주민들에게 통합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1998년 여수·여천시·여천군(3여)의 통합은 주민들의 자발적 발의와 충분한 논의 끝에 성공했지만, 대구·경북과 목포·무안의 통합은 충분한 설득이 부족해 실패로 기록됐다. 전주·완주 통합이 그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통합이 ‘수술’이라면 연합은 ‘시술’이다. 수술이 위험할 때는 시술부터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지역을 살리는 길은 행정구역을 억지로 지우는 데에만 있지 않다. 교통, 경제, 복지, 문화, 정책의 연결을 통해 자연스레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이는 데에서 해법이 나올 수 있다. 충북 증평, 진천, 괴산,음성의 ‘중부 4군’과 전남 강진,해남, 영암의 ‘강해영’은 연합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전주와 완주. 지금은 연합이라는 우회로가 통합으로 가는 현실적 길일지도 모른다. 당장 결혼이 어렵다면 연애부터, 동거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여기서 한 가지 유념할 게 있다. “완주 쪽이 통합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며 무조건 비난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완주는 작년 말로 인구가 10만명을 넘기면서 정읍을 제치고 인구 4위가 됐고 지금도 전북 14개 시군 중 유일하게 인구가 늘고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의회 의원수는 정읍이 17명, 완주는 11명이다.  불만에 이유가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지원도 필수적이지만 그 전에 전북도에서부터 완주에 어떤 유인책과 장려혜택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며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전주, 완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관계자들이 애면글면 애쓰고 있는 만큼 결국에는 잘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좀 미워보이더라도 완주를 잘 안고 가야 한다.

김기만 정론실천연대 대표·전 청와대 춘추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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