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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제작비 3천만원의 무대

 

 

인구 10만이 조금 넘는 지방소도시에서 무대작업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사치일 수 있다. 투자된 금액에 비해 효과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원시립국악단이 제작한 가무악극‘시집가는 날’(24일∼26일·南原춘향문화예술회관)은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준 작품이었다.

 

사실 800석 규모의 극장에서 2시간여의 본격적인 공연물을 올리는 일은 그리 녹녹한 작업이 아니다. 만만치 않은 제작비용에 그만한 인력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남원시립국악단의 이번 무대에 특별한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번 가무악극의 제작에 투자된 예산은 대략 3천만원 정도. 비슷한 형식과 규모의 공연물들이 대략 1억원 정도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현실로 비추어보자면 터무니 없이 부족한 예산이다.

 

무대미술에만도 천만원 단위의 예산이 투자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예산 규모가 얼마나 열악한 조건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이쯤되면 이런 여건에서도 공연을 올린 국악단의 열정에 우선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무대 뒷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그 감동은 더 커진다.

 

이번 무대에 배경으로 사용된 일곱개의 큰 그림은 다른 공연장을 돌며 찾아 임대한 것이다. 무대의 소품들도 흥부제·춘향제 등 행사가 끝나고 버린 물품을 모아 짜맞추었다. 객석 진행 등 보조스탭은 잠깐 쉬고 있는 후배 예술인들에게 부탁했다.

 

음악, 조명, 의상, 분장, 소품 등 기본적인 부문에는 예산이 투자됐지만 그것도 확실하게 긴축한 할인금액(?)이다. 

 

국악단에는 창극 제작을 위한 별도의 예산이 없다. 시에서 편성한 예산은 대부분 인건비.

 

이 단체의 살림을 맡고 있는 실무자는 “자체적으로 예산을 충당해야만 가능한 창극 제작을 위해 식비나 기타 비용을 줄였고, 모자라는 금액은 몇몇 예술인들이 십시일반 했다.”고 털어놓았다.

 

예술 작품은 작품 그 자체로 평가되어야하기 때문에 적은 제작비용이 들었다고 해서 꼭 내세울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수천만원이나 억단위 예산을 지원받고도 완성도는 커녕 자기 만족에 빠져 정당한 평가 조차 인정하려들지 않은 능력있는(?) 예술인들보다 이들의 소박하지만 열정적인 무대가 훨씬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분명 따로 있을 듯 하다.

 

/최기우(본사 뉴미디어부 기자)

 

 

 

최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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