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7시 30분 전주 경기전 마당. 산조예술제가 어렵게 모셔왔다는 '김진희의 산조 엑스터시'가 시작됐다. 한 오백 명쯤. 90분의 엑스터시가 진행되면서 그 공간은 마당을 둘러싼 푸른 빛 대나무 숲처럼 사람들로 빼곡해졌다. 동원 관객이나 입장권 강매에 익숙한 문화환경에서 본다면 흔치않은 풍경이다. 예산에서만도 100배가 넘어서는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개막식이 열린 같은 시간. 산조예술제에 관객이 많지 않으리라던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산조판은 국내 사투리의 집합이라 할 수 있을만큼 전국각지에서 모여든 관객들에, 어깨춤이 자연스러운 외국인들로 푸짐했다.
'난 자리' 없이 '든 자리'만 있게 한 것은 공연팀의 '혼의 무대'. '산조의 세계화'와 '조국의 통일'을 기원하는 김매물 만신이의 발디딤과 맴돌이가 더해질수록 관객들은 흥에 취해 빠져들었다.
"홍보도 많이 못했는데, 이게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넓지 않은 공간의 '구름인파'에 주최측도 어리둥절해했다.
지난해보다 일정이 하루 짧아진 올해 산조예술제가 마련한 프로그램은 고작 3개. 5년의 세월, 다섯 번째를 맞는 마당치곤 초라하기 그지없었지만 이들 단촐한 프로그램의 흡인력은 대단했다. 그 프로그램 하나 하나에는 지금까지 산조예술제가 걸어온 녹록치 않은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이다.
혼이 담긴 춤으로 관객의 호흡을 멎게 했던 '산조 즉흥춤'과 다양한 장르와 악기의 조화를 보여준 '김진희의 산조 엑스터시'는 미래의 산조를 보여주는 듯했고, 판소리의 대중화를 쫓는 '또랑강대 콘테스트'의 유쾌함은 그 깊이를 더했다.
산조에서 희망을 찾거나 축제의 전형을 모색하는 사람들, "놀러왔다가 마음에 들어서” 함께 한 사람들이 모인 산조예술제는 진정한 축제였다.
중견 예술인이나 대학 교수들이 대부분인 조직위원들도 산조예술제에서는 모두가 현장 스탭. 그들은 기꺼이 자신의 특장을 살려 축제의 한 부분이 되었다. 눈 먼 돈이 날아다닌다는 세상. 그럴싸한 서류 몇 장이면 관의 푸진 지원금을 받아낼 수도 있었지만, 산조사람들은 '무일푼 봉사' '돈 내고 봉사'하는 방법을 기꺼이 선택했던 문화판 '바보'들이기도 하다. 산조예술제의 미덕은 바로 이들 '바보'들로부터 나오는 힘이다.
소리축제가 한창이다. 취재현장을 다니며 '산조의 바보들'이 자꾸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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