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소리축제와 산조예술제·행위예술제의 바통을 이은 전국체전문화행사와 한옥마을마임축제가 지난 15일 일정을 끝냈다. 지난 달 시작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19일 한 달간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이제 18일부터 옛 '퍼포먼스 바 내추럴 맵'(전주시 경원동)에서 열릴 동문거리축제가 올해 가을의 여운처럼 남았다.
이 축제들의 의미를 한층 높여준 것은 '공간'이었다. 고품격 설비의 무대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 있었고, 한옥생활체험관·전통문화센터의 열린 마당도 시민들의 발걸음을 끌기엔 충분했다. 전동성당·경기전의 고풍스러움도 전주의 축제를 한층 아름답게 했다.
마임축제는 한옥마을을 적절하게 이용한 대표적인 축제다. 다문·교동다원 등 한옥의 처마와 마당은 축제의 가치를 한층 높였고, 도시의 이미지도 새롭게 했다. 한 마이머의 말처럼 한옥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에너지를 가진 전주는 행복한 곳이었다. 5년전 한옥마당을 문화공간으로 연출했던 산조예술제의 과감한 발상이 더 귀하게 느껴진다.
전국체전문화행사 기획팀은 또다른 발상으로 '걷고 싶은 거리'(전주시 고사동)를 신선한 충동과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거리 한복판에 설치된 그랜드 피아노는 그 자체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주변 어린이들이 연주자와 함께 건반을 두들겼고, 상인들도 연주에 동참하며 문화 거리의 변화에 두 팔을 걷어 붙였다. 지금껏 4회를 치른 전주국제영화제를 비롯해 그 거리에서 열린 다른 축제들에서 쉽게 하지 못했던 시도다. 사실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그저 발상을 바꾸고 행동으로 옮겼으면 그만인 일들이었다. 허나 익숙한 도시의 중심을 낯선 공간으로 연출하려는 '결단'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거리'를 내세운 동문거리축제는 올해 '상자'에 갇혔다. 지난해 동문거리 한복판에서 차량통행을 금지시키고 열었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 큰 변화다. 요술상자처럼 '상자'가 열리면 모두를 깜짝 놀랠 또 다른 무언가를 기다린다. 그들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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