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딱따구리] "연구원, 그까짓 것 대충..."

전북발전연구원이 전북도로부터 용역을 받아 최근 제출한 400페이지 분량의 2004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 평가보고서.

 

3500만원짜리 보고서 첫 페이지는 평가가 왜 필요한지, 평가의 목적은 무엇인지, 그리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직접 평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보고서 마지막 장에는 지역 문화계에선 알만한 전문가 10여명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했음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 처음과 끝은 모두 ‘거짓말’이다. 이들 전문가들은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일이 없다. 지난해 초, 평가위원으로 활동해달라는 연구원측의 전화 한통 이후 단 한차례의 평가단 모임도 없었다. 실제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음악을 전공한 1명과 나머지는 행정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한 3명의 연구원 식구들이 맡았다. 비전문가들이 10개가 넘는 예술장르들을 넘나 들며 예술성을 평가하고 점수도 냈다. 보고서에는 ‘예술인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곁들였다.

 

또하나. ‘유령 명단’을 넣어 보고서를 제출한 것이 실수가 아니라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점이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것은 이들 전문가들에게 마치 수당과 여비 등으로 1500만원이나 쓰여진 것처럼(또는 쓰여질 것처럼) 서류를 꾸며 제출했다는 점이다. 연구원측은 용역비 3500만원 중 절반만 받았기 때문에 아직(?) 집행한 것은 아니라는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도에 제출한 정산서류는 속이려 단단히 마음먹지 않았다면 제출할 수 없는‘사기’ 수준의 서류임이 분명해 보인다.

 

상식수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이런 일들이 도민들의 세금으로 쓰여지고 있고,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 적당히 넘어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적당히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개그맨의 유행어 한 대목이 떠오른다.

 

‘연구원, 그까짓 것 대충 명단 넣고 영수증 맞춰서 보고서 내면 되는데…뭐가 어려워’.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사건·사고경찰, ‘전 주지 횡령 의혹’ 금산사 압수수색

정치일반‘이춘석 빈 자리’ 민주당 익산갑 위원장 누가 될까

경제일반"전북 농수축산물 다 모였다"… 도농 상생 한마당 '신토불이 대잔치' 개막

완주‘10만490명’ 완주군, 정읍시 인구 바짝 추격

익산정헌율 익산시장 “시민의 행복이 도시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