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顯忠日), 사전 뜻풀이를 보면 ‘나라를 위하여 싸우다 숨진 장병과 순국선열들의 충성을 기리기 위하여 정한 날’이라 되어 있다. 올해 4월 30일 현재 국가 유공자, 5·18 민주유공자, 특수임무수행자를 모두 합하면 보훈대상자는 287,111명이다. 그 중에는 유족 131,551명이 포함되어 있다. 보훈대상자 중에는 전몰순직·전공상군경, 무공수훈자, 보국수훈자, 재일학도의용군인, 4·19혁명 희생자, 공로자, 순직·공상공무원, 특별공로 순직자 본인은 149,771명이며 그 유족은 124,604명에 이른다.
해마다 6월이 되고 6일이 되면 호국영령 앞에 머리를 숙인다. 자신의 한 몸을 희생시켜 이 나라의 안위를 지킨 고귀한 정신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들을 그리 오래 기억하지 못한다. 남의 중병(重病)이 내 고뿔만 못하다는 말이 적절하다. 고귀한 희생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 되었지만 우리는 그들 호국영령을 쉽게 잊는다.
부지런히 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 일개미이지만 그 중에서도 일을 하지 않고 노는 녀석이 있다고 한다. 다만 그렇게 놀고 먹는 ‘무임승차형 개미’가 소수라는 점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뿐이다. 그러니 우리가 나라를 위해서 희생을 마다 ㅇㄶ은 이들을 잊을 수도 있겠다. 다만 잊는 이들이 소수가 아니고 다수일지 모른다는 우려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요즈음에도 해방 이후의 정치·사회적 여정을 극화한 드라마가 방영 중이다. 극화(劇化)한 것이니 접고 볼 일이지만 보편적 진실은 어느 정도 담보하고 있지 않나 한다. 한일합방 전에는 나라를 팔아 먹고 일제시대에는 그 앞잡이를 하고 해방 이후에는 건국의 주역이 되는, 그래서 나라를 위해서 옳은 일을 하려는 이들을 시대가 바뀌어도 굳건하게 괴롭히면서 양지(陽地)에서 양지로 옮겨다닌 처세의 달인들이 활개를 치는 보편성을 보면서 분개한다.
현충일에 신동엽 시인의 시를 생각한다. “껍데기는 가라./사월도 알맹이만 남고/껍데기는 가라.//껍데기는 갈./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껍데기는 가라.//그리하여, 다시/껍데기는 가라./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아사달 아사녀가/중립의초례청 앞에 서서/부끄럼 빛내며/맞절할지니//껍데기는 가라./한라에서 백두까지/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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