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우리 사회 전반에 주어진 과제이기도 하다. 탄핵정국 이후 더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국론 분열과 양극화, 이념 대립, 지역과 세대의 갈등을 봉합하고 통합과 협력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국민통합과 함께 공간과 조직·시스템을 결합하는 물리적 통합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다시 높아졌다. 실제 각 분야에서 통합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우선 인접 지자체들을 하나로 묶어 행정·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지방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행정통합이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정부도 올초 광역시·도간 통합과 시·군·구 통합, 특별지자체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 권고안’을 내놓았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가 균형발전 전략으로 ‘5극 3특’ 메가시티 구상을 추진하면서 대구·경북과 대전·충남, 부산·경남, 광주·전남 등 비수도권 광역자치단체 간 통합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또 충남 홍성·예산과 경남 진주·사천, 전남 목포·신안 등 기초자치단체 간 통합 논의도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인구절벽 시대,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소멸 위기를 타개하려는 비수도권 지자체들의 몸부림이다.
신입생 모집난으로 생사 위기에 몰린 지방대학의 위기 탈출구로 여겨진 대학 통합 논의에도 다시 속도가 붙었다. 파격적인 재정지원을 내세운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30’ 프로젝트가 계기가 됐다. 올해 눈에 띄는 성과가 많았다. 지난 3월 국립안동대와 경북도립대가 통합한 국립경국대가 출범했고, 5월에는 교육부에서 전국 9개 국공립대학교의 통합을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강원대와 국립강릉원주대가 ‘강원대학교’, 국립목포대와 전남도립대가 ‘국립목포대학교’, 국립창원대와 경남도립거창대·경남도립남해대가 ‘국립창원대학교’, 부산대와 부산교육대가 ‘부산대학교’로 통합해 내년, 또는 2027년 새롭게 출범한다.
그렇다면 전북은 어떨까? 한동안 가라앉아 있던 통합 논의가 시대의 흐름에 편승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진전은 없다. 1997년을 시작으로 네 번째 시도된 전주·완주 통합 논의는 다시 지역갈등만 유발한 채 안갯속에 갇혀 있다. 또 군산과 김제·부안 등 3개 시·군을 묶는 새만금 특별지자체 설치 구상도 추진 동력을 잃고 멈춰 있다.
지방대에 들이닥친 통합의 거센 물살도 비켜갔다. 글로컬대학30에 선정된 원광대와 원광보건대가 지난 4월 교육부로부터 통합을 승인받아 내년 통합 대학 출범을 앞두게 된 게 그나마 눈에 띈다. 하지만 두 대학이 같은 법인(원광학원) 소속이라는 점에서 파장은 미미하다. 정작 관심의 대상인 전북대와 군산대·전주교대 등 국립대 간 통합 논의는 어느 순간 물밑 움직임마저 사라진 채 무풍지대로 변했다. 물론 통합만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소멸 위기에 놓인 지금, 전북은 공동체 의식을 토대로 서로 뭉쳐서 몸집을 불리고 분산된 에너지를 모아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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