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목대] 학원안정법과 국정안정법

Second alt text

사람들이 온통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에 이목이 쏠리는 상황에서 국내 정치권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 게 있으니 바로 ‘국정안정법’으로 명명된 ‘재판중지법’이다. 집권여당의 시각에서 볼 때 재판을 중지해야만 국정안정이 될 수 있기에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제거하는 게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일수도 있다. 정청래 대표가 깃발을 들고 추진하던 기세를 보면 곧 입법화가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강력한 제동 시그널이 나왔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말라’고 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자신을 지지한 사람뿐 아니라 반대한 국민들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미래를 봐야하고, 호남을 중심으로 한 진보진영뿐 아니라 중도층과 일부 합리적 보수까지 포용해야 할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정청래 대표를 중심으로 한 여당 수뇌부로서는 대통령실로부터 점수도 따고, 강성 지지층의 환호도 이끌어낼 수 있는 호재다 싶었는데 의외로 체면을 구기고 분란만 자초한 셈이됐다. 어떤 이들은 국정안정법을 학원안정법과 비교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전혀 다른 차원의 법안이지만 발상이나 야권의 반대로 인해 좌초된 배경을 곱씹는 것이다. 전두환 5공정권이 한창이던 1985년 한여름 정국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학원안정법’ 파동으로 요동쳤다. 영장 없이 학생을 체포하고, 최대 6개월까지 선도교육을 할 수 있게 하는게 골자였다. 야당과 국민적 저항에 막혀 결국 영수회담 형식을 빌어 중단됐으나, 만일 이번에 국정안정법이 강행됐더라면 찬반 양론을 둘러싸고 거센 갈등과 충돌은 불보듯뻔했다.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새해 예산관련 시정연설때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과 야유하는 장면을 보면 경제는 일류, 정치는 삼류라는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바로 엊그제까지 전세계 지도자들이 경주를 찾아 미래를 논의하고 대한민국을 찬양하던 모습과는 크게 대조되는 장면이었다. 이번 국정안정법 파동을 계기로 정치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집권여당의 눈에 보이지 않는 균열과 헤게모니 쟁탈전이 본격화 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세상사 통합되면 분열하고, 분열한 것은 통합되는 것이니만큼 딱히 틀린 것도 아닌것 같다. 당장 내년 6월 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앞두고 과연 누가 실질적인 공천권을 행사하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재명 대통령이냐, 아니면 정청래 당 대표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차기 대권 후보나 당 대표 후보군들도 주판알을 튕기면서 당장 내년 지방선거와 그 직후 전당대회를 겨냥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전북을 비롯한 지역 정치권 또한 어느 줄을 잡느냐에 따라 정치적 명운이 달라질 수 있다. 대통령실 권력과 여의도 권력 사이의 길항작용 과정에서 바야흐로 전북정치권의 분화와 세력재편이 어떻게 형성될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위병기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외교 ‘강행군’ 여파 속 일정 불참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전주시 6시간 28분 49초로 종합우승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통산 3번째 종합우승 전주시…“내년도 좋은 성적으로 보답”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종합우승 전주시와 준우승 군산시 역대 최고의 박빙 승부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최우수 지도자상 김미숙, “팀워크의 힘으로 일군 2연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