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오목대] 추사특별전

세한도(歲寒圖)와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는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의 그림중 백미로 꼽힌다. 이들 그림은 물기가 적은 마른 붓과 먹을 아껴 쓰는 검묵(儉墨)을 통해 고졸(古拙)하고 간솔(簡率)한 문인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두 그림 모두 학문과 예술, 서예와 그림이 하나임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하지만 두 그림은 대조적 배경을 갖는다. 하나는 추사가 벼랑끝에 선 것같은 어려운 시절에, 또 하나는 만년에 한가한 가운데서 그린 것이다. 국보 180호인 세한도는 58세이던 여름, 유배지인 제주도에서 그렸다. 역관(譯官)이자 제자였던 이상적이 중국의 새로운 자료를 보내주자 그에 대한 감사의 답례로 그려서 보내 준것이다. 이 그림은 표제-화면-발문(跋文)의 세부분으로 나뉘어진다. 그림은 가로 69.2㎝, 세로 23㎝지만 청나라 문사(文士)들의 시문까지 포함하면 무려 14m에 이른다. 그림은 황량한 바닷가 허름한 초가집을 사이에 두고 낙랑장송이 의연하게 솟아있고 그 옆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고고하게 서 있는 게 전부다. 추사는 발문에서 논어의 자한(子罕)편에 나오는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안다)”를 인용해 그림의 취지를 설명한다. 권세를 잃고 귀양 온 자신의 자화상인 셈이다.

 

반면 불이선란도는 추사가 북청 유배에서 풀려난 뒤 경기도 과천에 은거하면서 그린 그림이다. 난초가 적막한 산속에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어, 여유있는 느낌을 준다. 걸림없고 허허로운 선사(禪師)를 연상시킨다. 본래 자신의 시동(侍童)에게 어느 날 우연히 손길가는대로 그려 주었던 소품이다. 발문이 4군데나 붙어있다.

 

현재 전해지는 추사의 작품은 600여점. 이중 세한도는 최소 50억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추사는 ‘글이 글씨보다 낫다’는 정인보(鄭寅普)의 말처럼 서예가에 앞서 당대 최고의 문인이었고 학자였다. 금석학과 경학 불학 등에 탁월한 저술을 남겼다. 일본학자 후지쓰카 아키나오(藤塚明直)는 “추사는 당시 중국과 조선을 통털어 최고의 지식인이자 예술가였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올해는 그의 타계 150년이 되는 해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 간송미술관, 과천시민회관, 삼성미술관, 예술의 전당 등에서 그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전주시 6시간 28분 49초로 종합우승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통산 3번째 종합우승 전주시…“내년도 좋은 성적으로 보답”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종합우승 전주시와 준우승 군산시 역대 최고의 박빙 승부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최우수 지도자상 김미숙, “팀워크의 힘으로 일군 2연패”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최우수선수상’ 박재우, 소구간 2곳 1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