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식 기자(정치부)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또 다시 연기됐다.
여야는 지난 11일부터 임시국회를 열어 15일까지 내년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사학법 재개정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를 지키지 못했다.
여야가 지난달 국회 정상화 협상을 타결지으면서 새해 예산안을 헌법이 정한 시한(12월2일)을 훌쩍 넘긴 지난 9일까지 처리하기로 했지만, 합의시한 마저도 두차례나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이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 처리하지 못한 것은 비단 올해만이 아니다. 1990년 이래 15년 동안 예산안이 법정 시한을 지킨 것은 6차례에 불과하다. 그중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1992, 1997, 2002년에는 선거운동 때문에 ‘바빠서’ 11월중 처리됐고, 나머지 3차례는 모두 법정시한 마지막 날에 가까스로 처리됐다.
이 대목에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을 둘러싸고 옥신각신했던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헌법에 명시된 절차를 어겼다는 이유로 인준을 거부했던 정치권이 정작 자신들은 헌법에 명시된 예산안 처리시한을 지키지 않기로(?) ‘합의’해놓고, 그 합의마저도 지키지 않았다. 가히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인 듯 하다.
또 올해 예산안 처리가 1년 이상 이견을 보였던 사학법에 의해 지연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입만 열면 서민경제와 민생현안을 우선 챙기겠다는 정치권에 혐오감 마저 든다.
예결위의 예산심의 과정을 보면 한나라당은 당초부터 사학법 재개정을 위해 예산안을 볼모로 잡으려 했다는 인상을 던져주고 있다. 계수조정소위 위원들이 예산심의 회의 불참을 반복하면서 심의속도를 조절하는 등 지도부의 의중에 따라 처리 시점을 저울질하는 듯한 인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야당측 한 관계자는 며칠씩 심의를 미루다 정작 심의시간에는 ‘좀 쉬었다 하자, 이대로 계속하면 쓰러지겠다’며 여당측을 힘들게 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쓰러질 때 쓰러지더라도 헌법에서 정한 예산안 처리 시한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참일꾼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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