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 불볕더위가 계속되면서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 비몽사몽 잠을 청하는데 모기(蚊)란 놈이 앵앵거려 신경을 거스린다. 순식간에 팔다리를 깨물고 줄행랑을 치는 것이다. 딱! 손바닥으로 마주쳐 보지만 번번이 실패다. 몇번 시도하다 신문지를 둘둘 말아 겨우 때려 잡는다. 붉은 피가 선명하게 묻어 난다. 모기가 살갗에 침을 꽂고 실컷 포식한 것이리라.
지금은 모기향을 놓아 쉽게 퇴치하지만 예전에는 꽤 맹랑한 놈이었다. 200년전 조선의 대표적 석학이었던 정약용은 얼마나 모기가 미웠으면 증문(憎蚊)이란 시를 지었을까. “사나운 호랑이 울 밖에서 울부짖어도/ 나는 코골며 잠만 잤도다/ 흉측스런 구렁이 추녀 끝에 기어 올라도/ 나는 누워서 쳐다만 보았도다./ 그러나 모기 한 마리 앵하는 소리 귀에 들릴 땐/ 내 그만 기가 질리고 속이 상하다가 애가 닳아 오른다./ 부리를 박아 피를 빠는 것만도 미울 것인데/ 어찌 또 뼈에 사무치는 독기를 불어넣는냐./ 베이불 푹 쓰고 머리만 내어 놓아도/ 어느 사이 부처 이마에 돋은 사마귀처럼/ 무수한 혹들이 부어 오른다./ 제 뺨을 손바닥으로 후려 갈겨도 언제나 헛뺨 치며/ 볼기짝 때리자마자 벌써 날아가 버린다.”
중국 춘추시대의 오패(五覇)였던 제환공(齊桓公)은 모기를 세 등급으로 분류했다. 어느 여름날 문을 열어 배가 고픈 모기들을 불러 들였다. 그러자 어떤 놈은 예(禮)가 있어 환공의 피를 빨지 않고 그냥 나가고, 어떤 놈은 자신이 만족할 줄을 알아 몸을 스치기만 하다(혹은 조금 빨고) 나갔다. 그러나 그중에는 만족할 줄 모르는 놈이 있어 실컷 피를 빨아 먹다가 결국 포만하여 배가 터져 죽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얘기가 이솝우화에도 나온다. “사자가 몸이 고단해 잠을 자려는데 귓가에서 모기가 앵앵거린다. 화가 나서 앞발로 후려쳤지만 워낙 작은지라 제 코만 때리고 만다. 그 사이 모기는 쉴새 없이 눈두덩, 코, 입 등을 찌르고 날아가 버린다. 몇번을 그러던 사자는 결국 모기에게 항복한다. 의기양양한 모기는 내가 ‘숲속의 왕을 굴복시킨 모기왕’이라며 신나서 날아간다. 그러다 거미줄에 걸려 죽고만다.”
올 여름은 지난해 보다 모기 개체수가 5배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일본뇌염 경보도 한달가량 빨라졌다니 주의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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