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오목대] 계영배(戒盈杯)

조선 후기 거상(巨商) 임상옥의 일대기를 그린 최인호의 장편소설 상도(商道)중에 ‘계영배(戒盈杯)’라는 술잔이 나온다. 이 술잔은 7부 까지만 채워야지 잔을 가득 채우면 모두 흘러내리게 만든 잔이다. 과음을 경계하기 위해 만들어 ‘절주배(節酒杯)’라고도 한다. 임상옥은 계영배를 늘 곁에 두고 과욕을 다스리면서 큰 재산을 모았다고 한다. 계영배는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게영배는 고대 중국에서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의기(儀器)’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공자가 제(齊)나라 환공(桓公)의 사당을 찾았을때, 생전의 환공이 늘 곁에 두고 보면서 스스로의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 사용한 의기를 보았다. 이 의기에는 밑에 구멍이 분명히 뚫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물이나 술을 어느 정도 부어도 전혀 새지 않지만 7부 이상 채우게 되면 밑구멍으로 쏟아져 나가게 되어 있었다고 한다. 환공은 이를 늘 곁에 두고 보는 그릇이라 하여 유좌지기(宥坐之器)라 불렀고, 이를 본받은 공자도 유좌지기를 곁에 두고 보면서 스스로의 과욕과 지나침을 경게했다고 한다.

 

게영배의 원리는 물리학의 ‘사이펀 작용’으로 설명된다. 계영배에 7할 이상 술이 차면 수압차에 의해 잔의 중앙에 감춰진 관으로 술이 밀려 갔다가 아래로 쏟아지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국제보건 기구(WHO)의 ‘건강도시 연합’ 회원도시인 강원도 원주시가 최근 술 덜마시기 운동 차원에서 ‘건겅 절주(節酒)잔’을 배포해 화제가 되고 있다. 절주잔은 기존 소주잔의 3분의 1 크기로 소주와 맥주를 섞는 폭탄주의 경우에도 절주효과가 기대된다고 한다.

 

기존의 소주 도수 25%가 최근 20%로 낮춰지면서 주당들의 주량이 늘고, 여성 음주층까지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소주 제조업체들의 얄팍한 상혼이 빚어낸 결과다. 계영배는 아니지만 절주잔을 만들어 시민건강을 챙기려는 행정당국의 아이디어는 참신하다. 하지만 술잔이 적어졌다고 술꾼들의 음주량이 줄어들지는 소주 도수의 하향 사례에서 보듯 의문이다. 계영배에에서 깨달아야 할 교훈은 지나침에 대한 절제다. ‘적당히 마시면 약이지만 과하면 독(毒)’인 것이 술이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경구를 다시 한번 음미할 필요가 있을 성 싶다.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이춘석 빈 자리’ 민주당 익산갑 위원장 누가 될까

경제일반전북 농수축산물 신토불이 대잔치 개막… 도농 상생 한마당

완주‘10만490명’ 완주군, 정읍시 인구 바싹 추격

익산정헌율 익산시장 “시민의 행복이 도시의 미래”

사건·사고익산 초등학교서 식중독 의심 환자 18명 발생⋯역학 조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