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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1인시위 피하려고 출구로 온 경찰청장

조선시대 정치적 숙적이었던 송시열과 허목. 송시열은 본인이 중병에 걸렸을 때 허묵에게 처방전을 요청했고 허묵은 독성이 강한 할미꽃뿌리와 같은 약초를 적어보냈다. 송시열은 주위의 만류에도 처방전대로 '독약'을 먹고 혼절했으나 며칠만에 완쾌했다. 둘은 목숨을 걸고 극한 정치적인 대립을 했지만 서로를 큰 그릇이라 평가하고 믿었던 것이다.

 

어청수 경찰청장이 지난 30일 전북지방경찰청을 입구가 아닌 출구를 통해 방문했다. 이날 방문은 어 청장이 전국 16개 지방청 중 2008년도 치안성과 우수경찰관서 2위로 뽑힌 전북청의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하기 위해 이뤄졌다는 게 전북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날 어 청장이 탑승한 차량은 입구가 아닌 출구쪽으로 청사 현관에 도착했다. 이날 오전 9시께부터 경찰청 입구의 인도에서 한 시민이"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경찰이 한상렬 목사를 표적으로 구속했다"고 주장하며,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 백골단해체!'라는 문구를 쓴 피켓을 어깨에 맨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 청장 일행은 1인 시위자와 마주하는 몇 초를 피하기 위해 이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청사로 들어섰다. 이미 청장이 도착하기 약 10분전 경찰관 약 30명이 1인 시위자와 그 일행을 둘러싼 상태였다.

 

대범한 역사적인 인물들과 현재의 치안수장의 그릇을 비교하는 것이 무리일까. 시민사회단체는 어 청장의 숙적도 아니고 이들이 주장하는 바는 독약도 아닌 보고 듣기가 껄끄러운 쓴소리다. 이마저도 외면하려는 태도는 치안수장의 그릇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백골단의 부활 논란·촛불집회의 강경진압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귀를 막고 눈을 감으려 하는 것은 하나의 날개로 비행을 하겠다는 발상이다.

 

이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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