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長生)은 가장 한국적인 민중문화의 상징이다. 통방울 같은 눈에 주먹코, 뾰족하게 벋친 이빨… 다소 과장된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어느 것은 부처님처럼 인자하고, 어느 것은 귀신처럼 험악한 몰골이다. 남근처럼 생기거나 문·무관처럼 근엄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장승의 어원은 긴(長) 나무푯말(승)로, 거리와 지명을 표시하거나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했다.
마을 입구에서 흔히 볼수 있었으며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지하여장군(地下女將軍), 상원주장군(上元周將軍)·하원당장군(下元唐將軍) 등 남녀 한 쌍씩 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목장승은 소나무나 밤나무로 만들었으며 비바람에 쉽게 부식되어 2-3년마다 새로 만들어 세워야 했다. 그래서 지금 전해지는 것은 대부분 석장승이다.
장승과 관련된 설화나 속담 지명도 많다. 설화로는 장승을 치죄하여 도둑을 잡은'명관치장승설화(名官治長丞說話)'가 있고 판소리로는'변강쇠가'가 유명하다.
변강쇠가는 전라도 잡놈인 변강쇠와 평안도 음녀(淫女)인 옹녀의 이야기다. 둘은 지리산에 들어가 살던중 지나친 음행으로 나태해진 변강쇠가 장승을 뽑아다 패어 불을 땐다. 이로 인해 조선 8도 장승들에게 보복을 당한다. 병에 걸려 앓다가 장승처럼 뻣뻣이 서서 죽는다. 신성모독과 장승터부 사상이 깔려 있다.
또 송강 정철의 석장승을 소재로 한 시조는 백년해로하는 부부애를 그리고 있다. "길 위에 두 돌부처 벗고 굶고 마주서서/ 바람 비 눈 서리를 맞도록 맞을망정/ 인간에 이별은 모르니 그를 부러워하노라"
속담도 여럿 있다. 키가 멋없이 큰 사람을 '구척 장승같다'고 했고 멍청하게 서 있는 사람을'벅수(장승)같이 멍하니 서 있다'고 했다. 또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할때'장승 얼굴에다 분가루 발라놓고 분값 내라고 한다'고 했다.
장승백이 등 장승 관련 지명도 전국적으로 771개소나 된다. 전북에는 우리나라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9기의 장승중 6기가 있다.
이러한 장승은 새마을 운동과 더불어 불쏘시개로 쓰이거나 민속촌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관광지에서 너무 남발되고 있다. 플라스틱 장승까지 나왔다.
순창 복흥에서 추령장승축제가 17일까지 열린다. 인근 내장산 단풍과 삼림박물관도 함께 들려보면 좋을듯 하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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