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식(이일여고 교사)
나는 지도자를 평가할 때 실천하는 사람인지, 일관되게 살아왔는지, 합리성, 헌신성, 책임성은 갖췄는지를 본다. 사람을 중시하며, 미래를 앞서 내다볼 줄 아는 사람인지도 꼭 살핀다. 오래는 아니지만 선거과정 몇 달 동안 지켜보면서 김승환 교육감이 이런 요건에 걸맞은 분인 것 같아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김승환 교육감의 공약 중에서 우선 '공립형 혁신학교' 정책이 눈에 띄었고 기대가 크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선거공약서에 의하면, '혁신학교'는 핀란드형을 모델로 다양하고 창조적인 교육과정을 시범 실시한 후 일반화하여 모든 학교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농산어촌과 도시주변지역의 소규모 공립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여 2012년까지 협력학습 모델 시범학교를 운영하고, 2013년에는 도시 과밀지역에 혁신학교를 신설할 예정인 듯하다. 학생의 적성에 따른 맞춤형 책임교육, 학급당 학생수 감축, 토론·협력형 수업 확대를 표방하고 있다.
타 시·도의 개혁 교육감들과 협력하며 추진한다니 성과가 기대된다. 우선 초등학교가 중심이 되겠지만 중·고등학교에서도 성공적인 모델이 몇 개쯤은 나왔으면 좋겠다. 그러나 밀어붙이기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는 방식으로 추진했으면 한다.
지금 우리 교육은 문제풀이와 성적 한줄 세우기 교육으로 말미암아 창의성과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1세기형 학력신장과는 거리가 멀다.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에 협력·협동 학습을 결합한 자기주도적인 독서와 토론과 체험 활동 등을 보강해서 변화하는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학력신장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자율형 사립고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성적우수학생을 싹쓸이하는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공교육을 흔들고, 평준화 기조마저 무너뜨릴 위험성이 크다. 임기를 마치는 최규호 교육감은 선거일을 전후한 며칠 사이에 느닷없이 자율형 사립고 지정을 강행하고 말았다. 전북교육의 독소이자, 후임자의 교육개혁을 내내 발목 잡게 될 커다란 암 덩어리를 남겨주고 떠나는 꼴이다. 상식과 도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자율형 사립고가 도입되면 교육감이 약속했던 교육개혁이나 혁신학교 정책 등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게 된다. 한줄 세우기 경쟁이 가속화되고 입시로 획일화된 교육만 판칠 것이기 때문이다. 부디 현명하고도 단호하게 처리하시길 바란다.
/정우식(이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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