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발 하나, 왼손 둘…."
지난달 31일 전주서중 특별교실.
앞에서 최현관 사범(28)이 우슈의 기본 동작을 보이며 구령을 붙인다.
파랑과 노랑 도복을 입은 이 학교 특수학급 학생 13명이 따라해 보지만, 동작은 서툴고 자세는 제각각이다.
허리에 보조기구를 찬 주지원(2학년)이 발차기를 해보지만, 발이 무릎을 넘지 못한다. 배민재(3학년·지적발달장애 3급)는 "우슈 진짜 재밌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더니 갑자기 "어제 정종관(전 K리거) 죽은 것 봤어요?"라고 묻는다.
다음 기술은 양팔을 벌리고 앞으로 가면서 발차기하기. 전명수(3학년·자폐장애 3급)가 발차기를 하다 말고, 옆에서 또박또박 따라하는 김태훈(2학년·심장장애 3급)에게 손가락질하며 놀린다. 노랑 도복을 입은 태훈이에게 '방금 그게 뭔지 아냐'고 묻자 "태권도요"라고 엉뚱하게 답한다. 태훈이는 또래보다 키가 조금(?) 작지만, 주먹을 내지르는 품이 '리틀 이소룡'이다.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일일이 동작을 바로잡아 주던 박희철 전북우슈협회 전무이사(48·원광보건전문대 스포츠경호학과 외래교수)는 "우슈의 기본 동작 중 쉬운 동작 중심으로 수업을 짰다"며 "비장애인처럼 동작을 정확히 따라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에 그때그때마다 한 동작씩 스트레스 받지 않게 지도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 개별학급 1반 담임인 이선경 교사(46)와 2반 담임 정다운 교사(24)는 수업 내내 주의가 산만한 제자들을 교통정리 하느라 분주했다. 이선경 교사는 "장애 학생들은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고, 싫증을 쉽게 느낀다"며 "우슈는 동작이 크고, 옷이 화려하다 보니 (이것을 본) 비장애 학생들이 '멋있다'고 하니까 아이들이 자신감도 생기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개별학급은 1, 2, 3학년이 섞인 '무학년'으로 장애 학생들의 학습 수준과 행동 특성, 교우 관계 등을 따져 배치한다는 게 이 교사의 설명.
40분 남짓한 우슈 수업이 끝나자 학생들은 마주선 최현관 사범에게 주먹을 모아 포권(包拳)으로 인사했다.
전주서중 우슈 동아리는 이 학교 장애 학생 13명이 모두 참여하고, 지난 3월부터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방과 후 2시간씩 운영되고 있다. 이것은 이 학교가 2009년 3월부터 펴온 GIFTS 활동의 연장선 위에 있다. GIFTS는 Good(좋은) Introducers(안내자)·Friends(친구)·Teachers(교사)·Surroundings(주변 환경)의 머리글자로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상생하는 통합 교육 환경 조성을 위해 이 학교 채동천 교장(57)이 고안한 정책.
채 교장은 "장애 학생들은 사교육을 받고 싶어도 받을 만한 공간과 시설이 없다"며 "학생들 간의 협동심과 장애 극복 의지, 사회 적응 능력 등을 길러주기 위해 우슈 동아리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슈는 동작이 유연해 장애 학생들의 신체 발달과 몸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되고, 정서 함양과 자신감도 키워주는 운동"이라며 "현재는 코치를 겨우 따라하는 수준이지만, 오는 10월 학교 하늬축제에 발표회도 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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