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22명…문화적 차이로 학교적응 어려워...경험·역량 있는 민간단체서 통합·지원 필요
초등학교 2학년인 철수(가명·남)는 학교에선 입을 잘 안 연다. 어색한 북한 말투 탓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할까 두려워서다. 하지만 학교가 파하고 전주 YWCA가 운영하는 ‘신나는 공부방’에 가면 수다쟁이로 바뀐다. 비슷한 처지의 또래 5명이 모이면, 북한 말로 쉴 새 없이 재잘대기 일쑤다. 철수는 엄마(30대 초반)와 단둘이 살지만, 등·하교는 늘 혼자 한다. 엄마는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슈퍼마켓에서 ‘캐시어’(cashier·출납원)로 일하기 때문이다. 가끔 엄마 퇴근 시각이 늦어지면, 철수도 아파트 정문 앞에서 엄마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해마다 북한 이탈 주민(이하 새터민) 수가 늘면서, 자연스레 초·중·고교에 다니는 새터민 자녀도 늘고 있지만, 이들의 남한 사회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은 ‘걸음마 수준’이다.
게다가 경찰청·국정원·지방자치단체 등 유관 기관마다 ‘보안’에만 치중한 나머지 새터민 자녀의 눈높이에 맞는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지원 프로그램은 전무한 실정이다. 더구나 북한 주민들이 제3국을 거쳐 남한까지 오는 데 최소 6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이들 자녀의 ‘학습 공백’은 필연적이다.
탈북 주민들은 하나원에서 12주간 적응 기간을 거치고, 지역마다 통일부 지정 북한이탈주민지역적응센터(‘하나센터’)에서 3주간 다시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60년 가까이 분단된 남북 간 문화적·언어적 차이를 극복하고, 지역 사회에 적응하는 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 도내 새터민 수는 유관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약 400여 명이다. 지난 2005년 19세대 26명에서 6년 사이 20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교에 다니는 새터민 자녀 수는 22명이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까지 포함하면 30여 명이다.
도교육청은 지난달부터 초·중·고교 새터민 자녀의 진로 상담을 위해 멘토 9명을 지정, 예산 5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을 위해 많진 않지만 매년 학습지원비(총 2200만 원)도 지원한다.
전주 YWCA 조미영 실장(42·전북 하나센터 사무국장)은 “신변 보호 담당자는 보안이 위주고, 주거지 담당과 취업 보호 담당도 자기 업무만 본다”며 “새터민 지원을 자기 기관에서만 할 게 아니라 새터민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경험과 역량이 있는 민간단체에 맡기면 더 큰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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