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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부 여판사의 고뇌

서주상 …법원소년자원보호자 전국연합회 감사

 

세상이 우리를 너무나 힘들게 해요.

 

얼마 전 법원소년보호자연찬회가 있어 도교육위원회 의장을 지내신 분과 오찬 중에 의장의 휴대전화가 울려 전화를 받는데 통화내용이 웬 유행가 가사와 비슷한 내용이 들려오는 것이었다. 통화가 끝난 후 사연인즉 모 초등학교 교사가 넋두리를 늘어놓는데 세상이 선생님들을 너무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잘못된 행동을 할 경우 사랑의 체벌을 하거나 야단을 치면 경찰에 신고하고, 또 학부형들이 학교에 와 왜 우리 애만 때리고 혼내냐고 항의를 하는데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다며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불과 몇 년전 경상도 모 학교에선 동영상 사건으로 교장선생님이 자살을 한 일이 발생하였다. 수업시간에 교실이 난장판이 되어도 학생들을 혼내지 않고 선생님은 계속 수업만 하고 있었다는 것에 분노를 느꼈었는데 니네들이 아무리 나를 힘들게 하여도 내 가르칠 도리는 해야겠다는 신념을 가진 선생님이 아니었는가 생각을 하니 가슴이 뭉클하다.

 

70년대 친구들 계모임을 가졌는데 중학교 선생으로 있는 친구가 한손에 계란판, 다른손에는 과일, 음료수, 봉지를 들고 오는 것이었다. 왠 것이냐고 했더니 가정방문을 다녀오는 길인데 학부형들께서 성의라고 주는 물건을 안 받을 수가 없어 가져왔다고 한다.

 

선생님들을 말을 한다. 그때만 해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낭만이 있었다고, 50년대 우리 초등학교 다닐때만 해도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가시는 날엔 전체 반 학생들이 선생님 뒤를 졸래졸래 따라다니며 집을 알려준 기억이 눈에 선하다.

 

가정방문이 허용되었던 시절에 지방에서 서울로 전출을 간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다녀온 후 지방하고는 너무나도 다른 환경에 놀라서 교장선생님께 달려가 돈봉투, 수표를 잔뜩 내놓으며 이걸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느냐니까, 선생님 용돈으로 쓰세요. 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선생님들의 순수한 가정방문이 일부 학부형과 과열된 교육정책으로 왜곡이 되어 없어져 버린 것이 아쉽기만 하다.

 

2007년도에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전주법원에서 비행청소년의 잘못도 부모에게 책임이 있다며 부모도 자녀와 함께 교육을 받도록 하는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비행청소년의 범행에 가정의 책임을 인정하고 가정에서 1차적으로 제비행을 방지하도록 하기 위해 보호자에게 교육을 받도록 한 것이다.

 

전년도 초에 소년담당판사와 간담회를 가진적이 있었다. 필자가 비행을 저지른 학생의 담임선생님도 법원위원과 머리를 맞대고 학생을 6개월동안 감호위탁 상담을 같이 하면 좋겠다는 건의에 소년담당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해야 하는 선생님들의 업무한계는 어디까지인가 퇴근시간까지인가, 그 이상의 시간까지 늘려야 하는가, 고심을 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임기가 끝나 인천으로 전출을 가시어 결론을 못 내린적이 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있어 제2의 부모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선생님들도 직업인이다. 퇴근 후에 자유스러운 생활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선생님들이 수업이 끝났다고 학생들이 방과 후에 일어나는 일에 대하여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

 

자기가 가르치는 제자가 잘못된 길로 빠져나가고 있다면 꿈속에서라도 고민을 하며 지도해주었으면 하는 심정이다.

 

진정한 스승의 길은 제자들을 24시간 가슴 품에 안고 항상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선생님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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