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만 전주상공회의소 전북지식재산센터장
우연이라는 것이 과연 있을까? 어떤 이들은 세상에 우연이란 없고, 다만 우연처럼 보이는 필연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하긴 우연이라고 여기는 것들도 잘 살펴보면 나름대로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특히 발명분야에 있어서는 더더욱 우연히 탄생되어 소위 대박을 터뜨린 발명품들이 많아 보인다.
우리가 즐겨먹는 '감자칩'은 원래 불평많은 손님을 골탕먹이려고 얇고 바삭바삭하게 튀겨낸 데서 시작했고, 알래스카 해변에서 우연히 아이디어를 얻어 탄생시킨 버즈아이의 급속 냉동법이 그렇고, 또 잘 알려진 '포스트 잇'역시 실패한 접착에서 비롯됐다.
"비오는 날 어머니와 은행에 갔다가 경사진 주차장 데크에서 차가 미끄러져 접촉사고가 났습니다. 이때 경사진 주차장에서도 뒤로 밀리지 않는 안전한 주차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볼펜의 원리에서 착안해 발명하게 됐습니다." 몇해 전 대한민국 학생발명전시회에서 '빗면주차 미끄럼! 이제 걱정 없는 요술 턱'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수상소감이다.
이 얼마나 기특하고 기가 막힌 생각인가. 어느 누가 요즘 아이들은 자기 밖에 모르고 미래가 없다고 얘기할 것인가. 힘들어 하는 어머니와 같은 여성 운전자를 위해 생각했다니. 웬만한 남편보다 백배 낫지 않은가. 이렇듯 발명은 우연하게 만들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발명은 우연한 계기를 통해 얻어진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실패를 실패로 생각하지 않는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 얻어진 땀의 결과이다.
며칠 전 휴일 오후에 '남자의 자격'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봤다. 나른한 오후에 그냥 지나칠 법도 한 프로그램이었지만 '발명'이라는 자막이 날 TV 앞에 붙들어 놓았다. 다름아닌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기발하거나 재미있거나"라는 주제로 발명왕 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야! 발명이 공중파 방송에서 그것도 요즘 대세인 인기 예능프로그램에서 소재가 되다니…. 적잖은 충격과 함께 재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구부러지는 넥타이에 양면 테이프를 부착하여 휴대폰을 언제 어디서든지 자유롭게 볼 수 있다는 진정한(?) 핸즈프리 스마트폰, '진공 청소기를 이용한 콧물 흡입기'라며 두 아들을 데리고 나와 거의 반 강제적으로 시범을 보이는 40대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또 딸아이가 비에 젖는 것이 안쓰러워 개발했다는 '가방우산', 연인과 함께 비오는 날 우산속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개발했다는 '음악 우산'.
끊임없이 샘솟는 것 같은 출연자의 신선한 발상에 잔잔한 행복감이 밀려왔다. 꼭 땅속에서만 황금을 캐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렇다. 과거 에디슨의 시대에는 세상에 없는 새로운 물건을 창조하는 것만이 발명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그 대상과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마침, 5월은 가정의 달이자, 발명의 달이기도 하다. 세종대왕이 측우기의 발명을 공포한 날을 기념하여 제정한 제47회 발명의 날이 바로 5월 19일이다. 발명은 역사발전의 원동력이자, 한 국가의 기술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서 지식기반사회의 가장 강력한 경쟁무기가 되고 있다.
특허발명이 곧 경쟁력이다. 따라서 5월 발명의 달을 맞아 도민들이 발명과 더욱 친숙해지고 발명을 생활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창의력이 넘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타고난 발명가는 따로 없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누구나 에디슨이 될 수 있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