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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 교실, 공부 힘들어요"

정부 공공기관 냉방온도 28도 제한 / 무더위에 학생들 집중력 감퇴 호소 / 교사·학부모 "학교만이라도 완화를"

▲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26일 전주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선풍기를 켜고 수업을 받고 있다. 안봉주기자 bjahn@

"너무 더워요, 에어컨 좀 켜주세요. "

 

26일 오후 1시 30분 전주 모 초등학교 4학년 교실. 창문을 열어놓고 선풍기를 돌리고 있지만 학생들은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이 야속한 듯 책과 공책을 부채 삼아 연신 부채질 하는 데 정신 없다.

 

연일 30도를 오르내리는 때 이른 불볕더위가 지속되지만 일선 학교에서 정부의 공공기관 실내 냉방 기준온도 28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방기 가동에 엄두도 내지 못하면서 학생들이 더위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

 

비좁은 교실에 30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있는 탓인지 학생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실제 온도인 27도 보다 몇 도 더 높게 느껴졌다.

 

그나마 이 학교는 선풍기가 있어 다행이지만 일부 학교는 에어컨을 설치하면서 선풍기를 없애 교실과 교무실은 한증막과 다름없었다. 또, 28도가 넘어 에어컨을 가동하더라도 실내온도를 28도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더위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학교 4학년생 서모 양은 "바람이라도 불면 좋은데 그렇지 않아 공부하기 너무 힘들다"라며 "더워서 그런지 선풍기 바람도 덥게만 느껴진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담임인 이모 교사(여·32)는 "앉아서 공부만 하기에도 요즘 날씨는 너무 더운데 한창 뛰어노는 아이들은 금세 더위를 탄다"라며 "가끔 에어컨을 틀어 달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달래는 것이 가장 흔한 일과가 돼 버렸다"라고 토로했다.

 

오랜 시간 폭염에 노출되면서 건강상 문제를 호소하는 학생들도 눈에 띠었다. 더위에 지쳐 한 쪽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는 학생, 머리를 들기도 힘든지 아예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학생 등 찜통 교실의 풍경은 애처롭기 까지 했다.

 

전문의들은 폭염에 장시간 노출될 때 면역력이 약한 초등학생들은 쉽게 어지럼증 및 집중력 감퇴를 호소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다. 나아가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선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정수 전북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는 충분한 양의 물을 마셔야 하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열기를 배출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찜통교실은 학생들의 건강문제만 부르는 게 아니다. 더위에 지친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선생님 말씀을 경청하지 못하는 등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학습권을 침해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학교 5학년 구모 양은 "한쪽에서 땀방울이 계속해서 흐르는 상황에서 교실 안에 가만히 앉아 있기도 힘들어 아무리 공부에 집중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라며 울먹였다.

 

지난 23일 전주 모 고교에 재학중인 한 학생도 도교육청 홈페이지 교육정책의견함에 "25도 이상만 되도 땀이 나는데 교과교실제 때문에 매교시 마다 교실 이곳저곳으로 움직이느라 굉장히 힘들다"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학부모 유모 씨(40·전주시 인후동)는 "에너지 절약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학습권이 먼저 보장돼야 한다"라며 "학교만이라도 냉방기준온도를 낮춰줄 필요가 있다"라고 요구했다.

최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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