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처럼 지켜보며 최상 컨디션 유지토록
고3 자녀를 둔 박모씨(여·47·전주 인후동)는 오늘도 어김없이 오전 6시에 일어나 가족들의 식사 준비를 마치고, 버스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사찰로 향한다.
며칠전부터 날씨가 추워져 냉기가 도는 법당 안에서 자녀가 좋은 성적을 거둬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길 간절히 바라며 수없이 독경을 외고, 절을 한다.
수능을 100일 앞둔 몇달전부터 이 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박 씨는 용하다는 점집에서 사온 '수능대박'부적을 몰래 자녀의 베갯 속에 넣어두기도 했다.
몸은 고달프고 경제적 부담도 만만찮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런 노력과 염원이 자녀의 앞길을 밝혀줄 것이라 믿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8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마음도 초조해진다.
학부모들은 새벽부터 교회와 사찰을 찾아 자녀의 수능 고득점을 기원하거나 보약과 홍삼 등 각종 건강식품을 구입해 자녀의 건강을 챙기고 있다.
심지어 각 시도교육청 및 입시학원에서 여는 각종 입시설명회를 찾아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학부모끼리 공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수험생들도 신경이 예민해져, 이 같은 부모의 열성에 오히려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전주의 한 고등학교 3학년생 임모 군은 "어머니가 각종 입시설명회를 다녀와서 이미 알고 있는 입시 정보들을 억지로 주입시키려고 해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며 "'이렇게 공부하면 좋다더라', '수시 준비는 잘돼가니'등 간섭이 너무 심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입시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적정 수준의 '내조'가 필요하지, 지나친'외조'는 수험생들이 실전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는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한다.
부모들이 나서야 할 때와 물러서야 할 때의 중간 접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김재찬 도교육청 대입진학지원단 단장은 "수험생이 심리적으로 예민해지는 시기에는 응원이나 격려의 말에도 수험생의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며 "지나친 관심과 배려는 수험생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너무 앞서나가면 수험생은 이에 거부감을 느끼고, 반발하게 된다"며 "평상시처럼 조용히 지켜보며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험에 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봉휘 전주과학고 교사는 "부모의 기대가 너무 크면 자녀는 이에 부응하기 위해 무리를 하게 된다"며 "이는 오히려 자녀의 앞길을 망치는 것이므로 학부모들은'너무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란 말을 꼭 염두에 둬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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