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시문
〈자료 1〉
행복의 두 가지 요건
오늘날 행복을 말하는 것은 행복을 파는 것이다. 그리고 행복을 파는 것은 사실 텔레비전을 파는 것과 다르지 않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 사회는 모든 것을 개인을 기본 단위로 하고 시장이 모든 것을 자율적으로 조정한다고 주장한다. 행복도 예외가 아니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는 옛말이 행복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아무리 국가가 애를 써도 행복이란 결국 마음의 문제이며 마음은 개인이 알아서 다스리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일리가 있다. 행복이라는 상태는 개인의 마음에서 느껴지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 마음을 잘 닦아야 한다는 말은 맞다. 하지만 텔레비전 시청을 생각해보자. 텔레비전을 제대로 보려면 화면이 깨끗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화면을 깨끗하게 닦아놓아도 방송국에서 보내는 화면의 질이 엉망이라면 아무 소용도 없을 것이다.
반대편에서는 행복이 사회적인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왔다. 프랑스 혁명 이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주장이다. 사회가 행복해지지 않는다면 개인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을 것이라고 강변하며 사회제도 개혁을 추진해온 것이다. 이 또한 일리가 있다. 예를 들어 양성평등은 행복에 중요한 요소인데 이런 문제가 개인적 차원에서 해결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일한 사회적 상황에서도 개인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 더 행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덜 행복한 사람도 있다. 아무리 행복에 적절한 환경이나 조건이 마련되어도 개인의 성향이라든가 기질은 다양한 반응을 하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행복이 사회적이란 생각이 그리 강하지 않은 듯하다. 즉 외부적 조건이나 환경도 중요하지만 행복이란 결국 개인 마음의 문제라고 보려는 의식이 강하다. 이런 경향이 성공과 행복을 가르쳐주는 자기 계발서를 베스트셀러로 만들었을 것이다. 여기에는 긍정심리학이 대세라는 요인도 작용했을 것이다.
- 탁석산 〈행복 스트레스〉
〈자료 2〉
시지프스를 바라보다
우리는 삶에서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시지프스 형벌이 진정으로 가혹한 이유는 그가 이 과업을 전혀 좋아하지 않고 싫어하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 형벌은 시지프스를 매우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도 전적으로 옳지 않다고 본다. 우리는 시지프스가 그의 운명을 저주하고 있다고 단지 가정할 뿐이다.
만약에 신들이 신화에 그려진 것과는 달리 덜 가혹했다고 생각해보자. 그들이 시지프스의 불행을 완화하기 위한 단계적 노력의 일환으로 시지프스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일부러 시지프스에게 바위를 반드시 언덕 꼭대기로 올려놔야 직성이 풀리는, 비논리적이지만 강한 강박관념을 심어주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시지프스는 이제 언덕 위로 바위를 밀어올리는 일을 즐기게 된다. 바위를 언덕 위로 밀어올리지 못하면 매우 답답해져서, 급기야 우울증에 시달릴 정도이다. 시지프스는 신들의 자비 속에서 가혹한 형벌을 오히려 욕망하고 나아가 온 마음을 다하여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의 삶에서 단 하나의 욕망이 있다면 그것은 바위를 언덕 위로 밀어 올리는 일뿐. 그 과업은 영원한 만족감을 준다. 신들은 심술궂기는 하지만 자비롭다고 할 수 있겠다.
너무나 완벽한 신들의 자비 덕분에 시지프스의 과업은 더 이상 형벌이 아니다. 아니, 형벌은커녕 보상에 가깝다. 만약에 행복이라는 것이 삶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것이고 삶과 그에 속한 모든 것들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시지프스의 새로운 실존 상황은 그에게 행복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영원히 욕망을 충족시킨다는 면에서 그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행복이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면 그보다 더 좋은 삶도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 마크 놀랜즈 〈철학자와 늑대〉
■ 쟁점 논제
1. 논술 논제
〈자료 1〉에서 말하는 행복에 관한 두 견해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설명하고, 〈자료 2〉의 '시지프스'를 참고해서 무엇이 행복인지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2. 면접 논제
- 개인의 만족과 사회적 조건 중 어느 것이 더 행복에 중요한가를 설명하시오.
- 주변의 상황과 무관하게 자기만족만으로 행복할 수 있는지 아니면 없는지 말해보시오.
- 개인의 행복과 사회적 상황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설명하시오.
■ 쟁점 확대하기
1. 행복의 두 가지 요건
요즘 행복이 화두이다. 행복해지려면 사회적 요건이 갖춰져야 하는가, 아니면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는가. 둘 다 옳은 듯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요건이 어렵더라도 자신의 형편이 가난하고 힘들더라도 행복은 결국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사회적 요건을 간과할 수는 없다. 사회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침해한다면 개인은 당연히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이 두 가지 요건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를 판가름한다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다. 만족감이 없다면 결코 행복을 느낄 수도 없고, 사회적 요건이 불행한데 그 속에서 사는 개인이 결코 행복해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행복을 느끼는 데 우선 순위의 요건이라는 게 있지 않을까?
2. 시지프스를 바라보다
신들은 시지프스에게 산 정상 위로 바위를 굴려 올리는 매우 힘들고 불행한 형벌을 가한다. 그런데 이것이 꼭 불행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고 허망해하기 보다는 또다시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려는 강한 욕망을 갖고 지속적으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아주 쉬운 목표를 설정하고 쉽게 이 목표를 달성하고 그저 편안하게 살거나 목표를 달성하려는 욕망도 없이 사는 것보다 행복할 것이다. 사람이 불행한 이유는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욕과 욕망도 없이 무기력하게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 논제의 포인트 및 평가기준
■ 쟁점 기출문제
I. 기출 논술 : 서강대 모의 2014
1. 다음 제시문 (가)의 논지를 파악하고, 제시문 (나), (다), (라)에서 추출한 논거를 활용하여 (가)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라. (800 ~ 1,000자)
2. (다)의 표를 활용하여 (가)와 (나)의 주장을 비교 대조하고, (라), (마)의 제시문과 (바)의 그래프를 토대로 영국 산업혁명 후기 삶의 질에 대해 추론하라. ( 1,300 ~ 1,500자)
II. 면접 : 경쟁과 행복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주위 학생들과 토론이나 디베이트를 해보세요.
■ 쟁점 관련 도서
-〈행복스트레스〉. 탁석산.
-〈철학자와 늑대〉. 마크 놀랜즈
■ 쟁점 관련 영화 - '어댑테이션' 감독 : 스파이크 존즈
■ 쟁점 관련 영상 -〈EBS 다큐 프라임〉
■ 학생 글과 교사 총평
1. 학생 논술문
자료 1에서, 많은 사람들은 행복은 사회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 또한 그 의견에 동의한다.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행복은 개인적인 만족이 사회적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적 행복이 갖추어지지 않는 사회에서의 개인적 행복은 완전한 행복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적 행복이 갖추어진 사회에서, 개인적 행복은 사회적 행복에 의해서 좌절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회에서 개인적 행복은 사회적 행복에 좌절된다. 선진국 중 하나인 미국에서,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개인적 행복은 '대출을 조장하는 사회' 에 의해 좌절되곤 한다.
반면에,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은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 자립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을 실천함으로써, 사회적 행복을 추구했고 그 결과 개개인이 극도의 빈곤으로부터 벗어나 개인적 행복을 추구할 수 있게 했다. 이 두 나라의 차이가 무엇인가? 바로 어떤 종류의 행복이 선행되었는가이다. 사회적 행복이 존재했기 때문에 개인적 행복이 그 위에 튼튼하게 설 수 있었다. 사회적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사회를 올바르게 만드는 것, 즉 윤리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사회적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사회를 위해 올바른 행동과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자료 2에서의 시지프스의 예화는 사람이 가지는 가치관에 따라 행복이 변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우리는 시지프스가 잔혹한 형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자기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행복은 자신이 최고로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추구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그러나 그 가치관이 꼭 올바르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도덕' 이라는 기준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 도덕에 바탕을 두고 사회적 행복에 대한 적합한 가치관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도덕적인 사회적 행복 위에 세워진 개인적 행복만이 모든 사람이 인정할 수 있는 진정한 행복일 것이다.
임 성 재 (전북대 사범대학부속고 2학년)
2. 교사 총평
행복은 '도덕'이라는 기준이 필요하다. 윤리적 기준을 갖춘 사회적 행복 위에서 개인의 행복이 추구될 수 있다.
제시문(대상 도서)에 대한 이해 분석력 : 제시문을 바르게 파악하는 것은 쟁점을 파악하는 일이다. 이번 논술의 쟁점은 행복은 개인적인가, 사회적인가이다. 이중에서 임성재 학생은 사회적 조건이 먼저라는 것과 여기에 대한 윤리적 기준이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적확한 이해라고 볼 수 있다.
창의적 사고력(비판력, 참신성) : 개인의 행복은 사회에 의해 결정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근거로 미국의 사례와 방글라데시의 사례를 비교대조하고 있다. 물질적 행복과 별개로 개인의 행복추구는 사회적 조건에 따라 다르게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문제 해결력 : '시지프스'를 바라보며 무엇이 행복인지를 논하라는 부분에서 개인의 가치관보다는 '도덕'이라는 기준을 앞세우고 있다. 도덕적인 사회 위에 세워진 개인적 행복이 모든 사람이 인정할 수 있는 진정한 행복이라고 본 견해는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문장력 및 표현력 : 전체적으로 문단의 구조가 매끄럽다. 단어의 사용 또한 무리가 없다. 자기 주장에 대한 이유와 설명도 좋다. 다만 아쉬운 것은 문단별로 양의 균등한 배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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