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꿈'관련 기사 스크랩 / 각종 대회 참가 수상 잇따라 / 시사토론 등 교내 행사 활발
신문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로 똘똘 뭉친 고교생들이 ‘사고력’과 ‘글쓰기 능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본보가 주최한 ‘제6회 전북 NIE대회’에서 우수 수상자들을 대거 쏟아낸 전주 동암고등학교(교장 김진태). 1998년 동암고에 부임한 오현철 교사의 적극적인 태도로 이듬해부터 학급문집을 제작한 게 시초가 됐다. 학생들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2005년부터 문집 명패가 ‘현철과 벌떼들’로 바뀌고 학생들의 끼와 재치가 돋보이는 캐리커처 등이 덧입혀지면서 지난해까지 14집이 발간됐다. 학업 때문에 바쁜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글쓰는 습관을 길들여준 것은 문집이었다.
2008년부터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신문을 활용한 교육인 NIE 연수를 받은 오 교사는 학급문집을 넘어 신문읽기로 관심을 확장시켰다. 갈수록 구독률·열독률이 주춤하는 신문 읽기를 반영하듯 학생들이 신문과 친숙해지는 데에는 시간이 꽤 걸렸다. 종이 신문 대신 포털사이트 뉴스를 보는 게 더 익숙한 학생들이 “신문 읽기는 결국 습관의 힘”이라고 입모아 말하는 이유다.
오 교사는 일단 학생들의 꿈과 직결된 관심 분야 중심으로 신문을 보도록 권유했다. 스포츠 기자가 꿈인 송창우 군(3년)이나 스포츠 뉴스캐스터가 되고픈 강신주 군(2년)이 빠뜨리지 않고 보는 건 스포츠 뉴스. 올해 전북 NIE대회에서 주제신문 중등부 대상을 탄 송 군은 사고로 목발을 짚고 다니면서도 거의 2달 간 사진을 찍고 교사를 인터뷰하는 수고로움도 기꺼이 감수했다.
“검사든, 변호사든 법조계 인사가 되고 싶다”는 황병웅 군(2년)도 법조계 뉴스로 도배한 스크랩북으로 올해 전북 NIE대회에서 NIE 일기부문 중등부 금상을 수상했다. “법조계 기사는 특히 어려운 용어가 많아 ‘네이버 지식인’에 자주 문의했다”는 그는 “기자들에게 법조용어를 쉽게 풀어쓰는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올해 전북대 경영대 입학을 눈앞에 둔 이영재 군(3년)은 중학교 때부터 경제신문을 읽으면서 경제지 3개를 독파해온 인재로, 애널리스트(투자분석가)가 꿈이다. NIE를 기초로 시사쟁점 토론대회 등을 주도해온 이 군은 “신문으로 배운 지식을 활용해 한국경제의 TESAT에서 2급 자격증을 따게 된 것도 결국 신문 덕분”이라면서 “수험생 입장에서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신문 읽기만큼 도움이 되는 게 없었다”고 했다.
경찰행정학과 진학을 염두에 둔 나정훈 군(2년)은 관심의 스펙트럼이 넓다. 대학생·고등학생까지 번진 ‘안녕들 하십니까’로 촉발된 철도 민영화·국정원 개입 선거 등을 언급한 나 군은 젊은 층이 느끼는 사회적 박탈감을 지적하면서 “보수·진보로 양분된 언론들이 이를 정치적 쟁점으로 접근하지 말고, 본질적 의미를 들여다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 교사는 한발 더 나아가 NIE를 확장시켜 동암 시사쟁점 토론대회와 멀티미디어 공모전까지 만들었다. 토론대회는 ‘고등학교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해야 한다’를 주제로 입안·반박·요약·마지막 초점까지 적고, 치열한 토론을 하도록 판을 깔아주는 방식. 올해로 4회 째 맞는 멀티미디어 공모전은 전북 NIE대회를 착실하게 준비하기 위해 동암고가 개최한 대회다. UCC, 액자사진&만화, NIE 관심일기, 주제신문 부문으로 여는 멀티미디어 공모전은 학생들의 의사소통능력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까지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게 오 교사의 판단이다.
NIE 프로그램을 교과서와 독서 교육의 ‘징검다리’로도 표현한 김진태 교장은 “NIE를 보약”이라고 정의했다.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는 처방이 아니라 장기간 복용하면 체질을 개선해 준다는 것. 김 교장은 “학습의 기초체력이 튼튼해진 학생들은 또래 집단에 비해 월등한 사고력, 창의력, 발표력을 갖추게 된다”면서 “NIE는 자기주도적 학습의 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 오현철 NIE 지도교사 "신문은 내실있는 자기주도 학습"
미래형 통합교육인 NIE(신문활용교육)의 효과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학생과 교사일 것이다. 학생들은 배우면서, 교사들은 가르치면서 NIE 효용성을 감지한다. 손으로 기사를 만지고 생각한 뒤 글로 정리하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창의력과 통합력, 분석력을 갖추게 되는 학생들의 변화를 지켜보는 오현철 전주 동암고 교사(47)는 이 교육법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동안 학급문집을 만들면서 글을 써보라고 하면, ‘몇 줄 이상 쓰라’는 대목에서 대다수가 고통스러워하는 걸 봤어요. 하지만 NIE를 꾸준히 배운 학생들은 그런 중압감과 구애받지 않고 즐겁게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 교사의 고민은 “요즘 아이들은 이것저것 배우며 입력은 많은데 출력을 잘 못한다는 점”이다. 그는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학생들이 NIE 시간에는 무언가 스스로 찾고 생각하면서 창의력과 발표력이 부쩍 느는 걸 목격한다”면서 “또 학생들이 스스로 찾고 느끼고 생각하는 법을 배우다 보니 친구들이나 사회와 소통하는 힘이 길러지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의 교육열이 높다고 하지만 사실 점수열이 높은 겁니다. 사회과목을 지도하고 있지만 정말 아이들의 미래를 위하는 프로그램일까 생각해봤을 때 의문이 생길 때가 많았습니다. 논술만 봐도 입시정책에 따라 중요도가 달라지잖아요. 하지만 NIE는 단순한 논술을 뛰어넘을 수 있는 ‘플러스 알파’라고 생각합니다. 그 알파는 스스로 생각하고 쓸 수 있게 해준다는 거죠.”
그는 “신문은 다양한 영역을 다루기 때문에 다른 교육법과 통합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마지못해 하는 공부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좋다”면서 “일상생활에서 출발한 내실있는 자기주도적 학습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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