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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기사

역사 발전에 폭력은 불가피한가?

■ 제시문 1

 

제 16회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1992) 개막 공연 때 전통 의상을 곱게 차려 입은 11세 소녀가 프랑스의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불렀다.

 

나가자 조국의 아들 딸이여

영광의 날이 왔도다!

폭군에 결연히 맞서서

피묻은 전쟁의 깃발을 내려라!

우리 강토에 울려 퍼지는 포악한 적군의 함성을 들으라.

적들은 우리의 아내와 사랑하는 이의 목을 조르러 다가오고 있다!

무기를 들어라, 시민 동지들이여.

그대 부대의 앞장을 서라!

나가자 나가자 우리 함께

조국의 목마른 밭고랑에 적들의 더러운 피가 넘쳐 흐르도록.

 

전 세계로 생중계된 이 광경을 지켜보며, 프랑스어를 알아듣는 사람들은 섬뜩함을 느꼈다. 세계 평화의 재전인 올림픽 개막식에서 어린 소녀가 이처럼 전투적이고 피비린내나는 국가를 부르게 한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를 계기로 국가의 가사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프랑스의 역사와 정신이 스며 있는 가사를 한 글자를 바꿔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 고등학교 세계사

 

■ 제시문 2

 

개인적 차원에서 폭력은 정화의 힘을 가진다. 폭력은 원주민에게서 열등감과 좌절, 무기력을 없애주고, 용기와 자존심을 되찾게 해준다. 설사 무장 투쟁이 상징적인 데 그치고 전 민족이 탈식민화 운동의 대열에 동참하지 않는다 해도, 민중은 해방이 모두의 과제이며 지도자라고 해서 특별히 우수한 사람은 아니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깨닫는다. 그때부터 민중은 신생 정부가 신속하게 제시하는 합의 기구에 관해 과묵하면서 과감한 자세를 취한다. 민중이 민족 해방에서 폭력의 역할을 떠맡았을 경우 민중은 어느 누구도 ‘해방자’로 자처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으로 얻은 결과를 놓치지 않으려 하며, 자신들의 미래와 운명을 살아 있는 신의 손에 맡기려 하지 않는다. 어제 그들은 완전히 무책임했으나 오늘은 모든 것을 이해하고 모든 결정을 내리려고 한다. 폭력으로 인해 깨어난 민중의 의식은 일체의 화해를 거부한다. 이때부터 선동가, 기회주의자, 마술사들은 어려운 임무를 맡는다. 육탄전으로 내몰렸던 대중은 구체적인 것에 대해 탐욕스러워진다. 신비화하려는 시도는 결국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지고 만다.

- 프란츠 파농,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

 

■ 제시문 3

 

이른바 가장 강한 자의 권리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게 할 경우에 생겨나는 결과란 아무도 설명할 수 없는 넌센스뿐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만약 힘(力)이 권리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면, 원인이 달라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질 것이니, 최초의 힘보다 더 센 힘은 최초의 힘에서 생긴 권리까지도 차지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복종하지 않고도 벌을 받지 않을 수 있다면 불복종 역시 정당한 것잉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자만이 항상 정당하다면 오직 강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만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런데 힘이 없어지면 함께 없어지고 마는 권리란 대체 무엇일까? 폭력으로 복종을 강요한다면 반드시 복종해야 할 의무도 없는 것은 아닌가. 그러므로 여기서 말하는 가장 강한 자의 권리라는 말은 폭력과 다름이 없으며 결국 그 말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모든 권력은 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주장을 나는 인정한다. 그러나 모든 질병도 역시 신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가 병들었을 때 의사를 불러서는 안 된다는 뜻인가? 으슥한 숲속에서 강도에게 습격을 받았을 때, 그의 폭력에 의해 강제로 지갑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될 경우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 돈지갑을 내주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도 나는 일부러 지갑을 내주어야 할 의무가 있을까? 강도가 든 권총도 역시 하나의 폭력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 장 자크 루소, ‘사회 계약론’

 

■ 쟁점 논제

 

1. 논술 논제

제시문 1의 상반된 2, 3을 요약하여 정리하고, 제시문 1의 프랑스 혁명과정에서 나온 ‘폭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하시오. (900자 내외)

* 보낼 곳 : yimza@daum.net

 

2. 면접 논제

폭력과 비폭력을 어떻게 정의하며, 그들의 외연(外延)을 어디까지 잡아야 하는지 주위 학생들과 토론해 보세요. (면접은 주변 학생들과 해보기 바람)

 

■ 논제의 포인트 및 평가기준

■ 쟁점 확대하기

 

인류의 역사는 평화적 방법으로 발전된 것이 아니다. 농경사회 이후의 사회는 거의 폭력으로 점철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은 겉으로는 사랑을 외치고 비폭력을 찬양하면서도 인류역사를 지배해 온 것은 폭력이다.

폭력에는 물리적 폭력, 개인적 폭력, 집단적 폭력, 소수의 폭력, 다수의 폭력 등이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권력을 가진 소수의 폭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폭력이 인간공동체를 파괴시키기 때문이다.

순수한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듯이, 권력을 가진 소수의 폭력은 인간공동체에 올바른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좋은 정부도 만들지 않는다. 좋은 사회를 만들지 않는다. 폭력은 인간적인 것(대화, 존경, 합리성)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마녀 화형, 홀로코스트로 대표되는 유태인의 죽음 등 사회적으로 정당화되기도 하지만 올바른 역사로 기록되지 않는다.

폭력은 정신적이든 물리적이든 사람과 사회에 해를 끼친다. 역사는 정의롭지 못한 곳에서 정의로운 곳으로 흐르며 기록된다. ‘좋은 가치’의 추구. 그것이 우리의 지향점이다.

 

■ 쟁점 기출문제

 

2011학년도 숭실대학교 수시 1차 신입학 모의 논술(인문계)

 

문제 1. 제시문 (가) ~(다)의 내용을 토대로 (라)의 도표에서 드러난 한국의 명품 관련 현상을 분석하시오. (600자±50자, 30점)

 

문제 2. 제시문 (마)에서 설명하는 ‘폭력’의 개념을 활용하여 (바)에서 (자)까지의 입장을 비교, 대조하시오. (600자±50자, 30점)

 

문제 3. ‘문제 2’를 바탕으로 제시문 (차)와 (카)에 나타난 폭력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시오. (1,000자±100자, 40점)

 

■ 쟁점 관련 도서

 

1. 나쁜 사마리아인들   

2. 정의란 무엇인가

 

■ 쟁점 관련 영화

     

1. 변호인              

2. 솔트

            

■ 학생 글과 교사 총평

 

1. 학생 논술문

인류의 많은 역사 발전에 폭력이라는 수단은 수없이 개입되어 왔다. 하지만 간디는 비폭력, 불복종 운동으로 인도인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맞섰다. 비폭력 불복종 운동은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비록 많은 희생이 따랐을지라도, 비폭력으로 자신들의 권익을 찾았다. 정의로운 상황을 만든 폭력은 정당한 것인지 고찰이 필요하다. 어린 소녀의 입과 어울리는 아름답고 정당한 폭력이 존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시문1> 에서는 역사 발전에 사용된 폭력조차 논쟁거리가 되는 상황이 제시된 반면, <제시문2> 는 폭력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고 <제시문 3> 은 폭력의 모순성을 이야기한다. 폭력이란 파멸과 무의미한 반복 끝에 나오는 넌센스, 즉 그 모순성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는 폭력과 권리를 주장하려는 세력, 구조화되고 치밀해진 폭력으로 결국 자기 파멸로 귀결되는 것이다.

 

결국 폭력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혁명 과정에서의 폭력은 불가피한 것이었고,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폭력의 본질을 묵과한 것이다. 자신의 정당한 권리는 정당한 방법으로 되찾아야 한다. 폭력은 정당한 방법이 아니다. 영화 ‘설국열차’의 상황에서 열차라는 공간은 인류의 마지막 생존지였다. 그 열차는 꼬리칸과 머리칸으로 나뉘여 꼬리칸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폭동을 일으킨다. 결국 꼬리칸 사람은 무수한 희생을 남기며 머리칸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에서 꼬리칸 사람들은 머리칸을 차지할 수 없었다. 또한 공평한 권리를 찾지도 못했다. 단지 열차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상대에 적대적으로 맞서기 보다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우리의 현실 생활 속에 폭력은 직접적인 혹은 간접적인 구조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사소한 폭력이라도 혹은 거대한 폭력을 가한다고 해도 어떠한 문제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해별방법은 될 수 없다. 최동해 (해성고 1학년)

 

2. 교사 총평

 

이번 논술문의 주제는 ‘폭력의 정당성’이다. 역사발전에 폭력은 불가피한가? 아니다. 정당하지 못하다. 지배계층의 폭력, 과학기술의 폭력은 인간 공동체를 몰락시키기 때문이다.

 

- 제시문에 대한 이해 분석력

제시문에 대한 요약은 ‘해석과 정리’의 힘을 필요로 한다. 채점 교수 및 담당 교사에게 설명은 필요없다. 학생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힘’만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최동해 학생은 지금 논제에서 요구하는 ‘제시문 (가)의 상반된 (나), (다)를 요약하여 정리하라는 논제에 대해 충실히 답하고 있다. 그러나 요약하여 정리하라는 말은 길게 설명하라는 것은 아니다. 지금 2번째와 3번째 문단을 통해 길게 설명하고 있다. 설명보다는 간단하고도 명료한 요약이 필요하다.

 

- 창의적 사고력(비판력, 참신성)

창의적 사고력은 자기 주장에 대한 이유와 설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동해 학생의 논술에서는 이유보다는 설명이 더 구체적이다. ‘설국열차’를 통해 폭력의 최후가 어떤 모습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 설명을 통해 ‘폭력’의 최후보다는 비폭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비폭력의 정당성’이라는 논리를 펼쳤다면 더 좋은 논술글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문제 해결력

문제 해결력은 논술문이 요구하는 쟁점에 대한 자기 주장과 이유,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의 구조라 생각한다. 지금 최동해 학생은 ‘결국 폭력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보다는 ‘폭력은 정당하지 못하다’라는 자기 주장의 핵심을 보여주고 그 주장에 대한 논증을 보여주어야 한다.

 

- 문장력 및 표현력

가장 기본적인 글자수 채우기에 충실한 논술글이다. 비교, 대조가 이루어지고 자기 주장에 대한 논증의 구조도 갖추었다. 하지만 논술은 천리길과 같다. 천리길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듯 논술도 그 발걸음이 많이 길다. 논증의 구조만 좀더 다듬으면 좋은 논술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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