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근영중 10년째 역사 공동수업 / 일본 전 교사 스즈키 히토시씨 강의 / "안중근 의사, 동양 평화 기원한 의인"
지난 27일 오전 전주 근영중 무궁화쉼터. 조은경 근영중 교사가 1학년 6반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제가 무슨 날이었죠?” 한 학생이 “천안함 4주기”라고 답변했다. 조 교사는 “천안함 4주기이기도 했지만, 안중근 의사 순국 104주년이었다”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스즈키 히토시씨(전 일본 요코하마중 교사)와 한일역사 공동수업을 진행해온 조 교사에겐 올해가 각별하다. 안중근 의사(1879~1910) 순국 104주년이자 한일역사 공동수업 10주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역사 인식 및 우경화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지만, 스즈키씨의 수업은 한일관계를 갈등·반목이 아닌 우호·평화로 이끌자는 점에서 가슴 깊은 울림을 남겼다.
스즈키씨의 삶을 지배한 것은 안중근이다. 그는 20년 째 서울 남산의 안중근 기념관을 찾았다. 그는 “안중근을 이토 히로무비를 저격한 테러리스트가 아닌 동양의 평화를 간절하게 기원한 의인(義人)”이라고 했다.
뒤이어 “안중근이 민족의 독립을 위해 몸 바칠 수 있었던 건 아버지 안태훈과 어머니 조마리아의 영향이 컸다”고도 했다. 그는 사형선고를 받은 아들에게 쓴 조마리아의 편지 동영상도 보여줬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는 결연한 편지를 본 학생들은 잠시 숙연한 분위기가 됐다.
그는 또 한·일간 역사적 아픔에도 불구하고 끈끈한 우정을 보여준 천문학자 나일성 연세대 명예교수와 사카에 요코하마 방송국 PD의 일화를 소개했다. 스즈키씨는 “‘조센징’이라는 놀림을 받았던 나일성에게 유일하게 벗이 되어준 사카에는 서로에게 단짝이었다”고 전했다. 일본의 전쟁 패배로 헤어졌다가 41년 만에 재회한 이들의 드라마틱한 삶은 책·영화로도 제작됐을 만큼 관심을 끌었다. 그는 “소년 시절 두 아이의 가슴에 새겨진 순수한 우정은 시대가 갈라놓았으나 채도는 전혀 변색되지 않았다. 이들의 우정은 늘 같은 곳을 지향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면서 민간 외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조 교사는 학생들의 손편지를 스즈키씨에게 전하며 “국가 간 갈등이 있더라도 민간 교류는 완충 역할을 하게 되는 법”이라면서 “앞으로 근영중 학생들이 열린 사고로 바람직한 한일 관계의 초석을 다지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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