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의 대표적인 비정규직인 영어회화전문강사(이하 영전강)들이 고용 안정을 요구하며 전북도교육청사 1층 로비를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26일 오후 5시께 무기한 농성을 시작한 강사들은 이날 도교육청이 각 학교에 보낸 공문 내용을 가리켜 ‘우회 해고’라고 주장하며 방침을 수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이 문제삼는 것은 ‘2015년 영어회화전문강사 운영지침 알림’이라는 제목으로 전달된 공문의 수업 시수 하한 부분. 해당 공문은 ‘주당 책임수업시수 중 영어 정규수업을 최소 15시간 확보한 학교’만 영전강 신규 채용 및 재계약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정규수업 하한선이 3시간 올라갔다.
함께 기재된 ‘시 지역 학교는 주당 18시간, 군 지역 학교는 12시간씩을 반드시 영어정규교사 적정수업시수로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과 조합되면 현재 130여명인 영전강들이 절반 이상 해고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예를 들어 3~6학년이 5개 반씩 모두 20개 반이 있고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정규 교원이 2명 있는 시 지역 초등학교라면, 영어 수업이 3·4학년은 주당 2시간씩, 5·6학년은 주당 3시간씩 있기 때문에 영어 과목의 총 시수는 주 50시간이 된다. 정규 교원 2명이 각각 18시간씩을 맡으면 남는 시간은 14시간. 이렇게 되면 최소 기준인 15시간에 미달하기 때문에 학교는 영전강을 채용하거나 재계약할 수 없다.
이날 농성에 참여한 최모 강사는 “2010년에는 ‘4년이 지나면 재배치 등을 통해 고용을 보장해주겠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처음의 약속만 지켜주면 된다”고 말했다.
이성주 전 전북대표(45)는 “4년 동안 수업을 해온 강사면 검증된 셈인데, 이들을 활용해 영어 공교육을 강화해나갈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교육혁신과 관계자는 “ ‘정규 교원으로 수업을 전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교원을 보조한다’는 영전강 제도 도입 취지를 생각할 때, 학교 여건이 바뀜에 따라 재계약을 할 수 없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수업 시수 하한에 대해서는 ‘교육감의 원칙’임을 강조했다. 정규 교원들이 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강사들과 4회에 걸쳐 협의했다. 공문도 일방적으로 보낸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전강 제도는 2009년 영어 수업이 확대되면서 도입됐다.
영전강 제도의 근거가 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2조 제5항은 “임용할 때 그 기간은 1년 이내로 하되, 필요한 경우 계속 근무한 기간이 4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입 때부터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3년 ‘무기계약직 전환 등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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