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고, 장애인 주간 맞아 재활원생 등 60명 초청 / 교정 거닐며 봄 햇살 만끽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철쭉이 만개해 있었다. 이런 좋은 날씨에도 좀처럼 나들이를 떠나기 쉽지 않은 장애인들이 동암고 교정을 찾았다.
동암고가 장애인 주간을 맞아 23일 동암재활원에서 지내는 장애인 45명과 보조인 15명을 초청한 것이다. 이들 초청 장애인들과 재학생들이 한데 어울려 봄을 만끽했다.
이날은 이 학교 학생들이 1학기 중간고사를 마친 날이기도 했다. 방금 전까지 시험문제와 씨름했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장애인들과 나들이를 함께했다. 이렇게 나선 학생들이 80여명이었다.
라경균 동암고 학생회장(3학년)은 “처음에는 참가를 끌어내기가 힘들었는데, 친구들에게 행사의 취지를 설명해주니까 다들 흔쾌히 나섰다”고 말했다.
장애인들과 동암고 학생들은 30여분 간 함께 교정을 거닐며 이야기를 나눴고, 점심식사도 함께 했다.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동행한다는 의미”라는 김진태 교장의 말대로,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일방적으로 돕는다기보다는 함께 논다는 쪽에 가까웠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2학년 박진표 학생은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사실 다른 친구들에게 실망하기도 했다. 장애인들을 따라하면서 놀리고 비하하는 모습이 보여 불편했다”면서 “관건은 관심이다. 동등한 입장이라는 인식을 하면서 관심을 갖게 되면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에 나들이를 쉽게 하지 못한 것을 들어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내용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진용철 동암재활원 원장은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구조를 바꾸는 것은 아직 쉽지 않다”면서 “이동권은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장애인 콜택시와 같은 것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점심식사를 마친 이들은 다시 교정을 반 바퀴 돌아 교문 앞에서 작별했다. 길지 않은 만남이었음에도 차창 너머로 서로 손을 잡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정영화 동암재활원 자치회장은 “학생들이 거동을 많이 도와줘서 뜻 깊었다. 점심식사도 맛있었다”면서 웃어 보였다.
진용철 원장은 “한 번이지만 서로의 거리가 많이 좁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이런 경험들이 중요하다. 학생들에게도 일방적으로 돕는 게 아니라 기쁨을 얻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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