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 동창, 직장 나와 목공예…30살 박성원·김승건·박정군 씨 / 고객 목소리 디자인 직접 반영…고집보다는 열린 소통에 중점
‘목수’. 대패질하고 나무 깎는 사람. 나무 밥을 먹는 사람. 외국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힘을 쓰는 직업이다 보니 기피하고 천시하는 경향이었다. 가구가 대량화되면서 목수도 점점 줄어들고, 배우려는 사람도 없어졌다. 그래서 젊은 목수는 귀하다.
청바지 뒷주머니에 목장갑, 스타일을 버릴 수 없는 멋쟁이 젊은 목수들.
박성원(31), 김승건(31), 박정군(30) 씨. 이들은 어릴 적 친구들이다. 이들의 관계도를 그려보면 이렇다. 박성원·김승건 씨는 중학교 동창. 박성원·박정군 씨는 초등학교 동창.
어릴 적 친구들이 각기 다른 일터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목수로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의 전직은 목수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김승건 씨는 음식점을 운영하다가 취미로 배우기 시작한 목공예에 흠뻑 빠져 운영하던 가게를 접고 목수가 되었고, 박성원 씨는 우체국에서 근무하다가 친구 김승건 씨의 꼬임(?)에 넘어가 동업을 하게 되었다. 3개월 전에 합류한 박정군 씨는 회사에 다니다 친구 박성원 씨의 권유로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요즘 같은 취업난 속에서 잘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목수의 길을 걷게 된 이들의 이야기라 흥미롭다.
젊은 목수 3인방에게 생애 첫 작품을 물었다.
박성원 씨는 동생의 결혼이 단초가 됐다.
“동생이 결혼을 하는데 신혼집에 TV 드레스장을 만들어서 결혼 선물을 해줬죠. 동생 부부가 굉장히 행복해 했어요. 그리고 아기가 태어나고 조카의 첫 침대도 제가 만들어줬어요”
박정군 씨 역시 가족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형수님께 의자 겸 발판을 만들어 드렸어요.”
김승건 씨는“우리들이 처음 목공예를 배워 처음으로 만들었던 것은 전부 가족과 친구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었다”며 “내 것을 만들기보다는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이 좋아 자꾸 만들어서 선물한다”고 말했다.
나무를 만지는 사람들은 다 선해진다는 말을 한다. 며칠 동안 손가락을 다쳐가며 만든 가구를 선물하는 그 마음이 전달된다.
젊은 목수들이 운영하는 ‘플레이 우드’는 문을 연지 2년이 되어 간다. 아직 연륜이 짧아 서툰 솜씨지만 성실하고 꼼꼼한 고객 관리를 해서인지 제법 단골이 많이 생겼다. 동업에 대한 부담을 얘기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젊은 목수들은 역발상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혼자였으면 진작 그만뒀을지도 몰라요. 친구들과 함께 하니까. 일도 재미있고, 함께 공부할 수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로 정말 큰 힘이 되죠.”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목수 일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가족의 반대가 극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행복해 하는 아들들의 모습을 보며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고 한다.
“저희 또래들은 취업 걱정도 많고, 음주 문화에 자연스럽게 많이 노출이 되잖아요. 저희도 예전에는 그랬고. 그러나 지금은 술을 마시며 다음날 작업하는데 지장이 있어서 스스로 자제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건전한 생활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가족들이 달라진 모습에 더 좋아 하죠.”
나무를 다루는데 밤 문화가 도움이 안 되니 자연스럽게 멀리 하게 되었다는 서른 살의 청년들. 이들에게 목수는 천직인가 보다.
“목수라고 불리기에는 아직 어리죠. 어른들에겐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처럼 보일수도 있구요. 모르니까 더 많이 배우고 모르니까 더 열심히 하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방식을 찾는 게 가능하죠.”
사람이 만지는 가구이다 보니 비싸더라도 좋은 나무를 고집한다. 주로 편백, 자작, 홍송, 참나무, 물푸레나무, 삼나무를 많이 다루는데, 그중 참나무와 물푸레나무는 워낙 고가여서 다루는데 유독 어렵다고 한다.
고집을 꺾지 않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이들은 열린 마음으로 유기체가 될 줄 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가구가 남들이 봤을 때도 좋은 가구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피드백을 받아들인다.
“고객이 1cm 더 늘려달라는 얘기를 계속한다면 분명 그것이 옳은 방향이겠죠. 제 디자인에 고객의 니즈(needs, 필요)가 접목돼 발전하니까요. 고객의 피드백을 통해 이상적인 디자인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고객과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해요. 누가 쓸 것인지 어떻게 쓸 것인지 고객의 얘기를 많이 듣다보니 소소한 가족사도 알고, 막내 동생 같다고 많이들 말씀하세요. 아무래도 총각 3명이 운영하다보니 인기가 있지 않나 싶어요.”
나무를 만지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젊은 목수 3인방. 지금은 완벽하게 만들어야겠다는 마음 대신 누군가 내 물건을 행복하게 사용하면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작품을 만든다. 이들의 바람처럼 젊은 목수가 만든 가구가 손때 묻고 부대끼며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상의 행복을 만들어가길 응원한다.
■ 손으로 만든 물건 가치 공감 DIY 프리마켓, 내달 송도서
‘2015 송도 DIY 핸드메이드 프리마켓’이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다.
다음달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L.I.F.E. 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열린다. L.I.F.E.는 손으로 만들어진 물건의 가치와 감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 배우고(Learning), 영감(Inspiring)을 얻고, 즐거운(Fun) 경험(Experiences)을 공유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전시회에서는 DIY 부자재와 핸드메이드 인테리어 소품, 홈패션 관련 상품, 퀼트, 초크, 인형, 쥬얼리, 도자, 목공, 가죽, 플라워, 종이공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작활동을 펼치는 작가들의 핸드메이드 품목을 만나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관람객은 친환경 재료로 ‘나만의 DIY가구 만들기’, ‘핸드메이드 작품 만들기 체험존’ 등에서 직접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 참가 및 관람 안내는 홈페이지(www.diyhandmade .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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