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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이자 문화예술교육가 임승한]'자아' 찾아가는 예술가·'공동체' 생각하는 교육가

훤칠한 키에 서글서글한 웃음, 어느 누구와도 금새 친해지는 친화력. 동네 삼촌같은 임승한 작가(45)를 만나러 지난달 25일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을 찾았다. 일요일 오전이었음에도 작가의 지인들이 전시장 내에 가득했다. 그리고 대화나누기를 좋아하는 그는 시종일관 너털웃음을 지으며 지인들에게,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열세번째 개인전 Zero Point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그는 참 하는 일이 많다. 두레공간 콩 대표, 한문화예술센터 대표, 전북 나우아트페스티벌 집행위원, 토색회 사무국장, 문화예술교육거리 협의회 사무국장,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시간강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학교예술강사, 부채문화관 운용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어떻게 이런 많은 일들을 하냐고 물어보니 그림을 그리다가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며 생계를 위해 시작한 일들이 이렇게 많아졌어요. 그런데 요즘엔 그 일들을 하며 수많은 관계속에서 나를 만나게 되네요. 허허하며 또 웃는 그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는 화가이며, 동시에 공동체성을 살리는데 문화예술을 도구로 삼는 교육가이다. 예술가와 교육가 두 개의 바퀴를 균형있게 굴리며 참 많은 이들과 더불어 즐거운 예술의 장을 펼치며 살아가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존재에 대한 심오한 탐구임 작가는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북대학교 미술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3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 초대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전북위상작가상, 문화관광체육부장관상, 문화예술교육원장상, 전라북도 미술대전 우수상 및 특선 5회 기타 공모전에서 10여 회 수상했다. 서글서글하고 너털웃음을 짓는 임 작가의 작품은 사람을 멈추게 하는,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 있다. 그 이유는 그의 모든 작품에 공통 화두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규정되지 않은, 그러나 매우 중요한고 심오한 질문이 있기 때문이다. 반쯤 베어 물어 먹고 남은 사과에 보이는 씨를 보며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고, 과일의 단면을 통해 존재를 투영하는 작품을 창작하게 되었다고 한다.시공간을 초월한 교감과 교류를 꿈꾸고 있는 그의 작품 활동은 결국 자기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이자 출발점이라고 한다. 저는 전시회가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국 이 작품들은 제가 존재하는 일련의 과정 중 한 부분이고 진행중이요라고 말했다.내년에 셋째가 태어나면 세 아이의 아빠가 되는 임 작가. 그의 기존 작품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내, 딸 등 가족이 많이 등장한다. 그것도 100호 정도 크기로 크게 그린 작품이 많다. 가족을 그린다는 게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가족은 결국 저예요. 가족들의 외관을 보면 나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어요. 할머니를 그리는데 저를 그리고 있고, 딸을 그리고 있지만 저를 그리고 있는 거더라구요. 그래서 가족을 그린다는 것은 자화상을 그리는 것 같아요.가족을 통해, 타인을 통해 나를 본다는 그,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향한 질문을 하고 최근 Zero point라는 개인전을 통해 우주적 순환고리 안에서의 나의 존재를 미약하게나마 들여다보고 있다며, 나라는 존재에 대해 깊은 성찰과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미술활동 통한 교육과 치유스테이플리쉬, 꿈다락토요문화학교, 두레공간 콩에서의 합동전시 등 각종 공동예술작품 활동을 많이하는 임 작가는 우리를 고민하고, 실제로 함께함으로써 그 과정자체가 작품이 되는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청소년대상의 문화예술교육은 2005년 처음 하게 됐다. 아이들에게 또래집단의 공동체성을 어떻게 하면 찰지게 경험하게 해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그것을 기획하고 함께하는 문화예술가들도 공동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두레공간 콩도 그런 의미에서 만들어진 공간이고 공동체입니다. 옛날에 두레 품앗이 그런 거 있잖아요. 같은 의미에요. 어릴 때 미술부활동과 대학 때 공동작업을 기획하고 진행한 경험이 많고, 어렵고 힘든 시절에 공동작업을 하면서 즐겁게 잘 이겨냈던 기억이 많아요. 그래서 많이 힘들어하고 방황하는 청소년기들에게 공동체성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시스템이나 규정이 극대화 된 요즘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그 예술이 함께 관계맺음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면 더욱 좋구요. 그렇다고 시스템이나 규정이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시스템이나 규정이 반(反)이라면, 예술은 정(正)이고 이것이 합(合)을 이루게 잘 비벼지고 함께 공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술가 양성지원 사업 확대 필요그와의 인터뷰를 마치며 전북 예술계에 바라거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 지 물었다.두 가지가 있어요. 먼저 전북 미술계에 하드웨어로 많은 기관들이 있어요. 그러나 문화예술가를 큐레이팅하고 사람을 아우르는 소프트웨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곧 전북에 들어올 문화재단에서 이런 소프트웨어를 만들어가는데 많은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다른 하나는 저의 주 활동 무대이자 전주의 정체성을 담고 있어야할 한옥마을에 바라는 것이 있어요. 이미 토착민보다 이주민이 더 많은 상황이 돼버렸지만 다행히 미비하나마 토착민들의 자생적 문화예술활동이 이뤄지고 있어요. 한옥마을의 문화예술적 코드를 잘 읽고 정체성을 함께 만들어가는 자생적 공동체나 활동이 많아지길 바래요.우리를 통해 나를 보는, 누군가의 우리가 되어 그를 비춰주는 현재 진행형 문화예술공동체의 인간 허브 임승한 작가. 앞으로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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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1.25 23:02

도심 속 아이들 비밀 아지트 '문화공간 싹'

문화공간싹(대표 채성태)은 2000년 초만해도 다소 생소했던 문화예술교육을 지역의 아이들과 꾸준히 함께 하고 있다. 벌써 15년 남짓. 현재는 어은터널 인근에 있는 공간 일부를 지역주민이 아이들의 활동을 위한 목적으로 기부하였고 페인트칠부터 조명다는 것 하나하나까지 아이들과 채성태작가가 직접 공간 리모델링에 나섰디. 그리고 지난 8월 말 야심차게 공간을 오픈하였다. 아이들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새로운 경험을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던 오픈식 현장을 찾아가보았다.어은터널 아래, 뭔가 희미한 불빛이 반짝거린다. 아~ 저기로구나! 가던 발걸음을 불빛 있는 쪽으로 향했다. 입구에서부터 우렁차게 아이들이 손님들을 맞이한다. “안녕하세요. 아지트 오픈식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음식이랑 준비했으니 마음껏 드세요” 아이들에게서 오픈식 멘트를 써보고, 직접 연습한 모습이 보여 기특한 마음에 웃음이 났다. 어두운 마당에, 아이들이 나누어준 야광봉이 반짝거린다. 마당 한켠 자리한 가마솥에 아이들이 돼지고기를 삶았다. 맛이 아주 기가 막힌다. 다들 수육 맛에 빠져, 약속이라도 한 듯 ‘맛있다’를 연발하고 있는데, 지역주민 한분이 물으신다. “ 왜 이렇게 수육이 맛있는 줄 알아요?”, “ 왜요?” “ 아이들의 예쁜 마음이 담겨서 ^-^” 우아..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 좋은 장소로 지역을 디자인 한 아이들. “ 어은골 소개를 해드릴게요. 함께 가실 분은 입구로 모여 주세요!”아이들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서니 벽마다 벽화가 그려져 있다. 아이들이 마을 골목골목에 벽화를 그렸다. 터널 안에는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헤엄을 치고 있다. 벽마다 작고 큰 그림들이 그려 져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요즘, 벽화사업이 유행이다. 관광객들을 끌어 모을 수 있다고 하니 과정과 결과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고 벽화사업을 하겠다고 난리도 아니다. 그렇게 시작한 벽화사업은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의 고통으로 자리 잡는다. 동네가 시끄러워지고 땅값은 올라간다. 그리고 높아진 땅값에 오랜 터를 잡았던 원주민들은 지역을 떠난다. 그러나 어은골에 아이들이 그려낸 벽화는 다르다. 과정이 담겨 있고, 지역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어은골이 있는 지역은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는 장소이다. 그곳에 아이들이 벽화를 그리겠다며 자주 왕래하기 시작한다. 호기심 많은 어르신들은 아이들이 여기서 뭐하는지 궁금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어르신세대와 아이들 세대가 만난다. 스파크가 튀는 것이다. 채성태 선생님도 그 세대 간의 만남 안에서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스파크가 튀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제 이곳은 아이들이 생각을 담아내고, 활동을 만들어나갈 아지트의 공간이다. 아이들의 역사가 쌓이는 공간이 된 것이다. 좋은 장소는 그곳에 사는 사람의 삶과 생활이 쌓여 형성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좋은 장소를 만들려면, 그곳에 사는 사람의 삶과 생활이 쌓일 수 있게 하면 되는 것이다. 벽화를 구실로 시작된 ‘좋은장소’에 아이들과 지역주민의 삶이 색을 덧칠해지며 ‘더 좋은 장소’로 디자인되길 기대해 본다. △ 아이들이 할 수 있도록 가만히…가만히…바라봐 준다는 것.어른들은 아이들보다 경험이 많다. 그래서 두려움도 크다. 빗겨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잘 안다. 그래서 마음속을 뒤져 애써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하게 된다. 아이들을 위해서라기보다 어른들의 편리함을 위해서라는 생각도 든다. 정답을 알려주면, 과정이 없어지니 그만큼 얻어지는 결과물도 빠르기 때문이다. 문화공간 싹에서는 아이들에게 정답을 알려 주지 않았다. 아이들 스스로 직접 몸으로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맡겼다. 이번 오픈식 과정도 마찬가지다. 아이들 스스로 음식준비, 영상, 발표 팀으로 나누어 준비하게 했고, 날짜도 아이들이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함께하는 법을 배워갔다. 사실,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선생님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참 크다.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도와야 하고, 막히는 부분에서는 실마리를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물꼬를 터 주어야 한다. 기다려야 하고, 인내해야 하고, 맘에 차지 않은 부분까지도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아이들에게 경험이라는 것이 쌓이고 시행착오라는 것이 쌓여 자기의 것이 되기 때문이다. 문화공간 싹 선생님들은 그것을 알기에, 이렇게 묵직한 과정을 아이들과 만들어 나간 것이다. △ 반짝반짝한 오늘이 만들어 낼 내일 2015년 문화공간 싹의 토요문화학교 주제는 ‘오늘도, 반짝반짝’ 이다. 2014년도에는 ‘그래도 반짝반짝’이라는 주제로 미래에 대한 상상이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아이들이 살아가는 지금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게 하기 위함이었다. 오늘이 반짝반짝하다면 다가올 내일, 미래는 당연히 반짝 거릴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이 반짝반짝하기 위해서 세상으로 나가보는 준비를 개별 프로젝트 ‘반짝반짝 세상나들이’를 통해 아이들이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 다혜라는 친구는 채성태 선생님을 따라 전북일보에서 주관하는 기자학교 프로그램에서 보조강사 역할을 맡고 있다. 다혜라는 친구가 오픈식에서 ‘반짝반짝 세상나들이’에 대한 소회를 나눠 주었다.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었고,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는데 지금껏 한사람의 능력을 어떠한 기준을 정해서 선을 그었었구나, 라는 것을 경험하면서 깨달았어요. 누구나 충분히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세상에서 자신이 주인 되어 반짝반짝하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과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각자에게 있어요. 이 프로젝트는 어쩌면 각자에게 특별하게 주어진 그 잠재력, 그것을 끌어올려가는 과정도 될 수 있습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이더라도 조금씩 내가 꿈꾸는 모습과 닮아가도록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다듬어가도록 노력하는 과정인 것이죠”다혜의 소회가 감동스럽게 다가왔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어려움이 없을 수는 없다. 때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일까 두렵기도 하다. 그럴 때, 그 상황을 바라보고 헤쳐 나갈 수 있는 능력은 내가 경험한 것으로 비추어 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 바로 살아가는 삶의 태도로 만들어 진다.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내 삶의 주인으로 내가 살아가려 하는 모습. 아이들은 문화공간 싹을 통해 그 태도를 쌓아가고 만들어 가고 있구나 싶었다. △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오픈식을 준비하는 과정에, 너무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고, 작은 공간에 모든 분들을 초대 할 수 없어 이번 오픈식은 부모님들을 모시고 ‘오늘도 반짝반짝’에 참여하는 친구들의 온전한 과정을 위해 꾸며졌다. 아이들 과정 중에 여럿이 함께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에 대해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기도 했고,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격력의 말을 해주기도 했다. 지역에서 큰 도움을 주신 ‘사부님’의 인사말도 들었다. 어은골을 함께 멋지게 만들어 준 청소년동아리 크로다일의 축하인사도 들었다. 2시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이 오롯이 만들어낸 과정이 눈에 스쳐 지나가는 듯 했다. 아이들 스스로 했지만, 아이들 스스로 하기 위해 애써준 많은 분들의 노력 덕분임이 눈에 그려졌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고 한다. 이제 아지트는 만들어 졌다. 지역 사람들과 아이들이 함께 만들며 쌓아갈 역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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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02 23:02

【젊은 목수 3인방 '플레이 우드'】 "나무 만지면서 행복…친구와 함께하니 든든"

목수. 대패질하고 나무 깎는 사람. 나무 밥을 먹는 사람. 외국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힘을 쓰는 직업이다 보니 기피하고 천시하는 경향이었다. 가구가 대량화되면서 목수도 점점 줄어들고, 배우려는 사람도 없어졌다. 그래서 젊은 목수는 귀하다.청바지 뒷주머니에 목장갑, 스타일을 버릴 수 없는 멋쟁이 젊은 목수들.박성원(31), 김승건(31), 박정군(30) 씨. 이들은 어릴 적 친구들이다. 이들의 관계도를 그려보면 이렇다. 박성원김승건 씨는 중학교 동창. 박성원박정군 씨는 초등학교 동창.어릴 적 친구들이 각기 다른 일터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목수로 한 자리에 모였다.이들의 전직은 목수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김승건 씨는 음식점을 운영하다가 취미로 배우기 시작한 목공예에 흠뻑 빠져 운영하던 가게를 접고 목수가 되었고, 박성원 씨는 우체국에서 근무하다가 친구 김승건 씨의 꼬임(?)에 넘어가 동업을 하게 되었다. 3개월 전에 합류한 박정군 씨는 회사에 다니다 친구 박성원 씨의 권유로 마지막으로 합류했다.요즘 같은 취업난 속에서 잘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목수의 길을 걷게 된 이들의 이야기라 흥미롭다.젊은 목수 3인방에게 생애 첫 작품을 물었다.박성원 씨는 동생의 결혼이 단초가 됐다.동생이 결혼을 하는데 신혼집에 TV 드레스장을 만들어서 결혼 선물을 해줬죠. 동생 부부가 굉장히 행복해 했어요. 그리고 아기가 태어나고 조카의 첫 침대도 제가 만들어줬어요박정군 씨 역시 가족에게 주는 선물이었다.형수님께 의자 겸 발판을 만들어 드렸어요.김승건 씨는우리들이 처음 목공예를 배워 처음으로 만들었던 것은 전부 가족과 친구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었다며 내 것을 만들기보다는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이 좋아 자꾸 만들어서 선물한다고 말했다.나무를 만지는 사람들은 다 선해진다는 말을 한다. 며칠 동안 손가락을 다쳐가며 만든 가구를 선물하는 그 마음이 전달된다.젊은 목수들이 운영하는 플레이 우드는 문을 연지 2년이 되어 간다. 아직 연륜이 짧아 서툰 솜씨지만 성실하고 꼼꼼한 고객 관리를 해서인지 제법 단골이 많이 생겼다. 동업에 대한 부담을 얘기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젊은 목수들은 역발상의 이야기를 들려준다.혼자였으면 진작 그만뒀을지도 몰라요. 친구들과 함께 하니까. 일도 재미있고, 함께 공부할 수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로 정말 큰 힘이 되죠.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목수 일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가족의 반대가 극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행복해 하는 아들들의 모습을 보며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고 한다.저희 또래들은 취업 걱정도 많고, 음주 문화에 자연스럽게 많이 노출이 되잖아요. 저희도 예전에는 그랬고. 그러나 지금은 술을 마시며 다음날 작업하는데 지장이 있어서 스스로 자제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건전한 생활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가족들이 달라진 모습에 더 좋아 하죠.나무를 다루는데 밤 문화가 도움이 안 되니 자연스럽게 멀리 하게 되었다는 서른 살의 청년들. 이들에게 목수는 천직인가 보다.목수라고 불리기에는 아직 어리죠. 어른들에겐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처럼 보일수도 있구요. 모르니까 더 많이 배우고 모르니까 더 열심히 하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방식을 찾는 게 가능하죠.사람이 만지는 가구이다 보니 비싸더라도 좋은 나무를 고집한다. 주로 편백, 자작, 홍송, 참나무, 물푸레나무, 삼나무를 많이 다루는데, 그중 참나무와 물푸레나무는 워낙 고가여서 다루는데 유독 어렵다고 한다.고집을 꺾지 않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이들은 열린 마음으로 유기체가 될 줄 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가구가 남들이 봤을 때도 좋은 가구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피드백을 받아들인다.고객이 1cm 더 늘려달라는 얘기를 계속한다면 분명 그것이 옳은 방향이겠죠. 제 디자인에 고객의 니즈(needs, 필요)가 접목돼 발전하니까요. 고객의 피드백을 통해 이상적인 디자인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고객과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해요. 누가 쓸 것인지 어떻게 쓸 것인지 고객의 얘기를 많이 듣다보니 소소한 가족사도 알고, 막내 동생 같다고 많이들 말씀하세요. 아무래도 총각 3명이 운영하다보니 인기가 있지 않나 싶어요.나무를 만지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젊은 목수 3인방. 지금은 완벽하게 만들어야겠다는 마음 대신 누군가 내 물건을 행복하게 사용하면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작품을 만든다. 이들의 바람처럼 젊은 목수가 만든 가구가 손때 묻고 부대끼며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상의 행복을 만들어가길 응원한다.■ 손으로 만든 물건 가치 공감 DIY 프리마켓, 내달 송도서2015 송도 DIY 핸드메이드 프리마켓이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다.다음달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L.I.F.E. 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열린다. L.I.F.E.는 손으로 만들어진 물건의 가치와 감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 배우고(Learning), 영감(Inspiring)을 얻고, 즐거운(Fun) 경험(Experiences)을 공유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전시회에서는 DIY 부자재와 핸드메이드 인테리어 소품, 홈패션 관련 상품, 퀼트, 초크, 인형, 쥬얼리, 도자, 목공, 가죽, 플라워, 종이공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작활동을 펼치는 작가들의 핸드메이드 품목을 만나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관람객은 친환경 재료로 나만의 DIY가구 만들기, 핸드메이드 작품 만들기 체험존 등에서 직접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 참가 및 관람 안내는 홈페이지(www.diyhandmade .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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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5.2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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