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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삶, 고사리손에 책으로

'아이들이 써 드리는 어르신 자서전' 15권 공개 / 전북 8개 학교 학생 52명, 노인 28명 이야기 담아 / 15일 도교육청 출판기념회

어렸을 적부터 영리해서 별명이 ‘여시(여우)’였다는 손계은 할머니(김제)는 노래를 잘해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실제 삶은 꿈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남편과 함께 시계공장을 운영하다가 영업사원의 잘못으로 큰 빚을 지게 된 기억과, 시대의 변화로 인해 사업을 정리한 사정, 그래서 리어카를 끌며 고물을 모으던 이야기가 이어진다.

 

손 할머니의 목소리를 녹음기에 담아 글로 풀어내고, 그림을 그린 작가들은 바로 김제 치문초등학교 학생 7명이었다.

 

15일 전북도교육청 8층 회의실에서는 ‘특별한’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이날 소개되는 책들의 저자는 전북지역 초·중·고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고, 주인공은 호호백발 노인들이다.

 

이날 ‘아이들이 써 드리는 어르신 자서전’ 출판기념회에서는 8개 학교 학생 52명이 노인 28명의 삶을 기록한 책 15권이 소개된다.

 

무주중학교 양채연 학생이 고복녀 씨의 이야기를 담은 ‘나의 인생’, 부안 백산중 학생 8명이 김성철 씨 등 할머니·할아버지 10명의 삶을 엮어낸 ‘응답하라, 나의 청춘’, 전주사대부고 학생 8명이 양기순 씨의 인생사를 적은 ‘산너머 산이랑께’ 등 다양한 삶의 기록들이 세상 밖으로 나온다. 또 전주 완산중 학생들은 각기 다른 6가지 작품을 이번에 내놓는다.

 

책으로 만들어졌지만 할머니·할아버지가 가정사 부분의 공개를 꺼린 탓에 공개되지 못하는 책도 더러 있다.

 

일반 판매를 염두에 둔 프로젝트는 아니었지만, 일부는 실제 출간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김제 치문초 학생들이 쓴 ‘A letter from grandmother(할머니로부터의 편지)’는 2만5000원이라는 가격표를 달고 나왔다. 좋은 일에 쓰고 싶다는 것이 학생들의 소망이다.

 

전북도교육청은 학생과 노인이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9월부터 ‘아이들이 써 드리는 어르신 자서전’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특히 지역 노인들의 삶을 기록한 책은 역사적 자산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됐고, 이들의 정서에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났다고 도교육청과 지도교사들은 밝혔다.

 

이번에 공개되는 책은 15권이지만, 자서전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예정이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총 30여개 학교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안원석 전주 완산중 교사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좀처럼 없는데, 학생들이 계속 들어주고 친근하게 대하면서 할머니·할아버지들이 학생들을 기다리게 되고 학생들도 인성이 바르게 되는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권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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