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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국내 최고령' 전주 삼양다방

'문화사랑방'에서 구도심 활성화 공간으로

▲ 1970년대 삼양다방이 들어선 건물 전경. 당시에는 전주문화방송 사옥이 한 건물에 있었다.

로변정담(爐邊情談) 그리고 다방. 전주의 다방에는 항상 이야기가 있었다. 달달한 차 한잔과 더불어 담배연기 자욱하게 둘러앉은 지인들과의 사소한 잡담들. 하지만 이들은 문화와 사회, 정치를 논하는 담론의 장소로까지 공간을 확장하며 이후 다양한 전시회, 음악공연, 집회장소로 다방을 이용했다. 전주 근현대 사람들의 사회적 사교를 책임지던 유일한 문화사랑방 다방(茶房), 이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 현존하는 다방으로 자리를 지켜가고 있는 삼양다방을 소개한다.

 

△ 관공서 밀집지역에 문 열어= 우리나라의 커피 역사는 19세기 말까지 올라가지만, 지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는 공간은 거의 없다. 전라북도에도 다방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은 하고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 중앙동 2가에 ‘요시다 다야’라는 다방이 있었다고 전하지만 이곳이 차 원료를 파는 집이었는지, 찻집이었는지 알 수 없다. 1950년대는 한국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피난 온 사람들이 전주에 몰리면서 여관과 국밥집, 다방과 악극 등이 성행하던 시기였다. 불안한 사람들의 심리는 오히려 현실을 즐기는 쪽으로 흐르며, 전주의 근현대 일상생활문화가 만들어져 갔다고 한다.

 

전주의 다방들은 1951년 지금의 영화거리 쪽 고향다방을 시작으로 왕궁, 우인, 카멜다방 등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삼양다방은 1952년 현재의 자리에 개업했다. 삼양다방이 있던 자리는 주변의 법원이나 시청, 도청 등의 관공서가 많아 영화의 거리 쪽 다방과는 분위기가 달랐다고 한다. 다방의 주 수입도 관공서에서 단체로 시키는 배달 차 주문으로, 결혼식이라도 있는 날에는 30잔, 40잔씩 차를 주문했다고 한다. 1950년∼60년대 전쟁과 근대화 등 급변하는 사회적 상황 속에서 사람들의 숨통을 돌리는 사교공간으로서의 다방의 역할은 1970∼80년대에는 일반 대중들의 공간으로 커피향과 더불어 최신 서양문화를 접하는 데이트 공간으로 각광 받았다.

 

△ 다방의 몰락= 그 이후의 다방의 몰락은 사실 다방 내부에 있었다기 보다는 외부 변화에 더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관공서 이전과 커피자판기의 등장, TV나 미디어 확산으로 마담이나 레지와 같은 ‘이쁜 연예인’ 같은 이들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문화공간이 만들어지면서 다방이 가지고 있던 많은 기능들이 사라져갔다. 여기에 90년대 커피숍의 등장은 빠르게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를 주도하며 다방은 어르신들의 공간으로 점점 잊혀졌다.

 

삼양다방은 2005년 지역 문화예술원로들의 모임인 ‘계절회’의 추억의 전시회로 다시 공간과 전주사람들의 문화를 알렸다. 그리고 2013년 새로운 건물주의 건물 매입으로 사라질뻔한 위기를 넘기고 대한민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다방으로 65년째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

▲ 지난 2014년 새단장한 삼양다방 외관. 지역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 구실을 하고 있다.

△ 구도심 활성화 지역네트워크 조성= 2014년부터 새롭게 리뉴얼된 삼양다방은 1950년대 피난온 영화인들과 전주영화인들의 아지트였던 다방을 기리고자 ‘전주영화소품창고’를 지하에 마련했고, 젊은 세대들과의 교감을 위해 핸드메이드 셀러들과 ‘나도 마켓’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또 문지방(문화와 지역이 만나는 사랑방) 공방 입점으로 지역예술인들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삼양다방 건물주와 삼양다방을 지키기 위해 모인 8명의 지역민들은 자발적으로 지금의 삼양다방을 지키며, 근현대 문화를 만들어가던 장소, 현존하는 대한민국 최고령 다방이 가지는 추억과 향수의 사회상을 담은 공간, 사람들의 만남과 이야기를 소중히 간직하는 공간으로 가꾸고 있다. 또한 다방을 지켜왔던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는 구술작업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2015년 삼양다방 단골회원제는 삼양다방을 중심으로 전주구도심의 10개 공간을 엮어 활성화를 도모하는 지역네트워크를 조성하기도 했다. 건물주는 임대비를 받지 않으며, 다방 수익은 구도심활성화를 위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변하듯, 삼양다방 리뉴얼도 3년을 맞았다. 장소의 고유성만이 다방의 가치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공간의 의미를 부여하는 장소성이 세대를 이어가며, 사람과 사람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 가장 오래된 다방이라는 공간에서 우리가 찾고 싶은 그 무엇이 아닐까. 어느날 우연히 만난 1950년대 후반 클래식 음악감상 동호회 ‘쌀롱 세리너’를 이끌던 어르신이 주셨다는 음악은 오늘도 삼양다방의 공간을 채우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

 

● 영화인 기리고…전주영화소품창고

▲ 영화소품창고. 사진제공=삼양다방

지난 2014년 삼양다방 리뉴얼 때 조성됐다. 1950년대 피난 온 영화인들의 아지트였고, 전주영화인들의 사랑방이었던 것을 기리는 공간이다. 특히 1950년대 영화 거리에 있었던 ‘우인다방’은 현인이 주인인줄 알 정도로 많은 영화인들이 드나들었던 곳이다. 우인다방의 종업원은 영화에 출연해 후에 여배우로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영화소품창고는 전주영화촬영소에서 제작돼는 영화의 시나리오 및 대본, 소품, 핸드프린팅 등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배우 의상 등은 직접 입어볼 수도 있다. 전주영화의 역사와 전주지역 다방의 역사도 한눈에 알 수 있고, 삼양다방의 옛 집기들도 함께 전시돼 있다.

 

한켠에 마련된 소셜룸은 15명 정도의 모임이 가능한 공간이 있어 프로젝트 사용도 가능하며, 찻값만 내면 공간사용은 무료다. 영화 ‘7번방의 선물’ ‘명량’ ‘은밀하게 위대하게’ ‘하모니’ ‘평양성’등의 소품과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 맞춰 전주지역에서 촬영된 ‘도리화가’ ‘사도’ ‘마담뺑덕’ ‘상의원’ ‘타짜 신의 손’ 등의 소품이 새로 전시된다. 소품은 전주 영상위원회에서 제공 및 관리하고 있다.

 

● 예술로 通하다…문지방

▲ 삼양다방 지하에 들어선 문지방 공방. 사진제공=삼양다방

지난 2015년 7월 삼양다방 지하에 조성된 공방이다. ‘문화와 지역이 만나는 사랑방’이라는 뜻으로, 통신판매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셀러들과 의기투합해 만들어졌다. 직접 손으로 만든 핸드메이드 제품을 원칙으로 작업실과 판매장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지역작가들의 작품과 아트상품도 위탁판매 하고 있다. 매월 첫째주 토요일에 진행하는 ‘나도 마켓’에 참여하는 20여개 셀러들의 제품을 중심으로 꾸며져 있으며, 특히 동문거리 미술작가 지망생과 작가가 함께 그린 ‘동문캔버스’ 작품도 함께 전시돼 있다. 현재는 메리엘(캔들), 은은한지(한지악세사리), 바농하나(패브릭)등의 작업실을 중심으로 핀프로젝트(석고방향제), 밴지(악세사리), 달로별(악세사리), 더브리에(프리저브드 플라워), 사이프러스(조명), W-shop(우드펜), 캔즈(수첩)등이 입점해 있다. 옛 문화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직접 만들어보고자 하는 모두에게 공간이 열려있다.

▲ 이수영 문화포럼 이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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